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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도'에 해당되는 글 66건

  1. 2014.10.01 비상식이 통하는 오늘의 세상을 엎고자 나선 '비상도'
  2. 2014.09.15 비상한 세상을 뒤엎는 길 의협 장편소설 <비상도> 책으로 출간되다
  3. 2013.12.31 부의 승계가 한 몫 차지하고 있었는지도
  4. 2013.12.30 “선생님 때문에 속이 후련할 때가 많습니다.”
  5. 2013.12.27 “동전을 한 컵 모아 주시겠소?”
  6. 2013.12.26 “됐습니다. 저희들이 졌습니다.”
  7. 2013.12.24 원금이 오백만원인데 이자가 일억이라...
  8. 2013.12.23 원금의 일백배가 넘는 이자를 감당하기엔 무리
  9. 2013.12.20 고리채라는 올가미를 씌워 피를 빨아 먹는 거머리
  10. 2013.12.19 대학교를 졸업한 딸애가 취직이 어렵게 되자…
  11. 2013.12.18 “제가 바가지를 긁어드리면 되죠.”
  12. 2013.12.17 김구 선생의 암살사건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13. 2013.12.13 미국국적을 취득하기 위한 원정출산이 아니오?
  14. 2013.12.12 “썩은 나무에는 조각을 할 수 없다!”
  15. 2013.12.11 “기운 빼지 말고 좋은 말 할 때 그냥 나가슈.”
  16. 2013.12.10 남에게 자신의 몸을 보인다는 것이…
  17. 2013.12.09 자신이 저지른 패륜과 누군가를 향한 분노
  18. 2013.12.08 공무원이 접대 받았다고 혼쭐내는 것 아닙니까?
  19. 2013.12.07 내신 성적 땜에 어쩔 수 없지만 선택
  20. 2013.12.06 젊은이들에게 국사를 가르쳐야하는 이유
  21. 2013.12.05 사부님, 더 웃기는 일이 뭔지 아세요?
  22. 2013.12.04 이놈의 정치판들이 각성을 좀 해야 할 텐데….
  23. 2013.12.03 그 권법이 지금도 전해져오고 있습니까?
  24. 2013.12.02 빼앗아간 재물로 사회 저명인사로 둔갑
  25. 2013.11.29 예를 배우지 않으면 몸을 세울 수 없다?
  26. 2013.11.28 가르치는 사람을 왜 선생이라 하는가?
  27. 2013.11.27 아까 그 아저씨가 째려본다. 그만 끊자.
  28. 2013.11.26 “황진이의 고독도 유정란은 아니었나 봅니다.”
  29. 2013.11.25 살짝 목 뒤의 급소를 누른 것이다!
  30. 2013.11.22 “오늘 한일전 축구하는 날이잖아요.”

비상식의 세상을 엎고자 매국노 응징에 나선 '비상도'

잘못된 부의 창출, 신매국노 응징에 나선 기인 '비상도'

 

 

 

 

 

 

 

언제부터인가,

독서의 계절이라던 '가을'이

더 책을 읽지 않는 계절이 되었다더군요.

 

 

책을 멀리하는 요즘 세파에도 불구

책은 꾸준히 발간되어 독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가을에 읽을만한 책,

가을에 볼만한 책 한 권 소개합니다.

 

 

<비상도(책보세)>란 의협소설입니다.

책 소개할게요.

 

 

 

이 소설은 작가 변재환의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으로, 유작이다. 독립투사의 자손인 그는 생전에 물구나무 선 현실에 분개하여 그 비분강개를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시키고자 했다. 

 

그가 보고 겪은 현실은 참담했다. 독립투사나 그 후손들의 해방 후 삶은 비루하고 구차하고 참담한 반면, 친일의 대가로 성가한 매국노들은 오히려 애국자로 둔갑하여 대를 이어 부와 권력을 누렸다.

 

 

게다가 독립투사와 그 후손들을 ‘빨갱이’로 무함하여 역사와 사회에서 배척시키고, 그로써 자신들의 죄악을 덮고자 했다. 그리하여 반성 없는 역사가 한국현대사를 망쳤다.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지자 줄줄이 어그러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이 작품에 대책 없는 울분을 마냥 쏟아놓는 대신 ‘비상도’의 후예인 주인공을 내세워 잘못된 현실을 통쾌하게 바로잡아 나간다.   

