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1588건

  1. 2016.10.31 제주 월정사에서 본 노무현, 박정희 영정과 업보
  2. 2016.10.30 해장국 어디가 좋을까? 의외의 한방 ‘시래기 돌솥’
  3. 2016.09.02 “내 복만 빌면, 욕심 많은 사람에게 복 주겠냐?
  4. 2016.08.27 언제 먹었던가, 까마득한 ‘동태 머리 찜’
  5. 2016.08.25 딱 달라 붙는 자전거 복장, 조금 민망하지만...
  6. 2016.08.19 중년 남자들의 수다, 반론 제기할 수 없었습니다. 왜?
  7. 2016.08.14 갈치조림 맛처럼 그 인생 찐하게 스며들었다!
  8. 2016.08.03 어느 절집이 이렇게 친절히 안내할까? 거제 ‘혜양사’
  9. 2016.07.31 고기를 야채랑 같이 먹으라는 이유가 뭐라고?
  10. 2016.07.28 2% 부족했던 해금강과 외도, 100% 채운 건?
  11. 2016.07.25 거제도의 참맛, ‘으매, 죽겠네!’ 성게·멍게 비빔밥 (1)
  12. 2016.07.21 우번암, ‘집 떠남’은 설레임이 있습니다!
  13. 2016.07.19 ‘훌쩍 떠남’에 동행하면 흥이 절로 나는 사람은?
  14. 2016.07.10 득도한 견공? ‘해탈’이 팔자가 부럽습니다!
  15. 2016.07.08 ‘우산’ 갖고 가면 잊기 일쑤, 십년 간수 비결
  16. 2016.07.04 태어나자마자 고단한 ‘흙수저’, 누가 버렸을까?
  17. 2016.07.01 뭍에서 욕정의 밤에 나눈 사랑 씨앗 ‘조금새끼’
  18. 2016.06.27 두 사람이 지내는 풍어제에서 ‘위민’을 보다
  19. 2016.06.25 [섬에서 함께 놀자] 여수 삼산면 ‘거문도 해풍쑥’
  20. 2016.06.23 자리돔 물회, 그릇을 통째로 들고 맛을 보았습니다!
  21. 2016.06.21 삶은 자신과의 싸움이라 일깨우는 ‘거문도등대’
  22. 2016.06.19 양념 팍 ‘갈치조림’ 언제 먹어야 가장 맛있을까?
  23. 2016.06.18 옥황상제 아들과 용왕 딸 인연 맺고 돌로 변한 ‘백도’
  24. 2016.06.16 [섬에서 함께 놀자]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 '휴' 여행
  25. 2016.06.13 결혼 19년, 처음 아내 여고 동창생을 만나다! (1)
  26. 2016.06.12 "목욕 갈까요?" 스님을 따라 나섰습니다
  27. 2016.06.02 삼매경에 빠진 미륵보살, ‘청동 반가사유상’ 진품일까?
  28. 2016.05.28 “밥만 먹고 어찌 사냐? 짜장 번개 어때요?”
  29. 2016.05.26 ‘당신 왜 그래?’ 아내 물음에 대한 남편의 진심
  30. 2016.05.23 꽃섬을 아시나요, 꽃섬에 가고싶다

“할아버지께서 쌓은 공덕으로 복을 받는구먼!”
대웅전서 본 노무현, 반가움과 서운함 그리고 업
[선문답 여행] 제주시 오라동 월정사 ‘극락왕생’









“이 길은 관음정사에서 출발하여 월정사를 거쳐 관음사까지 이어지는 지계의 길(14.2km)이다. 수려한 자연을 배경으로 마을길, 물길, 숲길을 지나 한라산을 향해 걷는 길로서 옛 선인들이 풍류를 위한 등산로이면서 민초들이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오르내렸던 기도의 순례길이다.”



월정사 입구에 있는 ‘선인들이 함께 걸었던 제주불교성지 지계의 길’에 대한 설명입니다. 월정사에 들어섰습니다. 먼저, 지난 2011년에 세워진 후배의 할아버지 덕을 기리는 공덕비부터 찾았습니다. 후배 양진웅 씨는 쭈뼛쭈뼛. 쑥스럽나 봅니다.






 

 


후배 할아버지의 공덕비를 보며 극락왕생을 발원하다!



“만오 양항모 스님과 거사 김찬수께서 월정사 대지 천여 평과 오라리 밭 천 오백 평을 시주하신 공덕을 영원히 기리고자 신도들이 뜻을 모아 이 공덕비를 세우고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바입니다.”



공덕비를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암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지요. 여기서 부처님께 기증한 절을 떠올렸습니다. 왜냐? 이렇게 칭찬 받아 마땅하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불교입문(조계종 출판사)>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죽림정사와 함께 불교의 2대 정사로 꼽히는 기원정사는 사위국의 부유한 상인인 급고독장자가 부처님께 기증한 절이다. ~중략~. 급고독장자는 평생 동안 가난한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베풀었으며, 마음 속 깊이 부처님을 향한 신심을 품은 재개불자이다.

 

그 주변에는 항상 많은 사람들이 따랐다. 부처님은 그런 급고독장자에게 대중을 거느리는 네 가지 방법인 보시하고(布施), 다정한 말을 건네며(愛語), 이로운 일을 하고(利行), 함께 일을 하는(同事) 사섭법(四攝法)을 갖춘 사람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130~131쪽)”




 

 



“할아버지께서 쌓은 공덕으로 자네가 복을 받는구먼!”



제주시 오라동에 위치한 대한불교조계종 ‘월정사’를 특별히 찾은 이유가 있습니다. 제주도 여행에서 제주4․3유족회 활동 등을 하는 후배 양진웅 씨를 만났습니다. 그와 점심을 먹던 중, 조심스레 할아버지 이야기를 꺼내더군요. 남도지방의 절집 순례를 목적으로 선문답 여행에 나선 차, 예기치 않았던 인연이 불쑥 튀어 나온 겁니다. 



“어느 날, 절에서 연락이 왔대요. 무슨 일인가? 했어요.”
“무슨 일인데?”


“할아버지 공덕비를 세워 제막식 한다나. 그래 장손인 저에게 오라고 연락했대요.”
“자네가 장손이었어. 절에서 무슨 일로 할아버지 공덕비를 세웠을까?”


“할아버지께서 절에 땅을 시주했나 봐요.”
“할아버지께서 쌓은 공덕으로 인해 자네가 복을 받는구먼.”


“할아버지도 스님이셨대요. 땅 시주를 여기뿐 아니라 여기저기 많이 했대요. 그 많은 땅 나눠주고, 그중 남은 게 700평이래요. 할아버지께서 덕을 원없이 많이 쌓으셨죠.”

“자네, 지주의 손자였네. 할아버지께서 후손의 복까지 지으셨구먼. 제막식에는 갔어?”


“갔지요. 공덕비를 보니 괜히 마음 뿌듯하대요.”



이런 사연 속에 찾은 곳이 ‘월정사(주지 지문 스님)’였습니다. 월정사(月井寺). 한문을 풀면 우물에 뜬 달입니다. 운치 가득한 작명입니다. 월정사. 강원도 오대산에도 유명한 월정사가 있지요. 각설하고, 도로에 접한 월정사 입구 표지석 위에는 신기하게 소나무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대웅전서 본 노무현, 반가움과 서운함 그리고 업보



“월정사 자리는 1871년 무렵부터 토굴을 마련하고 수행하던 스님이 머물렀던 곳이라고 한다. 1948년 제주4․3사건 당시 토벌대에 의해 몇몇 승려가 희생되고 건물이 전소되었다. 1970년대에 사찰 재건 계획으로 대웅전과 요사채 등을 신축했다. 현재 경내에는 대웅전, 극락보전, 요사채, 범종각 등이 있다.”



제주도청 홈페이지 등에 소개된 월정사 관련 내용입니다. 대웅전에 올랐습니다. 나무 석가모니불! 한쪽에 자리한 영정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박정희․육영수 부부와 함께 놓여 있었습니다. 반가움은 이내 서운함으로 변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사진이 박정희․육영수 부부보다 작을 이유가 전혀 없었던 탓입니다.




 




요즘 세상이 어지럽습니다. 한치 앞을 못 보는 세상입니다. 박정희, 박근혜, 참 기구한 운명입니다. 국민들은 지금 박근혜 정권 ‘하야’와 ‘탄핵’을 외치는 중입니다. 더불어 대안으로 ‘거국중립내각’ 구성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게 부처님께서 설파하신 ‘인과응보’이자 업인 듯합니다. 참회를 모르는 사람에겐 응분의 대가가 따른다는 연기설의 또 다른 단면이지요. 세상 무서운 줄 알아야겠습니다.



극락보전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극락보전은 서방 극락정토의 주재자인 아미타불을 모시는 곳입니다. 이는 무량수전, 무량전, 보광명전, 아미타전이라고도 합니다. 참고로, 불보살이 모셔진 곳을 전(殿), 그 외는 각(閣)이라 하지요.

 

스님, 나무 아래에서 무엇인가를 줍고 있습니다. 너무 평화롭습니다. 그 모습이 영화 <전우치전>을 떠올리게 합니다. 마치 동양화에서 나온 부처랄까. 부디, 대한민국을 굽어 살피소서!




댓글을 달아 주세요

밥 먹기 전 벌어지는 ‘수다 삼매경’은 소화 촉진제
여보, 미안해. 나만 맛있는 거 먹어서! ‘시래기 돌솥’
[제주 맛집] 제주시 한북로 시래기 돌솥 - 죽성고을








여행의 미덕은 교감 속 ‘나눔’입니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비움’과 ‘채움’에 있습니다.


여행은 홀로 떠나든, 함께 떠나든 간에 사람 및 자연 등과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교감’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새로운 정신적 힘을 얻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비움과 채움이 작용합니다. 비움은 ‘마음 내려놓기’ 혹은 ‘나 버리기’입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자신과 만나는 채움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니까 여행은 주목적은 ‘정신적 갈증 해소’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육신적 갈증 해소는 무엇으로 이뤄질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이는 그동안 몸에서 부족했던 걸 채우는, 걷기 등의 '운동'과  '식도락' 등으로 나타납니다.


흔히 말하는 먹을거리에 대한 탐욕(?), 즉 먹방은 몸안에 부족한 영양분을 해소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행의 절반 이상이 먹을거리에 있다고 보는 것이지요.


때문에, 맛집 탐방은 바로 육체적 갈등 해소 차원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해장국 어디가 좋을까? 의외의 한방 ‘시래기 돌솥’



“해장국, 어디가 좋을까?”
“시래기 돌솥으로 가세. 보기와 달리 의외로 속풀이에 좋네. 관광객보다 제주 현지인이 많이 찾는 집이여.”



제주도 토박이와 제주에 눌러앉은 육지 것이 서로 상의 중입니다.


여기서 의외의 한방을 먹었습니다. 해장국으로 시원한 콩나물국, 복어, 해물탕 등을 떠올렸는데, 차원이 다른 상상 밖의 ‘시래기 돌솥’이 등장했습니다.


무튼, 협상이 잘 끝났나 봅니다. 시래기 돌솥으로 유명하다는 제주시 한북로 ‘죽성고을’로 향했습니다.



점심시간. 어~, 주차 차량이 많습니다. 밖에서부터 북적인 걸 보니 안 봐도 비디옵니다. 사람들, 바글바글. 게다가 손님 연령대가 다양합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찾는 집이네요.


다행입니다. 줄 서 기다리지 않고 겨우 한 자리 잡았습니다. 이렇게 잘 되는 집이면 무슨 이유가 분명 있을 터. 식당 벽에 ‘시래기의 효능’이 붙어 있습니다.
 


“시래기에 들어 있는 식이섬유소는 위와 장에 머물며 포만감을 주어 비만을 예방하고 당의 농도가 높아지는 걸 예방합니다. 철분이 많아 빈혈에 좋고 칼슘 및 식이섬유소가 함유돼 있어 혈중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려 동맥경화 억제 효과가 있습니다.”



조상들이 알게 모르게 시래기를 즐겨 먹었던 이유 중 하나지요. 가격은 시래기 돌솥 10,000원. 고등어구이 15,000원. 옥돔구이 20,000원. 수육 20,000원. 가오리찜 35,000원. 홍어삼합 50,000원 등입니다.



이 집을 강력 추천했던 지인에 따르면 “주 메뉴가 시래기 돌솥이요, 나머지는 곁가지로 시켜도 좋다”고 합니다. 영양 돌솥에 익숙한 나그네에게 시래기 돌솥은 어떨까? 싶습니다.








밥 먹기 전 벌어지는 ‘수다 삼매경’은 소화 촉진제



먼저, 썰렁한 탁자에 큼지막한 시래기 국과 그릇, 국자 대령입니다. 눈치로 보아하니, 알아서 떠 나눠 먹으랍니다. 음식은 나눔의 미덕이라는 것을 아는 게지요.


시래기 국으로 속을 달래는 사이, 밑반찬이 나왔습니다. 큰 쟁반에 올려 진 반찬 그릇이 장난 아닙니다. 아짐, 열심히 반찬을 놓습니다.



무생채, 열무김치, 가지나물, 호박무침, 김무침, 두부, 강된장 등에 간장게장까지 무려 열 한가지나 됩니다.


음식은 이때부터 먹기가 시작됩니다. 밥 나오기 전, 반찬 먹으면서 펼쳐지는 수다 삼매경은 음식 전초전의 핵심입니다. 수다 삼매경은 꽉꽉 막힌 무료한 일상에 대한 탈출구입니다.



이때 수다 내용은 대개 자신의 삶과 세상사에 대한 비판이 주류입니다.

이는 맛있게 먹고 난 후, 원활한 소화를 돕기 위함이지요.


왜냐면 먼저 이야기로 침샘과 속을 적당히 자극해 줘야 음식이 들어간 후 활발한 신진대사가 이뤄지는 소화 촉진제이기 때문입니다. 음식은 꼭꼭 씹어야 감칠맛이 우러나지요. 암요, 씹어야 제 맛이지요.









‘어쩌다 저런 놈을 뽑았냐?’ 항의 전화 받았다고…




요즘 박근혜 정권에서 벌어진 최순실 게이트, 아니 박근혜 게이트 때문에 국기문란으로 야단법석입니다. ‘하야’와 ‘탄핵’ 단어까지 등장했습니다.


불통의 정치인 줄 알았더니, 무지의 정치였던 셈입니다.

게다가 박근혜 바라기의 대명사인 이정현 대표의 국민은 없고 대통령만 있는 무 뇌아적 편들기 발언은 국민을 정치 허무주의로 이끌고 있습니다.


아마, 여권과 이정현을 향한 욕은 단식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지 싶네요. 그가 그릇이 아니었던 것을 다 눈치 챈 게지요.



박근혜를 엎고 정치했던 친박연대니, 친박이니, 진박이니 하는 것들 다 어디로 갔나 모르겠습니다. 그 중 이정현 대표를 생각하니, 떠오르는 일화가 있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시월 초이던가. 회의에서 한 지인을 만났습니다. 그에게 무심코 한 마디 툭 던졌습니다. 그게 지인에겐 무심코가 아니었나 봅니다.



“이정현 때문에 그를 뽑은 순천 사람들 욕 많이 먹지요?”

“그렇잖아도 ‘어쩌다 저런 놈을 뽑았냐?’는 항의 전화 많이 받아. 나는 순천사람도 아니고, 단지 순천고를 나왔을 뿐인데.”



지인의 항변에 웃고 말았습니다. 어찌 이뿐일까 마는.


세월호 당시 국민들은 “이건 나라도 아니다!”고 한숨지었지요.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변명하는 사람만 있었습니다.



최순실로 대변되는 이번 사태도 얼렁뚱땅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대통령에게 당부합니다. ‘내가 대한민국을 이끌 수 있겠나?’부터 심사숙고한 뒤, 국민을 위한 결단을 촉구합니다. 뒤


늦게 시래기 국물과 수다가 어울리니 속이 풀립니다.








여보, 미안해. 나만 맛있는 거 먹어서! ‘시래기 돌솥’



시래기 돌솥이 나왔습니다.

위에는 온통 시래기입니다. 숟가락을 푹 쑤셔 올렸더니 그제야 밥이 보입니다. 흰 밥과 어울린 시래기 색깔이 어째 소담한 절집의 전각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밥을 싹싹 긁어 퍼낸 다음, 돌솥에 뜨거운 물을 붙습니다. 퍼낸 밥을 맨밥인 채로 맛을 봅니다. 상큼합니다. 그리고 강된장을 조금 넣고 밥을 음미합니다. 이어 양념장을 조금 떠 맛을 봅니다. 그 어느 것과도 잘 어울립니다.



강된장과 양념장을 함께 넣고 쓱싹쓱싹 비빕니다.

옆에선 이미 염화미소입니다. 맛있다는 거죠. 이럴 때, 생 유산균이 듬뿍 든 전통 ‘제주 막걸리’가 빠지면 허무하지요.


기어이 제주 막걸리 한 모금 들이키니, 막걸리가 목구멍을 넘어 식도를 타고 쑥쑥 들어가는 게 ‘쏴~아’ 합니다.


이게 산자의 지극한 삶의 맛이지요. 이렇게 그릇은 비워지고 배는 채워집니다.









“가끔 여기 와서, 야채도 다듬고, 시래기도 다듬는데 고것도 재밌어.”



지인의 설명은 또 다른 양념입니다.

그는 언제부터 삶의 재미를 알았을까? 삶, 별 거 있던가요. 이런 게 삶의 소소한 맛이지요.


밥을 뚝딱 해치운 후, 돌솥에 불린 누룽지를 끌어당깁니다. 숟가락으로 살살 저으니 솥에 붙었던 누룽지가 금방 떨어져 나옵니다. 한 입 크게 떠 입에 넣습니다. 누룽지, 살살 녹습니다.


그런데 놀라웠던 건, 시래기 돌솥이 해장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먹으면서 땀을 흘렸으니까.

시래기 돌솥, 신의 한 수였습니다.


가족과 제주 여행 와서 다시 꼭 맛보고 싶은 음식이었습니다.


‘여보, 미안해. 나만 맛있는 거 먹어서!’라는 사과를 부르는 맛이었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쌍계사, 탑에 동전 붙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사람들이 말세라고들 하는데 이유가 있습니까?”

[선문답 여행] 경남 하동 쌍계사 - ‘문’의 의미





일주문

금강문

천왕문




“쌍계사는 신라 성덕왕 21년(722) 대비, 삼법 두 화상께서 선종의 육조 혜능 스님 정상을 모시고 귀국, ‘눈 쌓인 계곡 꽃이 피어 있는 곳에 봉안하라’는 꿈의 계시를 받고 호랑이 인도로 절을 지은 것(성덕왕 23년)에서 유래됐다. 그 뒤 문성왕 2년(840) 진감선사께서 퇴락한 삼법 스님 절터에 옥천사를 중창하고 선의 가르침과 범패를 보급했다. 후에 나라에서 ‘쌍계사’ 사명을 내렸다.” - 출처 : 쌍계사 홈페이지 -



삼신산 쌍계사는 부처님께 향하는 마음가짐을 갖추기 위한 문이 중요합니다. 일주문은 속세를 벗어나 절집 부처님 세계로 들어서는 산문 중 첫 번째 관문입니다. 속세에서 찌든 몸과 마음을 깨끗이 씻고 부처님께 향하면 좋습니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진리의 세계로 나아가라는 의미지요. 쌍계사 일주문은 “다른 일주문과 달리 다포 팔작지붕으로 기둥머리 장식 부재가 가늘고 섬세한 겹처마”라 화려한 느낌입니다.



금강문은 일주문을 지나면 두 번째로 만나는 문입니다. 이곳도 속세의 더러움을 씻어내는 장소입니다. 특이한 점은 보통 사찰이 일주문 다음에 천왕문을 배치하는데 반해, 쌍계사는 그 사이에 금강문을 배치하였다는 점입니다.


금강문 안에는 불법을 수호하고 악을 물리치는 금강역사상을 세워 절집 안으로 들어오는 악귀를 막습니다. 쌍계사 금강문은 “맞배지붕으로 기둥이 높고 겹처마”로 이루어졌습니다. 현판은 벽암 스님 글씨라고 합니다.



천왕문은 일주문, 금강문 다음으로 통과하는 세 번째 대문입니다. 이곳은 사천왕을 모십니다. 사천왕은 “수도승과 불자를 돕는 사방의 수호신으로, 수미산을 중심으로 동쪽은 지국천왕, 서쪽은 광목천왕, 남쪽은 증장천왕, 북쪽은 다문천왕입니다.”


사찰에 천왕문을 건립하는 이유는 “절을 외호한다는 뜻 외에, 출입하는 사람이 수호신에 의해 도량 내 모든 악귀가 물러간 청정도량임을 심어주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쌍계사 천왕문은 “맞배지붕의 건물로, 공포를 간략하게 처리”해 소박한 느낌입니다.




대공탑비는 최치원 비문으로 더 유명합니다.

탑에 동전 붙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나무 석가모니불





쌍계사, 탑에 동전 붙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천왕문, 9층 석탑, 팔영루를 지나니 유명한 대공탑비가 보입니다. 국보 제47호인 진감국사대공탑비(眞鑑國師大空塔碑)는 “신라 정강왕이 진감국사의 도덕과 법력을 앙모하여 887년에 건립한 것으로 비의 높이는 3m 63cm, 탑신 높이는 2m 2cm, 귀부와 이수는 호강암, 비신은 흑대리석이다”고 합니다.


탑비보다 비문이 더 유명합니다. 최치원 쓴 우리나라 4대 금석문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최치원 선생의 서체 등을 감상합니다.



“동전 있나?”


“뭐하시려고?”


“복을 빌어볼까 해서.”




동행한 지인, 대웅전 앞에서 복이 고팠나 봅니다. 백 번 천 번 이해합니다. 그는 저 세상으로 아내를 먼저 보냈습니다. 홀로 세 아이 돌보느라 고생 많습니다. 한 눈 전혀 팔지 않고 앞만 보고 가는 중입니다. 어디 아이들이 제 마음 같던가요. 그가 복 빈다 하니 동전이란 동전은 죄다 주고 싶습니다.



이를 어째. 동전이 하나도 없네요. 없는 동전도 만들어서 주고 싶은 심정. 이를 알았을까. 그가 자기 주머니를 뒤적입니다. 두 개 있답니다. “동전 하나 줄까?” 묻습니다. 그에게 동전 얻어 복 빌 생각 전혀 없습니다.



다만, 그가 바라는 복이 오길 간절히 바랄 뿐! 연못 등에 동전 던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헌데, 그게 아닙니다. 대웅전 앞, 탑으로 갑니다. 탑에 동전 붙으면 좋은 일이 생길 거라나 뭐라나. 다행이 동전 두 개가 철썩 붙었습니다.








“내 복만 빌면, 욕심 많은 사람에게 복 주겠냐?"



“절에 안 가봤다는 사람이 탑에 동전붙이는 건 어찌 알았을꼬?”
“탑을 보니 동전이 붙었더라고. 나도 해보고 싶대.”



눈이 보배였네요. 뒤에 알고 보니, 그는 탑에 동전 두 개 붙이면서 하나는 자기 몫, 하나는 제 몫이었다 합니다. 그래 물었지요.



“난 안 빌어도 되는데. 그냥 혼자 복만 빌지 왜 그랬어요?”
“동전 두 개 붙이면서 내 복만 빌면, 욕심 많은 사람에게 누군들 복 주겠냐? 진심을 다해 둘이 같이 복 받기를 빌었다.”



기대치 않았던 말에 괜히 고맙고 감사한 거 있죠. 저도 속으로 부처님께 ‘지인에게 우렁이 각시 한 명 점지해 주십사’ 빌었습니다. 이심전심이었나 봅니다. 보물 제500호 쌍계사 대웅전에 대한 설명입니다.



“대웅전은 부처를 모신 법당으로 정면 5칸, 측면 4칸이다. 단층 팔작지붕의 다포계 건물이다.


중앙 3칸에는 사분합의 빗살문이 달렸고, 상부에는 창방 밑으로 광창을 달았다. 천장은 ‘정(井)’자 모양으로 천장 안쪽을 가린 우물천장으로 꾸몄다. 내부 주불단 상부에는 닫집이 구성되었다.”




9층석탑





“사람들이 말세라고들 하는데 이유가 있습니까?”



“마애불은 큰 바위에 두터운 돌을 새김으로 불상을 새기고, 불상의 둘레를 깊이 파내, 감실에 모셔진 부처와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머리가 크고 살집이 많은 얼굴에 어깨까지 쳐진 귀는 자비로운 느낌이다.

부처의 손은 법의로 덮여 있는데, 전체적인 모습이 아주 소박하여, 부처라기보다 승려의 모습과 같은 마애불이다.”



마음이 편안합니다. 대웅전 방향으로 돌아 나오면서 한 스님을 만났습니다. 외지에서 온 종문 스님입니다. 그를 따라 종무소로 향합니다. 유명한 하동 녹차를 마시기 위함입니다. 스님들 하안거가 막 끝난 후라 다들 출타 중이랍니다.


대신 종문 스님과 다원에서 차를 마시기로 합니다. 차, 잘 골라야 합니다. 어느 누가 만들었느냐에 따라 맛이 갈립니다. 차에 만든 사람의 기품이 스며들기 때문입니다. 차, 다행히 목 넘김이 부드럽습니다.









- 사람들이 지금은 말세라고들 하는데 이유가 있습니까?


“부처님 이후 말씀이 제대로 내려오지 않고, 지켜지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부처님 말씀이 제대로 지켜지면 말세라 할 필요 없겠지요.”




- 스님과 중생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일반 대중은 세상 속에 살다보니 사회생활에 있어 더 지혜롭습니다. 스님은 선정이나 깨달음에 대해 지혜롭습니다.”



60여년 살면서 쌍계사가 절 방문 두 번째라는 지인. 그러나 만해 한용운 선생 글을 좋아하는 지인. 스님과 이야기가 낯선 중에도 재밌나 봅니다. 그에게 쌍계사를 돌아 본 소감을 물었습니다.



“집착하지 마라는 것처럼, 마음 내려놓은 기분이었고, 구도에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장어 집 옆에 동태 머리 찜 집이 있을 줄이야!
[여수맛집] 동태 머리 찜 - 추억꺼리










“술 한 잔 해요.”



후배, 퇴근길에 툭 던지고 갑니다. 누군가 찾아주는 거 반갑고 고마운 일입니다. 적당한 때를 기다립니다. 뭘 먹어야 할까. 즐거운 고민입니다. 그도 고민했나 봅니다. 그에게 장소 선택권을 맡겼습니다.



“저는 시장 통에서 자주 먹는데, 시장 괜찮아요?”
“환영이네.”


“동태 대가리 찜, 요런 것도 먹어요?”
“기회가 없어 못 먹네.”



어두육미(魚頭肉尾). 생선은 대가리 발라먹는 맛이 기차지요. 사실 동태 머리 찜과 대구 머리 찜 요런 거 좋아합니다. 그런데 접할 기회가 통 없대요. 그래, 더 땡겼습니다. 머릿속은 벌써 저만치 앞서 맛을 떠올립니다. 이렇게 찾은 곳은 여수 재래시장인 신기시장 통에 있는 선술집 ‘추억꺼리’입니다.





장어구이 집 옆에 동태 머리 찜 집이 있을 줄이야!



신기 시장에 종종 들립니다. 지인들과 신기맛집 장어구이 먹으러 다녔지요. 저는 장어를 먹지 않아 영 아니었습니다. 허나 어쩌겠어요. 성님들 입맛에 꼭 맞는 장어라 꼼짝없이 동행하는 수밖에. 그래 깨작깨작 장어 이외의 안주거리를 챙겨먹긴 한데도 먹지 않은 것처럼 밀려드는 배속의 헛헛함이란…. 근데, 옆에 동태 머리 찜 집이 있을 줄이야.



“맛있는 거만 드실 텐데, 동태 대가리 찜 먹자 한 거 아니에요?”
“좋아하는데 통 먹자는 사람이 없어서. 오랜만에 먹게 돼 고마우이.”



이 집은 배명국 씨가 10여 년 동안 다녔던 단골집입니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데 이 집 맛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나 봅니다. 줄그장창 다닌 걸로 봐선 동태 머리 찜 마니아랄 수밖에. 단골 삼은 이유는 “동태 머리 살이 많고, 양념 맛이 특히 쥑인다”고 소개합니다. 게다가 “밑반찬도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신 거 같다”고 덧붙입니다.



“2014년에는 대 20,000원 중 15,000원이었는데, 지금은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 소 12,000원, 대 20,000원으로 바뀌었어요.”



별 걸 다 기억합니다. 역시 단골은 단골입니다. 3만원이면 푸지게 먹고 남을 것 같습니다. 간단히 소주 한 잔 하기 편하다고 한 달에 두 번 꼴로 다녔다니 알만 합니다. 입가심 하러 들렀던 호프집 여사장, 동태 머리 찜 먹었다고 했더니 바로 ‘추억꺼리’ 이름이 툭 튀어 나옵니다. 중년 여성 손님이 더 많다더니 이렇게 확인됩니다.





언제 먹었던가, 까마득한 ‘동태 머리 찜’



밑반찬이 나왔습니다. 김무침, 양념장, 오이무침, 무 물김치, 호박잎쌈, 고구마대나물, 녹두ㆍ청각무침, 호박무침 등. 후배 말대로 집에서 먹던 맛입니다. 특이한 것은 호박잎쌈입니다. 요즘 보기 힘든 호박잎쌈을 보니 괜히 웃음이 나옵니다. 어릴 적, 호박잎을 따 찐 후 밥을 고봉으로 올려 된장에 싸 입 터지도록 우걱우걱 먹었던 기억 때문입니다.



