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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저 봐. 절박하면 폼이 중요하지 않다!”
여고생 딸이 제안한 ‘아빠를 부탁해’ 직접 해보니

 

 

 

 

 

“아빠, 왜 그래?”

 

‘뭘 어쨌다고?’ 반발하고 싶으나 꾹 참습니다.

 

어제 저녁, 딸의 불만 섞인 목소리. 딸은 기다렸다는 듯, “더 늦기 전에 딸이 원할 때 같이 놀아주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침대에 엎드려 있는 제 등에 거꾸로 누워 “가자”며 폭풍 애교까지 선보입니다. 반응이 없자, 결국 반 협박입니다.

 

 

“여고생 딸이 아빠한테 운동 같이 가자고 하는 집이 어디 있는지 알아?”

 

 

고등학교 2학년 딸, 여름방학이라 여유가 생겼습니다.

 

방학도 오늘로 끝입니다. 그동안 딸은 방학에 운동하며 몸매 관리에 매진하는 눈치였습니다. 밥도 다이어트 한다고 하루 한 끼. 이게 말이 됩니까.

 

그나저나 우리 공주님, 공부하랴, 몸매 관리 하랴, 참 불쌍합니다. 튕기는 것도 이쯤에서 멈추고 반응을 보여야 합니다.

 

 

“다들 대학 간다고 죽어라 공부하는데, 운동이라니 그게 말이 돼? 하하하~”
“아빠, 진짜 왜 그래?”


“뭘. 아빤 너무 더워 걷기 싫은데….”
“딸이 하잘 때 하지. 더 크면 아빠한테 관심조차 없을 걸. 아빠는 지금 딸이 같이 뭘 하려는 것만으로도 엄청 행복한 줄 알아야 돼.”

 

 

헐. 그게 뭐 벼슬이라고 협박(?)인지.

 

그러니까, 딸은 같이 시간 보내려 하는 시도 자체를 영광으로 알라는 거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론 흐뭇했습니다. 왜냐하면 밤에 운동 삼아 혼자라도 걸어야겠다고 마음먹었던지라 호박이 넝쿨째 들어온 셈이니까.

 

하여, 흔쾌히 동행을 허락했습니다. 딸과의 데이트를 놓칠 이유가 없었으니까. 이렇게 생각한 데에는 계기가 있었지요.

 

 

 

 

 

‘아버지’

 

단어 자체만으로도 무게가 엄청납니다.

 

아이들이 어릴 땐 마냥 "우리 아빠가 최고"라 여기기에 사랑만 줘도 무방했습니다. 차츰 아이들이 커가면서 아버지 역할에 변화가 요구되었습니다.

 

최고였던 아버지는 어느 새 부족함이 많은 아버지로 바뀌어 있었지요. 그래, 떠나지 않은 생각 하나가 있었습니다.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아버지일까?’

 

 

그러던 중, 눈에 띠는 TV 프로그램이 있더군요.

 

50대 아버지와 20대 딸의 소통 과정을 그린 ‘아빠를 부탁해’입니다. 강석우·강다은, 이경규·이예림, 조민기·조윤경, 조재현·조혜정 부녀의 소통 과정을 보면서 그들에 빙의되었습니다. 그들이 바로 나였고, 딸이었으니까.

 

 

<아빠를 부탁해>에서 보여준 아버지와 딸의 서먹한 모습은 나를 되돌아보게 했습니다. 주위의 아버지들은 딸과 추억을 만든다며 여행 등을 하며 정을 쌓더군요.

 

그런데 저는 딸과 말 섞기조차 제대로 변변하게 한 적이 드물었던 사정이라 반성되더군요. 이 같은 느낌은 딸도 마찬가지였나 봅니다. 이런 의미에서 딸의 운동 제안은 역동적인 관계 개선의 강한 의지였던 셈입니다. 먼저 다가 온 딸이 무척 고마웠지요.

 

 

 

 

하여간, 썰렁한 아빠와 딸이 밤 걷기에 나섰습니다.

 

여수시 소호 요트장 주변 해안도로는 많은 사람들이 무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운동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바다에는 국내 유일의 범선이 떠 있었습니다. 간혹 바람이 살랑댔습니다만 흐르는 땀을 닦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딸은 걸으며 쉼 없이 재잘거렸습니다. 그 중 가슴에 와 닿는 말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놀다가 밤늦게 들어오면 엄마 아빠가 막 화냈잖아.

이제야, 왜 화 냈는지 알겠어. 지금은 열시 넘어 들어와도 아무 말 않잖아.

오히려 어서 오라며 막 반기잖아. 살아보니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등에 맞는 귀가 시간이 있더라고. 때가 있다는 걸 이제 알았어.”

 

 

귀를 의심했습니다.

 

딸은 학교에서 그저 시간 때우기 용 야간 자율학습에 매달리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때가 있다는 걸 알았다”니, 대견했습니다.

 

이건 마치 옛날 스승들이 “더 이상 가르칠 게 없다. 하산해라!”던 순간처럼 여겨졌습니다. ‘때’의 소중함을 알면 굳이 머리 싸매고 죽어라 공부하지 않아도 될 일 아닐까!

 

 

더 놀랐던 건, 저만치서 어색하게 팔을 휘저으며 힘껏 걷는 젊은 처자 둘을 보며 던진 딸의 소감이었습니다.

 

 

“아빠, 저 봐. 절박하면 폼이 중요하지 않다!”

 

 

이 말에, ‘정녕 내 딸이 맞나?’ 싶었습니다.

 

물론 젊은 여자들의 몸은 살빼기 위해 열심히 운동할 수밖에 없는 절실함을 온몸으로 절절히 내 품고 있었습니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들을 쑥 훑어보고 그 속내까지 읽어내는 눈썰미에 혀를 내둘렀지요.

 

 

이렇게 비로소 딸의 또 다른 면을 알게 되었습니다.

 

딸은 아빠가 자기에게서 눈을 떼고 있던 수년간, 스스로 인생을 살아갈 자기만의 자양분을 만들고 있었던 겁니다. 그걸 아빠만 모르고 있었던 게지요.

 

“자식은 부모가 키우는 게 아니라 스스로 큰다!”더니, 그 말이 와 닿습니다. 우연히 딸의 새로운 모습과 마주하게 된 건 큰 행복이었습니다.

 

자녀와의 소통 더 늦출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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