 

 

 

   


이 작품에는 주인공 비상도(조동해)에게 전통무예 ‘비상도’를 전수하는 큰스님, 비상도의 사형 백남재, 비상도의 제자 용화, 무예를 배우고자 자청하여 제자가 된 송철과 백원익, 비상도를 후원하고 사랑하는 성 여사, 천 경장과 정 기자 등이 주로 등장하여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이들은 하나같이 혈연이나 지연, 학연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해관계도 없다. 생판 남인데도 따듯한  가상한 마음과 뜻 하나로 인연을 지어 가족이 되고 동지가 되고 사제가 되고 친구가 된 이들이다.   
 

이 작품에 스님과 절집이 주로 나오는 것은, 작가가 스님(성불사 주지 청강)의 속가 아우인 연유로 그 살아온 배경이 그러해서다. 또 한반도에서는 맥이 끊긴 ‘비상도’라는 고려왕실 무예를 600여 년 만에 마침내 전수시킨 이가 스님인 연유이기도 하다. 

 

작가가 이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는 현실인식은 과거청산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사람들이 영화 <명량>을 통해 ‘해묵은 영웅’ 이순신에 새삼 열광하게 된 것도 ‘난세’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정치, 경제, 교육, 문화, 사회에 걸친 우리의 현실이 총체적으로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난세로 보고, 그 난세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영웅’을 지어냈다.

 

 

그 영웅의 활약과 좌절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진단해내고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제시한다. 주인공의 통쾌 무비한 활약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은 덤이다.

 

 

뭐든 ‘끝’이나 ‘마지막’은 애잔하고 숙연하다. 작년 연초, 손때 묻은 유고를 남기고 떠난 작가는 책이 나오는 걸 보지 못했다. 그는 육신을 대지에 뿌리고 대신 그의 영혼을 담아낸 이 작품으로 그의 존재를 세상에 남겼다.

 

 

그는 현란하고 세련된 문장이나 수사를 구사하는 프로페셔널이 아니라서 그의 작품은 소박하고 종종 어눌하기까지 하지만 그 의기(意氣)만큼은 여느 작품에도 뒤지지 않는다.            


 

 

     

 

 

 


≻저자 소개


변재환(1957~2013)

 

1957년 11월 22일(음력) 경남 창원시 진전면에서 태어났다. 재야 문인으로 살다가 의협소설 《비상도》를 유고로 남기고 2013년 1월 19일 별세했다.


할아버지 변상태는 3.1운동 당시 경남지역 책임자로 만세운동을 주도했으며, 일왕을 암살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다 체포되어 옥고를 치르기도 하는 등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아버지 변지섭은 《경남독립운동소사》(1966), 《축성장군 최윤덕》(1994)을 저술했는데, 《경남독립운동소사》는 한국독립운동사의 중요한 텍스트다.


≻판형_신국판(152×224) ≻면수_446면 ≻정가_14,000원 ≻발행일_2014년 9월 15일 ≻ISBN_978-89-93854-83-1(03810) ≻분야_문학(소설)

 

마음을 살찌우는 '독서'

정신 건강의 으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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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한 세상을 뒤엎는 길 비상도(非常道)

 

 

세상이 어수선합니다. 왜 그런지는 아실 겁니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여, 많은 사람들이 비상식한 세상을 뒤집고 상식의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러나 쉽지 않습니다.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난감한 현실입니다.

그렇지만 하나하나 올바르게 잡아가야겠습니다.

그 시작은 마음을 하나로 합치는 일부터일 것입니다.

 

독립운동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대한민국을 고치는 길...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새롭게 힘을 모으는 일에 기꺼이 함께 해 주시길...

 

 

인연이란......

 

올 초부터 블로그에 연재했던 장편소설 <비상도>(책보세)가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많은 블로거들의 덕분입니다. 앞으로도 관심 부탁드립니다.

 

 

다음은 <비상도> 책에 지난 해 세상을 떠난 작가 고 변재환님의 작가 서문을 대신해

제가 올린 '작가를 대신해서'입니다.

 

 

 

 

 

 

 

 

- 작가를 대신해서 -

쇼셜 디자이너 대표 임현철

 

 

“이거 함 읽어 봐!”

 

 

저자 고(故) 변재환 씨와 첫 만남은 3년 전 작품을 통해서였다. 그러니까, 경남 창원에 있는 성불사 주지 청강 스님이 툭 던진 세 편의 단편소설이 그 시작이었다. 저자는 청강 스님의 속가 아우였다. 그는 시를 쓰다 소설까지 넘보는 재야 작가였다.