동태 머리 찜이 나오기 전 호박잎에 양념장 올려 한 입 맛보았습니다. 쌉쓰르한 호박 향이 입맛을 살아나게 합니다. 오랜만에 맛보는 오진 맛입니다. 양념장을 맛봅니다. 어머니 손맛입니다. 대충 꼽아 본 양념장 기본양념은 간장, 고춧가루, 마늘, 파, 물엿 등입니다. 여기에 생선 비린내를 잡기 위해 청주 등을 썼을 테고.






“드셔 보세요.”



동태 머리 찜이 나왔습니다. 언제 먹었던가, 까마득합니다. 일단 눈으로 먹는 맛은 수북하게 쌓인 게 푸짐합니다. 씹히는 맛이 좋아야 하는데, 싶습니다. 동태 대가리를 손으로 잡고 한 입 베어 뭅니다. 의외로 살이 토실토실하니 많습니다. 어라~. 쫀득쫀득합니다. 씹히는 맛이 일품인 코다리 찜과 비슷합니다. 요 정도면 대만족입니다. 양념 맛도 입에 척척 감깁니다.



그리고 며칠 뒤. 동태 머리 찜 생각이 스멀스멀 납니다. 맛까지 확연하게 기억납니다. 이 정도면 꽂힌 겁니다. 집에서 해먹자니 시간과 요리 정성이 낭비 같습니다. 또한 맛집에 가서 먹는 게 예의지요. 그럼에도 불구, 직접 요리를 원하신다면 동태 머리만 찌는 것보다 양념장을 얹은 후 찌는 게 좋습니다. 찐 후 한 번 더 양념장을 발라드시면 좋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자전거 안 해?' 아내의 허락

허벅지가 터질 것 같고 힘들지만...

자전거 복장 망측하다고?

[취미 따라 잡기 인터뷰]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김윤관씨




밤에 자전거 타고 출근하는 김윤관 씨입니다.





21세기, 환경과 더불어 여가생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현대인의 지친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어줄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렇다면 환경도 살리고 여가생활도 즐기며 건강까지 챙기는 취미 무엇이 있을까요? 자전거입니다.



"우리 산악자전거 시작했다. 같이 탈 사람은 합류해라!"



지난해 가을, 50살 넘은 고등학교 친구들이 MTB 산악자전거를 시작했습니다. 미치고 폴짝 뛸 '대사건', 마음이 가긴 했지만 몸과 체력이 따를까 걱정했습니다. 부러웠지만, 뒤늦은 도전에 박수만 보냈습니다. 그랬는데, 주변에 자전거 고수가 있더군요.



"어라~ 누구지?"



의외였습니다. 처음으로 자전거 타고 출근하는 그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헬멧을 착용한지라 얼굴 식별이 쉽지 않은 탓이었지요. 알고 보니 김윤관씨였습니다. 김씨는 자전거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보였습니다. 제주도, 지리산 여행, 혹은 산에서 산악자전거 즐기는 분들을 보며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눈앞에 그런 사람이 있더군요.



물론 공장에 김윤관씨처럼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더러 있습니다. 그렇지만 민망한 자전거 복장에 헬멧까지 제대로 갖춰 입은 사람은 없습니다. 여수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체에서 교대 근무하는 그가 야밤에 자전거 불빛을 반짝이며 출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그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자전거의 매력에 푹 빠진 김윤관 씨입니다.  




'자전거 안 해?' 아내의 허락



 

- 자전거,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본래 운동을 좋아한다. 조기축구하다 자전거를 즐기는 선배를 보고 타게 됐다. 4년 정도 됐다. 자전거 시작하기 전, 아내에게 종종 자전거 타고 싶다고 말만 했다. 아내 대답을 기다려도 무소식. 먼저 일 저지를까? 그냥 자전거 사? 고민했다.

어느 날 아내가 '자전거 안 해?'라고 묻더라. 그 길로 미리 봐둔 자전거를 싣고 왔다. 아내도 별 말 없었다. 무언의 허락이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됐다."



- 아내 허락을 기다린 이유는 무엇인가?


"아내는 위험하고 다칠까봐 반대했다. 지금은 조심하라고만 한다. 또 자전거는 장비 마련 비용이 만만찮다. 이 두 가지 때문에 아내 동의가 필요했다. 결국 내가 하도 좋아하니까 뭐라고 하지는 않는다.

다만, 아쉬운 점은 아내랑 같이 즐기고 싶은데 운동을 좋아하지 않아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동의해준 것만으로 고맙고 감사하다."



- 자전거 출·퇴근하는 사람은 어느 정도인가?


"자전거 탈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은데 의외로 많다. LG화학, 한화케미칼 등 큰 공장은 자전거 동호회가 있고, 활성화 돼 있다. 자전거는 환경적 측면에서 강조되는 만큼 권장하는 추세다.

우리 공장도 나를 포함해 가끔 네 명이 탄다. 순천서 출퇴근 하는 직원 두 명은 순천-여수 도로가 위험하고 시간도 많이 걸려 안 탄다고 한다."



- 자전거와 차로 출퇴근할 때 시간은 얼마나 차이 나는가?


"자전거로 집에서 회사까지 대략 20분 걸린다. 차로는 약 15분 걸린다. 시간 차이는 5분 정도다. 시간차가 별로 없는 건 교통신호 대기 때문이다. 차에 비해 자전거는 신호에 걸리지 않는다."



- 자전거로 출·퇴근할 때 위험하지는 않나?


"인도에 줄을 그어 자전거도로를 만들었다. 모양만 자전거도로지 실상은 아니다. 한산한 외곽은 그래도 낫다. 차량 통행이 많은 시내는 자전거 도로가 변변찮아 차도를 이용한다.

이때 종종 고의로 위협하는 차량이 있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 실제로 어떤 차들은 빵빵거리고 저속으로 지그재그로 운행하는 등 심각하다. 그럴 때 카메라를 들이대면 사라진다. 우리도 차량에게 피해 안주려고 최대한 갓길을 이용한다."



자전거 출퇴근 중인 김윤관 씨.





허벅지가 터질 것 같고 힘들지만...



 

- 자전거 타면 좋은 점은 무엇인가?


"좋은 점? 많다. 첫째, 집중할 수 있다. 다른 생각할 틈이 없다. 집중력이 생기고 잡념이 사라지며 정신이 맑아진다.

둘째, 건강에 도움이 된다. 공기 맑고 풍경 좋은 산길은 한번에 3~40km 정도 탄다. 어떨 땐 허벅지가 터질 것 같고 힘들다. 하지만 자기 체력에 맞게 중간 중간 쉬니까 괜찮다.

셋째, 시간 날 때마다 타니까 여가에 좋다. 또 술을 덜 마시게 된다."



- 자전거의 단점이 무엇인가?


"여가 레포츠는 돈과 직결된다. 자전거도 마찬가지다. 자전거, 유니폼, 헬멧 등 장비 구입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때로 욕심이 생겨 굳이 사지 않아도 될 고가 장비를 구입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도 좋은 장비는 그만큼 값을 한다. 예를 들어 자전거가 좋지 않으면 산을 탈 때 엄청 힘들다. 뒤처지기도 해 일행에게 민폐다. 그러나 좋은 자전거는 그만큼 힘이 덜 든다. 그래 구입하는 거다."



- 자전거 어디서 주로 타나?


"대중없다. 시내 도로는 되도록 피한다. 매연 등을 맡으며 탈 필요가 없으니까. 주로 경치 좋고 기분도 상쾌한 임도를 탄다. 여수에선 마래산, 돌산, 화양면 임도를 많이 탄다.

외지는 제주도, 지리산, 순천, 고창, 섬진강변 등 다양하게 탄다. 산악자전거(MTB)는 오르막은 힘들지만 내리막이 엄청 스릴 있고 쾌감도 높다."



- 자전거 타기 좋은 지역은 어딘가?


"제주, 전남 순천, 전북 고창 등이 좋다. 고창은 전문 MTB 파크가 있다. 여기는 초보에서부터 고수까지 안전하게 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다.

제주도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많다. 자전거도로, 자전거 표지판, 횡단보도에서도 자전거가 오면 차가 멈추는 등 자연스레 배려한다. 숙소 등에서 자전거를 보관하기도 편하다. 어떤 곳은 분실 않도록 파출소에 보관하는 등 세심하게 배려한다.

여수 돌산 금오산 일대에서 매년 11월 MTB 대회가 열린다. 그런데 위험하다. 이곳에 MTB 파크를 조성하면 좋을 거 같다."



- 자전거 타다보면 펑크 등도 있을 텐데 어떻게 조치하는가?


"펑크 날 때를 대비해 수리할 수 있는 키트를 갖고 다닌다. 고속으로 다니다보면 바람이 빠져 자전거가 흔들릴 때가 있다. 지금까지 2번 때웠다."




야밤에는 도로가 한산에 자전거로 출근할만 합니다.





자전거 복장 망측하다고?



 

- 사고 난 적 있는가?


"2014년 11월. 혼자 순천 산에 갔을 때 일이다. 차에 자전거 싣고 주차하고 자전거를 탔다. 초행길에 보니 11월에 웬일인지 눈이 쌓여 있었다. 눈을 보니 너무 기분 좋았다. 겁 없이 탔다. 신나게 달리는데 갑자기 몸이 붕 떴다. 떨어져 잠시 기절. 눈 떴더니 자전거는 500m 뒤쪽에 나는 앞에 널브러져 있었다.

한참 누워서 숨 쉬다 움직여 봤더니 왼쪽 어깨 통증. '눈이 쌓이면 눈 아래 상황을 고려해야겠구나, 혼자 다니면 안 되겠구나' 생각했다."



- 자전거 탈 때 동호인끼리 만나면 어떻게 인사하는가?


"암묵적으로 먼저 본 사람이 인사한다. 어디 가냐? 어디서 왔냐? 등 자연스레 물어보고 먹을 것도 서로 나눠먹고 통성명도 한다. 좋은 사람들이 많아 금방 친해진다."



- 만났던 동호인 중 인상적이었던 분이 있는가?


"섬진강변에서 서울서 온 60대 노부부를 만난 적 있다. 아저씨 몸이 좋지 않아 검진을 받아보니 온통 나쁘단다. 아내가 무작정 일반 생활 자전거 두 대를 사 서울-부산을, 그것도 7~8월 무더위에 텐트, 배낭 메고 왕복으로 다녀왔단다.

그리고 다시 검진했는데 고지열, 콜레스테롤 등이 전혀 나오지 않았고, 몸이 확연히 좋아진 걸 확인했단다.

그 길로 남편 자전거 700만 원, 자기 자전거 300만 원 등 1000만 원 들여 좋은 자전거를 장만했단다. 부부가 함께 자전거 타고 전국 일주 다니는 게 너무 부럽더라."



- 사람들이 자전거 복장이 망측하다 거부하는 경향인데 괜찮은가?


"처음에는 민망했다. 그러나 자전거 탈 때 평범하게 입다 보면 옷이 체인 등에 걸려 위험할 때가 있다. 그래 쫙 달라 입는 옷을 입는 거다. 또 4~5시간씩 타면 사타구니 등에 땀이 차고, 통증도 오고, 물집이 생기기도 한다.

이걸 잡기 위한 유니폼이다. 민망한 거 보다 복장 제대로 갖추고 타는 게 몸에 좋다. 복장 하고 안하고 차이가 많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유학 간 친구, 가족과 우리나라로 여행 오다
식구들이랑 선암사에 있대. 우리끼리 봐야겠다!
“빨리 나와라. 안 오면 우리가 쳐들어간다!”
“연봉 일억 오천에 자식 네 명 가르치기 힘들다!”




오징어 회 압권이었습니다.

씹히는 맛이...





“오늘 시간 어때?”



통 연락이라곤 거의 하지 않는 친구. 그렇지만 언제든 서로 달려갈 채비가 된 10명의 고등학교 계 친구 중 한 명. 그가 전화해선 파격적인 물음을 던졌습니다. 시간이 없어도 무조건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YES’라 해야 될 판입니다. 그런데 달린 조건이 더 매력적이었습니다.



40년 지기들입니다.




처갓집 식구들이랑 선암사에 있대. 우리끼리 봐야겠다.



“병곤이랑, 준수랑 같이 보게. 친구들에게 연락해 볼게.”



둘이 저녁 6시30분 숯불 닭갈비집으로 정했습니다. 몸이 바빴습니다. 녀석에게 돌려줘야 할 계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통장에 넣어두고 그냥 뒀는데, 이번에 줘야겠다 싶었지요. 친구 입장에선 책갈피에 묻어뒀던 공돈이 생긴 것처럼 기쁠 일이지요.



헐. 통장은 있는데 도장이 없더군요. 도장 분실신고 다음에 찾으려했더니, 무통장으로 찾으면 된다더군요. 다시 친구에게 전화 왔습니다.



“준수는 처갓집 식구들이랑 선암사에 있대. 우리끼리 봐야겠다.”



박준수. 그는 20대에 미국 유학을 떠나 샌프란시스코에 눌러 앉은 친굽니다. 학술 발표 등으로 가끔 국내에 들어올 때를 제외하곤 얼굴 보기 힘든 벗입니다. 국내 대학과 기업의 스카웃 제안에도 마다했던 친굽니다. 한 집안의 외동아들인 그가 내세운 이유는 “우리나라에선 아이 키우기 힘들다”는 겁니다. 뭐라 할 말 없대요.



1차에서 닭갈비를 두고 앉았습니다.




“빨리 나와라. 안 오면 우리가 쳐들어간다!”



친구가 귀국 인사라며 보낸 두 통의 메일입니다.



“한국에 휴가차 왔다. 잘 지냈지? 지금은 순천 처가집이고. 전화는 아직 없고. 여수 우리 집이나 처가 집 인터넷 연결이 여의치가 않네. 전화번호 바뀌셨나? 아님 옛날 전화번호로 나중에 또 연락 할게.”




“지금은 서울로 이동 중이고. 이번 주까지 거기서 친지들에게 인사드리고 다음 주 초에 내려갈 예정이다. 가족들이랑 휴가차 왔으니 좀 오래 있으며 이곳저곳 다닐 계획이고. 오늘 오후 서울서 핸 펀 생기는 데 곧 전화로 다시 연락 할게.”




2차로 옮겼던 오징어 회 한상입니다.



친구들, 녀석이 시간나기만 기다렸습니다. 도통 연락이 없는 겁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먼저 연락하는 수밖에. 알고 봤더니, 친구 부부, 아이들 넷, 친가, 외가 등과 제주도, 송광사 등 여기저길 다녔더군요. 가족들과 국내 여행 다니느라 정신없었더라고요.



이날은 장인어른과 조계산 자락에서 비빔밥에 막걸리 마신다며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이 친구를 제외한 세 명이 만나 술잔을 기울였습니다. 술이 들어가니 오기발동.



“야, 친구들 셋이 모였다. 빨리 나와라. 안 오면 우리가 쳐들어간다. 상열이는 출장. 네가 온다면 광주 병구도 여수로 불러 내릴게.”



그제야, 순천서 택시 타고 오겠다는 겁니다. 우리 나이로 오십 둘. 여전히, 호기는 살아 있었습니다. 친구, 나이가 중요치 않은 법. 친구, 총알처럼 달려왔나 봅니다. 화장실 다녀 온 사이, 근 십 년 만에 보는 뒤통수 하나가 보였습니다.



오징어 회.


"자식 네 명 가르치기 힘들다!”




“아야. 아직도 머리 때리냐. 이제 머리는 그만 때리자.”



녀석, 웃으면서도 머리를 사수했습니다. 사실, 이건 아니지요. 그렇지만 세월이 주는 서먹함을 달래기 위해 쓴 전술이었습니다. 필요 없었던 행동이었지요. 장인어른과 조계산서 막걸리 한 잔 한 후 한숨 때리다 일어나 나왔답니다. 그저 반가웠습니다. 자리를 옮겼습니다. 발길 닿은 곳은 사계절 쉼터라는 ‘동네방네’였습니다. 오징어 회를 주문했습니다.



“국내에 들어 올 생각 없어?”
“들어오려 했으면 진작 왔지. 3년 전에도 들어올까 고민했어. 연봉 일억 오천에 오라는데 한국에서 그거 갖고 아이들 넷 키울 자신이 없더라고. 힘들어. 이제 포기했어. 너희들도 미국에 놀러 좀 와라.”



“어머니는 뭐라 하셔?”
“가족들이 더 반대야. 과외와 대학도 문제지만 아이들이 적응하기 더 힘들 거라고. 내 생각도 그래. 미국서 그저 평범하게 자라길 바랄 뿐이야. 셋째가 중학교 클럽에서 축구하는데 관심 갖고 지켜보고 있어. 정성기, 너 아들 테니스 선수라고 하지 않았냐. 지금도 잘 해?”




오징어 회.

 



자식 교육, 반론을 제기할 수 없었습니다. 왜?



“운동도 돈 없으면 못해. 국내외에서 게임을 해야 포인트를 얻는데 그게 힘에 부쳐. 스폰서 구하기도 힘들고. 우리 아들도 초·중학교 때는 테니스 국가대표 상비군도 했는데 점점 힘들더라. 중학교도 마포중에 갔는데….

이젠 체육선생 되기만 바라보고 있어. 아들이 운동 하는 걸 즐기며 바라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운동엔 동기부여와 근성이 중요한 거 같아. 요즘 운동선수들 보면 동기와 근성이 부족해. 축구하는 네 아들도 이걸 잘 지며봐.”


“아이들 가르치는데,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 필수라잖아. 요즘 젊은이들이 결혼 않고, 아이 갖지 않는 것도 다 교육 때문이야. 말은 안 해도 다 공감하는데 어찌 결혼해라 하겠어.”



친구들과의 수다에는 자식 둔 중년 남자들의 어려움이 그대로 녹아났습니다. 웬일인지, 취하지 않았습니다. 마실수록 정신이 더 멀쩡했습니다. 머릿속에서 “연봉 일억 오천에 자식 네 명 가르치기 힘들다”는 소리가 뱅뱅 돌았습니다. 왜 그랬을까? 자식 교육에 대해 반론을 제기할 수 없었던 탓입니다. 녀석, 안주가 꽤 흡족했나 봅니다.



“오징어 회. 아주 탁월한 선택이다.”




무더위 잘 나갈 바랍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갈치조림 맛처럼 그 인생 찐하게 스며들었다!
홍가만의 매력, 손님이 쟁반 들고 서빙하기
맨 먼저 뼈 발라낸 갈치 살은 아내 몫으로!
[여수맛집] 갈치조림 최고봉 - 봉산동 ‘홍가’











폭염 특보. 열대야. 푹푹 찝니다. 낮뿐 아니라 밤에도 시달립니다. 제대로 잠 잘 수 없습니다. 이러다 진짜 사람 잡겠습니다. 시원한 소나기라도 내리면 좋으련만 감감무소식. 이런 날 움직이기 두렵습니다. 허나, 어쩌겠어요. 목구멍이 포도청. 맛있는 거 먹고 힘내야지요. 지난 일요일, 아내에게 묻습니다.



“여보, 점심 먹자는데 뭐 먹고 잡은가?”
“우리 갈치조림 먹을까?”



아내, ‘먹고 싶다’는 말을 ‘의견 구함’으로 묘하게 비틉니다. 선택권 없는 ‘먹자’보다 “먹을까?”가 훨씬 낫습니다. 이견 없습니다. 예약을 맡깁니다. 아내, 번호 눌러 핸드폰을 제 귀에 대고 말합니다.





“홍가에요. 당신이 예약해요.”



여수 봉산동 ‘홍가’. 갈치조림으론 여수 시내에서 최고. 아내, 주인장이 거절할까봐 제게 미룬 겁니다. 주인은 최소 갈치조림 3인분 이상, 한 시간 전 예약을 원합니다. 그래야 갈치조림 양이 푸짐하고 맛나게 조려지기 때문입니다. 이 조건에 맞는데도 아내가 전화 미룬 건 손님이 많아 더 이상 받지 못할 걸 염려해서지요. 억지 써서라도 자리 구하라는 특명. 오죽했으면 ‘홍가~’ 시(詩)까지 있을까. 말 나온 김에 시부터 읊지요.





“진한 조림 맛처럼 그 인생 찐하게 스며들었다!”



     홍가 갈치조림 전문점


                                  임호상


  배부를 수밖에 없다
  바쁜디 왔다고 욕 얻어먹고
  예약 늦게 했다고 욕 얻어먹고
  2인분 시켰다고 욕 얻어먹고
  오랜만에 왔다고 욕 얻어먹고
  손맛 믿고 손님들 깔보는 저 자신감
  그냥 그 말들은 와서 좋다는 말
  주방에서 기름 톡톡 튀듯
  쉼 없이, 정이 욕으로 투덜투덜 튄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주방 앞에 서서
  서빙은 셀프라며 스스로 쟁반을 든다
  밑반찬 어느 것을 먹어도
  막걸리 한 사발 절로 넘어간다
  냄비 한 가득 넘쳐나는 당신의 손맛
  진한 조림 맛처럼 그 인생 찐하게 스며들었다




홍가에 와 본 사람들은 이 시를 보고 “어쩜 이렇게 잘 표현했냐?” 합니다.


일전에 임호상 시인과 술 한 잔 하러 홍가에 갔었습니다. 홍어 삼합 앞에 두고, 누님과 맥주 잔 나누며 세설 떨었습니다. 그러다 임 시인이 ‘홍가~’ 시가 수록된 시집 <조금새끼로 운다>까지 기념 삼아 드렸습니다. 누님, 즉석에서 시를 읽더니 “다 욕이네. 근데 마지막이 해피 앤딩이라 좋다”며 호탕하게 웃으시데요.



 



홍가만의 매력, 손님이 쟁반 들고 서빙하기



서비스라며 갈치조림을 내놓았습니다. 그 맛에 또 껌뻑 갔습니다. 실제로 홍가에서 서빙 하는 사람은 다 손님입니다. 시킨 것도 아닌데 신통방통 서울, 수원 등 외지 사람들까지 알아서 척척 쟁반 들고 반찬 나릅니다. 이게 홍가만의 독특한 매력이지요. 그렇지만 누님과 술 같이 마시면서 취중 진담 건넸습니다.



“(짐짓 강압조로) 사람 한 명 써요. 손님도 살리고 경제도 살리게.”
“(진심으로) 나도 힘이 부쳐 한 명 쓸라 하네. 나도 종업원한테 얼마나 잘한다고.”


“(부탁조로) 손님한테 욕 좀 그만 하쇼.”
“(해명조로) 내가 언제 욕을 해. 그냥 혼자 말이지. 나는 우리 집에 와서 음식 먹는 손님한테 조금이라도 더 맛있는 음식 내고 싶은 마음뿐이야. 찾아오는 손님들이 고맙지.”


“(계속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홍가는 언제까지 하실 거요?”
“(아쉬운 표정으로) 나도 천지가 아파. 남편이 진 빚 다 갚았으니, 앞으로 이년만 할라고.”
“(임 시인 욕심내며) 2년이라~. 제가 여기서 일할까요? 하하”











맨 먼저 뼈 발라낸 갈치 살은 아내 몫으로 돌리길!



12:30 3명 예약. 홍가에 도착했습니다. 서완석 통장어탕집 동백꽃 식당 사장, 갈치조림 먹고 있습니다. 먼저 온 옆 테이블 손님이 쟁반 들고 와 우리 탁자에 밑반찬을 놓습니다. 밑반찬은 양념게장, 고록(꼴뚜기) 젓, 마른갈치무침, 청각무침, 꼬막무침, 가지나물, 죽순나물, 배추겉절이 등. 물과 물수건은 우리가 직접 챙깁니다. 하여튼, 밑반찬 만드는 것도 일. 새벽 1시까지 만들다 들어갈 때도 있답니다.



여기 음식은 저희 어머니 손맛과 거의 흡사합니다. 달달한 것까지 비슷합니다. 특히 고록 젓과 마른갈치무침은 엄마 손맛을 빼다 박았습니다. 하지만 청각과 가지는 사양입니다. 시각 상 느글거려 먹지 않습니다. 어머니는 요거 때매 “내가 낳았지만, 뭔 이런 주둥이가 있을까!”라며 지금껏 타박하십니다.





가만 있자. 누가 갈치조림 냄비를 내왔나? 알쏭달쏭합니다. 아마, 또 손님일 거라는. 그건 중요치 않습니다. 갈치조림이 엄청 푸짐하다는 게 중요합니다. 양파 엄청납니다. 그러니 단맛이 강할 밖에. 감자부터 맛봅니다. 아주 잘 조려졌습니다. 푸짐과 잘 조려짐이 홍가 맛의 비결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 때문에 3인 이상, 1시간 전 예약을 강조하는 겁니다.



앞 접시에 적당히 뜹니다. 갈치 뼈 바르느라 초 집중. 귀찮긴 한데 조린 맛보려면 어쩔 수 없습니다. 여기서 잠깐! 맨 먼저 뼈 발라낸 갈치 살은 아내 몫으로 돌리시길. 효과? 걱정 마시라. 엄청납니다. 나이 먹은 남자들은 요런 걸 잘해야 대접 받습니다. 밥에 갈치를 올려 한 입 크게 넣습니다. 갈치조림이 입안에서 태풍처럼 움직입니다. 참을 수 없는 가벼움. 기어이 갈치조림 국물에 밥을 말았습니다요~~~.





댓글을 달아 주세요

절집, 무량수전에 앉아 비 소리 가슴으로 듣다!

나무 서만 있어도 ‘덕’이 좔좔, 우리네 인간은…
[섬에서 함께 놀자] 거제도 노자산 혜양사




경남 거제 혜양사입니다.

친절한 안내에 놀랐습니다.

용왕각 가는 길 수국이 탑스럽게 피었습니다.





“이 세상에 내 것이 어디 있나 사용하다 버리고 갈뿐이다!”


                                 -구인사 대조사 설법 중에서-



맞습니다, 맞고요. 그런데 마치 모든 게 제 것인 마냥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요즘 뉴스 보면 ‘안하무인’ 금수저 많더군요. 이런 삶은 처절한 고행이 필요합니다. 철드는 것도 인연 닿아야 가능하지만 그래야 비로소 철들어 ‘겸손한’ 금수저가 되니까. 여보시게, 상식을 벗어난 금수저들. 아래 시조 읽고 ‘종’의 참뜻 새기시게.



           종


                         도열스님(거제 혜양사 주지)


  언제나 내 곁에는 몽둥이가 누워있고
  나 보고 어쩌라고 이렇게 치는 건지
  도움이 되신다면은 백 번 맞아 죽으리다


  오늘도 매 맞으며 울고 서 있지 않소
  이 몸이 떨고 떨어 갈기갈기 찢어져도
  임들이 성불한다면 그 뿐인가 하리다


  여명이 빗장 끌러 해돋이가 뜰 때면
  새들은 좋다고 서 하늘 높이 날건만
  목매여 달려있느라 풀어야 할 실마리



종의 의미는...

도로와 처마가 절묘하게 어울렸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어느 절집이 이렇게 친절히 안내할까? ‘혜양사’



거제도 노자산 혜양사. 어쩌다 발걸음이 머물렀을까. 단지 인연에 따랐을 뿐입니다. 다른 절집에선 느끼지 못한 신선함이 있습니다. 절집 입구에서부터 뭔지 모를 묘한 설레임. 근본 원인은 알 수 없습니다. 그냥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습니다. 꼭 첫사랑과 대면하는 느낌. 왜 그랬을까?



“옥을 가는 그 마음으로 시 한수를 읽으면 얻는 것은 여의주로 저 하늘의 별 따리”



노자산 혜양사와 만다라화 시(詩) 공원을 알리는 안내판 글귀입니다. 이런 마음으로 살면 누구든 생불(生佛) 되겠지요. 노자산(老子山, 565m)은 “불로초 산삼이 있는 절경지에 살기 때문에 늙지 아니하고 신선이 된다 해 생긴 이름”입니다. 또한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 원목이 모두 이곳 후박나무와 자작나무다”고 하네요. 와우, 절집 입구에서 괜히 설레였던 게 아니었습니다.



“소망스런 여의주를 구하시렵니까/ 저마다의 뜻을 이뤄보시게/ 산신각 독성각 용왕각으로 가는 길/ 그대가 오시기를 기다리실 겁니다.”



절집으로 가는 곳곳에 안내판이 있더군요. 어느 절집에서 이렇게 친절히 대하며 안내할까? 주지스님이 시인이라더니 달랐습니다. 안내대로 대웅전 가기 전에 산신각, 독성각, 용왕각부터 들렀습니다. 가는 길, 수국이 피었습니다. 거제의 7월은 수국 천지입니다.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건물 세 채가 옹기종기 모였습니다. 이 무슨 역설일까. 바다 속 용궁 아닌 산 속 용궁 같다는.



산신각, 독성각, 용왕각입니다. 육지에 세워진 용궁 같습니다. 

번뇌는 별빛이라...

나를 내려 놓습니다.




나무 서만 있어도 ‘덕’이 좔좔, 우리네 인간은…



대웅전 가는 길, 안내판처럼 보이는 게 줄지어 서 있습니다. 이 뭘꼬? 찬찬히 들여다봅니다. 만다라화 시(詩) 공원이 있다더니 그것 같습니다. 읊조리는 투를 보니 시조 운율입니다. 자신의 마음을 투영한 작품 중, 그의 수행 정도를 가늠할 시조를 읽습니다.



