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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번암, ‘집 떠남’은 설레임이 있습니다!
‘천천히 느리게 걷기’ 속에 정화(淨化) 가득하고
[해탈로 가기] 지리산 종석대 아래 ‘우번암’ 가는 길





지리산 산의 깊음은...





왜 그랬을까. 번번이 어긋났습니다. 지인과 종종 절집 순례를 합니다. 근데, 이 절집은 가는 날이 요상하게 잡히지 않았습니다. 사대가 맞을 법 한데도. 때가 아니었나 봅니다. 마음 너그럽게 먹었습니다. 그래 설까, 아님 바람이 컸을까. 드디어 소원 풀었습니다. 지리산 종석대 아래 토굴 ‘우번암’. 인연은 소소한 말에서 시작되었지요.




“지리산 토굴에 한 번 가세. 우번암 스님은 스님이라기보다 촌사람 같은데 자네랑 어울릴 거네.”



인연. 맺기 쉽지 않았습니다. 지인은 “우연히 절에 따라 갔다 인연이 됐다”며 “하룻밤 묵으려면 여름이 좋다”고 했습니다. 아무렴. 지리산 정기 받으려면 하룻밤 자야지요. 그랬는데 2년이 훌쩍 지난 후에야 찾게 된 겁니다. 그 어렵던 일정이 풀리려니 쉽게 풀리더군요. 심심풀이 땅콩삼아, 무심코 넣은 문자가 대박난 겁니다.



“성님, 낼 아침 지리산 절집에 가요?”
“낼 아침 8시에 만나세. 몸만 오면 김밥은 내가 가져갈게.”



성삼재 주차장에서 노고단 가는 길입니다.




콧노래가 나옵니다. 다시 되돌아와야 하는데도, ‘집 떠남’은 역시 설레이는 뭔가가 있습니다. 이 맛에 떠나는, 또 길 위에 서는 게지요. 떠남은 동행이 ‘누구냐?’가 한 몫 합니다. 대개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구별은 간단합니다. 1차는 ‘내게 잘 해주는가, 아닌가?’로 판명 납니다. 2차는 인간성. 3차는 깊은 정으로 구분되지요.



동행한 지인과 나이 차가 15년여 나는데도, 절집을 함께 다니는 이유가 있습지요.



첫째, 어슷한 사람 ‘끼리끼리’지요.

둘째, 종교적으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기에.

셋째, ~을 통해 삶을 ‘함께 배움’이지요.



또 다른 이유로는



첫째, 말수가 적다는 거.

둘째, 겸손하다는 거.

셋째, 삶의 향기가 있어 끌리기 때문입니다.



‘훌쩍 떠남’에 이런 사람과 동행하면 흥이 절로 나지요.



노고단 가는 길과 노고단...



- 형수님과 왜 같이 안 다니세요?
“집 사람 취미는 따로 있어. 자꾸 권하면 강요가 돼. 자기가 즐기는 걸 해야지.”



- 승진이 안 되는 사람은 왜 그럴까요?
“살펴보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 답은 자기 안에 있지.”



- 능력 있는데도 사람들이 꺼리는 이유가 뭘까요?
“말 많고 시건방져서 그래. 자기만 최고인줄 아는 부류니까. 인간은 누구나 평등해.”




동행한 지인입니다.

지리산은 역시...




“삼한시대. 진한 대군에 쫓기던 마한 왕이 전쟁을 피해 지리산으로 심원계곡에 왕궁을 세우고 적을 막으며 피난생활 했다. 그때 임시 도성이 있었던 곳이 ‘달궁’이다. 마한 왕이 달궁을 지키기 위해 북쪽 능선에 8명의 장군을 배치해 지키게 했는데 이를 ‘팔랑재’, 서쪽 능선은 정 장군이 지키게 해 ‘정령재’, 동쪽은 황 장군이 지켜 ‘황령재’, 남쪽은 중요한 요지여서 성이 다른 장군 3명을 배치 해 ‘성삼재’라 부른다.”



성삼재 유래에 얽힌 전설입니다. 해발 1,090m. 지리산 성삼재 주차장. 길을 걷습니다. 지리산. 역시 다릅니다. 공기도, 산의 깊이도. 피부에 스치는 공기가 상큼하고 상쾌합니다. 첩첩산중입니다. 지리산, 깨우침을 얻기 위한 큰 도량입니다. 노고단(1507m)으로 향합니다. 과거 물이 부족해, 노고단 부근 계곡물 일부를 구례 화엄사 계곡으로 돌렸다 하여 ‘물을 넘긴다’는 뜻을 지닌 ‘무넹기’에서 종석대(1356m) 방향으로 틉니다.



종석대입니다.

오솔길에는...




한적한 오솔길이 반갑습니다. 토굴에 혼자 계시는 스님이 다니시는 길. 정성이 느껴집니다. ‘천천히 느리게 걷기’ 속에는 정화(淨化)가 가득합니다. 입에선 더러운 말 대신, 감탄이 흘러나옵니다. 코는 지리산의 은은한 산 내음 덕에 비로소 숨다운 숨을 쉽니다. 귀는 청아한 새 소리와 계곡 물 흐르는 소리에 깨끗함을 되찾습니다. 눈은 야생화와 자연의 푸르름에 다시금 맑아집니다. 살랑살랑 스치는 바람은 피부를 일어나게 합니다.



걷다보니 잊었던 나를 되찾습니다. 자연은 인간의 모든 감각 기관을 살아 움직이게 합니다. 성삼재에서 종석대까지 1시간 여 걸었을까. 그 여파로 땀이 흐릅니다. 닦고 닦아도 또 나옵니다. 어디에서 이렇게 많은 땀이 나오는지. 땀, 열심히 살아 움직였다는 노력의 증거지요. 땀은 나눔을 실천하게 합니다.



“칡즙 드세요.”




우번암입니다.




‘삶’. 누구에게나 한 짐입니다. 그래선지, 삶의 정의도 각자 위치와 역할에 따라 다르지요. 삶에 대한 깊음은 현실을 벗어난 구도자보다 일반 중생이 더 깊지 않나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구도자들은 정신세계에 머물러 있을 뿐이지요. 이에 반해 중생은 세상과 부대끼며 습득된 경험들이 삶의 지혜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소위 말하는 생철학이랄까. 자연 속에선 누구나 도인이 됩니다.



- 삶이란?


“살아보니 이끌려 가는 거 같고. 번개보다 더 순간적인 것 같다. 돌아보면 아등바등 살았다. 지금도 아등바등 사는 건 마찬가지지만. 삶 속에는 전쟁, 평화, 사랑, 미움 등 수많은 모습이 들어 있다. 어찌 한 마디로 표현되겠는가. 그러니 필부다.”



- 존재란?


“내가 없으면 삶도 없다. 내가 있는 다음에 모든 게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거 보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거 아닐까.”





걷다보니, 토굴 ‘우번암’입니다. 초행길이라 어디쯤인지 가늠 못하는 사이 당도했습니다. 헌데, 도착해 보니 모르고 걷는 게 더 속 편하다는 생각입니다. 때론 아무것도 모른 체 묵묵히 살아가는 것도 필요하다는…. 우번암 지붕으로 오르는 ‘더덕’이 향으로 피어납니다. 스님, 우물가에서 제기(祭器)를 씻습니다.



더덕 잎입니다. 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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