 

 

“읽어보고 평 한 마디 해줘. 내가 뭘 알아야지….”

 

 

저자가 형에게 소설을 주면서 평을 기대했을까. 스님이 평을 요구했다. 무명작가의 처녀 소설치곤 꽤 괜찮았다. 재치 있는 묘사가 눈을 사로잡았다. 스님이 던져주는 먹이는 점점 늘어났다. 이쯤에서 사양해야겠다고 마음먹을 무렵, 스님이 더 당차게 나왔다.

 

 

“이거 장편인데 시간 날 때 재미 삼아 읽어 보라고.”

 

 

막상 원고를 받아 왔으나, 집 책꽂이 한쪽 구석에 박혔다. 인연이었을까. 어느 날 장거리 여행 때 《비상도》원고 1권을 챙겼다. 그 원고는 고속버스에서의 무료함을 달래기엔 꽤나 괜찮았던 동행자였다.

 

 

처음에는 별반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점점 빠져들고 말았다. 원고는 독립운동가 후손이 우리나라 정치, 경제, 교육 속에 뿌리박힌 친일과 부정부패에 맞서는 활약을 그린 영웅소설이었다.

 

 

실제로 저자의 부친 또한 창원에서 유명한 독립 운동가였다. 사정이 이러하니 그에게 쌓인 울분도 많았으리라.

 

 

‘어떻게 이런 표현을 했을까?’

 

 

책을 읽는 도중 감탄이 쏟아졌다.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답답함이 뻥 뚫림으로 다가왔다. 재미를 넘어 감동까지 일었다. 아울러 결말에 대한 호기심이 솟구쳤다. 이거 대박이지 싶었다.

 

 

결국 스님에게 《비상도》2권 원고를 보여주십사 자청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저자와 전화, 이메일 등을 통해 수정해야 할 대목과 느낌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면서 문장과 문단 배열, 배경 등을 조언했다. 그는 무척이나 반갑게 조언을 수용했고, 고마워했다.

 

 

지난해 1월, 창원 성불사 행사에서 저자와 세 번째 만남이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문구와 문장 수정 방법, 문예지 응모, 출판 등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나 역시 《비상도》의 구상, 인물과 배경, 작품 집필 기간, 추후 계획 등에 대해 독자 입장에서 물었다. 헤어지기 전, 그는 정중히 요청했다.

 

 

“식사 대접 한 번 꼭 하고 싶습니다.”

 

 

사촌 매제 최명락 교수(전남대)의 “공양한 후라 배부르다. 안 해도 된다.”는 거절에도 불구, 나는 그의 요구를 수용했다. 왜냐하면 미리 예견했던 탓일까. ‘꼭’에 찍힌 방점이 아니더라도 염원이 간절했기 때문이었다.

 

 

“드시고 싶은 거 마음대로 시키세요.”

 

 

그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준 건 한우 등심 3인분이었다. 그는 소고기 국밥을 시켰다. 그는 국밥은 뒤로하고 우리가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갑작스레 병원 입원 소식이 들렸다. 이어 사흘 만에 부고를 접했다. 아마, 작가는 자신의 사후에도 이어질 나와의 각별한 인연을 이미 알고 있었던 성 싶다. 저자의 한 끼 식사 대접은 나를 그에게로 이끈 강렬한 매개체로 작용했으니.

 

 

그의 죽음은 《비상도》를 영영 묻히게 하느냐, 빛을 보게 하느냐, 기로였다. 주위와 상의한 결과 《비상도》가 출판, 영화, 드라마 등으로 빛을 보도록 나서기로 했다. 먼저 SNS 등을 통해 작품을 연재하며 출판사 찾기에 나섰다.

 

 

결국 출판은 (주)책으로 보는 세상의 김이수 주간을 만나 약간의 수정을 거쳐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고 변재환 작가 영전에 책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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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68

 

 

비상도의 사부가 이소룡과 겨룰 뻔 했다?
“이름자로 형님을 가리자고 했다지 아마.”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주제는 권선징악이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매스컴은 비상도에 관한 일이라면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사람들이 그에 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알고 싶어 하는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서였다. 비상도에 관한 새로운 기사를 얼마나 많이 싣느냐에 따라 신문의 선호도가 높았고 기자들은 비상도가 갈만한 곳을 찾아 나섰지만 늘 뒷북만 쳤다.