      수   도


                    도열스님(거제 혜양사 주지)


  속 때를 씻으며 마음을 갈고 닦아
  술고담 안 드시는 청정한 몸과 마음
  탐진치 다 비우시니 티 없는 백옥일세


  벌 속의 진탕에도 물 안 드는 연꽃처럼
  금욕을 낙을 삼아 하늘을 바라보며
  인고로 수행하심은 별 중에 달일까


  지혜등불 켜들고 무명 속에 헤어나
  고통 받는 저 산 아래 빛의 손길 내리시어
  어둡고 메마른 중생 고해바다 배가 되리


           <주 : 술고담 - 술, 고기, 담배의 준말. 시조 운율 상 글자 수 줄임>



‘시가 번뜩입니다. “번뇌는 별빛이라~”던 만해 한용운 스님을 떠올립니다. 이쯤이면 작가 스님 뵙는 게 예의. 이에 앞서 관음전에 듭니다. 중생이 숨 쉬는 법당 공간에서 삼배 예를 차립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무량수전으로 향합니다. 많은 적송 덕분에 눈이 호강합니다. 나무는 아무렇지 않게 서 있어도 ‘덕’이 좔좔 흐릅니다. 우리네 인간은….



관음전입니다.

스님 시들이 여기에 이렇게 전시되어 있습니다.

관음전...





절집, 무량수전에 앉아 비 소리 가슴으로 듣다!



무량수전을 기웃거립니다. 정면 기둥에, 먼저 읽었던 시조가 쓰였습니다. 무량수전 오르는 계단에는 신발 두 켤레가 위아래로 가지런히 놓였습니다. 무량수전을 좌측으로 돌아들어 벽면을 봅니다. 단청, 탱화에 입이 쩍 벌어집니다. 드나드는 문까지 단청과 탱화와 잘 어울립니다. 참 단아합니다. 정결하고 곱디고운 아낙이 쓰는 정갈한 반짇고리 같은 느낌이랄까. 입구와 시조에 이어 또 벅차오릅니다. 도란도란 말소리가 들립니다.



“처음 오셨어요? 제가 안내 하지요.”



인연이었을까. 그가 나섰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안내지만 받기로 했습니다. 굳이 베풀겠다는 호의를 마다할 필요 없으니까. 스님, 뭐라 열심히 말씀하십니다. 허나, 전혀 기억 없습니다. 아마도 부처님이 귀를 막으셨나 봅니다. 스님과 마주앉았습니다. 고요한 절집, 무량수전에 앉아, 비 내리는 소리를 가슴으로 듣습니다. 그가 시집을 선물합니다. 눈에 들어오는 시조 하나. 제목만 봐도 얼굴이 화끈합니다. 내용은 그게 아니지 말입니다.



단청 등이 단아하고 정갈합니다.

도열 스님.

무릇 중생이란?





      나   체


                       최도열 스님


  섬 바위에 저 물새는 그 무엇을 생각할까
  창파에 고기들은 왜 저리도 뛰 솟을까
  바람에 물결이인 양 너울거린 실안개


  그 뭣을 보이려고 나체로 홀딱 벗고
  곱상스레 짝 뻗고서 저렇게도 누웠는지
  해초도 가리지 않고 맨송해진 해안선


  가공을 하연 듯이 천조로운 수평선은
  천상에 은하수로 칸막이를 하였거늘
  가뭇히 뚫어 본다고 내 가슴이 트이랴




해안선을 나체로 본 스님의 시적 감각에 감탄합니다. 빗줄기를 바라보며 정신을 가다듬습니다. 욕심으로 가득했던 욕망의 나를 내려놓습니다. ‘님하, 이 불쌍한 중생을 굽어 살피소서!’ 세상에 내 것이 어디 있을꼬? 무릇, 중생이란? 못난 금수저들에게 바랍니다. 아래 시를 읽고 의미를 되새겨 볼 일입니다. 절대자가 ‘왜?’ 인간에게 한계를 줬는지….



     유한 속에 살다


                           최도열 스님


  놀고먹으려 할까 봐 충만치 않게
  과욕을 부릴까 봐 유한 속에 살게
  영생도 추구하지만 생사가 있게


  출몰하는 해 달 속에 오가는 뜬 구름산
  자연의 섭리온데 막을 자가 있을까
  바람은 요동치느라 뒤흔드는 바닷물




무량수전입니다.

나무 석가모니불!

숨은 보배같은 혜양사.

깨달음이란?

댓글을 달아 주세요

숙취 해소에 그만, 복집에 걸린 액자 문구가?
해물을 즐겨 찾는 이유는 속이 편하기 때문
된서리 맞고 있는 거제 맛집, 심각한 경제난
[섬에서 함께 놀자] 거제도 먹을거리 해물찜과 복어탕





해물찜입니다.



섬이 그렇듯, 경남 거제도에도 먹을거리가 넘쳐납니다. 특산품으로 유자, 죽순, 알로에 등이 꼽힙니다. 바닷가답게 맛봐야 할 음식으로 생선회, 해물찜과 해물탕, 비빔밥(성게, 멍게)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그중 거제 토박이들이 권하는 거제 맛집의 해물찜과 복지리를 소개합니다. 이곳은 2015년과 2016년 거제여행에서 2년 연속 찾았던 식당입니다.



꽃게가...




고기를 야채랑 같이 먹으라는 이유가 ‘더부룩’



‘더부룩하다’란 말 들어봤을 겁니다. 이는 “그득하게 찬 듯이 편안하지 않고 거북하다”는 뜻입니다. 얹힌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는 주로 나이 든 사람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소화 불량 증상입니다. 나이 들면 자연스레 소화력이 떨어지기에 발생하는 거죠. 요, 더부룩 증상 해소 대안으로 제시되는 게 음식 요법입니다.



민간에선 돼지, 소, 닭 등 고기류를 먹으면 소화가 잘 안된다고 합니다. 그래 생선, 조개 등 해물류를 권합니다. 더 뱃속이 편하다는 겁니다. 실제로 고기 섭취 후와 해물 먹고 난 뒤가 분명하게 차이 납니다.


고기 먹은 후에는 운동과 매실 등으로 소화를 도와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그래서 고기는 야채와 함께 먹으라고 하는 게지요. 하지만 해물을 먹고 난 뒤에는 별 무리 없습니다. 어른들이 고기보다 해물류를 선호하는 이유입니다.




해물을 잘라줍니다.




해물을 즐겨 찾는 이유는 속이 편하기 때문



“뭐 먹고 싶은가?”
“해물이요.”



거제문인협회 김용호 회장과 거제농산물수출영농조합법인 남기봉 대표가 망설임 없이 이끌고 간 곳이 고현의 ‘남천해물’ 식당입니다. 이곳은 해물찜과 해물탕으로 유명합니다. 지인의 물음에 주저 없이 ‘해물~’로 대답한 이유가 있습니다. 위에서 밝혔듯이 해물을 먹으면 속이 편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으로 나오는 물김치는 덤입니다.



이곳 해물찜은 해물을 쪄서 그냥 나오는 게 아닙니다. 아구찜처럼 콩나물과 고추 등의 양념을 함께 버물러 곱디고운 색으로 변신해 나옵니다. 그리고 푸짐합니다. 꽃게, 문어, 전복, 가리비, 새우, 미더덕, 소라 등이 어울려 매콤합니다.



하여, 술안주에 좋지요. 바닷가에선 술이 육지보다 많은 양을 마신다고 합니다. 이는 파도가 부서지며 발생하는 산소량이 풍부해서랍니다. 하니, 무턱대고 마셨다간 다음 날 아시죠? 술 조절이 필요합니다.




다 먹은 후 비벼줍니다.

푸짐합니다.




된서리 맞고 있는 거제 맛집, 심각한 경제난



가족 단위 혹은 4, 50대가 주로 찾는 남천식당. 저녁 7시. 지난해와 천지 차이입니다. 지난해 4월에는 자리가 없어 기다린 후 겨우 한쪽 구석을 차지했었습니다. 그런데 올 7월에는 손님이 4좌석만 찬 상태. 테이블 절반도 채우지 못했습니다. 해물찜 먹은 후 밥 볶아주시는 분 말씀이 침울하게 합니다.



“손님이 지난해에 비해 2/3가 줄었다. 거제도를 떠받치던 조선업 구조조정의 여파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지난 해엔 자리가 없었는데...

올핸 텅텅비었습니다.




조선업의 메카 거제도. “경제난이 심각하다”더니, 정말이지 된서리를 맞고 있습니다. 잘나가는 맛집들이 파리 날리는 상황이니 다른 식당들은 말해 뭐할까. 그나마 있는 손님도 서둘러 나갑니다. 밤 9시에 문 닫을 판입니다. 일행, 9시가 못돼 일어났습니다. 남아 있던 한 테이블, “우리도 나가야겠네!”합니다. 참새와 방앗간. 한 군데를 더 들렸습니다.



선술집. 어, 여긴 손님이 버글버글합니다. 중앙 홀에 앉을 자리가 없어 옆 홀에 앉을 정도. 막걸리와 부침개를 시켰습니다. 색과 내용물이 각기 다른 세 가지 전이 나왔습니다. 이후로도 꾸준히 손님이 들어오더군요. 손님 연령대가 대부분 2, 30대. 장사도 비교적 경기를 덜 타는 젊은 층을 겨냥해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선술집 술상 차림.

손님이 바글바글...

복지리 한상차림...

 



숙취 해소에 그만, 복집에 걸린 액자 문구가?



“어제도 오시더니
오늘도 오셨군요
내일 또 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식당에 걸린 문구가 재밌습니다.



술 먹고 난 뒤 숙취 해소에 그만이라는 복국. 식당 ‘미나리 복집’에 걸린 액자 문구입니다. 문구 하나에도 감정 이입이 되더군요. 글귀처럼 불황에 단골이 되어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우리나라 도시소득 순위 상위권을 차지했던 거제도. 경기 침체라 더욱 절실할 것 같습니다. 오전 11시30분. 손님이 든 곳은 4 테이블. 지난해 4월과 마찬가지로 1/3이 찼습니다.



이 식당은 복탕 먹는 방법이 독특합니다. 다른 곳은 대개 콩나물과 야채를 소스에 찍어 먹습니다. 여기는 복국과 함께 양념장이 담긴 그릇이 따로 나옵니다. 복국에 있는 콩나물과 야채를 건져 다른 그릇에 넣은 다음 양념에 비빕니다. 그 위에 밥을 얹어 비빈 후 먹으면 됩니다.





복국...

야채를 들어내 밤과 비비고

와, 시원타~~~




“뭐 먹을 끼가?”
“복국.”


“여긴 전문점이라 복도 종류가 있다. 골라라.”
“까치복지리.”



밥을 최대로 듬뿍 떠 한 입 먹습니다. 땀이 삐질삐질 납니다. 이 또한 나이 들어 생기는 현상입니다. 예전 같으면 어지간히 매운 거 아니면 땀나는 거 꿈도 못 꿨을 겁니다. 요즘엔 뭐만 먹었다 하면 조금이라도 땀이 납니다. 반응이 무뎌진 건지, 예민한 건지, 조차 헷갈립니다. 확실한 건, 숙취 해소는 분명하다는 사실입니다.






 

복어...

댓글을 달아 주세요

섬에서 섬으로의 여행은 설렘, 해금강과 외도
해금강 안 가고, 외도 가는 이유, 그런가 보다
해금강을 앞마당으로 둔 ‘서자암’, 대단한 안목
여행, 올려다보는 것과 내려다보는 것의 차이
[섬에서 함께 놀자] 거제도 해금강, 외도, 우제봉













거제도 하면 떠오르는 관광지는 ‘해금강’과 ‘외도’입니다. 그러니까 이곳은 18년 전에 왔습니다. 신혼 초, 아내와 함께였지요. 당시, 저 덕분에 결혼했던 부부의 초청으로 얼떨결에 나선 여행길에 우여곡절 많았습니다. 아! 글쎄, 고속도로를 타고 가던 중 차 본 네트가 일어나 식겁했지 뭡니까. 덕분에 아내에게 무지막지한 타박을 받아야 했습니다.



“차 점검도 안하고, 어떻게 아내를 태우고 장거리 운전을 할 수가 있어?”



티격태격 한바탕 부부싸움까지 벌어졌지요. 지금 생각하면 신혼 초의 사랑 놀음인 부부싸움이 그립기도 합니다. 하여간, 철사 등으로 고정한 후 비상등을 켠 채 천신만고 끝에 겨우 당도했던 거제. 똥차에 대한 씁쓸한 기억이 아름다운 거제도 추억이 될 줄 예전엔 미처 몰랐네요.









해금강은 안 가고, 외도만 가는 이유, 그런가 보다




“교수님, 해금강하고 외도 가요.”
“난 외도는 안 갈란다. 너무 자주 갔다. 니 혼자 갔다 오라마.”



이번 거제 여행의 최대 목적인 해금강과 외도 중 하나가 사라질 판이었습니다. 딸랑 둘이 움직이는 여행에서 안 간다는 사람 붙잡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삐져봐야 자기만 손해. 이 일을 어이 할꼬? 거제 토박이들은 일하느라 바쁜 상황. 하여튼 해금강이라도 갈 요량으로 바람의 언덕 밑 선착장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해금강은 안 가고, 외도만 갑니다.”



난감하대요. 유람선이 해금강 안 간다는 생각 전혀 못했습니다. 어떻게 거제도에서 가장 빼어난 절경이라는 해금강, 수억 년간 파도와 바람에 씻기며 만들어진 그 자체가 아름다운 조각품이라는 해금강을 안 갈 수 있을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저 파도가 세 “그런가 보다” 했지요. 기필코 가고야 말겠다는 집념이 갈개마을로 이끌었습니다.



“해금강은 안갑니다.”



크게 실망하며 나왔습니다. 사정을 들은 지인 “코스는 갈낀데?” 합니다. 코스별로 출항기준이 있대요. 그걸 모르고 해금강만 고집했던 겁니다. 외도는 안 간다던 지인, 실망한 저를 보며 “2코스로 가자”며 달래더군요. 알고 보니 “기본 2코스 해금강 주변~ 외도 상륙 포함 2시간 10여분”이 걸리더군요. 감지덕지, 승선권을 끊었습니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섬에서 섬으로의 여행은 설렘, 해금강과 외도



섬에서 또 다른 섬으로의 여행은 ‘설렘’이란 색다름이 있습니다. 거제 ‘해금강’과 ‘외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람선이 출렁입니다.



“갈곶리 갈개마을 남쪽 약 500m 해상에 위치한 바위섬을 해금강이라 부른다. 두 개 섬이 맞닿은 해금강은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하며, 1971년 명승 제2호로 지정되었다. 칡뿌리가 뻗어 내린 형상이라 붙여진 ‘갈도(갈곶도)’보다 바다의 금강산을 뜻하는 해금강으로 더 불린다. 십자동굴을 비롯해, 사자바위, 부처바위, 촛대바위 등 기이한 암석이 많다.”



어째 이런 일이. 유람선이 섬을 한 바퀴 핑 돌고 맙니다. 해금강의 백미인 십자동물 속을 구경조차 못하다니. 절로 한숨이 푹푹 나옵니다. 왜냐하면 명승 제1호인 백도를 지난달에 돌아 본 터라 비교감에 실망이 더 큽니다. 어쩌겠어요. 또 “그런가 보다” 했지요. 유람선은 그길로 외도로 내뺐습니다.



‘외도’. 아시다시피 일 년 내내 꽃이 지지 않는 섬, 희귀 아열대 식물이 어우러진 이국적 풍광을 자랑하는 섬, 부부가 열정을 받쳐 나무를 가꾼 이야기로 유명합니다. 노사연이 부른 ‘바램’이란 노래 가사 중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것이다”란 부분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외도, 18년 전과 다른 점은 자연이 풋풋한 게 아니라 좀 더 깊어졌다는 느낌입니다. 익어가는 사람으로서 깊어진 섬에서 차 한 잔의 여유,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해금강을 앞마당으로 둔 ‘서자암’, 대단한 안목




“해금강과 외도를 돌았는데 뭔가 2% 부족해요. 왜 그러죠, 교수님?”
“용호 형이 해금강과 외도 본 후 꼭 우제봉 갔다 와라 캤다. 우제봉 가자.”



유람선에서 내려 우제봉으로 향했습니다. 100m쯤 갔을까. 내려오는 일행이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정상이 여기서 먼가요?”
“저희는 가다가 되돌아오는 중입니다.”


“왜, 무슨 일 있으세요?”
“올라가는 사람도 없고, 딸 신발이 시원찮아 돌아오는 겁니다.”



숲길 포근합니다. 땅 참 기름집니다. 땅기운 따뜻합니다. 아늑합니다. 인적 없어 더 상쾌합니다. 암자까지 있습니다. 암자 입구에 의자 두 개 놓였습니다. 해금강이 코앞입니다. 해금강을 앞마당으로 둔 암자 ‘서자암’. 대단한 안목입니다. 법당 부처님께 삼배 올리면 뭐든 다 들어 줄 것 같은 풍광이랄까. 법당 가는 길목에 만난 인기척. 저녁 공양 중입니다. 넉살좋게 스님께 탁발 혹은 차 한 잔하고 싶으나 갈 길 멀어 참습니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여행, 올려다보는 것과 내려다보는 것의 차이와 2%



좋은 땅 기운에 힘 받았을까. 계단을 두 개씩 오릅니다. 그래도 힘이 팍팍 솟습니다. 우제봉엔 진시황의 불로초를 찾아 천하를 헤맨 서불 전설까지 스며있습니다. 어느 덧 정상. 왼쪽으로 해금강과 외도. 오른쪽으로 대·소병대도 등을 낀 풍경이 그윽합니다. 뭔가 부족했던 2%를 찾았습니다. 이래서 우제봉에 꼭 오르길 권했구나, 싶습니다. 올려다보는 것과 내려다보는 것의 차이지요.



그랬지요. 아내도 거제 여행길 동행을 원했습니다. 그러나 업무 과다로 포기했습니다. 하여, 아내를 위해 뭔가를 해야 하는 상황. 우제봉의 감흥을 사진으로 보냈습니다. 헉, 아내 “목 좋은 자리에서 장범준 콘서트를 봤다고 짱”이라며, 아이들 표현을 빌리자면 ‘개 무시’입니다. 그래, 해금강과 외도 사진 한 장씩 더 보냈더니, 그제야 “헐~”이라는 반응입니다. 이쯤이면 속마음 내비춰야 합니다.



“우리 다음에 거제 추억 여행 꼭 같이 하세나!”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거제도, 조선업에서 문화까지 어울린 낭만 도시
신선대에서 ‘중년’ 그리고 ‘도인’까지 넘나들다
[섬에서 함께 놀자] 거제도 바람의 언덕. 신선대, 비빔밥, 유자





바람의 언덕

신선대

비빔밥







여행 떠날 때 목적지는 두 가지에서 결정됩니다.



“어디로 갈까?”



여행에서 ‘가고 싶은 곳’ 매우 중요합니다. 허나, 요즘은 더 끌리는 게 있습니다.



“누구를 만날까?”



‘보고 싶은 사람’은 여행으로 이끄는 또 다른 매력입니다. 두 가지 다 충족되는 경우, 여행 만족도는 배가 됩니다. 지인과 여행길에 오른 곳이 경남 거제도입니다.



해금강, 외도, 바람의 언덕, 신선대 등 볼거리와 보고 싶은 지인이 있는 최적의 여행지였지요. 게다가 조선업 구조조정 여파로 침체된 거제도에 관광을 통한 신바람 넣기 등 외적 요인이 필요한 터라 의미가 더 값졌습니다.



7월 거제, 수국이 절정입니다.

연인들 바람의 언덕에서 추억쌓기 중입니다.

수국이 주는 멋은?...




조선업에서 문화까지 어울린 낭만 도시, 거제도




      고향이란


                    권민호


   누구나의 마음속에
   튼튼한 줄 하나 매어놓고
   또 다른 끝자락을 박아 놓은 곳
   은근한 불이
   구들을 데워 추위를 막아주듯
   외롭고 의지할 곳 없는
   상처받은 마음을
   조용히 감싸주어
   다시 힘차게 달려 나갈 수 있도록
   보살펴 준 보금자리



현 거제시장의 시(詩)입니다. 시를 본 곳은 거제 와현해수욕장 해변 무대의 ‘해변 시낭송 콘서트’ 장이었습니다. 행사장 주변에 걸린 시화전 중에서 발견한 겁니다. 뿐만 아니라 거제시의회 반대식 의장의 시까지 있어 놀랐습니다. 거제, 조선업 도시로만 알았더니 문화까지 어울린 낭만 도시대요. 암튼 지금의 어려움 현명하게 극복하기 바랍니다.



거제시장과 거제시의회의장의 시가 시낭송 콘서트장에 걸렸습니다.



거제, 첫 방문지로 선택한 곳은 ‘바람의 언덕’과 ‘신선대’입니다. 그간 거제도에 심심찮게 갔으나 이곳만은 처음입니다. 사람들과 노는데 정신 팔려 자연 경관 구경은 뒷전이었던 까닭이지요. 이번에 발견한 것 중 하나가 ‘수국’입니다. 해변에 쫙 깔린 수국이 탐스러운 꽃을 피워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었지요. 수국이 보고싶다면 7월 거제도로 가시길. 시 ‘바람의 언덕’부터 감상하게요.

 




      바람의 언덕


                      반대식


   언덕에 서서 두팔로
   바람을 움켜 안아보니
   허공만 가르는구나
   문득 떠오르고 사라지는
   추억의 저장고에서
   가끔씩 찾아오는
   그대를 불러봅니다




커다란 풍차가 눈길을 사로잡는 바람의 언덕. 위 시에서처럼 사람에게 안기지 않는 ‘바람’과 ‘추억’을 쌓으려는 사람들이 쉼 없이 오가더군요. 커플 티를 한 젊은 연인들. 아이 손을 잡은 신세대 부부들.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이야기 꽃 피우는 노 부부. 바람의 언덕에는 바람 뿐 아니라 삶과 꿈이 있었습니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오가는 사람들. 저마다 삶이 있습니다.

바람의 언덕 아래 마을.

바람의 언덕, 상징인 풍차.




신선대에서 ‘중년’ 그리고 ‘도인’까지 넘나들다



여행에서 차 한 잔의 여유. 뺄 수 없지요. 거제도에 온 만큼 거제 특산품을 마시기로. 이게 여행지에 대한 관광객의 예의지요.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카페 ‘뮤즈’를 찾았습니다. ‘유자’ 본고장 거제. 프랑스까지 수출한다는 거제 유자.



거제도의 고운 햇살과 바람의 맛이 담긴 ‘햇살긴 바람의 유자 효차’와 ‘햇살긴 바람의 유자빵’을 주문했습니다. 요런 건, ‘인증 샷’이 필요하다는.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선물용 유자빵.

인증샷이 필요합니다. 유자빵, 그 맛은...

차갑게 마시는 유자효차...

프랑스에 수출하는 유자.

신선대 가는 길목, '뮤즈'에서 유자빵과 유자차를 찾으세용~^^




신선대에 앞서, 신선대 전망대로 향합니다. 전체 조망 후 부분으로 몰입해 들어가기 위함이지요. 다포도, 대매물도, 대병대도, 천장산, 망산…. 바람의 언덕이 툭 트인 시원함이 상징이라면, 신선대는 신선들의 쉼터답게 안구 정화에 제격입니다. 살아 움직이며 출렁이는 바다, 바위에 부서지는 흰색의 파도, 옹기종기 대화하듯 점점이 모인 섬들. 맞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디든 화려강산이요, 금수강산입니다.



“집 나오니, 좋긴 조오타~!”



앞서 걷던 지인의 여행 예찬입니다. 짧은 말에서 ‘숨 쉴 것 같다!’란 숨은 속뜻을 봅니다. ‘중년’이란 나이는 해야 할 일이 가득합니다. 자녀와 부모 등 보살펴야 할 가족이 있습니다. 아내 잔소리도 꾹꾹 견뎌야 합니다. 명예퇴직이 보편화된 직장에선 눈치껏 살아남아야 합니다. 친구 사이에선 비굴하지 않게 적당히 버티는 법도 터득해야 합니다. 모임에선 기죽지 않을 약간의 허세가 필요합니다. 이게 다 중년의 현명한 세상 버티기 방책입니다.



신선대 가는길에는...

섬이 예술입니다...

신선대 전망대서 본 바다...




신선대 가는 길, 예술입니다.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은 즐거움 가득합니다. 한 여름의 따사로운 햇살 받은 넓은 바위에 걸터앉았습니다. 마치 군불 뗀 방에 앉은 기분. 사명대사의 일화가 떠오릅니다. 그렇게 신선에서 도인까지 넘나듭니다.



“임진왜란 후 왜놈에게 잡혀간 조선 사람을 찾으러 일본에 간 사명대사. 왜놈들은 군불을 때, 설설 끓는 방안에서 사명당이 죽기를 바랐다. 왜놈들이 방문을 열어 사명당의 죽음을 확인하려던 순간, 사명당은 오히려 ‘방이 춥다’고 큰소리쳤다. 조선 사람들은 사명대사의 도술 덕분에 조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신선대. 신선이 될 거 같지요?

신선대 가는 길.

신선이 되는 비결요?...




거제도의 참맛, ‘으매, 죽겠네!’ 성게·멍게 비빔밥



거제도 여행에서 꼭 먹어보라는 성게와 멍게 비빔밥. 일행이 둘이라서 참 다행입니다. 지인이 고른 건 성게 비빔밥. 저는 멍게 비빔밥으로. 어, 가격이 다르네요. 성게 비빔밥은 15,000원. 멍게 비빔밥은 12,000원입니다. 귀함이 가격의 차이로 나타나지 싶습니다.



여기에 막걸리 대령입니다. 아시죠? 타지에서 온 막걸리는 되도록 피하라는 거. 당연히 거제도 산 저구막걸리입니다.



또 다른 먹거리 팁입니다. 거제서 꼭 먹어봐야 할 먹을거리는 '사백어'입니다. 거제 토박이 남기봉 씨 추천사입니다.



“남자 정력에 특히 좋은 사백어는 꽃피는 춘삼월에 잡히는 물고기다. 이걸 살아 있는 채로 통째로 먹어야 맛있고, 몸에 좋다. 거제 남자들은 없어서 못 먹는다. 외지에서 온 사람들도 정력에 좋다는 말에 징그럽다 하면서도 꾸역꾸역 다 먹더라. 여자들은 징그러워 손 못 대더라.”



지난 3월, 사백어 먹으러 오라는데 일이 있어 못 갔습니다. 아직 먹어보질 못해 무척이지 아쉽습니다.



식당 안, 무더위에도 문이란 문은 죄다 열렸습니다. 멀쩡한 에어컨 대신 문 활짝이라니. 그 이유 알겠대요. 시원하게 들어오는 바람이 춥게 느껴질 지경이대요.



밑반찬이 나왔습니다. 미역줄기, 배추김치, 고구마대 무침, 오이무침, 도토리묵, 미역국, 고록 등. 이어 막걸리가 나왔지요. “따~르~시~오~!” 운전하는 지인, 분하다는 표정입니다. 운전 앞에서 참는 게 도리.



비빔밥이 나왔습니다. 오이, 상추, 양배추, 무생채, 김 가루, 깨 고추장은 같습니다. 마무리를 멍게로 하느냐, 성게를 올리느냐에 따라 성게 비빔밥과 멍게 비빔밥으로 갈립니다. 비빔밥, 쓱싹쓱싹 비빈 후, 한 사발씩 떠, 상대편에게 건넵니다. 같이 맛 봐야 직성이 풀린다는 배려지요. 바다 향이 입 안 가득 퍼집니다.



“으매, 죽겠네!




거제 막걸리...

성게 비빔밥입니다.

멍게 비빔밥입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16.07.25 15:41

법종 스님의 해맑음 토끼가 알아봐 ‘이심전심’
돌종 소리 ‘종석대’와 우번 스님의 전설 ‘우번대’
스님, 외로움을 어떻게 이기셨습니까?...‘수행’
[해탈로 가기] 지리산 종석대 밑 ‘우번암’





지리산 우번암입니다.








희망사항이 있었습니다. 가당찮게 “깨우침을 얻은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종석대 돌종(石鐘) 소리” 듣기를 학수고대했습니다. 이 욕심이 지리산 종석대 밑 ‘우번암’으로 이끌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혹시나’는 ‘역시나’였습니다. 게으른 중생이 무슨 ‘해탈’을 얻겠다고 감히 나섰을꼬. 그럼에도 깨우침이 있었습니다.



걸음을 멈췄습니다. 노고단과 종석대가 훤히 보이는 바위에 섰습니다. 자두를 꺼냈습니다. 자두는 목마름과 허기를 동시에 물리칠 비책이었지요. 노고단을 휘감은 구름이 한입 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땅에 씨를 뿌리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훗날 이 길에서 주렁주렁 달린 자두와 만나는 상상을 했습니다. 우번암 별채, 해우소를 거쳐 우번암에 이르렀습니다.





토굴입니다. 여기서 혼자 40여년을 사셨다니...




우번암 별채입니다.




40여년 홀로 수행하신 스님, 마음의 문을 열다!



우번암(牛翻庵)은 양철집입니다. 양철지붕이 비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줄로 단단히 동여 맺습니다. 더덕이 줄을 타고 오릅니다. 더덕 향이 우번암을 감쌉니다. 향초가 굳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유리를 통해 절집에서 움직이는 한 사람을 봅니다. 절집 옆으로 텃밭과 우물, 산신각이 자리합니다. 지인이 샘에서 물을 떠 산신각에 올립니다. 물 한 모금 마십니다. 시원합니다.