 

 

 어제 체육관에서 있었던 일만 해도 그랬다. 그곳에 있었던 누군가가 제보를 하였고 기자들이 그곳에 갔을 때는 비상도가 벌써 빠져나간 뒤였다. 사람들은 모였다하면 비상도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해 그 이야기로 끝을 맺을 정도였다. 그러다보니 웃지 못 할 이야기가 시중에 떠돌기도 했다.

 

 

  “자네 이야기 들었나?”
  “무슨?”


  “글쎄, 비상도의 사부가 이소룡과 겨룰 뻔 했다는 말.”
  “그런 일이 있었어?”

 

 

 희한한 것은 겨룬 것이 아니고 겨룰 뻔 했다는 말이었다. 아마도 두 영웅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기 위한 이야기였지만 지어낸 그 이야기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이소룡과 그의 사부가 서로 겨루기로 하고 약속장소에 나갔는데.”


  “아따 이 사람, 뜸 좀 그만 들이고 본론으로 들어가.”
  “서로를 노려보던 사람이 십여 분의 시간이 지나도 공격을 하지 않았어. 그리고는 서로 벗어 놓은 옷을 입었다는 거야.”


  “왜?”
  “서로가 공격할 틈을 보이지 않았던 거지. 영웅은 능히 영웅을 알아본다잖아?”


  “그래서 어찌 됐어?”
  “이름자로 형님을 가리자고 했다지 아마.”

 

 

 이야기가 엉뚱한 방향으로 빠지고 있었다.

 

 

  “이상한데?”
  “하여튼 그래서 이소룡과 김대한 두 사람은 가운데 이름자인 ‘소’와‘대’를 가지고 비상도의 사부인 김대한이 형님이 되었다는 말이지.”
  “하여튼 저 사람 거짓말하는 데는…….”

 

 

 말을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이야기가 끝난 후에는 누군가가 지어낸 말인 것을 알고 그냥 웃고 넘겼지만 사람들은 비상도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묘한 희열을 느꼈다.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늦은 봄비가 제법 굵은 장대비로 바뀌어 아스팔트 위에도 제법 빗물이 고였다.

 

 

 비상도는 점심때가 지났을 쯤 우산을 받쳐 들고 숙소를 나섰다. 어젯밤 그는 자신의 아버지인 조천수 회장의 집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방 하나를 얻었던 것이다.

 기분이 묘했다. 집이 가까워질수록 발걸음이 자꾸만 느려졌다.

 

 

 처음 그분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았을 땐 많은 갈등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모든 짐 내려놓고 그곳으로 들어가고도 싶었다. 얼마 남지 않았을 부모님의 여생을 생각할 땐 더욱 그랬다. 하지만 하룻밤을 생각한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잠시 동안 마음이 흔들렸던 자신의 마음속에는 부의 승계가 한 몫을 차지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계속…)

 

 

 

 장편소설 <비상도>가 2014년에 책으로 출판될 예정이기에 연재 오늘로 중단합니다. 그동안 애독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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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67

 

 

저 글귀가 여러분들 마음속 깊이 박혀 있기를

“부탁을 들어준다면 나도 그 돈을 받으리다.”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주제는 권선징악이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가 눈을 감았다. 모두들 숨을 죽이고 그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는 지극히 짧은 순간이었다.

 

 

  “슈슈슉!”

 

 

 순식간에 동전 날아가는 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실로 눈 깜짝 할 사이였다.  그의 손을 떠난 동전이 출입문 위의 원훈을 새겨놓은 나무판에 깊이 박혔고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가 멎어 갈 쯤 비상도가 입을 열었다. 

 

 

  “나무에 박힌 동전처럼 저 글귀가 여러분들 마음속 깊이 박혀 있기를 바라는 뜻이오.”

 

 

 비상도가 도장을 빠져 나왔을 때 사채업자 사장이 그를 불렀다.

 

 

  “선생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는 비상도를 가까운 찻집으로 인도하였다.

 

 

  “신문에서 선생님께서 하시고자 하는 일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외람되지만 저도 독립 유공자의 후손입니다. 일찍이 가정이 깨지고 못 배운 탓에 이런 꼴로 선생님을 뵙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그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차 한 잔을 마신 뒤에 다음 말을 이어갔다.