소담한 장독들 반질반질 합니다. 이걸 보니 부지런한 스님 같습니다. 문 여는 소리와 함께 민머리를 한, 사람이 나옵니다. 오전 예불을 마친 법종 스님일 거란 짐작뿐. 그가 사람을 보고도 아무 말 없이 샘터에서 그릇을 씻습니다. 부처님께 제를 올렸던 그릇들입니다. 스치는 나그네가 익숙한 듯합니다. 우물가의 스님 옆으로 다가 가 말을 건넵니다.



“스님, 암자에 사람들이 자주 오나요?”
“예전에는 일 년에 두 세 사람 봤는데, 요즘은 지나는 사람이 조금 있습니다. 사람들이 사진과 글을 인터넷에 올려 많이 알려졌습니다.”



지인이 서먹한 대화 사이에 끼어들었습니다.



“법종 스님, 안녕하십니까?”
“어~, 난 또 누구시라고. 어서 오세요.”



목소리가 확 달라졌습니다. 스님, 경계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습니다. 친근함과 반가움이 앞섭니다. 아는 사람에게 특히 잘한다는 우리네 모습 그대롭니다. 스님, 촌로 같다더니 영락없이 촌로입니다. 40여년을 우번암에서 홀로 수행하셨다는 법종 스님, 그렇게 마음의 문을 열었습니다.




우물가에 나와 제기를 씻는 스님.

산 중에 있으니...

우번암이 있던 자리




법종 스님의 해맑음을 토끼가 알아 봐 ‘이심전심’



법당으로 향합니다. 오래된 토굴이라 문 열기도 힘듭니다. 삐걱대는 문, 겨우 열었습니다. 목탁, 죽비, 법요집 등이 놓인 탁자. 걸린 승복. 켜진 촛불. 연등. 문수도량인 지리산,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을 모셨습니다. 벽 한쪽엔 달마도가 걸렸습니다. 삼배를 올립니다.



“스님, 식사하세요. 스님 것까지 김밥 세 개 사왔습니다.”



피식 웃음이 납니다. 오지 절집에서 점심 공양이 김밥이라니. 스님도 머쓱했을까. 옥수수 세 개를 내오십니다. 그러면서 “간을 안 한 자연 그대로의 옥수수 맛이라 입맛에 맞으려나?”하십니다. 오지 산중에 눈으로 먹는 옥수수 맛은 일품입니다. 셋이 우번대(텃밭) 앞 평상에 앉아 김밥으로 황제의 밥상을 차렸습니다. 옥수수 하나를 집어 들었습니다. 자연의 맛 그대롭니다. 음식을 남겼습니다. 산짐승들 몫입니다.






법종스님...



황제의 밥상입니다.


길...




“암자에 재밌는 일이 생겼습니다. 산토끼가 어제 오늘 이틀 연속 오더니, 내가 가까이 가도 풀만 먹고 도망을 안가요. 좋은 일 있으려나 했습니다.”
“저희가 올 줄 토끼가 벌써 알았나 봅니다. 산속에 같이 사는 식군 줄 토끼가 안 게죠.”


“내가 고기나 먹고, 나쁜 짓하며 살았어 봐. 산토끼가 진작에 도망갔지.”
“그러게요. 토끼들도 사람 보는 눈이 있겠지요.”



스님의 해맑음을 토끼가 안 게지요. 이심전심. 자연 속에 있으니 스스로 자연이 된 게지요. 스님의 천진하고 선한 눈은 순간순간 번쩍였습니다. 우번암은 “50년 전쯤 스님의 스승인 백운 스님이 지었다”고 합니다. 이후 지금의 법종 스님이 백운 스님을 대신해 수행 중입니다. 우번암은 경허 스님(1849~1912)의 3대 제자인 삼월(三月) 중 맏상좌인 수월 스님 등이 머문 곳입니다.




대나무 꽃이 피었습니다.





돌종 소리 ‘종석대’와 우번 스님의 전설 ‘우번대’




“처음에는 나 혼자 있으면서 보따리 많아 쌌어. 나가도 며칠 있으면 다시 여기로 돌아와 있더라고. 또 지리산 노고단을 지키는 삼신 할매가 나를 잡아먹으려고 많이 나타났어. 할매랑 같이 싸워 이긴 후에는 다시는 안 나타나대. 할매가 어디 그냥 할맨가. 부처님이지. 저놈이 여기서 얼마나 버티나 보자 시험한 거지. 그렇게 사십 년이 훌쩍 넘었어.”



홀로 수행한 역사가 들어 있었습니다. 이는 종석대 돌종이 다른 방식으로 울렸다는 소리였습니다. 스님, 경허 스님 일화와 우번대의 전설을 만지작거리더니 일순간 꺼내십니다.



“경허 스님이 수행하던 중, 불공드리러 온 여자와 한 방에 살게 됐대. 근데 스님과 여자가 한 방에 같이 살아도 아무 일이 없는 거라. 그 여자가 불공을 마치고 돌아가면서 ‘난 여자 아니냐?’고 서운해 했대. 경허 스님은 남녀 구분을 이미 넘은 거지.”



“신라 때 젊은 스님 우번이 상선암을 찾아 10년 좌선 수도를 결심하고 수행했다. 9년째 되는 어느 날, 소복 입은 한 여인이 나타났다. 유혹에 넘어간 우번은 여인을 따라 종석대에 올랐다. 어느 순간 여인은 사라지고 관세음보살이 서 있었다. 우번은 관세음보살이 자기를 시험하기 위해 여자로 변신한 것임을 깨닫고 어리석음과 허튼 마음을 참회했다. 우번이 다시 눈을 뜨니 관세음보살은 간데없고 그 자리에 큰 바위만 우뚝 서 있었다.


우번은 수행 부족을 깨닫고 상선암 대신, 관세음보살이 서 있던 그 바위 밑에 토굴을 파고 수도했다. 우번은 마침내 성불하여 신라의 큰 스님이 되었다. 우번 스님이 도통하는 순간, 신비롭고 아름다운 돌종 소리가 울렸다 하여, ‘종석대’라 부른다. 종석대는 우번 조사가 수도정진한 곳이라 ‘우번대’, 관세음보살이 현신했던 자리라 ‘관음대’라고도 불린다.”






해탈로 가는 우번암...




종석대... 돌종 울리는 소리...



삼배...






스님, 외로움을 어떻게 이기셨습니까?...‘수행’




“스님, 외로움을 어떻게 이기셨습니까?”



혼자 40여년 수행 중인 법종 스님을 만나면 던질 화두였습니다. 그러나 스님을 만난 후 질문을 거둬들였습니다. 그는 부처님 전에 매일 하루 세 차례씩 예불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고행(苦行) 속 수행이 모든 것을 이기는 원동력이었습니다. 하여, 외로움 대신 삶에 대해 물었습니다.



“삶은 인간이 가야 하는 길입니다. 나쁜 짓하지 말고 착하게 살아야 합니다. 인연법이지요. 당한 사람은발 뻗고 자지만 가해자는 발 뻗고 못자는 이치입니다. 이것도 내가 당해보니 꼭 그런 것 같지 않아요. 저도 사진을 20여년 했어요. 어느 날 필름, 사진, 카메라를 다 도둑맞았어요. 사진에 미쳐 다니니까 부처님이 정신 차리라고 그랬나 보다 했지요. 참선은 자기가 찍으려는 사진 앵글이 잡히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아요. 이게 삶이지요.”



스님 연세가 76세랍니다. “이제 몸이 예전 같지 않다”며 “병원에 가야”하는 서글픔을 전했습니다. 누군들 육신의 나이를 이기겠습니까. 그러면서 스님은 병원비 걱정을 했습니다. 혼자 수도 정진하느라 무소유 삶을 살았기에 충분히 이해됩니다. 병원비, 제가 후원하겠다고 큰소리쳤습니다. 부처님께서 후원자를 물색해 주시리라 믿으면서!



스님, 길 떠날 채비합니다. 경북 구미에서 오는 손님 맞기 위함입니다. 그분이 우번암에서 쓰는 양초를 도맡아 대준다니 감사할 일이지요. 이런 공덕이 모여 큰 덕을 입을 겁니다. 인연법. 하룻밤 묵을 날을 기약하며 스님과 함께 길을 나섰습니다.




더덕 향이...

댓글을 달아 주세요

우번암, ‘집 떠남’은 설레임이 있습니다!
‘천천히 느리게 걷기’ 속에 정화(淨化) 가득하고
[해탈로 가기] 지리산 종석대 아래 ‘우번암’ 가는 길





지리산 산의 깊음은...





왜 그랬을까. 번번이 어긋났습니다. 지인과 종종 절집 순례를 합니다. 근데, 이 절집은 가는 날이 요상하게 잡히지 않았습니다. 사대가 맞을 법 한데도. 때가 아니었나 봅니다. 마음 너그럽게 먹었습니다. 그래 설까, 아님 바람이 컸을까. 드디어 소원 풀었습니다. 지리산 종석대 아래 토굴 ‘우번암’. 인연은 소소한 말에서 시작되었지요.




“지리산 토굴에 한 번 가세. 우번암 스님은 스님이라기보다 촌사람 같은데 자네랑 어울릴 거네.”



인연. 맺기 쉽지 않았습니다. 지인은 “우연히 절에 따라 갔다 인연이 됐다”며 “하룻밤 묵으려면 여름이 좋다”고 했습니다. 아무렴. 지리산 정기 받으려면 하룻밤 자야지요. 그랬는데 2년이 훌쩍 지난 후에야 찾게 된 겁니다. 그 어렵던 일정이 풀리려니 쉽게 풀리더군요. 심심풀이 땅콩삼아, 무심코 넣은 문자가 대박난 겁니다.



“성님, 낼 아침 지리산 절집에 가요?”
“낼 아침 8시에 만나세. 몸만 오면 김밥은 내가 가져갈게.”



성삼재 주차장에서 노고단 가는 길입니다.




콧노래가 나옵니다. 다시 되돌아와야 하는데도, ‘집 떠남’은 역시 설레이는 뭔가가 있습니다. 이 맛에 떠나는, 또 길 위에 서는 게지요. 떠남은 동행이 ‘누구냐?’가 한 몫 합니다. 대개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구별은 간단합니다. 1차는 ‘내게 잘 해주는가, 아닌가?’로 판명 납니다. 2차는 인간성. 3차는 깊은 정으로 구분되지요.



동행한 지인과 나이 차가 15년여 나는데도, 절집을 함께 다니는 이유가 있습지요.



첫째, 어슷한 사람 ‘끼리끼리’지요.

둘째, 종교적으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기에.

셋째, ~을 통해 삶을 ‘함께 배움’이지요.



또 다른 이유로는



첫째, 말수가 적다는 거.

둘째, 겸손하다는 거.

셋째, 삶의 향기가 있어 끌리기 때문입니다.



‘훌쩍 떠남’에 이런 사람과 동행하면 흥이 절로 나지요.



노고단 가는 길과 노고단...



- 형수님과 왜 같이 안 다니세요?
“집 사람 취미는 따로 있어. 자꾸 권하면 강요가 돼. 자기가 즐기는 걸 해야지.”



- 승진이 안 되는 사람은 왜 그럴까요?
“살펴보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 답은 자기 안에 있지.”



- 능력 있는데도 사람들이 꺼리는 이유가 뭘까요?
“말 많고 시건방져서 그래. 자기만 최고인줄 아는 부류니까. 인간은 누구나 평등해.”




동행한 지인입니다.

지리산은 역시...




“삼한시대. 진한 대군에 쫓기던 마한 왕이 전쟁을 피해 지리산으로 심원계곡에 왕궁을 세우고 적을 막으며 피난생활 했다. 그때 임시 도성이 있었던 곳이 ‘달궁’이다. 마한 왕이 달궁을 지키기 위해 북쪽 능선에 8명의 장군을 배치해 지키게 했는데 이를 ‘팔랑재’, 서쪽 능선은 정 장군이 지키게 해 ‘정령재’, 동쪽은 황 장군이 지켜 ‘황령재’, 남쪽은 중요한 요지여서 성이 다른 장군 3명을 배치 해 ‘성삼재’라 부른다.”



성삼재 유래에 얽힌 전설입니다. 해발 1,090m. 지리산 성삼재 주차장. 길을 걷습니다. 지리산. 역시 다릅니다. 공기도, 산의 깊이도. 피부에 스치는 공기가 상큼하고 상쾌합니다. 첩첩산중입니다. 지리산, 깨우침을 얻기 위한 큰 도량입니다. 노고단(1507m)으로 향합니다. 과거 물이 부족해, 노고단 부근 계곡물 일부를 구례 화엄사 계곡으로 돌렸다 하여 ‘물을 넘긴다’는 뜻을 지닌 ‘무넹기’에서 종석대(1356m) 방향으로 틉니다.



종석대입니다.

오솔길에는...




한적한 오솔길이 반갑습니다. 토굴에 혼자 계시는 스님이 다니시는 길. 정성이 느껴집니다. ‘천천히 느리게 걷기’ 속에는 정화(淨化)가 가득합니다. 입에선 더러운 말 대신, 감탄이 흘러나옵니다. 코는 지리산의 은은한 산 내음 덕에 비로소 숨다운 숨을 쉽니다. 귀는 청아한 새 소리와 계곡 물 흐르는 소리에 깨끗함을 되찾습니다. 눈은 야생화와 자연의 푸르름에 다시금 맑아집니다. 살랑살랑 스치는 바람은 피부를 일어나게 합니다.



걷다보니 잊었던 나를 되찾습니다. 자연은 인간의 모든 감각 기관을 살아 움직이게 합니다. 성삼재에서 종석대까지 1시간 여 걸었을까. 그 여파로 땀이 흐릅니다. 닦고 닦아도 또 나옵니다. 어디에서 이렇게 많은 땀이 나오는지. 땀, 열심히 살아 움직였다는 노력의 증거지요. 땀은 나눔을 실천하게 합니다.



“칡즙 드세요.”




우번암입니다.




‘삶’. 누구에게나 한 짐입니다. 그래선지, 삶의 정의도 각자 위치와 역할에 따라 다르지요. 삶에 대한 깊음은 현실을 벗어난 구도자보다 일반 중생이 더 깊지 않나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구도자들은 정신세계에 머물러 있을 뿐이지요. 이에 반해 중생은 세상과 부대끼며 습득된 경험들이 삶의 지혜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소위 말하는 생철학이랄까. 자연 속에선 누구나 도인이 됩니다.



- 삶이란?


“살아보니 이끌려 가는 거 같고. 번개보다 더 순간적인 것 같다. 돌아보면 아등바등 살았다. 지금도 아등바등 사는 건 마찬가지지만. 삶 속에는 전쟁, 평화, 사랑, 미움 등 수많은 모습이 들어 있다. 어찌 한 마디로 표현되겠는가. 그러니 필부다.”



- 존재란?


“내가 없으면 삶도 없다. 내가 있는 다음에 모든 게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거 보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거 아닐까.”





걷다보니, 토굴 ‘우번암’입니다. 초행길이라 어디쯤인지 가늠 못하는 사이 당도했습니다. 헌데, 도착해 보니 모르고 걷는 게 더 속 편하다는 생각입니다. 때론 아무것도 모른 체 묵묵히 살아가는 것도 필요하다는…. 우번암 지붕으로 오르는 ‘더덕’이 향으로 피어납니다. 스님, 우물가에서 제기(祭器)를 씻습니다.



더덕 잎입니다. 향이...

댓글을 달아 주세요

방생,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새로운 삶을 얻고
스님, 깨우침과 깨달음의 차이는 뭡니까?
[해탈로 가기] 여수 돌산 용월사 법회와 방생






용월사 원일스님 법문 중입니다.


해탈이. 의자에 앉은 자세가 득도한 견공입니다.







“해탈아, 잘 있었냐?”
“….”


 

 


녀석 말이 없습니다. 대단합니다. 어찌 이름을 해탈이라 지었을까. 해탈을 꿈꾸는 인간의 염원을 담았을 거라 짐작 할 뿐.

 



“저 썩을 놈이 대답이 없네, 그려!”
“….”


 

 


저것이 어떻게 알아들을 거라고 말을 섞을까? 말 못하는 짐승이라고 깔볼 일 아니지요. 절집에 있는 개는 세월 속에 불성(佛性)이 절로 생긴다잖아요. 혹시나 싶어 말을 섞은 겁니다.

 

 


의자에 앉은 해탈이 무아지경입니다. 폼으로만 따지면 이미 득도한 견공(犬公)입니다. 저놈 팔자가 부럽습니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 했거늘….




관세음보살이 바다를 지키고 있습니다.

무릇 중생이란...

나무 석가모니불!



 

 



방생,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새로운 삶을 얻고


 

 


“차 마시러 오세요.”


 

 


전남 여수 돌산 용월사 원일 스님 요청입니다. 무슨 일일까. 은은한 목탁소리, 바람에 실려 옵니다. 대웅전인 무량광전 옆문에 신발이 즐비합니다. 음력 6월 초하루 법회 중입니다. 그동안 스님과 차 마시며 한담만 나눴습니다. 법회라니, 대중과 함께 스님 법문 들어볼 좋은 기회입니다.





나무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현실과 선계인 듯...

나무 관세음보살!


 


 



“사람 얼굴 보면 압니다. 복 받을 얼굴인지 아닌지. 그래 복 받으려고 몸과 마음을 다해 정성을 바치고, 심혈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삼보에 귀의하는 건, 행복하고 편안하게 사는 걸 배우기에 귀의하는 것입니다. 배웠으면 실천해야 하고,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생각과 행동이 안 바뀌고 그대론데 어찌 복 받겠습니까. 생각과 행동이 바뀌고 변해야 복 받습니다.


좋은 심보를 써야 복 받을 심보가 되는 것입니다.”


 

 


용왕전으로 이동합니다. 예불을 올립니다. 용왕전 옆에 마련된 방생 장소로 이동합니다. 바다 밑까지 오르내리는 수고를 덜기 위해 통으로 연결한 방생 시설이 되어 있습니다. 대부분 절집들이 따로 방생 법회를 여는데 반해, 용월사는 매월 초하루 법회와 방생을 함께 진행한다네요. 방생 대상은 장어입니다. 신도들 장어 한 마리씩 바다로 방생합니다.

 

 



방생하는 곳입니다.

용왕전에서...

방생 공덕이...고




“장어는 오늘 아침 여수 남산수산시장 수족관에 있는 걸 사왔습니다. 이 장어들은 오늘 사람들 입으로 들어가기만 기다리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방생되어 바다로 살아 돌아가게 될 걸 알았을까? 한 치 앞을 모르는 세상입니다. 이게 다 인연법입니다.


우리네 삶도 보시와 방생 등으로 덕을 쌓으면 좋은 변화가 생깁니다. 세상은 인연법에 따라 흐르고 흐릅니다.”



방생을 위해 장어를 건집니다.

방생된 장어는 바다로...

나무 석가모니불!



 

 


스님, 깨우침과 깨달음의 차이는 뭡니까?


 

 


공양시간입니다. 청각, 고사리, 무생채, 고구마대나물 등을 넣은 비빔밥과 홍합국, 김치 등 조촐합니다. 스님과 앉았습니다. “오늘따라 특별이 홍합국이 준비됐는데 먹을 복이 있다”는 원일 스님의 덕담입니다. 따끈따끈한 홍합국이 속을 시원하게 풀어 줍니다. 공양 후, 스님께서 차를 냅니다.

 

 



홍합국입니다.

 

 



- 참 스님은 어떤 스님입니까?


“머리를 굴리지 않게 하는 스님이 참 스님입니다. 죽비로 어깨 등을 내리치는 건 머리 굴리지 말고 깨우치라는 의미입니다.”




- 깨우침과 깨달음의 차이는 뭡니까?


“깨우침은 지식을 갖고 추론하는 것이며, 개량하는 것입니다. 깨달음은 사색이고 사유입니다. 깨달으면 모든 게 하납니다. 우주와 내가 한 몸이요, 물과 내가 하납니다. 땅과 내가, 세상과 내가 하나입니다.”


 

 


불교에서 모든 인간은 궁극적으로 깨달음, 즉 해탈의 경지에 오른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그 시기가 언제인가의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밖으로 나왔습니다. 풍경이 그림입니다. 관세음보살님, 바다 위에 고고히 떠 있는 배들을 굽어보며 자비를 베풀고 있습니다.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장어, 새 삶을 얻고...

이리 빠져야 바다로 가는데, 한치 앞을 모릅니다.

바다로 가기 직전입니다.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댓글을 달아 주세요

어떻게 우산을 십년씩이나 쓸 수 있대요?
질긴 십 년 인연의 시작, “내 것에 대한 애착!”
“찾는 시늉도 안한다. 없으면 사 달래면 그만”




장마, 우산이 필요합니다.








“두둑, 후두두 둑….”



비. 장마, 지겨울 때도 됐건만 또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이처럼 자연은 늘 한결같습니다. 그러나 우리네 인간은…. 누굴 탓하겠어요. 굳이 탓하자면, 자신의 형상으로, 소우주로, 요렇게 만든 당신. 즉, ‘신’을 탓해야겠지요.

 


그간 지나쳤는데, “♪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빗속에도 삶이 들어 있네요.




10년 된 우산 똑딱이가 고장나 요렇게 묶고 다닙니다.


 

 



우산, 갖고 나가면 당일로 잊어버리기 일쑤

 

 



“뭔 비가 이리 온대.”

 

 



우산을 접고, 사무실을 들어오던 김미숙 씨의 말 속에 ‘안녕하세요?’란 인사말까지 들어 있습니다. 그러면서 건네는 듯, 혼자 말인 듯.

 



“어, 우산 꼭 따리가 떨어졌네. 떨어진 줄도 몰랐네. 언제 떨어졌지?”


 

 


그녀 얼굴엔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가득합니다. 대차나, 우산을 지탱해 주는 뼈대 살 꼭 따리 하나가 빠졌습니다. 이런 우산 수없이 봤던지라 그러려니 했습지요. 농담 삼아 말을 던졌습니다.

 



“특별히 귀한 우산이나 봅니다.”



그녀, 웃으면서 건네는 소리에 귀가 번뜩였습니다.


 

 


“이 우산 십년 됐어요.”


 

 


와~, 기절초풍할 일입니다. 내 것에 대한 집착(?)이 없어 설까. 이놈의 우산 갖고 나갔다 허면, 당일로 잊어버리기 일쑤. 길게 간다 싶으면 한 달? 아니, 한 달이 뭐야. 일주일? 그래 일주일. 우산, 그만큼 간수하기 버겁습니다.


 

 


암튼, 이런 사람 입장에선 ‘10년 된 우산’은 있을 수 없는 기적입니다. 비결이 뭔지 들어야 직성 풀리지요.

 

 



10년 된 우산입니다.




어떻게 우산을 십년씩이나 쓸 수 있대요?



- 어떻게 우산을 10년씩이나 쓸 수 있대요? 십년 된 우산 구경 한 번 해 보게요.


“우산이 다 똑 같지 뭐 다를 게 있나요. 마음에 들어서 가지고 다니지만, 다른 우산보다 좀 더 튼튼해요. 바람 불어도 까지거나 날리지 않고, 망가지지 않아 쓸 만해요.”



- 우산, 10년 쓴 세월 동안 헐은 곳이 있을 텐데?


“요기 우산 꼭 다리에 녹이 좀 쓸었고, 우산대 꼭 따리 하나 떨어진 거, 우산 묶는 똑딱이 떨어진 거 말고는 아직 쌩쌩해요. 2~3년은 더 쓸 수 있어요.”



- 꼭 따리 떨어진 거 고친다더니 고쳤어요?


“아들한테 고쳐 달랬더니, 이렇게 묶어 줬어요. 우리 아저씨는 ‘우산 하나 가지고 뭐 그리 애를 터진가? 걱정할 일도 없다’며 뭐라 대요. 아무 것도 아닌 우산이지만 쓸 수 있는데 버리기도 아깝고. 우산대가 부러지면 모를까, 계속 써야죠. 이 우산은 손때가 묻었고, 또 정이 들어 없으면 허전해요.”




녹이 10년 세월을 증명합니다.

 

 




질긴 십 년 인연의 시작, “내 것에 대한 애착!”




- 우산 어떻게 얻게 되었나요?


“10년 전 이맘 때 쯤, 식당에 밥 먹으러 갔다가 나오는데 비가 오대요. 비가 그치길 기다리고 있는데, 아는 분이 자기 우산 쓰고 가라고 주대요. 자기는 일행과 같이 쓰면 된다고. 그렇게 인연이 시작됐어요.”



- 우산을 십년간이나 쓸 수 있었던 비결이 뭔가요?


“혼자만 써요. 가족들도 내 건 잘 안 만져요. 밖에서도 잃어버리지 않게 꼭 들고 다녀요. 다른 사람들이 옆에서 차에 두지 뭐 하러 들고 다니냐 그래도, 그 차를 안 탈 경우가 생길 수 있잖아요. 그래 옆에 꼭 끼고 다녀요. 없으면 애 터져요. 내 것에 대한 애착이죠.”



- 우산이 이것 하나뿐이나요?


“일할 때는 상태가 안 좋은 우산을 써요. 또 이 우산은 긴 우산이잖아요. 접어서 다녀야 할 때는 접는 우산을 쓰죠. 접는 우산은 5년 됐어요. 그런데 저번에 동생이 쓰고 갔다가 버스에 두고 오는 바람에 잃어버렸어요. 동생이 나한테 혼났지요. 동생이 미안하대요.”




꼭따리가 빠진 게 애가 탔는데 아들이 묶어줬답니다.


 

 



“찾는 시늉도 안한다. 없으면 사 달래면 그만”




“뭐 이런 걸 글로 다 쓴대요.”



그녀, 쑥스러워 합니다. 우산을 십년이나 쓴 사실 자체가 대단합니다. 이건 우산과의 긴 연애라 볼 수밖에. 주위에선 요즘 아이들 보며 한탄합니다.



“도대체 자기 것에 대한 개념이 없다. 예전엔 뭐 하나 잊으면 찾으려 애를 썼는데, 요즘엔 찾는 시늉조차 안한다. 없으면 사 달래면 그만이다. 이걸 또 사 주는 부모라니.”



댓글을 달아 주세요

삶, 먹이를 앞에 두고 벌이는 전쟁일까, 나눔일까?

“인생이 뭐예요?”…“뭐 별 거 있나?”, 선문답
간혹 집 주위를 어슬렁거리다 사라지는 고양이
먹이를 앞에 둔 고양이 두 마리, 긴장이 넘치고
힘이 쌘 ‘금수저’였어도 상생과 나눔 택했을까?





배고픈 녀석을 위해 먹이를 줍니다.






 

 


'삶은 먹이를 앞에 두고 벌이는 전쟁일까? 나눔일까?'


 

 


요즘 주요 관심사입니다. 계기가 있습지요.

평소, ‘인생=허무?’라는 초월주의가 지배적이었습니다.

 

 


이는 삶, 따로 생각하지 않아도. 삶,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삶, 언제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 생각, 녀석을 만난 후 더욱 깊어졌습니다.


그런데….





어린 것들은 종 불문, 다 귀엽고 예쁘더라고요.



 

 



“인생이 뭐예요?”…“뭐 별 거 있나?”, 선문답


 

 



“이거 한 번 보세요. 당신과 딱 맞는 드라마예요.”

 

 



아내 권유로 몇 번 봤던 드라마. tv N의 ‘디어 마이 프랜즈’입니다. 김혜자, 나문희, 고두심, 윤여정, 박원숙, 신구, 주현 등 관록 있는 배우의 등장 못지않게, 삶에 대한 깊이와 진지함이 빛나던 드라마였습니다. 지난 2일 최종회 대사가 가슴에 꽂혔습니다.

 

 



고현정 : “인생이 뭐예요?”
김영옥 : “뭐 별 거 있나?”



‘그래, 맞다!’ 손뼉 쳤습니다. 대사는 고승이 나누는 ‘선문답’이었습니다. 드라마를 통해 삶을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 이렇게 삶을 들여다 본 계기가 있습니다. 한 녀석 때문입니다. 녀석은 찾아온 줄도 모르게 삶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이게 행복이건만...




 

 



태어나자마자 고단한 ‘흙수저’, 누가 버렸을까?


 

 


녀석과 첫 대면은 지난 2월 어느 날. 어디선가 희미하게 들리는 “야옹~, 야옹” 울음소리와 함께 고양이 새끼 한 마리가 회사 공장 안을 돌아다녔습니다. 어린 새끼는 무엇이든 다 예쁜 법.

 

 


그렇지만 사람들 관심은 이내 사라졌습니다. 사람 옆에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모르는 ‘붙임성’이 문제였습니다. 혹 붙일까 두려웠던 게지요. 그는 태어나자마자 고단한 ‘흙수저’였습니다. 누가 버렸을까.

 

 



“키우기 부담스러웠던 어느 화물 노동자가 공장에 왔다가 슬쩍 두고 간 것 같다.”


 

 


추측이 난무했습니다. 그리고 녀석의 존재는 까마득히 잊혀졌습니다. 그랬는데 언제부턴가 밥시간이면 사무실 뒤편에 나타났습니다.