 

 

  “저야 비록 이런 일을 하고는 있지만 선생님께서 하시는 일은 돕고 싶습니다. 요즘은 선생님 때문에 속이 후련할 때가 많습니다."

 

 

 그가 호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냈다.

 

 

  “박승혜의 차용증과 이자내역서입니다.”

 

 

 그가 다시 뜸을 들였다.

 

 

  “선생님께서 지금 박승혜의 원금을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하리다.”

 

 

 비상도는 호주머니에서 수표 오백만원을 헤아려 그에게 건넸다. 그 돈은 지난번에 성 여사가 자신에게 주었던 돈의 일부였다.

 

 

  “돈을 받았다는 영수증을 써 주시겠소?”

 

 

 사장이 갑자기 일어섰다. 그리고는 박승혜의 서류를 찢은 다음 두 손으로 그 돈을 다시 비상도에게 내밀었다.

 

 

  “무슨?”
  “저는 그 돈을 확실히 받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드리는 이 돈은 선생님께서 하시는 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뜻에서 제가 드리는 성의입니다. 어쩌면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애국지사이신 할아버지께서 처음으로 사람다운 일을 했노라며 기뻐하실 것 같습니다.”

 

 

 비상도는 갑자기 목이 메어왔다. 억지로 차 한 잔을 밀어 넣었다. 


 어쩌면 배우지 못한 그가 그렇게라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 방법만이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었다.

 

 

 매국노의 후손들이 잘 살고 독립투사의 후손들이 가난을 대물림하는 이 현실을 두고 얼마나 세상을 욕하며 살았겠는가.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그들에겐 이 세상이 더러웠을 것이다.

 

 

 그럴수록 어떤 방법으로든 돈을 벌어야 했고 그것만이 못 배우고 가진 것 없는 그들이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으리란 생각에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내 부탁을 들어준다면 나도 그 돈을 받으리다.”
  “말씀하십시오.”


  “이후로는 법이 정한 이자를 받았으면 하는데, 어차피 서민들이 얻어 쓰는 돈이니 하는 말이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고맙소.”

 

 

 박승혜가 술집에서 풀려나 집으로 돌아간 것은 늦은 밤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비상도에게 전화를 걸어와 원금을 주고 싶다며 만나고 싶다는 뜻을 비추었어다. 그는 오늘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그쪽에서 원금을 받지 않으려 했다는 말을 전했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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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66

 

 

“어찌 손가락이 주먹을 이긴단 말입니까?”

급소를 찌르는 힘이 달라야 하기 때문이오!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주제는 권선징악이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실례가 안 된다면 성함을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비상도라 하오.”

 

 

 모두들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에 관해서 익히 들어온 바였고 각종 매스컴에서 매일같이 떠들어도 이정도 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진작 말씀하셨으면 됐을 것을…….”

 

 

 사채업 사장의 말이었다.
 관장이 자세를 낮추며 두 손을 모았다.

 

 

  “조금 전에 선생님께서 상대방이 내뻗는 주먹을 같은 주먹으로 맞받아친 것이 아닌 줄 압니다만.”
  “보신 그대로입니다.”

 

 

 모두들 그게 무슨 말이냐는 표정이었다.

 

 

  “그렇다면…….”
  “예. 두 손가락으로 맞받아친 것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강하게 들어오는 주먹을 어떻게 손가락으로…….”
  “어찌 손가락이 주먹을 이긴단 말입니까?”

 

 

 도저히 말이 되지 않는다는 듯 한마디씩 내뱉었다. 그것도 십 년 넘게 권투를 해온 사람의 주먹이었다.

 

 

  “그렇소. 보통의 경우라면 손가락이 주먹을 이길 수는 없소이다. 하지만 그 주먹이 바늘 끝을 쳤다고 생각해 보시오. 사람의 손등에는 합곡이라는 혈, 즉 급소가 있소이다. 그곳을 정확히 찌르기만 하면 덩치가 큰 코끼리라도 넘길 수가 있는 것이오.”
  “급소를 찌른다면 손가락의 힘이 주먹의 힘을 능가한다는 말씀입니까?”
  “정확할 경우에는 가능한 일이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소이다. 급소를 찌르는 힘이 달라야 하기 때문이오.”

 

 

 도장에 모인 사람들은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호기심을 나타내며 경청을 하였다.
 그때 한 사람이 냉수 한 컵을 비상도에게 내밀었다.