 

 


녀석은 다리를 심하게 절었습니다. 꼬리도 잘렸습니다. 녀석의 경계 속에 두려움이 가득했습니다. 그런데도 먹이 냄새를 쫓아 온 겁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먹이를 두고 대치하는 두 녀석,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간혹 집 주위를 어슬렁거리다 사라지는 고양이


 

 



“그릉~, 그릉~, 그릉~”


 

 


중학생 때 집에서 고양이를 키웠습니다. 녀석 목덜미를 살살 긁어주면 시원하다는 듯, 낮은 중저음으로 반기며 몸을 내맡겼습니다.


 

어떤 땐 배를 뒤집어 발라당 드러눕기도 했습니다. 그럴 땐 심술이 발동해 배를 ‘탁’ 때리기도 했습지요. 그러면 녀석은 왜 그러냐는 듯 발딱 일어나 할퀴는 자세를 취했습니다.

 

 



녀석이 자라면서 야생 고양이 한 무리가 그를 지켜보곤 했습니다. 이후 며칠씩 가출도 하고. 다쳐 들어올 때도 있었으며, 허겁지겁 밥을 먹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녀석은 아예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야생 고양이 무리에 합류한 걸로 여겼습니다. 한참 뒤, 간혹 집 주위를 어슬렁거리다 사라지는 고양이 한 마리를 보곤 했습지요.





세상은 결국 혼자 버텨내야 할 삶...


 

 




먹이를 앞에 둔 고양이 두 마리, 긴장이 넘치고


 

 



“맛있게 먹어라.”


 

 


회사에서 밥 먹기 전, 녀석 몫을 덜어주었습니다. 언제 어디서 온 줄 모르는 고양이에게 그래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갈 것 같지 않았습니다.

 

 


녀석, 차츰 경계를 풀었습니다. 목소리도 알아듣는 것 같았습니다. 나타나지 않는 날에도 밥을 챙겼습니다. 언제 먹었는지 모르게 음식이 사라지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녀석이 밥을 먹고 있는데 덩치 큰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먹이를 앞에 둔 고양이 두 마리, 긴장감이 넘쳤습니다. 녀석은 종종 이빨을 드러내고 경계 하면서도 꾸역꾸역 먹었습니다. 다른 녀석은 몸을 움츠려 먹이를 뺏어 먹을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습니다.

 

 


언제 붙을지 모르는 일촉즉발 상황. 곧 벌어질 전쟁을 기대하며 숨죽여 기다렸습니다. 싸움에 개입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서.





무언의 대화 "나도 좀 먹자"



 

 



힘이 쌘 ‘금수저’였어도 상생과 나눔을 택했을까?


 

 


허걱. 일순간 놀랐습니다. 적당히 배를 채운 녀석이 조용히 뒤로 물러났습니다. 그러자, 먹이를 노리던 녀석이 조심스레 먹이 앞으로 걸어가는 것이었습니다. 냄새를 맡더니 먹이를 말끔히 먹어 치웠습니다.

 

 


기대가 완전 사라졌습니다. 그들은 ‘싸움’ 대신 ‘상생’을 선택했습니다. 흙수저의 배고픔을 서로 이해한 거죠. 아무튼, 아름다운 ‘나눔의 미학’이었습니다. 이 광경은 삶을 되돌아보게 했습니다.


 

 


‘힘이 쌘 금수저였어도 상생과 나눔을 택했을까?’

 

 



종종 던지는 질문입니다. 우리네 세상은 다양한 모습이 존재합니다. 때론 동물보다 못한 ‘굴종’ ‘복종’을 강요하는 모습들이 공분을 불러일으키곤 합니다. 우리네 삶이란….


 

 


하여튼 녀석들을 통해 세상을 봅니다. 그들에게서 삶을 배웁니다. 원초적 본능에 충실할 때 획득될 수 있는 즐거운 깨달음 중 하나….


 

 


‘인생이 뭐 별 건가!’


 

 


녀석들은 싸움 대신 나눔을 선택했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사연 속 바닷가 마을, ‘조금새끼’를 아시나요?
#1. 스물 언저리 그는 배 안의 요리사였습니다!
#2. ‘호로새끼’ 애비 없는 새끼, 보리밥과 불문율
임호상 시인의 서사시 ‘조금새끼로 운다’ 전문
[시인 읽기] 임호상 시집 ‘조금새끼로 운다’





임호상 시집, 조금새끼로 운다



 

 


이런 시(詩) 처음입니다. 아버지, “얼마나 밑이 그리웠을까?” 등 부부 섹스를 밝히다니. 것도 아버지와 어머니의 섹스 준비 상황까지 그리다니. 부부, 사랑 나눌 테니 조용하라고 직접 경고하다니...


 

 


불합리한 유년의 기억. 남이 낳은 새끼도 남편 핏줄이라고? 자기는 그렇게 태어났다는 누이. 여인이었던 어머니를 이해하는 누이….


 

 


임호상 시집 <조금새끼로 운다(문학의 전당, 9천원)>를 펼쳤습니다. 가슴 먹먹했습니다. 그동안 섬에 다니는 이유는 ‘징허디, 징헌’ 우리네 삶 속으로 쑥 들어가기 위함이었지요.


 

 


그런데, 다소 긴 산문 형식의 임호상의 시 ‘조금새끼로 운다’에 섬사람들의 가슴 아린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습니다. 임호상의 시는 꾸깃꾸깃 꼬불쳐뒀던 두 가지 유년의 기억을 끄집어냈습니다.

 

 




바닷가 사람들에겐 유년의 기억이 특별합니다.




 

 



# 1. 스물 언저리 그는 배 안의 요리사였습니다!



 

 


“방 내줬으니 내일부터 엄마랑 같이 지내야 한다.”


 

 


유년의 기억. 먹을 게 부족했던 시절. 어머니는 하루 전에 통보했습니다. 지금 같으면 미치고 팔딱 뛸 일. 당시엔 ‘그런가 보다’였지요. 집이 부족해 방만 있으면 세 줬던 시절이었으니...


 

 


제 방을 차지했던 사람은 뱃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중선 배’ 선원이었습니다. 스물 언저리 총각이었던 그는 화장, 배 안의 요리사였습니다.


 

 


그가 집에 있는 날은 드물었습니다. 그가 집에 있는 날이면 수북한 하얀 쌀밥, 갈치, 과자 등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가 건넨 덕분이었지요. 그건 뱃사람들이 보름 여 동안 바다 위에서 먹을 식량 등을 준비하는 ‘시꼬미’였습니다.


 

 


먹을 것에 넘어 갔을까. 형 하고 따랐습니다. 그는 고주망태 상황에서도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와 같이 산 세월은 4년 남짓. 이후 어머니를 통해 소식을 종종 들었습니다. 그는 ‘쫑포’(여수시 종화동)에 산다 했습니다. 대학시절, 방학 때 집에 내려왔다가 술집서 우연히 그를 만났지요. 고주망태 상황에서 그의 집으로 갔던 기억….


 

 


훗날, 그가 집에 들어오는 날이 ‘조금’이란 걸 알았지요. 결국, 그가 바다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형은 갈치조림을 잘했습니다.




 

 


# 2. ‘호로새끼’ 애비 없는 새끼, 보리밥과 불문율



 

 


“쌀 좀 갖다 주고 와라.”


 

 


어머니는 어려운 중에도 한사코 심부름 시켰습니다. “이번에는 왜 쌀 빌려 달라 안하지?” 궁금해 하며. 저요? 그냥 싫었습니다. 당시엔 왜 가야 하는지, 이유를 몰랐습니다.


 

 


훗날, 알게 된 사실. 이게 어머니가 사람 챙기며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의 방식이라 걸 알았습니다. 존경의 어머니였습니다.


 

 


동네에 아버지 없는 집이 네 집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그 중 한 집을 지목했습니다. 가장 형편이 어려운 집이었습니다. 다른 집은 자식 넷. 이 집은 다섯이었습니다.


 

 


그들 어머니는 발품으로 화장품을 팔았습니다. 그렇지만 먹고 살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 집은 늘 보리밥이었습니다. 이도 없어서 굶을 지경이었습니다. 지금은 일부러 찾는 구수한 보리밥이건만….

 

 



당연히 집에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어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왜? 그들 집에는 아버지가 없는지 의아했습니다. 그들이 싫어하는 말이 있었지요. ‘호로 새끼’. 애비 없는 새끼란 뜻이었습니다. 그들은 이 호로 새끼란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바른 몸가짐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또한 형편이 어려운데도 죽어라 가르쳤습니다. 강한 생활력으로 버텼지요. 그리고 직업 선택에 불문율이 따랐습니다.


 

 


“너희들은 배타지 마라.”


 

 




임호상 시인입니다.




 

 


임호상 시인의 서사시 ‘조금새끼로 운다’ 전문

 

 




             조금새끼로 운다


                                                            임 호상



  중선 배 타고 나간 아버지는 한 달에 두 번 조금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초여드레, 스무이틀 간만의 차가 없는 조금이면 바다로 나갔던 아버지들 돌아오는 날. 조금이 되면 어머니 마음도 분주하다. 뜸을 들이는 무쇠솥처럼 이미 뜨거워져 있다. 바다에서 몇 바지게씩 고기를 져다 나르는 날이면 앞마당에 호야불 켠다. 당신의 마당에도 불이 켜진다. 보름을 바다에 있다 보면 얼마나 뭍이 그리웠을까, 얼마나 밑이 그리웠을까. 어머니 마음도 만선이다. 뜨거워진 당신은 선착장 계선주에 이미 밧줄을 단단히 동여맸다. 아버지도 그랬지만 선착장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던 어머니도 그랬다. 조금이 돼야 뜨거워질 수 있었던 그때, 갯내음으로 태어난 우리들은 조금새끼



  서방 들어오는 날 속옷을 널어 방해하지 말라는 수줍은 경고가 마당에서 춤을 춘다. 어머니의 빨랫줄에 속옷과 함께 널린 고등어 세 마리, 누구 것인지 알 사람 다 안다. 호루라기 불면 들어오라 했는데 어머니의 호루라기는 한참이 지나도 들리지 않고 오도 가도 못한 조금새끼들은 정박한 배처럼 문밖에서 하염없이 기다린다. 어머니는 보름을 기다려 하루를 살지만 조금새끼는 한 달에 두 번 문밖에서 하루를 산다. 바다에 나가 영영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도 홀로 남는 어머니도 참 많았다. 아버지 한 분에 어머니 둘, 조금새끼 십 남매 그때는 다 그랬다. 한 그물 속에서 그렇게 섞여 살았다고 누이는 막걸리초에 지나온 세월을 버무린다.



  어쩌면 남편을 바다로 보내는 어머니는 모두 다 작은 각시 아닌가. 바다는 아버지를 데려다가 보름이 되어서야 돌려보내곤 했는데 언제부턴가 청상과부 작은어머니가 아버지를 차지하고 어머니는 살을 대지도 못했다. 한 달에 이틀뿐인데 그 이틀도 어머니는 멍청이 세월로 살았다. 조금이 돼도 돌아오지 않으면 어머니의 바다에는 소리 내지 못하는 파도가 쳤다.



  남의 뱃속에서 낳은 새끼도 남편 핏줄이라고 내색 못해 큰어머니가 엄마가 되는 먹먹한 유년을 살았다. 두 분 다 이해할 수 없는 삶을, 낡은 풍경처럼 서로를 인정해주며 그렇게 섞여 살았다. 아침에 우는 새는 배가 고파 울구요 저녁에 우는 새는 님이 그리워 운다며 조금을 기다리던 어머니의 육자백이, 먼 바다를 향해 청솔개비 두드리던 그 노래를 들으며 우리는 막걸리초처럼 속으로 삭히며 핏줄이 되었다. 오랜 기다림을 절여 아버지의 입맛을 달래는, 아버지의 하루를 훔치는 어머니의 막걸리초가 되었다.



  어머니의 바다는 속 깊은 먼 바다, 겉으로 파도가 쳐도 깊은 속을 다 알 수가 없다. 날이 새면 어김없이 바다로 가는 아버지를 묶어놓지 못해 뜬눈으로 밤을 샌다. 눈을 뜨지도 감지도 못하고 밤새 하현달로 떠 있는 밤, 이번 조금 아버지 돌아오시면 당신의 아랫목 오래도록 따뜻할 수 있을까. 평생 바다를 보고 살아온 아버지도 어머니도 40년 배를 탔다던 정씨 아저씨도 바다가 무섭다는 말에 술잔에서 파도가 쳤다.



  문밖에서 아버지를 기다리는 파도 소리 자꾸만 자꾸만 어머니의 가슴을 쳤다.





바다는 모든 것의 시작입니다.


 

 



뭍에서 욕정의 밤에 나눈 사랑 씨앗 ‘조금새끼’



 

 


‘조금새끼’, 뭔가 했습니다. ‘조금(潮―)’은 조수 간만의 차가 없는, 바닷물이 가장 낮은 때를 말합니다. 매달 음력 초여드레와 스무 사흘이 해당됩니다.


 

 


바닷가에 사는 사람은 알지요. ‘조금’은 고기가 잘 잡히지 않아 어부들에겐 꿀 같은 휴식기라는 걸. 이 때 뱃사람들은 바다에서 못한 것을 뭍에서 푸는 욕정의 밤을 맞이합니다.


 

 


모든 원인은 ‘바다’였습니다. 떠나는 아버지를 부여잡지 못한 아쉬움이 가득한 바다. 남편을 잡아먹은 바다. 어머니를 청상과부로 만든 바다. 덕분에 배다른 새끼까지 거둬야 하는 삶의 바다. 어머니에게 바다는 원한 가득한 기다림의 바다였습니다. 그렇지만 또 다른 생명을 잉태한 생명의 바다이기도 했습니다.


 

 


임호상 시인에게 시 ‘조금새끼로 운다’를 어떻게 썼는지 물었습니다.

 

 



“다들 직접 경험한 걸로 아는데, 그게 아닙니다. 우연히 들은 이야기를 시로 옮긴 것입니다.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전율을 느꼈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듣고 또 들었습니다. 그렇게 썼습니다.”



시집 <조금새끼로 운다>는 가슴을 후벼 팠습니다. 시를 읽는 내내, 영상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랐습니다. 이밖에도 ‘실직’, ‘징함네’, ‘야근’, ‘그냥’, ‘분만 대기실에서’, ‘오동도’, ‘목욕탕에서’, ‘똥빨’, ‘세월’, ‘모기’, ‘여수의 노래’, ‘섬’, ‘당신’ 등 개념 있고, 지역사랑 이 깃든 주옥같은 시가 많았습니다.


 

 


그런데도 임호상 시인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창작에 대한 강한 의지를 불살랐습니다.

 

 


꿈, 모든 이룸의 시작입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꼼장어, 용왕님께서 우리에게 선물로 보낸 장어라고?

고두리 영감제, 어민들의 해상안전과 만선 기원
[섬에서 함께 놀자] 여수 거문도 노루섬 풍어제와 꼼장어





안 노루섬과 밖 노루섬

영국군 묘지에서 본 안 노루섬

제를 올립니다.





10여년 만에 찾은 거문도-백도 여행. 감회가 새롭습니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지요. 거문대교가 들어섰고, 아는 사람들 머리엔 흰머리가 늘었습니다. 잠시, 임호상 시인의 시(詩) ‘세월’ 감상하며 야속하게 가는 세월 붙잡아 봅니다.




    세  월
                    임호상


잔디밭엔 틈만 나면
토끼풀이며 이름 모를 잡풀들이
앞다투어 자리 잡는데
아버지 머리 가운데
한 삽 빠진 곳
누구도 찾아오질 않네
그 흔한 새치 하나 오질 않네


 - 임호상 시집 <조금새끼로 운다>에서 -



“막걸리하고, 과일, 과자, 육포 등 사서 두 개로 나눠.”



여수시 삼산면 최윤규 부면장의 막걸리 소리에 귀가 번쩍였습니다. 대낮에 웬 막걸리? 알고 보니, 풍어제 지낼 제수용품이랍니다. 그것도 염동필 삼산면장과 최윤규 부면장 둘이서. 허허, 웃었지요. 암튼 ‘이 양반들이 미쳤나’ 했지요. 올해 풍어제를 지냈는데 또 풍어제라니.




안 노루섬 제단입니다.

안노루섬에서 본 밖 노루섬.

밖노루섬 용왕바위 오르는 길이...




'고두리 영감제', 어민들의 해상안전과 만선 기원



김준옥 교수(전남대)에 따르면 “거문도 풍어제는 ‘고두리 영감제’라고도 부르며, 매년 음력 4월15일에 지냅니다. 고두리 영감제행, 풍어제, 용왕제, 거북제 등 네 가지 행사를 하루에 같이 치른다”고 합니다. ‘고두리’고등어를 말합니다. 다음은 고두리 영감제와 거북제 유래 및 용왕제 의미입니다.



고두리 영감제 유래


“옛날 거문리에 흉어(凶漁)가 들었다. 마을 사람들이 정성스레 용왕제를 지냈다. 그 후 갑자기 폭풍우가 몰아쳤다. 폭풍우 뒤 바위 하나가 마을 앞바다로 둥둥 떠올랐다. 사람들은 용왕이 보낸 바위로 믿고, 안노루섬 정상에 신체로 모시고 제사 지냈다. 그 해부터 고등어가 많이 잡혔다. 그래서 이 돌을 고두리 영감으로 부르게 되었다.”



거북제 유래


“해방 직후 거북이 한 마리가 상처를 입고 변촌 해안으로 올라왔다. 마을 사람들은 거북이가 가여웠지만 잡아먹었다. 그런 뒤 마을에 변고가 생겼다. 고기가 잡히지 않은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용왕의 사자인 거북이를 잡아먹었기 때문이라며, 거북이를 달래는 제사를 지냈다. 제사 후 갈치가 아주 잘 잡혔다.”



용왕제 의미


“용왕제는 동해 청룡, 남해 적룡, 서해 백룡, 북해 흑룡, 그리고 중앙의 황룡으로 대표되면서 각 바다를 관장하는 용왕들께 어민들의 조업 중 안전과 만선을 기원하고, 어로작업 중 세상을 떠난 수중고혼을 달래는 제사다.”



제수용품을 챙기고...

용왕님이시여!

밖 노루섬에서 제를 올립니다.




삼산면장 부면장, 둘이 풍어제 지내는 이유가?



“풍수로 보면 거문도는 해룡농주(海龍弄珠) 쌍룡희주(雙龍戱珠) 지세다. 동도는 숫룡, 서도는 암룡이다. 고도는 동서 쌍용 사이에 놓인 여의주다. 밖 노루섬과 안 노루섬은 작은 구슬과 방파제 역할을 한다.”



염동필 면장의 설명입니다. 그들은 왜 풍어제를 지내려는 걸까? 염 면장은 “올해 노루섬에서 풍어제 지낼 때, 출장이 겹쳐 참석 못했다. 이게 마음에 걸렸다. 그래 조촐하게 둘이서 지내려는 것이다”고 말합니다. 백성을 위하는 ‘위민’의 현장입니다. 입만 열면 허튼 소리하는 정치인이 배워야 할 듯합니다.



안 노루섬. 섬에서 섬을 봐도 그림입니다. 고두리 영감 제단 앞에 섰습니다. 배, 바나나, 막걸리, 과자, 육포, 어포 등을 차립니다. 거문도 해풍쑥 막걸리를 따릅니다. 면장과 부면장, 나란히 섭니다. 진지합니다. 맞춰 절을 올립니다. 제단 가운데 놓인 물에 뜨는 돌, ‘부석’을 어루만지며 풍어를 기원합니다.



밖 노루섬으로 향합니다. 따개비와 해초 등이 천지입니다. 제를 지낼 용왕암으로 오를 길이 마땅찮습니다. 어렵게 용왕암에 오릅니다. 편평한 곳에 자리를 잡습니다. 사람이 용왕암 앞에 서니 고목나무와 매미 같습니다. 또 정성껏 제를 차립니다. 절을 올립니다. 그들은 절하며 무엇을 빌었을까?



“용왕님께 우리 삼산면 어민들이 고기 많이 잡고 편안하게 살게 해달라고 빌었네.”




장어 손질...

수족관의 장어.

손질된 장어.




꼼장어, 용왕님께서 우리에게 선물로 보낸 장어?



풍어를 기원해설까. 저녁은 장어. 일명 ‘꼼장어’로 불리는 ‘먹장어’입니다. 장어, 손질 중입니다. 머리부터 눌러 기선을 제압합니다. 껍질을 벗깁니다. 능수능란한 솜씨입니다. 생선 다듬는데 무슨 면허가 필요할까마는, 껍질이 질기고 질긴 장어 손질은 면허(?)가 있어야 합니다. 선수 아닌 생짜가 손질하기엔 그만큼 어렵다는 거죠.



밑반찬이 나왔습니다. 게무침, 낙지무침, 갈치무침, 홍합무침 등입니다. 피식 웃었습니다. 바닷가 거문도다운 반찬이라서. 여기에 미역, 가사리 등 해초가 하나쯤 섞였으면 더 좋았을 걸 싶습니다. 무슨 사정이 있겠죠. 뒤에 묵은 돌산갓김치와 배추김치가 등장했습니다. 푹 익은 김치가 감칠맛이 돌았습니다.



꼼장어 두루치기

밑반찬이 거문도스럽습니다.

먹장어 두루치기 맛은?




“용왕님께서 우리에게 선물로 보낸 장어일까?”



용왕님이 허락한 장어 두루치기가 나왔습니다. 초벌로 익혀 낸 장어를 다시 불판에 올립니다. 지인, 입을 헤 벌립니다. 맛있는 음식 앞에서 쉰 소리 말라는 거죠. 오호통재라. 이를 어이 할꼬? 장어를 먹지 못합니다. 알레르기 때문이죠. 장어 맛이 궁금합니다만 참습니다. 대신 눈으로만 먹습니다. 눈으로 먹어도 맛나다는. 품평을 부탁했지요.



“은근 땡기는 맛이다. 꼼장어는 삶아서 통째로 된장에 찍어 먹으면 더 맛있다.”




흐뭇한 얼굴입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가르쳐 줄까 말까, 진시황도 몰랐던 불로초는?
거문도 사람 얼굴에 웃음꽃 핀 이유는 ‘해풍쑥’
“거문도 농가는 쑥 농사 안하는 집이 거의 없어”
“젊은 사람들이 땅 임대해 쑥 농사지으려고 해”





쑥이 쑥쑥 자랍니다.

거문도 해풍쑥은 이렇게 가공해 판매 중이더군요.






“진시황도 몰랐던 불로초요 만병통치약은 쑥과 마늘이다.”



제 생각입니다. 근거는 단군신화입니다. 단군신화에 따르면 곰과 호랑이한테 쑥과 마늘을 주면서 100일간 먹으면 인간이 된다고 꼬드겼다지요. 약삭빠른 호랑이는 먹다 도망갔지요. 미련 곰탱이 곰은 100일간 쑥과 마늘을 먹고 인간이 되었다지요.



그러니까 쑥과 마늘은 짐승도 인간으로 만드는 엄청난 효능을 지녔지요. 아마, 사람이 쑥과 마늘을 100일 동안 먹으면 신선이 돼 우화등선할 날이 오지 싶네요.




거문도는 온통 쑥밭입니다.


 

 



거문도 사람 얼굴에 웃음꽃 핀 이유는 ‘해풍쑥’



이리 봐도 쑥. 저리 봐도 쑥. 고도, 영국군 묘지 가는 길에도. 동도, 귤은사당 인근에도. 서도, 녹산 등대 가는 길에도 쑥입니다. 말 그대로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는 온통 쑥 천지입니다.



이뿐 아닙니다. 바닷가에서 생선 말리는 것처럼 쑥을 직접 말리기도 합니다. 처음 보는 재밌는 풍경입니다. 왜 그럴까.



거문도 사람들 얼굴에 싱글벙글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거문도 청정지역에서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쑥은 고유의 향이 짙고, 영양이 풍부하며, 먹는 느낌이 부드러워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답니다.



채취한 거문도 해풍쑥은 씻고 삶아 보관됩니다.

거문도 바닷가에서 말리는 거문도 해풍쑥입니다.




그래선지, 6월인데도 밭에서 일하는 아낙 중 십중팔구는 쑥을 캐고 있습니다. 이름 하여, ‘거문도 해풍쑥’.



그냥 쑥도 좋다는데, 해풍을 맞고 자란 쑥은 얼마나 더 좋겠습니까? 거문도 해풍쑥은 향토 산업 육성사업입니다.




여수시 농업기술센터 정운섭 소장의 말입니다.



“거문도 해풍쑥은 도시비전 브랜드 사업으로 선정돼, 2014년부터 2017년까지 3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생산, 가공, 관광, 서비스를 망라해 고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중이다.”




허리 숙여 일하는 게 여간 일이 아닌데...

남주현 대표




“거문도 농가는 쑥 농사 안하는 집이 거의 없어”




“거문도에 있는 농가는 쑥 농사 안하는 집이 거의 없어. 농약도 안하지, 가만 놔둬도 밭에서 쑥쑥 크는 쑥을 캐기만 하면 되니까 수월하지. 쑥 농사로 많이 벌어.”



쑥밭에서 혼자 쑥 캐시는 김모 할머니 말입니다. 허리 숙여 하는 일이 힘들어 한 번쯤 ‘아이고 허리야~’ 할 만한데도 군소리 없이 쑥만 캡니다. 쑥 캐는 일이 돈이 된다니 다행입니다.



녹산 등대 가는 길 입구에 있는 거문도영농조합법인 남주현 대표를 만났습니다. 그는 농가에서 받은 쑥을 씻고 다듬어 삶는 하루 작업을 마무리 중이었습니다.

 

 



- 쑥은 대표적인 봄나물로 꼽힙니다. 거문도 해풍쑥 수확은 언제부터 하나요?


“거문도는 따뜻한 섬이라 수확이 다른 지역보다 빠릅니다. 1월 중순경부터 시작해 6월까지 합니다. 1월부터 3월은 국거리용 해풍쑥을 채취하고, 4월부터 6월까지는 쑥떡용 가공 쑥을 재배합니다.”




- 거문도 해풍쑥이 다른 지역보다 2배 비싸다고 합니다. 농민들에게 수매할 때 1kg에 얼마 하나요?


“거문도 해풍쑥은 품질이 좋아 조금 비싸게 판매됩니다. 1월부터 3월까지 내는 봄 쑥은 kg당 1만 원 정도 합니다. 4월부터 6월까지 내는 가공 쑥은 kg당 1250원입니다.”



해풍쑥 캐느라 정신없습니다.

거문도 해풍쑥으로 만든 쑥 막걸리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땅 임대해 쑥 농사지으려고 해”




- 요즘 경기침제로 온통 울상입니다. 쑥 농사가 돈이 되나요?


“쑥이 효잡니다. 거문도 해풍쑥 재배 농가가 한 200여 농가 됩니다. 많이 버는 농가는 2천만 원도 벌고, 평균 7백만 원 번다고 보면 됩니다. 요즘은 고기도 잘 안 잡히고, 농사도 안 되니까, 30~40대 젊은 사람들이 땅을 임대해 쑥 농사지으려고 합니다.”



- 거문도 해풍쑥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매출은 어느 정도 되나요?


“우리 사업장에서 소비되는 거문도 해풍쑥 양은 일년에 100톤, 5억 정도 소비됩니다. 수요가 많아 물량을 다 못 맞춥니다. 주문 물량은 예약제로 받습니다. 여수시 농업기술센터에서 들어보니 거문도 해풍쑥 전체 매출액은 2014년 16억 원, 2015년 21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2017년 이후에는 연간 25억 원 이상의 매출이 기대된답니다.”



- 해풍쑥차를 한 잔 마셨더니 녹차처럼 목 넘김이 부드럽네요. 거문도 해풍쑥 상품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거문도 해풍쑥 차, 해풍쑥 인절미, 해풍쑥떡, 해풍쑥 개떡, 해풍쑥 송편, 해풍쑥 분말, 해풍쑥 막걸리, 해풍약쑥 진액, 해풍쑥 빵, 해풍쑥 초코 크런치 등 다양하며, 앞으로 여수시에서 쑥향을 이용한 향수와 쑥 화장품, 마스크 팩 등도 개발 예정이라고 합니다.”



해풍쑥 분말 쑥차입니다.





뭘 먹고 살까. 걱정에 살기 힘든 세상입니다. 그렇더라도 힘내고 살아야 하는 삶입니다. 제가 불로초로 여기는 ‘쑥’. 거문도 해풍쑥처럼 쑥쑥 자라는 게 아닌, 역발상으로 쑥쑥 빠지는 아버지의 머리카락을 생각하며 쓴 시가 있더군요.


임호상 시인의 시(詩) ‘세월’ 감상하면서 가는 세월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세  월


                           임호상


   잔디밭엔 틈만 나면
   토끼풀이며 이름 모를 잡풀들이
   앞다투어 자리 잡는데
   아버지 머리 가운데
   한 삽 빠진 곳
   누구도 찾아오질 않네
   그 흔한 새치 하나 오질 않네

 


                    - 임호상 시집 <조금새끼로 운다(문학의 전당)>에서 -

 

 




거문도 해풍쑥 차입니다. 녹차처럼 목넘김이 부드러웠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녹산 등대가 쓸쓸해진 걸 애들은 모르고 있다고?
‘녹산 등대 가는 길’에 만난 이생진 시인과 한마음
옆에 황금어장 두고, ‘해수부’에 홀대받는 거문도?

[섬에서 함께 놀자] 거문도 ‘녹산 등대’와 ‘자리돔 물회’




자리돔 물회












“여행은 자연을 통해 배움을 얻고, 새로운 기운을 충전하는 과정이다.”