 

 

  “저 선생님, 저희 도장에 오신 기념으로 시범 하나 부탁드려도 될는지…….”

 

 

 언젠가 그의 시범 보이는 장면을 TV에서 본 것이 생각났던 것이다.

 

 

  “이곳의 주인은 관장님이오. 관장님께서 허락해 주신다면 그렇게 하리다.”

 

 

 자신의 허락을 받겠다는 겸손한 자세였다.

 

 

  “선생님께서 거추장스럽게 생각하시지 않는다면 저도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비상도는 관장에게 목례를 보냈다.

 

 

  “그럼 동전을 한 컵 모아 주시겠소?”

 

 

 그는 조금 전에 받아 마셨던 물 컵을 내밀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전이 비상도에게 건네졌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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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65

 

 

열 셀 때까지 일어나지 못하면 패한 것
나뭇가지 사이를 교묘하게 날아드는 참매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주제는 권선징악이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곳은 권투도장이었다. 그가 출입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낮에 보았던 무리들 외에도 이삼십 여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몰려와 있었다. 권투를 배우는 원생들 외에도 구경을 나온 사람들이 꽤 있는 것으로 보아 낮에 그 사무실에서 보았던 건달들 중 일부가 이곳에서 권투를 하는 모양이었다.

 

 대결을 펼칠 비상도와 열다섯 명을 제외한 사람들이 바깥으로 둘러앉았다. 도장에서 겨루느니 만큼 관장의 중재로 사람이 상할 정도의 심한 공격은 허용되지 않았고 쓰러진 자가 열을 셀 때까지 일어나지 못하면 그자는 패한 것으로 룰이 정해졌다.

 

 

 관장의 시작 소리와 함께 그들은 일제히 원을 그리며 비상도를 에워쌌다. 그 순간 비상도의 뒤에 있던 두 녀석이 동시에 점프를 하며 그를 향해 발을 날렸다. 비상도가 점프를 한 것도 그 짧은 순간이었다.

 

 

  “타탁!”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비상도가 점프해 들어오는 자의 향경과 백목락을 양발로 각각 맞받아쳤고 둘은 무릎과 발목을 감싸 쥐고 바닥에 나뒹굴었다.

 

 

 다시 세 녀석이 달려들었다. 권투를 배운 듯 주먹을 날리는 녀석이 둘이었고 발을 차고 들어오는 자가 한 명이었다. 비상도가 두 주먹을 뻗었고 두 놈이 휘두르는 주먹을 정확히 명중시켰다.

 

 

  “퍽!”

 

 

 맨 주먹으로 맞받아친 비상도의 힘이 그들의 주먹을 통해 배꼽 아래까지 묵직하게 박혔고 그들이 배를 쥐고 바닥에 큰 대자로 뻗은 그 순간 권투도장 관장의 예리한 눈이 비상도의 손끝에 머물렀다.

 

 

  “주먹으로 친 것이 아니다!”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비상도는 왼발을 축으로 잽싸게 오른발을 뻗어 올리면서 옆에서 들어오는 자의 수월을 찍었고 공중에서 발차기로 공격해 오는 놈의 발이 땅에 닿기도 전에 그의 슬안을 오른 손끝으로 후려침과 동시에 뒤에서 들어오는 덩치가 큰 녀석의 품안으로 파고들어 그의 관자놀이 두 곳을 양손가락으로 찍어 눌렀다

 

 

 세 녀석이 신음소리 하나 크게 내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비상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마치 신들린 사람처럼 그들의 가운데로 치고 들어가 공격해 들어오는 자의 턱과 염천을 엄지손가락으로 가볍게 찔러 넣었고 주저앉는 자의 어깨를 밟고 올라가 미처 상대방이 주먹을 내밀 틈도 없이 발끝으로 그들의 잠룡과 삼음교를 가격했다.

 

 

 공격하는 사람의 손과 발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마치 나뭇가지 사이를 교묘하게 피해 날아드는 참매처럼 소리 없이 날카로운 발톱으로 급소를 찍었다.

 

 

 그들은 때리는 것은 고사하고 주먹다운 주먹 한 번 날리지 못하고 한겨울 썩은 고목 나자빠지듯 쓰러졌다. 비상도가 적극적인 공격 자세를 취했다. 먹이를 노리는 한 마리 표범처럼 잔뜩 웅크렸다가 도약했다.

 

 

 무서운 점프였다. 상대방의 어깨를 뛰어넘어 등 뒤에 있는 녀석의 아문, 조타, 신도를 발끝으로 찍음과 동시에 내려오는 힘으로 가볍게 몸을 들려 두 손을 들어 옆에 있던 자의 독고와 턱을 휘감아 때렸다.

 

 

 관장이 손을 들었다.

 

 

  “사장님, 계속하실 생각이십니까?”
  “아니오. 됐습니다. 저희들이 졌습니다.”
  “고맙소.”

 

 

 관장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현존하는 그 어떤 무예로도 십 수 명을 상대로 이긴다는 것은 그 아무리 고수라 하더라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상대가 손을 놓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 도장에서 매일같이 와서 운동을 하는 젊은이가 네 명이나 되었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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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64

 

 

차비조로 내가 오천 원은 줄 수 있는데…

그 많은 재산 아까워 어째 죽었을까?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주제는 권선징악이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다른 곳에 가서 알아보시오. 그리고 남의 일에 괜히 나서지 말고, 손 부장 손님 내보내라.”

 

 

 손 부장이라는 자가 창문을 쾅 하고 닫으며 씨부렁거렸다.

 

 

  “여기까지 온 성의를 봐서 차비조로 내가 오천 원은 줄 수 있는데 어쩔 거요?”
  “그러지. 그 돈이라도 주면 받아야지.”

 

 

 그자가 호주머니에서 지폐 한 장을 꺼내 비상도에게 건네는 순간이었다.

 

 

  “아악!”

 

 

 비상도가 전광석화같이 손바닥을 돌려 그자의 수갑리를 움켜잡은 것이다. 그는 손등의 급소를 잡혀 얼굴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원금이 오백만원인데 이자가 일억이라. 어때 원금만 받는다면 이 자리에서 돌려 줄 수가 있어. 그렇지만 말도 안 되는 이자를 받고자 한다면 난 줄 수가 없어.”

 

 

 그때였다. 밖이 소란스러워지며 여남은 명의 양아치들이 들이닥쳤다. 그들 손에는 몽둥이가 하나씩 들려 있었다.

 

 

  “나를 치겠다는 말인가?”
  “이자를 주겠다는 각서를 쓰면 곱게 돌려 보내주지.”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떤가? 나는 어차피 이자를 줄 생각이 없으니 말일세. 내가 너희 모두를 상대로 싸워 내가 이기면 원금만 주기로 하고 내가 지면 이자까지 주겠다는 각서를 쓰지.”

 

 

 사장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차피 불법이었고 경찰에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이자 또한 물 건너 갈 것이 뻔했다. 아니 이자는 고사하고 협박죄로 쇠고랑을 찰 노릇이었다.

 

 

 이 사람을 보아하니 예사 사람도 아닌 것 같았다. 보통의 경우라면 이곳에 와 있는 깡패들의 몽둥이만 보아도 바짓가랑이에 오줌을 싸기 마련이었다. 뭔가가 있는 사람이 분명했다. 그렇다 해도 싸움이라면 이골이 나 있는 건달들 열다섯 명을 이기는 것은 소설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가 장고를 거듭하던 그때 비상도에게 손을 잡힌 녀석이 소리를 내질렀다.

 

 

  “사장님. 날 죽이려 그러슈?”

 

 

 마침내 사장이 입을 열었다.

 

 

  “좋소. 단 내가 패배를 인정할 때까지요.”
  “나 또한 부탁을 하나 하지. 그 누구도 무기를 사용하지 않기로 하는 게 어떤가? 생각 외로 시끄러워질 수가 있으니 말일세.”


  “좋소.”
  “장소를 말해보게”


  “오늘 밤 구로동에 있는 칠성체육관이요.”
  “그러면 저녁에 만나세.”

 

 

 이 일은 생각보다 쉽게 풀릴 조짐이 보였다.
 그곳을 벗어난 비상도는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점심때가 지나서인지 식당 안은 한산했다. 비상도가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바로 옆자리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사람의 대화가 귀에 들어왔다.

 

 

  “참 산다는 것이 허무해. 그 일성그룹 조천수 회장 말이야. 오늘 아침에 심장마비로 죽었다지.”