여행에 대한 저의 정의입니다. 50 넘고 보니 새로운 곳을 찾는 즐거움에, 과거를 되새김질하는 추억 여행이 더해지더군요. 여수 ‘거문도-백도 여행’에서 첫 번째로 꼽았던 장소가 ‘녹산 등대 가는 길’이었습니다.


10여 년 전, 꾸불꾸불한 길을 홀로 걸으면서 땀을 폭풍우처럼 흘리는 중에 느낀 새로움을 다시 체험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녹산 등대 가는 길’에 만난 이생진 시인과 한마음



녹산 등대 가는 길에 섰습니다. 녹산 등대 가는 길은 배경 자체가 아주 훌륭합니다. 그 흔한 햇볕 가려주는 큰 나무가 없으나, 녹색과 푸름이 어울러 편안함을 줍니다. 거문대교, 파도를 일으키며 달리는 어선 등 보이는 풍경 모두가 벗입니다.


가던 중, 인기척에 엄마인 줄 착각한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꼬리 흔들고 나와 반깁니다. 녀석, 길에 아무도 없으면 외로움 탈까봐, 외로움 달래주러 나온 천사 같습니다.



고양이 한 마리, 지 어미인 줄 알고 반깁니다...



거문도 인어 전설을 바탕으로 세운 ‘신지끼’ 인어상이 발걸음을 가볍게 합니다. 등대와 가까워지던 중 이생진 시인의 <녹산 등대로 가는 길> 연작시와 만납니다. 누가 이렇게 멋진 시를 붙였을까.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녹산 등대 가는 길이 이생진 시인과 만나니 감성 옷을 입은 것처럼 반짝였습니다. 여수의 섬, 주요 지점에 지역 시인의 시 하나씩 걸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녹산 등대로 가는 길 3
                                        이생진


   외로운 사람이 외로운 사람을 찾는다
   등대를 찾는 사람은 등대같이 외로운 사람이다
   무인등대가 햇빛을 자급자족하듯
   외로움을 자급자족한다
   햇볕을 받아 햇볕으로 바위를 구워 먹고
   밤새 햇볕을 토해내는 고독한 토악질
   소풍 온 아이들이 제 이름을 써놓고 돌아간 후
   등대가 더 쓸쓸해진 것을 그 애들은 모르고 있다



시(詩), 사람 가슴 이렇게 후벼 파도 되는지…. 시인의 독백을 보고 깨달았지요. 우리 모두는 아닌 척 하지만, 결국 “외로운 사람”이란 걸. 이래서 ‘녹산 등대 가는 길’을 다시 찾았나 봅니다.


10여 년 전, “이름을 써놓고 돌아간 후 등대가 더 쓸쓸해진 것을 몰랐던 애”가 철이 들어 등대를 어루만지러 다시 왔나 봅니다.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삶, 외로운 사람끼리 부여안고 사는 게지요.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자리돔 물회, 그릇을 통째로 들고 맛을 보았습니다!




“새큼하고 시원한 거 먹죠. 자리돔 물회 주세요.”



녹산 등대 가는 길에 함께 동행 했던 여수시 삼산면 주민생활지원팀장 정종인 씨가 ‘자리돔 물회’를 주문했습니다. 10여 년 만에 찾은 거문도 ‘삼호교 횟집’서 꼭 먹고 싶은 거였습니다.


주인장 정영란 씨, 여전히 그대롭니다. 드디어 소원 풀었습니다. 자리돔은 크기가 작고, 생선 특유의 비린내가 없어, 고소합니다.



자리돔은 ‘뼈꼬시’처럼 뼈 채 썹니다. 꼬리까지 같이 썰어 냅니다. 하지만 뼈가 억세니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야 합니다. 물회는, 손질한 자리돔에 “고추장, 고춧가루, 파, 마늘, 깨소금, 참기름, 양파, 오이, 고추” 등 온갖 양념을 넣고 버무리면 됩니다. 이 때, 사과식초를 씁니다.



손바닥만한 자리돔입니다.




정종인 팀장, 색깔 고운 물회를 앞에 두고 자리돔에 대해 소개합니다.



“자리돔은 본래 방어 잡는 미끼였다. 지금은 귀한 전어도 예전에는 너무 흔해 밤젓으로만 쓰고 버린 것처럼, 자리돔도 예전엔 흔해 미끼로만 쓰고, 먹지 않고 버렸다. 그러던 게 지금은 많이 귀해졌다. 지난번에 수협서 경매하는 거 보니까 자리돔 10kg에 3만원인가 하더라. 한 60~70마리 된 거 같다. 이것도 많이 비싸진 거다.”



금강산도 식후경입니다. 녹산 등대 다녀온 뒤라 배가 고픕니다. 얼음이 동동 떠 있는 자리 물회. 한 숟갈 떠 간을 봅니다. 시원하고 칼칼합니다. 자리돔이 얼마나 들었는지 확인합니다.


와우, 푸짐합니다. 자리 물회 그릇을 통째로 들고 진하게 마셨습니다. 땀 흘린 뒤라 엄청 시원합니다. 매콤한 맛이 강합니다.



“물회는 물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술 마신 후 속 아픈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시원하고 맵고 고소해 해장에 좋다.”







옆에 황금어장 두고, ‘해수부’에 홀대받는 거문도?



“예전엔 거문도에 갈치 잡이 배가 5~60척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2척 뿐이다. 이 처럼 옛날엔 거문도에도 자리돔 잡는 배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한 척도 없다. 지금은 제주도 배들이 거문도에까지 와서 자리돔을 잡는다. 그래, 거문도 주민들이 해수부에 자리돔 잡는 어업 허가 내달라고 하는데, 그게 잘 안 되고 있다.”



정종인 팀장 말입니다. 거문도 사람들 입장이 이해됩니다. 인근에 갈치, 삼치, 방어, 자리돔 등이 풍부한 황금 어장을 두고, 정작 거문도 사람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고기잡이를 못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습니다. 정부에서 원만히 잘 해결하기 바랍니다.   


 

“자리돔은 특히 쫀득쫀득한 꼬리가 별미다. 자리 꼬리도 장어 꼬리처럼 남자에게 아주 좋다.”



자리돔 물회에 국수사리를 넣습니다. 면발을 휘휘 젖은 후, 한 젓가락 미어터지게 집어 입으로 가져갑니다. 후루룩 후루룩 냅다 집어 삼킵니다. 면이 목구멍으로 술술 넘어갑니다.


꼭꼭 뼈 씹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맛이 납니다. 먹으면 먹을수록 땀이 납니다. 매우면 물 타서 먹으라는데 싫습니다. 대신 밥을 말았습니다.


자리돔 물회, 배터지게 먹었습니다. 이거 먹으러 아내와 다시 와야겠습니다.



“여보, 기다려!”








댓글을 달아 주세요

새 한 마리, ‘신선바위에 웬 놈이냐?’ 경계 날개짓
새, 아니었다면 날카로운 부리로 쪼아댔을 겁니다!
[섬에서 함께 놀자] 산행 ‘거문도등대’와 ‘신선바위’





누가 쌓았을까?

꽃, 그 아름다운 이름이여!

거문도등대





거문도.

섬 여행에서 산행은 특별합니다. 트인 시야 덕분에 양쪽으로 바다를 보며 걸을 수 있습니다. 거문도 등산 코스는 다양합니다.

 

 


'녹산 등대~서도리~음달산~불탄봉~억새군락지~기와집몰랑~신선바위~보로봉~거문도등대~수월산 동편'까지 약 6시간 걸립니다. 이 중 4시간, 3시간, 2시간 등 자신에게 맞추면 됩니다.

 

 



아내가 못가봐 아쉬워하는 신선바위...

멀리서 보면 이처럼 산등성이가 기와집 같다하여 '기와집몰랑'이라 부릅니다.

100여년간 뱃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거문도등대





아내.

 

 

거문도-백도 여행길에 홀로 나서는 내게 “거문도에서 산행을 못해봤다”며 아쉬워합니다. 그러면서 “잘 다녀오라” 인사 건네는 중에도 함께 나서고 싶은 표정. “휴가 내고 같이 가자” 했더니, “신선바위와 기와집몰랑은 걷고 싶은데, 일 때문에 다음에 가자”대요.


 


 

위로한답시고 “사진 많이 찍어 당신이 걷는 것처럼 느끼게 해 주겠다”는 허언을 남겼습니다.



목넘어 풍경

등대 가는 길...

거문대등대 입구...





아내를 향한 시 한편 읊지요.




        당  신
                        임호상

 

    19도 잎새주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더니만
    36.5도 당신
    그 눈빛 한 잔에
    확,
    취하네


                    - 임호상 신작시집 <조금새끼로 운다(문학의 전당)> -




길, 배움입니다...

거문도등대와 노인암

맑은 날 백도가 보인다는 관백정...


 


 



삶은 자신과의 싸움이라 일깨우는 ‘거문도등대’



길을 나섰습니다.

날씨 덕분에 해돋이를 대신 선택한 거문도 산행코스는 2시간여 소요되는 ‘목넘어~거문도 등대~목넘어~보로봉~신선바위~기와집몰랑~유림해수욕장’ 구간입니다.

 

 


거문도 등대 가는 길.

‘거문도 자연관찰로’에 섰습니다. 물이 자유롭게 넘나든다는 ‘목넘어’. 거문도등대 가는 길의 동백 터널. ‘선바위(노인암)’에 부딪친 새소리가 도드라지게 청아합니다.



거문도에서 느끼는 사실 하나. 바닷바람에 문질러져 윤이 나는 걸까. 동백 잎이 유난히 반짝반짝 빛납니다. 얕은 해무 낀 아침 산책길. 지금껏 살아온 삶을 뒤돌아보기에 충분합니다.

 

 


반성합니다.

깊이 있는 삶이란? 자신에게 던진 질문에 답을 얻는 것조차 사치입니다. 나를 내려놓는 순간, 거문도등대가 나타납니다. 쉼을 허락합니다.

 

 




거문도등대 숙박도 가능합니다.

태극기가 휘날립니다...

관백정에서...


 

 




거문도등대.

1905년 남해안 최초로 세워져 1세기가 넘는 동안 바다 사나이들의 뱃길을 안내 중입니다. 15초 간격의 불은 42km 거리에서도 볼 수 있답니다.

 

 


거문도등대 관백정.

바람이 잠시 머물다 갑니다. 배 한 척 바다를 가릅니다. 비로소 자연이 땀을 닦고 쉼을 허락합니다. 거문도등대는 숙박이 가능합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신청하면 누구나 묵을 수 있습니다.



걸었던 길을,

살아온 세월을 다시금 복기하는 것처럼 되돌아 나옵니다. 숲이 인간에게 베푼 걸까. 앞서 걸었던 길에, 뚝뚝 혹은 무심코 흘렸던 나 자신과 만납니다. 동백 숲에서 나를 만난다는 건 색다릅니다. 염치없던 삶에 겸손과 배려를 배웁니다.

 

 


다시 목넘어를 넘어, 보로봉 쪽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365개의 계단을 오릅니다. 자연이 삶은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일깨웁니다.

 

 




거문도에선 동백잎이 유난히 빛이납니다. 왜?

산행길, 자신을 발견하는 시간입니다.

숲은 언제나 인간에게 베풉니다...





새, 아니었다면 날카로운 부리로 쪼아댔을 겁니다!



높은 곳에 오르는 이유가 분명 있습니다. 선바위, 거문도등대, 삼호교, 노루섬, 고도, 동도, 거문대교, 아차바위, 용무늬절벽, 유림해수욕장….


거문도 풍경이 아름다움을 넘어 감미롭습니다. 녹차를 머금고 맛과 향을 음미하는 것처럼, 맑고 신선한 공기 한 모금 입 안 가득 머금습니다. 풀 향 가득한 공기 속에는 따사로운 사랑이 듬뿍 담겼습니다. 참 맛난 공기입니다.



신선바위...


 

 


신선바위.

가파른 내리막과 오르막을 걸어 바위에 오릅니다. 정상. 신선이 앉았던 것 같은, 살짝 파인 자리에 앉아 숨을 고릅니다.

 

 

(거문도에서 여수로 나올 때 만난, 홀로 기와집몰랑을 산행왔다던, 어떤 여인의 아쉬움에 가득 찬 독백이 떠오릅니다.

 

 

"신선바위 못 오르는 줄 알고 그냥 왔는데, 알고보니 오를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진작 알았다면 그녀도 저처럼 신선바위 정상에 앉아 이렇게 호기를 누렸을 텐데...)

 


언제 나타났을까?

신선바위 지키는 큰 새 한 마리. ‘신성한 신선바위에 웬 놈이냐?’는 듯 주변을 한 바퀴 빙 돕니다. 경계의 날개 짓입니다. 자격 있음을 눈치 챈 걸까? 숲으로 사라집니다. 아니었다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날카로운 부리로 쪼아댔을 겁니다.


 

 



새 한 마리 신선바위를 지키는 수호신...

신선바위...

신선바위 가는 길...


 

 



동행자 없이 여전히 혼자 걷는 산행 길.

거문도 전체를 혼자 빌려 쓰는 기분입니다. 산행은 이래서 ‘호연지기 길’입니다. 물 한 병 없이 빈손으로 오른 무모한 산행 길. 그냥 걷습니다. 다 잊고...

 

 


목마를 때쯤 산딸기가 나타납니다.

반가움에 한달음에 다가가 덥석 따 입으로 가져간 찰라. 아뿔싸! 벌레 한 마리. 산딸기 아래쪽 뒤에서 열심히 먹고 있습니다. 것도 모르고 땄습니다. 자기 몫이 있는 거죠. 기꺼이 물러났습니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신선바위에서 본 거문도등대...

산딸기, 주인이 있었습니다. 것도 모르고 혀를 대려 했으니...

높은 곳에 오르는 이유입니다...






조금만 오르면 불탄봉.

오르기를 접습니다. 후일을 기약하며. 유림해변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숲을 벗어나니 국립공원 거문도분소, 거문도섬 호텔이 보입니다. 아래로 화장실과 샤워장이 자리합니다.

 

 


모래가 고운 유림해수욕장이 펼쳐집니다. 드디어 사람을 만납니다. 신계에서 인간계로 귀환했음을 실감합니다. 해류 따라 흘러 온 해안쓰레기를 치우고 있습니다. 인사합니다.



“수고하시네요!”

 

 




유림해수욕장과 거문도섬 호텔...

해안쓰레기를 치우고 있습니다...

유림해수욕장...

여수 거문도가 또 가슴에 들어왔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반백년 먹어 본 '갈치조림' 중 으뜸, 그 비결은?

거문도 갈치조림 비결은 거문도 은갈치 ‘신선도’
황금 비율 양념, 50여년 먹은 갈치조림 중 최고
[섬에서 함께 놀자]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 ‘갈치조림’

 

 

 

 

'갈치조림' 언제 가장 맛있을까?

 

 

 

여행 만족도는 세 가지에서 결정됩니다.

 

 

첫째, 가고 싶은 곳이냐.

둘째, 누구와 함께 가느냐.

셋째, 먹을거리입니다.

 

 

이중 먹을거리는 여행 만족도의 50% 이상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어디든 멋스러운 풍경이다 보니, 그 지역의 특별한 먹을거리가 추억을 좌우하기 때문이지요.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는 뭐든 맛있습니다. 이유가 궁금하다고요?

 

 

첫째, 집 밖에서 먹으면 뭐든 다 맛있지요.

둘째, 섬이라 마음까지 열려 더 맛있게 느껴집니다.

셋째, 재료의 신선도가 뛰어납니다.

 

 

거문도에서 꼭 먹어야 할 걸 꼽으라면 삼치회, 갈치회, 고등어회도 맛있습니다만 특히 ‘갈치조림’과 ‘자리돔 물회’를 권합니다.

 

 

 

 

 

'갈치조림' 1인분이라 비주얼은 아닙니다. 허나, 맛이 단연 최고였습니다.

 

 

 

 

거문도 갈치조림 비결은 거문도 은갈치 ‘신선도’

 

 

“거문도에서 갈치조림 먹다가 여수 시내에 나가서 먹으면 못 먹겠더라. 그만큼 거문도 갈치조림 맛이 뛰어나다. 같은 여수라도 거문도 은갈치의 신선도가 더 좋기 때문인 거 같다.”

 

 

 

싸고 맛있는 곳은 공무원이 더 잘 알지요. 여수시 삼산면 최윤규 부면장 말입니다. 과연 그럴까? 권할만한 식당을 물었더니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서 먹어라”고 합니다. 거문도에서 개인 위주 관광객을 받는 작은 식당과 단체 여행객을 받는 대형 식당 두 곳을 찾았습니다. 먼저, 작은 식당.

 

 

 

“갈치조림 1인분 주세요.”

 

 

 

 

 

번지횟집의 밑반찬입니다.

 

 

 

 

메뉴판에 “1인분 12,000원”이라 쓰였습니다. 1인도 받는다는 거죠. 군말 없이 갈치조림을 줍니다. 대개 1인분은 반기지 않습니다. 여수 시내에서 갈치조림으로 유명한 ‘홍가’ 주인에 따르면 “1인분을 내면 맛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녀는 “2인분도 덜 반갑다. 요리는 3인분 이상을 해야 푸짐하고 맛있다”고 합니다.

 

 

 

거문도 ‘번지횟집’. 즉석에서 시킨 갈치조림 1인분이 나왔습니다. 일단 비주얼은 불합격입니다. 큰 냄비에 담긴 갈치조림 1인분이 보기 휑합니다. 음식은 여럿이 어울려 먹어야 맛있고, 양도 푸짐해야 입맛 돕니다. 헌데, 큰 냄비에 썰렁하게 담긴 1인분은 입맛 덜 당깁니다. 하여, 1인분은 피하나 봅니다.

 

 

 

 

 

'갈치조림'이 밥도둑일 줄이야!

 

 

 

황금 비율 양념, 50여년 먹은 갈치조림 중 최고

 

 

 

“와~, 먹으면 먹을수록 양념이 입에 쩍쩍 달라붙네요.”

 

 

 

갈치조림, 단맛과 매운 맛이 절묘하게 어울렸습니다. 갈치와 감자에 황금비율의 양념 맛이 잘 베었습니다. 이런 적 거의 없습니다만, 갈치조림 국물까지 싹싹 긁어 밥을 비벼 먹습니다. 50여년 먹은 갈치조림 중 단연 으뜸입니다. 이래서 거문도 갈치조림을 최고로 치나 봅니다.

 

 

 

단체 손님을 받는 어느 대형 식당. 예약한 갈치조림이 나왔습니다. 밑반찬은 아주 정갈합니다. 갈치조림 4인분이 나왔습니다. 비주얼은 합격입니다. 고춧가루 등 양념 팍팍, 갈치 크기도 적당하고, 푸짐합니다. 맛을 봤습니다. 갈치조림이 맛있긴 합니다. 한데 깊은 맛이 덜합니다.

 

 

 

 

어느 대형식당의 푸짐한 갈치조림입니다. 깊은 맛이 부족했습니다.

 

 

 

 

최윤규 부면장이 한 말의 뜻을 이제 알겠더군요. 번지횟집에서 먹은 갈치조림이 거문도에서 먹는 맛이라면 이 대형 식당은 여수 시내에서 먹는 맛이랄까. 또한 냉동 갈치와 생 갈치를 재료로 써 만든 것과 같은 맛의 차이였습니다. 그렇다면 갈치조림은 언제 먹어야 가장 맛있을까?

 

 

 

10월 즈음입니다. 거문도 앞바다에서 그 유명한 ‘거문도 은갈치’를 한창 잡을 때지요. 이때 잡힌 갈치는 통통하게 살이 올라 더욱 맛있습니다. 바다에서 막 잡아 올린 싱싱한 생 은갈치는 세 가지 요리로 냅니다. 은갈치 회. 갈치구이. 갈치조림. 벌써부터 10월이 기다려집니다.

 

 

 

 

거문도 은갈치로 유명한 현지라 신선도가 으뜸입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백도 유람, ‘아 제게, 서방바위구나!’ 다양한 조각품
[섬에서 함께 놀자]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백도’




구경하느라 정신없습니다.

유람선 선착장...

옥황상제 전설이 서린 백도...






살~다~보~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담은 신화, 전설, 민담 등을 듣곤 합니다. 이럴 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냥 씩 웃고 넘어가는 게 상책입니다. 전남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 여행의 백미는 단연 ‘백도(白道)’ 유람입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백도에는 인간계를 넘은 무협지 같은 신계의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백도 가는 배 떠요?”



날씨 등으로 인해 백도 행 유람선이 뜨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지인, “거문도 여행에서 백도 구경 못하면 ‘앙꼬 없는 찐빵’ 먹는 격이다”며 걱정스레 유람선 관계자에게 연신 묻습니다. 다행히 뜬다고 하네요. 백도 행 유람선 표를 예매하고 배에 올랐습니다. 배가 뜨기만을 기다렸지요. 앗,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여인이 배에 올랐습니다. 문자를 날렸습니다.



“백도 행 유람선에서 지금 뭐하는 거임? 일 안하고 여긴 웬일?”



그녀가 화들짝 놀랍니다. 작은 배 안에서 숨어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 금방 들통 납니다. 아내 지인인 그녀는 여수시에서 건강가정 지원 업무 등을 맡고 있는 최윤영 씨입니다. 역시나, “북한 이탈주민의 지역 정착을 위한 거문도-백도 탐방 인솔 차 왔다”네요. 그럼 그렇지. 여유 있게 놀러 다닐 팔자가 아니지요. 아내에게 그녀 사진 보냈더니, “무슨 일이냐?”면서 “다른 여자랑 동행했으면 딱 걸렸을 텐데”라고 농을 던집니다. 믿음이지요.



맨 앞쪽, 물개바위...

아스라이 백도...

서방바위와 각시바위




옥황상제 아들과 용왕 딸 인연 맺고 돌로 변한 ‘백도’



39개 무인군도로 이루어진 백도는 상백도와 하백도로 구분됩니다. 백도는 기암괴석과 천혜의 비경을 자랑합니다. 백도는 1979년 12월, 명승 제7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아울러 2016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학술적 엄정보호구역로 인증된 국제적 보호지역입니다. 백도는 죽기 전에 한 번은 꼭 봐야 할 ‘신비의 섬’입니다. 왜냐하면 신이 빚어낸 최고의 걸작이니까. 이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있습지요.



“태초에 옥황상제 아들이 노여움을 받아 바다로 귀양 왔다. 그는 용왕 딸과 눈이 맞아 바다에서 풍류를 즐겼다. 옥황상제가 아들이 보고 싶어 신하들을 보내 데려오게 했다. 신하들마저 돌아오지 않았다. 화가 난 옥황상제가 아들과 신하들을 돌로 만들었다. 이것이 백도가 되었다. 섬을 세어보니 백 개에서 한 개가 모자라, 일백 백(百)에서 하나(一)를 뺀 흰 백(白) 자를 붙였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백도 전설입니다. 백도 전설은 고구려 시조 동명성왕 신화와 맞닿아 있습니다. “동명성왕 어머니가 용왕 딸인 하백녀 유화부인이고, 동명성왕 아버지가 하느님 아들 해모수였던 것처럼, 백도는 옥황상제 아들과 용왕 딸”이 만나 인연을 맺은 겁니다. 동명성왕 신화와 다른 점은 백도는 돌로 변하는 통에 후손이 없다는 것 뿐!



그래, 백도의 기운이 온전하게 남아 있는 것으로 여기는 듯합니다. 어느 풍수가에 따르면 “백도는 하느님이 내려오는 상제봉조(上帝奉朝)의 정기가 서렸고, 용왕이 바다를 가르고 달려 나오는 해룡농주(海龍弄珠)의 세찬 기백이 서려 있는 천하제일의 기관(奇觀)”으로 보고 있습니다. 후세를 원하시거나, 천하제일의 기운을 느끼시려거든 거문도 백도에서 느끼시길.



피아노 치는 연주자...

모든 게 조각입니다...

아름다운 백도는 기운도 천하제일입니다...



백도 유람, ‘아 제게, 서방바위구나!’ 다양한 조각품



거문 항에서 1시간여 동안 달리자 백도가 보입니다. 39개의 섬을 도는 데 약 40분이 걸립니다. 허나, 백도에는 내릴 수 없습니다. 국립공원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 관리 중이라 학술 연구 등의 목적으로 허가받은 사람만 상륙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천연 희귀 조류와 식물들이 제대로 보존되고 있지요. 유람선, 백도 절경을 소개하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상백도에는 형태가 병풍같이 생겼다 하여 ‘병풍바위’. 옥황상제가 연락을 취하던 ‘나루섬’. 하늘에서 내려 온 신하 형제가 숨어 있는 ‘형제바위’. 먹을 양식을 쌓아 놓았다는 ‘노적섬’. 옥황상제 아들과 풍류를 즐기고 새를 낚아채려다가 돌로 변했다는 ‘매 바위’. 신하가 내려올 때 쓰고 왔다는 갓 모양의 ‘탕건여’. 상백도에는 태양열 무인등대가 설치되어 있으며….



하백도에는 옥황상제 아들이 바위로 변했다는 ‘서방바위(성기바위)’. 용왕 딸이 바위로 변했다는 ‘각시바위’. 이들의 패물상자였다는 ‘보석바위’. 궁성을 쌓고 지냈다는 ‘궁성바위’. 돌부처처럼 우뚝 솟아있는 ‘석불바위’. 신하가 가지고 왔다는 ‘도끼여’. 보는 위치에 따라 모양이 변하는 ‘요술바위’. 그리고 촛대바위, 원숭이바위, 감투바위, 거북바위, 진돗개바위….”



백도의 바위 감상법 안내에 따라 고개만 돌리는 데에도 힘이 듭니다. 어디를 봐야할지 헷갈립니다. 알쏭달쏭하다가도 “아 제게, 서방바위구나!”하며, 기쁘게 쫓아갑니다. 어떻게 저런 모습이 나올 수 있을까. 감탄에 또 감탄합니다. 날씨가 좋아 감상하기 최적의 조건이었다나. 거문 항으로 돌아오는 길, 기분이 상쾌합니다. 기운이 솟구치는 듯합니다.



탕건여...

새터민과 온 지인...

귀를 쫑긋, 진도개바위

댓글을 달아 주세요

거문도(巨文道), ‘문(文)’과 ‘문(門)’ 혼용 필요
“어족 자원 보호 위해 권역망 감척사업 필요”
“갈치잡이 배 한 척당 20kg 쿼터제 도입해야”
당구와 테니스가 우리나라 최초 시작된 ‘거문도’
엘리자베스 여왕 2세가 방문 검토했던 ‘거문도’





거문도 녹산 등대 가는 길은 힐링 길입니다...







“몸이 왜 이래?”



아내의 호들갑. 한국인이라면 꼭 가봐야 할 관광지 여수 ‘거문도 백도’를 다녀 온 후 반응입니다. 팔 다리 곳곳이 발갛게 부어올랐으니 놀랄만합니다. 약 발라주는 아내가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아내도 “거문도 백도 여행 중 ‘기와집몰랑’만 못 가봤다”며 가고 싶어 했거든요. 다음에 같이 가기로 했지요. 아내가 약 발라주는 이유요? 이거지요.



       모  기
      

                     임호상


   언 놈이었을까
   잠들지 못하게 하는 새끼
   차라리 가슴 아리게 하지
   목덜미며 손등 붉혀 밤 간지럽히는,
   온통 귀만 열어놓고 어둠을 듣네
   숨죽이며 잡을 때까지 잠복근무
   윙~ 윙~ 그 녀석이 왔다
   순식간에 확 소리를 덮쳤다


   불을 켠다 손바닥에 피
   있다, 없다,


          - 시화집 <여수의 노래(임호상 시, 이민하 그림, 시인동네)에서> -



세계 열강의 각축장이 된 증거로 이 영국군 묘지가 있지요...




거문도(巨文道), ‘문(文)’과 ‘문(門)’ 혼용 필요



올해 또 다시 ‘여수의 섬’ 순례 중입니다. 이번에는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2박3일간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 탐방에 나섰습니다. 거문도 방문은 근 10년 만입니다. 확 트인 태평양을 보니 숨통이 뻥 뚫리고, 설렘이 가득합니다. 집 떠나 홀로 여행하는 건 여유롭게 숨 쉴 시간과 공간을 찾으려는 몸부림이지 싶습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인 거문도는 동도, 고도, 서도 등 세 개의 섬으로 이뤄졌습니다. 거문도는 삼도, 삼산도, 거마도 등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19세기 말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영국, 러시아, 미국, 일본, 청나라 등 세계열강의 각축장이 되었습니다. 이때 영국의 거문도 점령(1885년 4월~1887년 2월) 사건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에 “항의하러 거문도에 온 청나라 제독 정여창이 학문이 뛰어난 사람이 많은 걸 보고, ‘거문(巨文)’으로 개칭토록 권유해 거문도라 불렀다”고 합니다. 한쪽에선 거문도를 흔히 “큰 문이 되는 섬, ‘거문(巨門)’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거문도(巨文道)의 ‘글월 문(文)’보다 ‘문 문(門)’을 선호하는 겁니다.



이는 “고대부터 거문도가 동아시아 뱃길과 바닷물이 오가는 중심이고, 해양시대인 지금은 세계로 드나드는 큰 관문, 즉 큰 통로”라고 보는 견해입니다. 이쯤 되면 거문도 한자 표기를, 큰 문장가란 의미의 ‘문(文)’과 태평양 관문이란 의미의 ‘문(門)’을 혼용해도 될 듯합니다. 굳이 하나의 뜻에만 매달릴 필요는 없으니까.



염동필 삼산면장입니다.




“어족 자원 보호 위해 권역망 감척사업 필요”
“갈치잡이 배 한 척당 20kg 쿼터제 도입해야”



남해의 어업전진기지 거문도. 내해에 양식장이 즐비합니다. 과거에는 내해에서 멸치, 고등어, 갈치, 삼치 등을 많이 잡았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장이 대삼부도 소삼부도, 백도 등 인근 외해로 빠져나간 상황이라네요. 어족 자원 고갈은 어디나 마찬가집니다. 하지만 어족 자원 보호를 위한 근본 대책 점검도 중요합니다. 이를 위한 삼산면장 염동필 씨 주장입니다.



“바다는 먹이사슬이 중요하다. 먹이사슬 아래 부분인 플랑크톤과 멸치가 많으면 자연스레 먹이사슬 윗부분을 차지하는 갈치, 삼치 등 어류도 늘어난다. 다시 말해 멸치를 못 잡게 하면 바다가 산다. 정부에서 진행한 어선 감척사업을 일반어선에서 멸치 등을 잡는 권역망 위주로 바꾸면 된다.”



거문도 은갈치, 쿼터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10월, 거문도 일원은 훤한 갈치 잡이 배로 장관입니다. 염동필 삼산면장은 “거문도 은갈치도 일본처럼 쿼터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배 한 척당 잡는 갈치 양을 20kg 이하로 제한해야 갈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거문도 은갈치 큰 거 10kg(10~12 마리)에 56만원 했다” 하니, 은갈치 1마리당 5~6만원에 사 먹은 꼴입니다.



이밖에도 염동필 면장은 “낚시로 인한 바다오염의 심각성”을 강조합니다. “낚시 면허제 등으로 오염 통제 수단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 스킨스쿠버 활동으로 바다 속에 자주 들어가는 여수시 수중연합회 박재성 회장도 “낚시의 주요 포인트로 알려진 바다 속에 들어가 보면 바닥이 하얗게 변해 바다생물이 못 사는 백화현상이 심각하다”고 증언합니다.



백화 현상 주범에 대해 박재성 회장은 “낚시할 때 뿌리는 밑밥이 원인 중 하나이며, 밑밥에 든 방부제가 백화 현상을 일으키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박재성 회장도 “바다를 살리기 위한 낚시 면허제 도입 등의 규제에 찬성한다”는 입장입니다. 삶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여객선 타고 들어오는 거문도 초입입니다.



당구와 테니스가 우리나라 최초 시작된 ‘거문도’
엘리자베스 여왕 2세가 방문 검토했던 ‘거문도’



요즘 한창 당구가 유행이대요. 거문도는 우리나라 최초로 당구와 테니스가 들어온 곳입니다. 1885년 영국군이 거문도를 점령했을 때 처음으로 전파된 거죠. 저도 대학 때 당구 150 쳤습니다. 대학 동기들은 짠다고 했지요. 그러나 고교 친구들 사이에선 무른 편이었지요. 이처럼 바닷가 사람들의 당구 실력을 짜다고 하는 건, 아마 바닷가 거문도에서 시작되어 그러지 싶네요.



거문도 가운데 섬, ‘고도’ 산책에 나섰습니다. 삼산면사무소~거문초교~해밀턴 테니스장~거문도 역사공원(영국군 묘)에 들렀습니다. 3기의 영국군 묘가 있습니다. 이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방한 당시, 검토했던 거문도 방문 근거였습니다. 실제로는 일정이 변경되어 오질 못했습니다. “마땅한 잠자리가 없는 등 경호상의 이유였다”고 전해집니다.



신선바위입니다.



고도, 회양봉 전망대에 올랐습니다. 뱀 두 마리를 만났습니다. 여름엔 요 녀석들 조심하시길. 전망대, 거문도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거문대교 왼쪽이 서도. 오른편이 동도입니다. 볼거리로 서도는 귤은 사당, 동도는 거문도등대, 기와집몰랑(신선바위), 녹산 등대 가는 길, 거문도 뱃노래 전수관 등이 꼽힙니다. 개인적으로 녹산 등대 가는 길과 신선 바위를 추천합니다.



거문도에서 뺄 수 없는 게 또 먹을거리입니다. 먹을거리는 여행 만족도의 50% 이상을 차지합니다. 경치 좋다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걸 보면. 거문도 은갈치 구이 및 조림에서부터 삼치회와 갈치회 및 고등어회 등의 생선회, 장어탕과 매운탕 등 다양합니다. 특히 거문도 자리돔 물회 놓치지 마시길. 참고로, 거문도 은빛바다축제가 오는 8월12일부터 14일까지 열릴 예정입니다.




회양봉 전망대입니다.

전망대에서 본 거문대교.

신선바위 가던 길에 본 거문도 전경입니다.

거문도등대입니다.

녹산 등대에서 본 풍경입니다.

거문도서 거꼭 먹어야 할 '자리돔물회'입니다.

거문도에는...

댓글을 달아 주세요

아내의 고해성사, 친구 앞서 전한 ‘엽기 순정만화’
아래꽃섬에서 놓치지 않고 꼭 먹어야 할 ‘부추’
[섬에서 놀다] 여수시 화정면 아래꽃섬, ‘하화도’





꽃섬에는...

섬...

개망초 속에는...





꽃섬에 갔습니다. 아래꽃섬, 여수시 화정면 하화도입니다. 지난 5월엔 웃꽃섬. 상화도에 갔었습니다. 당시, 웃꽃섬을 걷는 내게, 아래꽃섬이 손짓하며 계속 물었었습니다. 눈치 없이 아내가 곁에 있는데도 애교 가득한 코맹맹이 목소리로.



‘건너편에서 보니 저 참 예쁘죠? 저에게 올 거죠?’



아래꽃섬의 유혹에 아내에게 오해받을까 안절부절 했지요. 그러면서도 혼자 설레었나 봅니다. 아래꽃섬이 눈에 밟히데요. 알고 보니 남자만 유혹한 게 아니었더군요. 부부, 아래꽃섬의 유혹에 못 이겨 길을 나섰습니다. 아내의 여고 동창 등과 함께. 아래꽃섬, 하화도.



그 섬에 가는 이유인 것 같은,

임호상 시인의 신작시집 <조금새끼로 운다>에 수록된 ‘그냥’ 한 수 읊지요.



아래꽃섬 하화도에 도착...

노란 괭이밥...

해학적 벽화에 웃고...




        그  냥


                             임호상


    아내가 물었다 왜?
    그냥


    딸이 물었다 아빠 왜?
    그냥


    건성으로 대답한 것 같지만
    가장 깊고 정다운 말
    그냥


    그냥 좋다 그 말이

    당신처럼


    이유 없이 그냥 좋다



산책 가는 길...

꽃섬의 유혹...

물고기 색이 상상을 발휘합니다...

꽃섬의 추억...




결혼 19년 만에 처음 아내 여고 동창생을 만나다!



아래꽃섬, 하화도는 드나듦이 여유롭습니다. 웃꽃섬 상화도와 달리 배편이 더 있어서지요. 지난 6일, 아래꽃섬에 내렸습니다. 일행을 반기는 벽화가 반갑습니다. 돌담에 그려진 뒷일과 물고기 그림이 재밌어 피식 웃음 짓습니다. 물고기 색, 참 예쁘게 칠했습니다. 아마, 화가 머릿속에 자신만이 상상하는 물고기가 있나 봅니다.



“오늘은 등산이 아니라 산책입니다.”



뭐에 쫓긴 듯 앞만 보고 죽어라 걷는 ‘등산’은 사양입니다.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자연과 소통하는 ‘산책’이 좋습니다. 아래꽃섬 탐방로로 올라드니 발전소가 있습니다. 하화도 태양광 발전시스템이라네요. “공해 없고 고갈되지 않는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도서 주민의 쾌적하고 안정된 전기 공급을 위해 1988년 국내 최초로 설치된 발전시스템”이랍니다.



“얘, 여고 다닐 때 어쩐지 알아요?”


“오늘, 결혼 19년 만에 처음으로 아내의 여고 동창생을 만났어요.

그러니 평이 어쩐지 알 턱이 없죠.”



“대학 때까지 자주 만났답니다. 졸업 후 연락이 끊겼지요.

다른 친구는 다 찾았는데, 얘만 못 찾았어요.

얘가 작년에 고등학교 담임선생님께 연락했나 봐요. 덕분에 만났지요.”


“아내의 여고시절 이야기나 함 들어봅시다.”




제가 아는 아내의 추억담 속에는 과일 서리, 미꾸라지 잡기, 나무에서 떨어지기, 소꼴 먹이기 등 생각지도 못한, 건강한 장난 꾸리기 ‘쟁 맞은 여자’가 들어 있습니다. 그래, 더 들어보나 마나지요. 아내가 말 틈을 비집고 훅 들어왔습니다.



“우리가 하도 떠들어 실장이었던 얘가 선생님께 대표로 많이 맞았어.

그래도 우리한테 화풀이 않고 혼자 울던 착한 친구였지.”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아래꽃섬에 들어선 태양광 발전시스템입니다.

아내 벗...

꽃섬은 동화입니다...




아내의 고해성사, 친구 앞서 전한 ‘엽기 순정만화’



아내의 여고 친구와 함께 섬 산책 속에서 나누는 이야기는 한편의 ‘엽기 순정만화’였습니다. 만화에 반전 하나 없으면 심심하니 인기 없지요.



“우리 담임선생님은 대학 졸업 후 막 부임한 국어 샘이었어요. 여고에 온 아주 잘생긴 남자 샘, 인기 ‘짱’이었지요. 그때부터 다들 국어 공불 열심히 했어요. 그 샘이 하루는 친구들과 가정방문을 한다지 뭐예요. 난 친구와 자취하고 있었죠. 근데 집에 오는 선생님께 뭘 드릴까? 엄청 고민되데요. 당시엔 몰랐던 샐러드를 드리기로 하고 정성껏 만들었어요. 귀한 마요네즈까지 얹어서.



근데, 요리하다가 그걸 땅에 엎었지 뭐예요. 시간은 없지. 자취생이 새로 재료 살 돈도 없지. 땅에 엎은 걸 주워 씻어서 다시 해 드시라고 내놨어요. 근데, 그것도 모르고 선생님과 친구들이 엄청 맛있게 먹데요. ㅋㅋ~. 자취했던 친구랑 이 이야길 무덤까지 갖고 가자했어요. 저번에 친구들 만났을 때 이 이야길 했더니 난리대요.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더런 년, 나쁜 년이라고. ㅎㅎ~^^”



아내의 고해성사는 귀여운 엽기 이야기였습니다. 어쨌거나, 여고 친구 만난 여인들은 웃음꽃 만발입니다. 이미 과거 청초했던 여고 시절로 돌아간 거죠. 그 모습을 보며 한 가지 다짐했습니다. 그건 부부가 함께 가꿔야 할 부부의 미래였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후, 과거를 생각하며 행복한 웃음 지을 추억거리를 성심성의껏 만들어야겠다는.



추억 만들기...

며느리밑씻개. 이름 바꿔야겠어용~^^

어쭈구리...




아래꽃섬에서 놓치지 않고 꼭 먹어야 할 ‘부추’



느릿느릿 느림보 산책하다 보니 점심시간이 넘었습니다. 아래꽃섬에 올 때 아무것도 사지 않았습니다. 특별히 노린 게 있었지요. 아래꽃섬 특산물로 전국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남자들의 보양식이자 피를 맑게 한다는 ‘부추’였습니다. 아래꽃섬에서 부추 요리와 막걸리 마실 희망에 부풀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출발 전, 백야도 손 두부를 샀을 겁니다.



“우선 막걸리 두통 주시고요. 부추 전 두개, 부추 오징어무침 하나. 그리고 밥 주세요.”



하화도 명물 부추전과 막걸리...

부추전에 또 부추를 얹어 한 입...

푸짐한 시골 밥상입니다...

 

부추 오징어무침입니다...




마을 입구, 내시는 음식점에 들었습니다. 경로당 할머니들의 수고와 맛을 아는 지라 팍팍 시켰지요. 눈 깜짝할 사이, 막걸리와 부추전이 사라졌습니다. 부추무침, 돌산 갓김치, 미역무침, 총각김치, 열무김치에 된장국이 나왔습니다. 이어 부추 오징어무침, 다시 부추전 하나가 나왔습니다. 푸짐하대요. 진수성찬 앞에서 추억이 빠질 리 없지요.



“우리 학교 다닐 때 잔디 씨 갖고 와라 많이 했잖아. 그걸 열심히 훑어 모아 학교로 가져가다, 어쩐지 알아? 하필 풀밭에 넘어져 잔디 씨가 다 흩어졌지 뭐야. 그걸 어떻게 주워. 그래, 다른 놈들도 넘어지라고 풀을 꽉꽉 묶었지, 크크.”



요, 잔디씨에 얽힌 아내의 추억이 재밌습니다...




음식에 이야기 양념이 추가 되니 막걸리 맛이 더욱 납디다. 암튼, 아내 친구를 만난 후 없었던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습니다. 지인 왈, 이렇게 겁을 줍니다.



“여자들이 나이 들어 친구 만나다 보면 남편에게 잔소리가 많아진다. 열심히 이것저것 봉사하는 남편이 깔끔히 옷을 입어도 왜 이 옷 입었냐? 저 옷 입어라 하고 참견에 까칠해진다. 좀 기다려 봐라.”



에이~ 설마~~~. 설마가 사람 잡을까요?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제 아내는 안 그러길 바랄 뿐! 꽃섬이 방긋 웃었습니다.




아래꽃섬 하화도 선창서 본 웃꽃섬 상화도.

아래꽃섬 마을...

태양광 발전시스템...

붉은 괭이밥...

정자에서 본 웃꽃섬...

엉겅퀴...

꽃섬이 맞네용~^^

시원한 전망대...

꽃섬에서 꽃처럼...

바닷가의 해학...

은은한 인동초꽃 향이 아직도...

바닷가에서 웃꽃섬을 보며...

그래 괜히 꽃섬이 아니랑께~~~

여인을 유혹하고...

아래꽃섬의 명물 부추입니다.

요게 뭔 꽃이더라?

그림입니다...

추억의 다알리아...

산책 후 정리정돈?

벽화가 예술입니다...

맛있는 요리를 해주신 경로당 할머니들입니다.

금낭화...

부추는 정력제이면서 피를 맑게 한답니다...

돌산갓김치가 삭큼...

누굴 잊지 못하는 걸까?

막걸리 한 사발의 추억...

별꽃 속으로의 섬 여행...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lmovxad2m.tistory.com BlogIcon 졍여샤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목만 보고 너무 로맨틱해서 들어왔어요ㅎㅎㅎ 즐거운 여행분위기가 사진에서도 물씬 풍기는 것 같아요. 저도 빨리 가족과 함께 여름휴가 떠나고 싶네요ㅎㅎ!

    2016.06.13 12:19 신고

‘해돋이’ 보기 위해 15년 만에 찾은 용월사, 과연?

잠의 훼방꾼과 새벽예불, 그리고 모두 내려놓기
‘나를 잊는 10분 새벽 명상’과 옷을 훌훌 벗고
“아침 공양은 살짝 익힌 토마토와 사과 한 조각”
[절집 순례] 여수 돌산 용월사, ‘새벽예불’과 ‘해돋이’












“절에서 자고 싶어요.”



아내, 절집에서의 하룻밤을 요구합니다. 여수 돌산 용월사를 떠올렸습니다. 그동안 날씨 때문에 해돋이를 번번이 놓친 아쉬움이 컸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새벽예불과 해돋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기회였습니다. 미리 원일스님께 허락을 구했습니다. 언제든 환영이라네요. 지난 5일 밤, 용월사로 향했습니다.









‘해돋이’ 보기 위해 15년 만에 찾은 용월사, 과연?




“해가 안 뜰 것 같은데.”



스님 말씀대로 날씨는 해돋이를 허용하지 않을 기세였습니다. 또 해돋이를 놓칠 판이었습니다. 용월사 해돋이가 이렇게 보기 힘들 줄이야. 집 안방에 누워 지겨울 정도로 보는 아침 해이건만. 그런데 유독 용월사 해돋이와 궁합이 영 시원찮습니다. 전생에 무슨 업을 지었을까, 싶습니다.



일출 명소 여수 용월사의 해돋이를 본 게 15년 전입니다. 때는 바야흐로 2000년 1월1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가는 신년 초, 당시 대다수가 그랬던 것처럼 소원을 빌어 보겠다고, 어린 아이들을 안고 수많은 사람 틈에 합류해 해돋이 구경에 나섰던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잠의 훼방꾼과 새벽예불, 그리고 모두 내려놓기



“쏴~아! 쏴~~아! 쏴~~~아!”



절벽 위에 세워진 용월사. 새벽예불에 참여하려면 빨리 잠자리에 들어야 합니다. 머리를 눕혔습니다. 끊임없이 파도소리가 들려옵니다. 바닷물 수위가 높은 8물 사리라 지척이어선지 파도소리가 더 크게 들립니다. 절집에 누워 듣는 파도소리. 평소 같으면 ‘운치’였을 겁니다. 지금은 깊은 번뇌를 불러오는 ‘잠의 훼방꾼’일 뿐.



잠결에 세면장에서 물 내려가는 소리가 납니다. 부지런한 나그네가 벌써 일어난 걸까. 목탁소리가 들립니다. 눈을 떠 시간을 확인합니다. 새벽 3시 50분. 서둘러 일어납니다. 총총 걸음으로 새벽어둠을 뚫고 무량광전으로 향합니다. 발에 밟힌 돌 소리가 염주 굴리는 소리 같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스님, 불공에 한창입니다. 수많은 날, 홀로 석가모니 세존을 찾았을 스님 뒤에 자리 잡았습니다. 욕심과 번뇌 대신 무욕과 해탈을 구하려는 심산입니다. 절을 합니다. 자신을 한없이 낮춥니다. 내려놓고, 내려놓고, 또 내려놓습니다. 욕망 덩어리인 ‘나’가 사라집니다. 바라는 마음이 크고 깊으면 무엇이든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위안입니다. 삼매경!








‘나를 잊는 10분 새벽 명상’과 옷을 훌훌 벗고



“풍경소리와 함께 명상하세요.

바람이 일으키는 풍경소리를 인식하고, 고요를 인식하며, 명상하세요!”



불공을 마친 스님께서 ‘나를 잊는 10분 새벽 명상’을 권합니다. 고요 속에 들어간 스님을 보며, 명상에 돌입합니다. 눈을 감습니다. 풍경소리가 바람에 일렁입니다. 눈을 뜹니다. 풍경소리가 잦아듭니다. 다시 눈을 감습니다. 순식간에 고요 속으로 들어갑니다. 깨어있음에 마냥 행복합니다. ‘나를 찾는 10분 새벽 명상’, 아름다운 시간입니다.



밖으로 나왔습니다. 관세음보살이 여명과 어둠 사이에서 남해 바다를 굽어보고 계십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배들이 불빛을 발사하며 존재를 확인시키고 있습니다. 해돋이는 접었습니다. 흐릿한 날씨에 해돋이는 욕심입니다. 대신 밤새 철썩였던 파도를 확인합니다. 무수히 몸을 던져 기꺼이 부셔졌던 파도 덕분에 잠을 푹 잤습니다. 생각의 고리들을 끊을 수 있었기에.



“목욕 갈까요?”



스님을 따라 나섰습니다.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하는 끊임없는 노력입니다. 목욕탕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나그네에게서 살짝 술기운이 돕니다. 맑음을 얻으려는 애틋한 몸짓으로 읽힙니다. 훌훌 옷을 벗습니다. ‘나’를 벗으니 ‘진정한 나’가 됩니다. 탕 속에 들어갑니다.



“아, 시원타!”








“아침 공양은 살짝 익힌 토마토와 사과 한 조각”



“우리 용월사 해돋이는 겨울이 더 멋있어요.

여름에는 해가 남해도에서 뜨지요. 겨울에는 해가 바다에서 뜨고요.

차 한 잔 하시게 찻방으로 오세요.”



스님, 차를 권했습니다. 그러면서 “제 아침 공양은 살짝 익힌 토마토와 사과 한 조각”이라며 냉장고에서 토마토와 사과를 꺼냅니다. 아리송합니다. 아침 공양을 같이 하자는 건지, 이렇게 드신다는 소개인지. 염치 불구, 아내와 함께 찻방으로 갑니다. 스님, 사과를 깎고 있습니다. 어리석은 중생입니다.



“햇차 드셔 보셨어요?”
“아직입니다.”


“선암사에서 만든 우전 마셔 보세요.”
“감사합니다, 스님!”



녹차 향이 은은합니다. 목 넘김이 부드럽습니다. 살짝 익힌 토마토 한 조각을 입에 넣습니다. 씹다 삼킵니다. 사과를 들어 베어 뭅니다. 아삭거리는 소리가 아주 경쾌합니다. 스님께서 나눠주신 아침 공양은 꿀맛이었습니다.



“깨달음은 한 순간에 옵니다.

깨달으면 팔만대장경 해석이 자유롭습니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첫눈에 심상찮았던 구리로 만든 남해사 ‘청동 반가사유상’
서현스님이 현몽
 후 안동서 발견했다는 ‘청동 반가사유상’
“문화유산은 한 번 손상되면 본래 상태로 돌이킬 수 없어”





웃는 듯 마는 듯, 염화미소...






“반가사유상 전시 소식 들었어요?”


혜신스님 물음입니다. 목 넘김이 부드러운 녹차 맛만큼이나 맛난 소식입니다. 그렇잖아도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 특별전이 지난 달 24일부터 오는 6월12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 중이란 소식을 들었지요.


무척 반가웠습니다. 반가사유상 전시 소식이 반가운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 아직까지 국보로 지정된 적 없는 ‘청동’ 반가사유상의 진품 여부를 따질 절호의 기회지 싶어 섭니다.






첫눈에 심상찮았던 구리로 만든 남해사 ‘청동 반가사유상’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현재 전시 중인 우리나라 국보 78호 반가사유상은 금으로 만든 ‘금동’입니다. 금동 반가사유상은 “6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신비로운 미소를 띤 채, 깊은 사색에 잠긴 표정에, 무한한 평정심과 숭고한 아름다움이 가득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또 일본 반가사유상은 ‘나무’입니다. 이 목조 반가사유상은 “7세기 후반에 만들어졌으며, 녹나무로 만든 11개의 조각을 끼워 맞춰 완성한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불상”이라고 합니다.



이런 소중한 문화유산을 직접 감상하는 즐거움은 아주 클 것입니다. 반가사유상의 문화재 등록 현황은 국보 제78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국보 제118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보물 제331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보물 제64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등 대부분 ‘금’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서 전시중인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 만남전


 

 


각설하고, 청동 반가사유상을 처음 본 건 지난 해 6월 즈음입니다. 여수 남해사 법당의 부처님을 뵙던 자리에서였습니다. 첫 눈에 심상찮았습니다. 다리 한쪽을 올리고 턱을 괸 이상한 형상이었습니다. 특히 녹이 잔뜩 낀 모습이 괴기스러웠습니다.


스님께 여쭸더니, “구리로 만든 청동 반가사유상”이라더군요.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이후 수시로 스님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남해사 법당 오른쪽에 녹이 낀 불상이 있었습니다.


 

 



삼매경에 빠진 미륵보살, ‘청동 반가사유상’ 진품일까?




- 못 보던 이색 불상이 있던데 무슨 불상입니까?


“법당 좌측에 있는 게 아미타 부처님. 중간에 석가세존 본존 사리. 우측에 있는 게 구리로 만든 청동 반가사유상입니다. 반가사유상 처음 보시죠? 아주 귀한 겁니다.”




- 반가사유상이란 무엇 무슨 뜻입니까?


“반가사유상은 의자에 앉아 오른쪽 다리를 왼쪽 무릎 위에 올리고, 약간 앞으로 숙인 얼굴 왼쪽 뺨에 오른손을 살짝 괸 상태의 불상입니다.


한쪽 발을 올려놓았다 하여, 반가부좌의 줄임말인 ‘반가(半跏)’와 깊이 생각한다는 ‘사유(思惟)’에서 온 말입니다. 한 마디로 삼매경에 빠진 미륵보살입니다.”




- 이건 고증 받았습니까?


“반가사유상은 흙, 돌, 나무, 금, 구리(청동)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었습니다. 반가사유상은 5개가 국보 혹은 보물입니다. 이것들은 모두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입니다. 반면, 우리 남해사 반가사유상은 ‘구리’로 만들었습니다.


문헌에는 청동으로 만들어진 반가사유상이 있다고 하는데, 실제 진품으로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 이번 기회에 문화재청 등이 고증하길 기대합니다.”




- 그동안 고증 받으려고 노력하지 않았습니까?


“예전엔 반가사유상 크기가 15~30㎝ 내외, 다시 말해 40cm 이하만 진품이란 고정관념이 있었습니다. 우리 남해사에서 보관 중인 반가사유상은 높이가 74cm로, 너무 크다며 진품이 아닐 거라고 했습니다. 때문에 고증 받을 엄두를 못 냈습니다.


요즘엔 크기가 15㎝에서 2m까지 다양해 고증 받을 만합니다. 실제로 국보 제78호와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의 높이가 각각 83.2㎝와 93.5cm입니다. 이번 기회에 청동 반가사유상도 고증 받을 생각입니다.”



청동 반가사유상입니다.


 

 



서현스님이 현몽 후 안동서 발견했다는 ‘청동 반가사유상’




- 어떻게 남해사에서 청동 반가사유상을 모시게 됐습니까?


“청동 반가사유상을 발굴하신 서현스님께서 강원도 양양 불탑사에 기증했다고 합니다. 이걸 불탑사 의륜스님께서 우리 남해사에 ‘원만불사 성취를 기원하며 본조불 1위’를 창건 시주하시어 받아 모시고 있습니다.”




- 청동 반가사유상은 언제 발견된 것입니까?


“반가사유상은 경북 경주, 봉화, 안동, 영주 일대에서 주로 발견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도 마찬가집니다.


입적하신 서현스님께서 경북 안동시 서후면 애련암에서 수행하실 때 꿈에 계시를 받는다는 선몽 덕분에 안동 학가산 절터에서 2003년 2월 발견했다고 합니다. 이걸 사람들이 그저 땅속에 있던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취급했답니다.”




이렇게 시주 받았답니다.




- 청동 반가사유상을 발견하게 된 서현스님의 꿈, 소개해주시겠습니까?


“서현스님께서 꿈에 안동 학가산 절터에 갔더랍니다. 가보니 부처님께서 땅 위에 서 계시더랍니다. 꿈에서 깬 후 실제로 학가산 절터 직접 가봤답니다.


둘러보니 땅위로 뭔가 솟아나와 있더랍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부처님 머리만 땅밖으로 나와 있더랍니다. 그걸 서현스님께서 발굴했다고 합니다.”




- 이 청동 반가사유상을 진품일 거라 생각하십니까?


“그래서 검증이 필요합니다. 대한민국 불교문화의 자부심인 반가사유상은 은은한 미소를 최고로 칩니다.


남해사에 보관 중인 청동 반가사유상도 미소가 무척 아름답습니다. 잔잔하게 웃는 듯 마는 듯한 고요한 미소가 일품입니다. 탄소 연대 측정 등을 통해 진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 혹, 진품으로 생각하는 근거가 있습니까?


“반가사유상은 삼국시대인 6∼7세기에 주로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남해사 반가사유상과 비슷한 것들이 시중에 더러 있습니다.


저는 주물 두께에 주목합니다. 다른 건 두께가 두꺼운데, 이건 훨씬 얇습니다. 주물 두께가 이렇게 얇은 건 오직 하나입니다. 이게 주물 기술이 매우 발달한 삼국시대 것이라 생각하는 근거입니다. 문화재청 등에서 검증하면 밝혀질 것입니다.”




국보 제78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사진 문화재청)



남해사에서 보관 중인 청동 반가사유상.

녹이 낀 상태라 문화재일 경우 시급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문화유산은 한 번 손상되면 본래 상태로 돌이킬 수 없어”



스님과 이야기 나눈 후 진지해졌습니다. 만일 이 청동 반가사유상이 진품이라면? 없던 긴장감마저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불상이거니,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문화재, 그것도 국보급일 가능성을 엿보게 된 겁니다.


어찌됐건,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것 자체가 감격이었습니다. 스님께 혹시 이 청동 반가사유상이 국보일 경우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여쭸습니다.



“20여 년 전 소더비경매장에서 1,000억 원에 경매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입이 쩍 벌어졌습니다. 피식 웃었습니다. 부처님께서 가치에 눈이 먼 어리석고 아둔한 중생이라 놀리실까봐! 그러니 중생이지요. 사실, “국보 83호 금동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특별전에 출품할 때 보험가를 약 500억 원으로 평가했다”고 하니, 가치를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곡선이 아름답다고 합니다.

 

 



참고로, 문화재청에 따르면 문화재 지정은 “시·도 지정신청, 1·2·3·4차 검증, 문화재지정 고시, 문화재지정서 교부, 문화재지정대장 작성 등의 과정을 거친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문화재 가치 정도인 진품 여부가 밝혀진다”고 합니다.


문화재 지정을 신중히 하는 이유는 “황자총통처럼 모조 제작된 것을 교묘히 기만하여 국보로 지정 의결하게 했던 예”가 있어섭니다. 그렇다고 마땅히 지정돼야 할 것을 기피해서 안 될 일입니다.



혜신스님을 졸랐습니다. 어떻게 감상해야 해야 아주 잘 볼 수 있는지 등을 알고 싶었습니다. 스님께서 허허 하시더니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챙긴 이불을 마룻바닥에 깔았습니다. 법당에 들어가 넙죽 절을 하셨습니다. 녹이 잔뜩 낀, 투박한 청동 반가사유상을 들어 올렸습니다. 반가사유상이 마루의 이불 위에 놓였습니다. 반가사유상 감상법을 설명했습니다.



“이 청동반가사유상의 관상은 과거 현재 미래에서 가장 완벽한 상입니다. 미소는 참으로 아름다운 염화미소입니다. 특히 소량의 청동을 사용한 까닭에 곡선의 어울림이 완벽합니다.


다만, 불탑사에서 보관할 때 비가 새는 곳에 삼년간 방치하여 녹이 많이 생긴 점이 아쉽습니다. 문화유산은 한 번 손상되면 다시 본래 상태로 돌이킬 수 없습니다. 선조들이 우리에게 물려준 대로 후손에게 온전하게 물려 줘야 합니다.”



문화재 또한 후손에게 온전히 물려줘야 합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밥만 먹고 어찌 사냐? 짜장 번개 어때요?”
자장면 앞에서 드러난 두 얼굴의 사나이, 왜?
자장면 면발, 꼬들꼬들 야들야들 술술 넘어가고
시뻘건 짬뽕 국물에 빠진 홍합이 일광욕하고…
[여수맛집] 전남대 여수캠퍼스 앞 자장면 집 - 거상





고놈, 맛 한 번 볼까?



와~따, 길다~~~



한 번 먹어 보더라고...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걸까?’



늘 따라 다니는 숙제입니다. 알쏭달쏭, 헷갈립니다. 쉬우면서 어렵습니다. 이럴 때 찾는 이들이 있습지요. 반복되는 일상서 일탈을 꿈꾸는 자들의 모임이랄까.


구성원은 딸랑 4명. “먹어야 산다!”는 명제 아래, 생일 등 특별한 날 번개로 만납니다. ‘밥만 먹고 살 수 없다’는 소주제에 따라 먹을거리의 다양성을 추구하지요.



언제 봐도 반갑고 즐거운, 스트레스 날리는 모임이 언제부턴가 뒤로 우선순위가 밀리데요. 먹고 살기 빡빡한 탓에 챙길 일들이 늘어난 때문이지요.


허나 이보다 더 큰 이유가 있습지요. 모임 자체가 번개 위주라 보니 대부분 선약에 밀리더군요. 그래 꾀를 낸 게 저녁식사 자리에서 점심으로 바꿨습니다. 이게 그나마 수월하대요. 그렇게 찾은 곳이 자장면 집입니다.



“짜장면 번개 어떠삼? 의견 남기삼!”



와우~, 대박. 단체 톡에 불났습니다. 즉각 “밥만 먹고 어찌 사냐? 신선하다”며 콜. 면발 좋아하는 지인들 완전 쾌재였습니다. 이렇게 찾은 곳이 최명락 교수(전남대 생명공학과)의 단골집. 그는 "자장면이 땡기는 날에는 과사무실서 일부러 걸어서 간다"고 합니다.


그곳는 전남대 여수캠퍼스 정문 앞에 있는 ‘거상’입니다. 평가가 좋아 세 번 연속 모였습니다. 우선 자장면 가격이 싸고 푸짐합니다. 찾는 손님이 꾸준하고, 맛이 좋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낮 모임이라 부담 없다는 게 매력입지요.




섞는 재미가 솔솔합니다...



단골인 교수님은 먹기도 전에 살짝 웃음부터...



거상 내부입니다...





자장면 밑반찬, 단무지와 양파 식초 칠까, 말까?



“뭐 시킬까?”



요거, 어딜 가나 고민입죠. 자장 번개인데도 막상 닥치니 망설여집니다. 먼저 자장과 짬뽕 사이에서 갈등입니다. 자장면도 “짜장면, 간짜장, 볶음짜장, 고추쟁반짜장, 삼선짜장”이 있습니다.


짬뽕도 “짬봉밥, 삼선짬뽕, 고추짬뽕”으로 나뉩니다. 메뉴 고르기부터 즐거운 비명입니다. 사람이 많다는 게 장점입니다. 따로따로 시켜 조금씩 맛볼 수 있으니까.



특이한 게 식당서 먹으면 500원 빼준다는 거. 자장면 배달하면 3,500원인데 식당서 먹으면 3,000원입지요. 보통 자장면 한 그릇이 5,000원이니까 이보다 저렴하지요.


“자장면 배달 아르바이트 일당 100,000원”이라 붙었더라고요. 저는 일단 오토바이를 못 타 알바는 물 건너갔고~. 이러니 식당에서 먹을 때 배달 비용 빼주는 게 맞습니다요. 주문은 갈 때마다 다릅니다만, 대개 이렇습니다.



“짜장 하나, 삼선 짜장 하나, 간 짜장 하나, 짬뽕 하나 주세요.”



밑반찬은 단무지, 양파, 배추김치 등. 단무지와 양파에 식초를 칠까, 말까? 어릴 때 자장면 많이 먹었지요. 특히 초등학교 졸업식 날 먹었던 자장면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삼삼합니다.


그러니까 옛 추억 살리려면 식초 쳐 먹는 게 향수를 자극하지 않을까 싶네요. 지금은 나이 먹어선지 되도록 덜 자극적인 걸 찾게 되더군요. 때론 자극적인 걸 찾긴 하지만.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식초 치는 여부는 “각자 취향에 따라 식성 껏 드시라”네요.




단무지와 양파에 식초를 쳐, 말어?



다 먹어 가는데 뒤늦게 나왔습니다. 그래야 이것도 맛보고...






자장면 면발, 꼬들꼬들 야들야들 술술 넘어가고



메뉴가 다르면 따로 따로 나옵니다. 요럴 때 간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하나가 도착했습니다. 콩과 깨가 송송. 기다리는 사이, 옆에서 자장면 비비는 구경에 나섭니다.


양손에 젓가락 하나씩 들고 면발 사이를 벌립니다. 허연 면발이 드러납니다. 면을 휘휘 휘어 젓습니다. 면발이 점차 검게 변해갑니다. 아시죠? 그 흐뭇함을. 침이 꼴까닥 넘어갑니다.



“성님, 말 좀 하고 드쇼!”



소리까지 내가며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 샘이 납니다. 지인 얼굴이 모든 걸 말해 줍니다. 무슨 일 있으면 금방 표시 나는, 그래서 얼굴만 봐도 금방 태가나는 지인은 그 자체가 ‘거짓말 탐지기’입니다.



정말이지 표정이 ‘짱’. 두 얼굴의 사나이입니다. 자장면 먹기 전과 후가 확연히 다릅니다. 어쩜, 인상 찌푸릴 때와 웃을 때 차이가 저렇게 다를까? 이렇게 밝고 예쁜 얼굴, 웃으면 좋으련만!





무표정한 얼굴이...



맛을 보더니...



음미까지 하더니...



활짝 폈습니다...



음, 그래 이 맛이야!






간자장이 나왔습니다. 삶은 달걀 반쪽에 깨 송송. 자장 양념이 따로 나왔습니다. 한 번에 탁 털어 붓고 섞습니다.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납니다. 젓가락을 푹 누른 후 면발을 들어 올립니다.


입에 쏙 자장면을 집어넣었습니다. 면발이 꼬들꼬들, 야들야들, 쫄깃쫄깃, 설설 녹습니다. 뭐 씹을 게 있어야 씹지요. 술보다 더 술술 넘어가는 듯합니다. 어, 조금 먹었는데 벌써 배가 부르다니….




간짜장입니다...



따로 먹는 자장도 괜찮지요...



언제 나온다냐? 한담이 이어집니다...



요거 비비는 맛이...





시뻘건 짬뽕 국물에 빠진 홍합이 일광욕하고…



드디어 짬뽕 대령입니다. 짬뽕은 먹으면서 땀 빼는데 제격이지요. 시뻘건 짬뽕 국물에 빠진 홍합. 푸짐한 홍합이 요염한 포즈로 일광욕하는 분위기입니다.


속으로 ‘홍합아, 소원이라면 너부터 맛있게 먹어줄게’ 하며 손으로 들고 속살을 뺍니다.



“짬뽕 국물 드셩!”



뻘건 국물에 눈독들이던 지인에게 그릇째 밉니다. 지난 밤, 술 꽤나 퍼 마신 거죠. 남자들, 끝 모르게 부어라 마셔라 하는 거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짬뽕 국물이 끝내 줍니다.



지난 2월 번개 때 지인이 웃음지었지요. 그래 계속 번개


어, 시원타~. 뜨거운데 시원하다고 하는 건 세월이 주는 미학이지요~^^




뻔히 다음 날, “내가 술 또 마시면 네 새끼다!”란 호언장담에도 언제 그랬냐는 듯, 마셔대는 걸 보면 말입지요. 술, 인류 최대 발명품 맞습니다요. 지인, 후루룩 마시더니 한 마디 말과 함께 그릇을 내밉니다.



“어~, 시원타!”



낮에 이어지는 2차가 어색합니다. 밤에는 술집 순례에 나설 텐데, 낮이라 찻집으로 직행합니다. 이런 모습 적응하기 힘듭니다. ‘거상’ 건너편 ‘별 다방’을 찾았습니다.


대학가 앞, 다방이 안겨주는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앗, 내부는 현대식입니다. 지인들과 오랜만의 추억 번개로 삶의 재충전입니다.




추억의 별다방...



씨뻘건 요 짬뽕, 해장에 딱이지요.


별다방 내부입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아내의 추궁, 당신 50이 넘어 이제 철 든 게야?
여자 입장서 본 ‘남편이 결혼 후 변했다’는 일례
“밤에 피는 장미, 나에 사랑 장미 같은 사랑….”
곡성 세계장미축제장에서 마음을 확인한 ‘닭살 부부’












“당신 요즘 왜 그래?”



아내, 지난 22일 곡성세계장미축제장을 둘러보던 중 날선 질문을 던졌습니다. 어쩌라고? 잘못한 일과 책잡힐 게 없음에도 난감하대요.


게다가 지난 금요일 출장 간 아내에게 꼬박 이틀을 수원 화성 행궁서 친구들과 같이 지낼 휴가까지 준 상태. 이어 곡성에 장미 구경 가자는 남편에게 감동 먹었다던 아내. 때문에 까칠한 질문 받을 일이 전혀 없었지요.



그럼에도 불구, “왜 그래?”라니. 아마, 여자는 남자 잡는 거 타고 났나 봅니다. 모든 건 아인슈타인 박사가 주창한 ‘상대성 원리’가 작동하는 법.


그냥 속수무책으로 당할 남자가 아니죠. 부부로 살다보니 노하우가 생기대요. 의도를 모를 때는 묵묵부답, 침묵이 최고. 대신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아야 합니다. 이유를 알기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지요.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예전엔 내가 뭐하자고 하면 '버럭' 소리부터 지르더니, 요즘엔 내가 어떤 걸 요구해도 순순히 따르더라. 왜 무슨 일 있어?”



나 원 참. 별 게 다 꼬투리네. 제가 보기에 ‘장미=여자’입니다. 곡성 기차마을 안에 장미가 천지입니다. 장미는 (♩♬♪)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에서부터 노란 장미, 주황 장미, 흑장미, 백장미…. 색깔과 크기가 어찌나 다양하고 예쁜지.


여자들도 시시각각 시도 때도 없이 다양하게 변합니다. 이럴 땐 나쁜 남자가 제일. 아내 질문에 동문서답으로 반응합니다. 단, 진심을 가득 담고서.



“내 각시가 장미보다 훨씬 더 이쁘네!”








여자 입장서 본 ‘남편이 결혼 후 변했다’는 일례



“저것 좀 봐. 연애할 땐 저렇게 남자가 여자랑 같이 화관 쓰고 다니지. 결혼해 봐. 어떤 남자가 화관을 같이 쓰고 다니겠어. 그러니 여자 입장에선 남편이 결혼 후 변했다 하지.”



“맞다, 맞다!” 했습니다. 아내 말을 쫓아 화관 쓴 사람을 살폈습니다. 대차나. 한 젊은 연인이 화관을 같이 썼습니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 했던가. 뭘 해도 좋을 때지요.


여자들은 나이 적고 많음에 상관없이 화관을 쓰데요. 남자들은 젊은 남자 몇 뿐. 머리에 화관 쓴 중년 남자는 눈을 치켜뜨고 찾아 봐도 없더군요. 모두들 제 정신 맞습니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당신 화관 하나 사줄까?”
“아니, 됐어. 작년에 산 화관 집에 있는데.”



제 기억으로, 작년에 삼천 원 주고 샀습니다. 그걸 아직 보관 중이라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암튼 금시초문입니다. 아니, 어떻게 작년에 산 화관을 아직까지 보관할 수 있는지 납득 안 됩니다.


 “장미축제란 명칭에 제일 맞는 게 화관이다”는 칭송까지 작년과 판박이입니다. 여자들은 사소한 데 꽂히나 봅니다. 너무 깊이 알려 하면 다친다 했지요. 화성 남자, 금성 여자임이 분명합니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어머, 여기다 보리밭을 가꿨네. 당신 이리 와. 호호~”



아내, 보리밭 앞에서 야릇한 웃음입니다. 갑자기 웬 19금 모드. 사람들 언제 숨어(?) 있었을까 싶게, 보리밭 사이에서 불쑥불쑥 나타납니다. 청보리가 익어 까슬까슬한 보리밭에 더 머물었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봉변(?) 당할까봐 애 둘러 나옵니다. 아내 말이 뒤통수를 강타합니다.



“당신 내가 무서운 게야?”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밤에 피는 장미, 나에 사랑 장미 같은 사랑….”



“♩♬♪ 아하~ 밤에 피는 장미~, 나에 사랑 장미 같은 사랑~♪♬♪”



그러고 보니 밤에 피는 장미를 자세히 살핀 적 없습니다. 야간 개장도 한다던데 이참에 구경하기로 합니다. 해넘이와 함께 관람객들 계속 들어옵니다.


하지만 관광객이 썰물처럼 빠진 뒤입니다. 무덥고 복잡했던 낮과 달리 선선함과 여유가 넘칩니다. 가로등과 장미를 비추는 불빛이 하나 둘 들어옵니다. 부부 혹은 연인, 분위기 잡기 ‘딱’입니다. 이래서 밤에 다니는 건가!








“학교 다니는 손자가 여자 친구랑 같이 왔대. 서로 마주치고 깜짝 놀랐데. 너무 반가워 할머니가 손자에게 용돈을 줬데. 그런데 기어이 안 받더래. 용돈 받아서 같이 사먹을 일이지….”



아내, 언제 장미 가꾸는 할머니 손자 이야길 들었을까. 화장실에 다녀 온 사이 아내가 넓은 오지랖을 발휘했습니다.


그러게. 자기만 손해지, 뭐. 할머니가 주시는 용돈 받아 호기롭게 맛있는 거 사 먹을 것이지, 자존심은. 여자 친구에게 용돈 받는 걸 보여주는 게 쪽팔렸을까? 그럴 수 있지.









아내, 밤의 호젓한 분위기를 빙자해 낮에 덜한 추궁(?)을 이어 갑니다.



“당신, 요즘 왜 달라진 거야. 대체 내 눈높이에 맞춰 움직이는 이유가 뭐야.

50이 넘어서 이제 철 든 게야?”



아내, ‘뻑’하면 핏대 세우던 '버럭 남편'이 온순한 양으로 변한 이유가 무척이지 궁금하나 봅니다. 남자는 죽기 전까지 철들기 어렵다는 걸 모르는 걸까.


장미가 흐드러지게 핀 곡성세계장미축제장에선 솔직해 지는 게 예의일 터. 아내에게 “그게 그렇게 궁금해?” 반문하며, 꼭꼭 담아뒀던 속 이야기를 툭 꺼냈습니다.








“추운 겨울 일하고 새벽에 들어와, 차가운 손을 당신 가슴에 살짝 얹었는데, 당신이 따뜻한 두 손으로 내 손을 잡고 가슴 위에서 녹여주데. 잠결에 찬 손을 대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거부하고 밀어낼 텐데, 당신은 안 그러대. 그 행동이 정말 감격스럽더라고. 그래 다짐했지. 이 사랑스런 여잘 위해 뭔들 못할까, 하고.”



아내, 묘한 얼굴 표정 지으며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여자들은 그런다지요? 다 변하더라도 나를 바라보는 한 남자의 사랑만은 변치 않기를…. 아시지요? 욕심이라는 거. 다만, 희망을 버리지 않는 삶은 아름답습니다.


밤, 곡성세계장미축제장에서 장미가 또 새롭게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섬에게 바람맞은 부부, 기어코 승부수를 던지다!
신혼 아닌 부부, 섬에 같이 가면 무슨 흥이 날까?
꽃섬 숲속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전투, 누가 이길까?
꽃섬 상화도, 관광 전략상 ‘찔레꽃’으로 특화 필요





웃꽃섬에서 보는 여수 바다 경관이 압권입니다.



돌담에 지붕을 고정하는 줄까지, 섬 답습니다.



웃꽃섬 상화도 마을입니다.





“당신 낼 뭐해?”



아내의 물음. 뜸을 들였습니다. 같이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는 깊은 바람 앞에. 아내는 연구대상입니다. 올해 결혼 19년차인 남편이랑 아직도 같이 하고픈 게 있을까?


안 그러더니 갑자기 부쩍 같이 뭘 하려고 안달입니다. 대체, 뭐가 찔리는 걸까. 하여튼, 아내가 고맙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백야도 선착장에 차와 사람이 뒤엉켰습니다.



웃꽃섬 상화도 산책로 걷기 두 말하면 잔소립니다다.






섬에게 바람맞은 부부, 기어코 승부수를 던지다!



“지난주에 우리 섬에게 바람 맞았잖아. 낼 만나러 갈까?”



섬에게 바람 맞았다니, 참 멋진 표현입니다. 이렇게 멋스런 여인의 제안을 어찌 마다하리오! 밀당 자체가 필요 없지요. 실은 섬이 아닌 배에게 바람 맞았지요. 배표가 없어 승선 자체를 못했으니.


임호상 시인의 신작 시집 『조금새끼로 운다』에 실린 ‘섬’ 한 수 읊지요.



          섬
                       임호상


    조물주가 실수로 깨트린
    파편 같은 것
    우연히 이곳에 박힌 거야


    아니, 파도처럼 뛰는 당신의 심장에
    승부수를 던진 거야
    한번 허락하면
    평생을 그렇게
    발목 잡혀 살 줄 알면서
    내 모든 걸 단단하게 다짐하고 던진 거야



임호상 시인의 시어(詩語) ‘실수’, ‘우연히’, ‘허락’에 주목합니다. 이걸 ‘운명’으로 읽습니다. 그래선지, 섬은 마음의 고향입니다. 어머니 같이 보듬어 주는 포근한 곳입니다.


또한 내게 ‘발목 잡힌’ 아내처럼 아낌없이 몸을 내어주는 성(性)스런 곳이기도 합니다. 지난 5일, 아내와 함께 간 곳이 여수 화정면 상화도, 일명 ‘꽃섬’입니다.




괭이밥입니다.



봄이 나무에 내려 앉았습니다.





신혼 아닌 부부, 섬에 같이 가면 무슨 흥이 날까?



오전 8시, 여수시 화정면 백야도. 선착장에는 사람과 차가 뒤죽박죽. 이곳은 돌산 신기항과 마찬가지로 대형 주차장 마련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주말과 연휴에는 언제나 붐비기 때문입니다.



이는 금오도 방면과 하화도, 사도 등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이지요. 이를 뻔히 알면서도 늦장을 부렸더니 표는 벌써 마감. 에구 에구, 배는 이미 저만치 가고 있습니다.



하화도 가는 배는 30분 간격으로 있어 괜찮습니다. 하지만 제도, 개도, 상화도, 사도, 낭도 등에 가려면 3시간 30분을 기다려야 합니다. 섬 여행은 배 놓치면 젬병입니다.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고, 시간 때우는 최상의 방법이 있지요.


그것은 화정면 백야도 등대 일대 산책과 함께 화양면 장등 부근 ‘장수만’에서 푸짐하고 맛있는 ‘바지락 칼국수’를 먹는 겁니다. 아점이지요.




철부선입니다.





11시 30분, 철부선에 올랐습니다. 배에 오르니 기분 째집니다. 신혼도 아닌 볼 장 다 본 부부가 섬에 같이 가면 무슨 흥이 나냐고요? 뭘 모르는 말씀. 남자든 여자든 삶은 마음먹기 나름.


여행갈 땐 호랑이 같은 아내가 아니라, 애교 넘치는 애인이거니 생각하면 최고지요. 아내인들 다 늙은 남편과 같이 움직이는 게 좋겠습니까! 같이 움직여 주는 각시라도 감지덕지지요.



배는 제도, 개도, 하화도, 상화도, 사도를 거쳐 낭도에 닿습니다. 목적지인 상화도는 관광객이 몰리는 하화도, 사도와 달리 아주 한산합니다.


실제로 이날 하화도 등은 사람이 무더기로 내리는데 반해 상화도는 8명이 내렸습니다. 그만큼 여유롭습니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산책로가 나옵니다. 어디부터 돌까? 마음 가는대로 움직입니다.




바다와 어울린 집...



바다와 조화 이룬 생활 도구들...





꽃다운 19세에 꽃섬으로 시집 온 이유, 척 알겠네!



상화도는 “지형이 소 머리 같이 생겼다” 하여, 한 때 ‘소섬’으로 불렀답니다. 지금은 ‘꽃섬’이라 부릅니다. 꽃섬은 두 개입니다.


상화도가 ‘웃꽃섬’. 하화도가 ‘아래 꽃섬’이지요. 꽃섬으로 부른 이유는 “동백꽃과 섬모초, 진달래꽃이 섬 전체에 만발했기 때문”이랍니다.


그래 설까, 온통 들꽃 천지입니다. 별꽃, 괭이밥, 염주괴불주머니, 고들빼기, 쥐오줌풀, 보리딸기 등 봄꽃이 만발합니다.



처음부터 섬을 빙 돌면 재미없을 것 같습니다. 하여, 동네를 가로질러 절반씩 팔자 형태로 돌기로 합니다. 동네로 들어서자 돌담이 눈에 확 띱니다. 찔레와 아카시나무의 은은한 꽃향기가 섬을 휘감습니다.


꽃과 바다, 돌담과 바다, 섬과 바다, 집과 섬, 보이는 모든 것이 그림입니다. 아내, “눈이 즐겁다”“원 없이 안구 정화한다!”고 반깁니다. 역시 여인은 여인입니다.



해풍쑥을 캐는 정경엽 할머니입니다.



“팔라고 쑥 캐요. 멍허니 집에 있느니 몸을 놀리는 게 건강에 좋아요.”



정경엽(87) 할머니께서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시며 건강 탓을 합니다. 변명하는 모습에서 자식들이 힘든데 일 그만하시라고 많이 잡았음을 봅니다. 정 할머니는 “19살에 개도에서 웃꽃섬으로 시집”왔답니다.


대개 섬사람들은 육지로의 탈출을 꿈꾸기에 섬으로의 이동을 꺼립니다. 그럼에도 웃꽃섬으로 시집오신 걸 보면 젊은 날 남편 분이 꽤나 멋졌나 봅니다. ‘사랑’은 뭐든 눈멀게 하지요.


그랬는데 “남편이 6년 전, 딸 셋과 아들 둘을 남기고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할머니께서 밭일에 열심인 것은 아마 기댈 남편이 없는 쓸쓸함이 한 몫 거드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쑥이 많네요.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해풍 쑥‘입니다. 웃꽃섬은 ’쑥‘, 아래 꽃섬은 ‘부추’로 특화되어 있습니다.




꽃섬에서의 이런 모습은 자연스런 풍경입니다.



나무를 오르는 덩쿨식물, 이 모습의 연속입니다.





꽃섬 숲속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전투, 누가 이길까?



마을 언덕에서 야영장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흙길을 따라 걷습니다. 덩굴식물들이 소나무 등의 나무를 타고 오르고 있습니다. 그 풍경에서 우거진 여름 속 녹음을 떠올렸습니다. 새소리가 귀를 간질거립니다.


숲 속의 신선한 공기와 은은한 향이 몸에 찌든 스트레스를 앗아갑니다. 어느 새 데크 길이 나옵니다. 우거진 숲 속 낭떠러지 길을 걷기 위한 호구지책입니다.



무심코 걸었는데, 놀라운 풍경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장난 아닙니다. 목숨을 건, 소리 없는 치열한 전쟁 중입니다. 숲 속에서 벌어지는 생각지 못했던 싸움에 어안이 벙벙합니다.


왜? 숲은 상생의 현장이어야만 한다고 여겼을까, 싶었습니다. 정신 차려야 했습니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살폈습니다. 승패는 이미 기울었습니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덩쿨식물 천지입니다. 이건 소리없는 전쟁입니다.



덩쿨식물과 나무의 싸움 끝에 덩쿨식물이 이겼습니다! 그러나 같이 죽어가더군요.



눈으로 보기에는 예쁘기만 한데 속으로는 치열한 전투 중, 자연 학습장입니다.



김지어 콩란까지 나무를 기어오르더군요...





한 눈에 봐도 마삭 줄, 담쟁이, 겨우살이 등 덩굴식물들 승리였습니다. 먹이를 낚아 챈 뱀이 먹잇감을 칭칭 감아 질식사 시키듯 나무를 타고 기어오른 덩굴식물들이 소나무를 뚤뚤 말아 꼼짝 못하게 합니다.


죽음을 피하기 위해 살아 보겠다고 작은 키를 크게 키웠는데도 덩달아 덩치를 키운 덩굴나무가 더욱 의기양양합니다. 점령군이 따로 없습니다. 콩란까지 점령군에 가세한 모양새입니다.



어떤 소나무는 이미 말라 비틀어졌습니다. 더 이상 버디지 못하고 아예 죽은 겁니다. 그런데 소나무를 감쌌던 덩굴식물까지 함께 죽었습니다. 나무 수액을 빼먹고 사는 만큼, 본 나무를 살렸어야 하는데, 혼자 살려다보니 자기도 몰래 같이 죽은 겁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광경입니다. 혼자 돈 벌겠다고 환경을 파괴하는 아둔한 중생을 보는 느낌이랄까.



숲의 생성 및 소멸과 연관된, 나무 사이의 싸움은 한편으로 사람에겐 이익입니다. 나무끼리 싸움에서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서로 내뿜는 항균 독가스가 우리네 인간에겐 ‘피톤치드’이기 때문입니다.


나무들의 전쟁에서 소나무가 일방적으로 지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나 봅니다. 야영장을 돌아 나오면서 소나무에 패한 덩굴식물을 보고 쾌재를 불렀지요. 웃꽃섬, 상화도는 완전 자연학습 체험장이었습니다.




소나무가 이겼습니다. 쾌재를 불렀지요...



싱그러움이 넘쳐납니다.



소나무도 한창 꽃을 피우는 중입니다.






꽃섬 상화도, 관광 전략상 ‘찔레꽃’으로 특화 필요



슬슬 허기가 집니다. 백야도에서 사온 손 두부와 어울릴 막걸리를 얻을 속셈에 가게를 찾았습니다. 어라~, 가게가 없다네. 가게가 없는 건 “부부끼리 하는 고기잡이 벌이가 넉넉하기에 다른 걸 엄두내지 못하기 때문”이랍니다.


필요한 물건은 개인적으로 배타고 육지로 나가 사온답니다. 어쨌든, 다음에는 여수 막걸리를 꼭 사와야겠다는 생각을 위안 삼아 두부만 꾸역꾸역 씹어 삼킵니다. 그 헛헛함이란….



또 걷습니다. 이번에는 선착장~정강산 정상~마을 언덕~마을을 돌아 나오는 산책길입니다. 막걸리 마셨으면 술김에, 파고라~미로공원~약수터를 끼고 걸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사실, 조만간 또 올 생각에 미뤘지요. 정강산 오르는 길 풍광은 아주 빼어납니다.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화양면은 물론이고, 백야도, 제도, 개도, 하화도, 사도, 하계도, 추도, 낭도 등을 한 눈에 다 볼 수 있습니다.




왜 꽃섬이라 하는지 이곳에 오르니 확실히 알겠더군요.



정자와 철쭉, 그리고 섬과 바다...



가만 앉아 있으면 섬의 동화가 흘러 나옵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섬은 마음의 고향입니다.




뿐만 아니라 조망이 여수 화양면과 고흥 적금리를 잇는 다리 공사 진척 상황까지 파악할 수 있을 만큼 어마어마합니다. 십여 년 전 동네만 들렀을 때하곤 완전 다릅니다.


요즘 대세인 ‘섬 관광’에 대비해 새롭게 조망권을 강조한 덕분입니다. 정강산 정상에 흐드러지게 핀 철쭉은 왜 ‘꽃섬’이라 하는지 증명하고 남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손정금(83)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나 고향은 저기 앞에 뵈는 화양면 세포여. 내 나이 열 야덜에 나보다 한 살 더 무근 열아홉 남편과 결혼했어. 남편은 2년 전 저 세상으로 갔어.. 아들만 내리 야섯(6)을 났어. 지금 아덜은 다 부산서 살어. 부산 와서 살어라는디 깝깝허고, 동무도 업고 못 살아. 소일거리로 이 밭만 갈아묵는 재미로 살어.”



보고 싶은 자식들과도 떨어져 옴싹달싹 못하고 섬에 눌러 사시는 손정금 할머니. 이 할머니가 마치 임호상 시인의 시집 『조금새끼로 운다』 에 실린 ‘섬 2’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