 

 

 비상도가 듣고 있던 수저를 떨어뜨렸다. 가슴이 마구 방망이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글쎄 말이야. 돈이 저리도 부질없는 것인 줄을 눈으로 보면서도 이렇게 돈을 벌기 위해 아등바등해야 하니, 참 아이러니야.”

  “그 많은 재산 아까워 어째 죽었을까? 아직 부인이 있긴 하지만 그분도 지병이 있다지?”


  “언젠가 들은 얘긴데 어릴 때 잃어버린 자식이 있었다던데?”
  “나도 어디서 들은 것도 같아. 가만히 있어도 그 많은 재산 다 물려받았을 텐데, 참 복도 지질이도 없는 사람이 아닌가?”


  “그러게나.”

 

 

 그들은 괜히 입맛을 다셨다.

 

 

  “나쁜 짓도 많이 했지만 하여튼 돈 버는 데는 타고난 수완을 가진 사람이었어.”

 

 

 비상도는 밖으로 나와 무작정 걸었다. 뜨거운 액체가 목젖을 타고 올라왔다. 조부에 대한 원망과 아버지의 궁색했던 변명, 그리고 자신이 저지른 패륜에 대한 회한이 형용키 어려운 감정으로 발걸음을 더디게 했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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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63

 

 

세상이 모두 자신들만 살겠다고 아우성

“돈이 없으면 몸뚱이가 있는데 뭘 그러슈.”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주제는 권선징악이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휴게소에 차가 멈추었다. 출발할 때 옆자리에 앉았던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가 커피 한 잔을 내밀었다.

 

 

  “대학생인가?”
  “예. 4학년입니다.”


  “취직하기가 힘들다니 걱정이 많다고 들었어?”
  “파리 목숨이죠.”


  “그건 무슨 말인가?”
  “계약직이 대부분이니까요.”

 

 

 비상도는 얼마 전에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모기업체에서는 노조들이 현장직원들이 퇴직 할 때 자기 자식들을 자신이 근무했던 자리에 정식사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었기에 마음이 무겁던 중이었다.

 

 

 경영승계한 말은 들었어도 부자간 고용승계란 말은 금시초문이었다. 세상이 모두 자신들만 살겠다고 아우성이었다.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학생의 축 처진 어깨를 볼 낯이 없어 비상도도 눈을 감았다.

 

 

 그는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약도에 그려진 사채업자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이상한 영어간판이 붙어 있었다. 그는 바깥의 지형을 미리 살핀 후 출입문을 열었다.]

 

 

  “어서 오십시오.”

 

 

 건장한 사내 두 사람과 경리를 보는 아가씨가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돈을 좀 빌릴까 싶어 왔소.”
  “자, 우선 여기에 좀 앉으시죠.”

 

 

 사장으로 보이는 사십대 중반의 짧은 머리모양을 한 사람이 책상서랍에서 서류 몇 장을 꺼내 탁자 위에 놓았다.

 

 

  “미스 조, 여기 차 한 잔.”

 

 

 아가씨가 차를 탁자에 놓았다.

 

 

  “얼마나 필요하신데요?”
  “한 일억 정도가 필요하오.”
  “예?”

 

 

 그는 깜짝 놀라며 혹 자신이 잘못 듣기라고 했냐는 듯 비상도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그 정도 금액이면 공장이라든가 아니면 집을 담보로 해야 될 것 같은데요.”

  “어렵다는 말이오?”
  “그냥 빌려주는 건 어렵지요?”

 

 

 차 한 잔을 다 비운 비상도가 물었다.

 

 

  “혹시 박승혜 양을 아시오?”

 

 

 사장은 모르겠다는 듯 창가에 서 있던 사람에게 물었다.

 

 

  "손 부장은 알아?”

 

 

 손가락으로 볼펜을 돌리던 창가의 사내가 비상도를 향해 되물었다.

 

 

  “박승혜와는 어떤 사이요?”
  “내 친척이오.”

 

 

 그제야 생각이 난 듯 사장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 그 아가씨…….”
  “그 아이에겐 뭘 믿고 빌려주었소?”


  “젊은 사람인데 그 정도는 갚을 수가 있어야죠.”
  “돈을 벌지도 않는 아이가 원금의 일백배가 넘는 이자를 감당하기엔 무리가 아니오?”


  “그건 못 갚아서 그렇게 된 것이죠.”

 

 

 그 때 창가에 있던 손 부장이라는 자가 창문을 열어젖히며 한 마디를 내뱉었다.

 

 

  “돈이 없으면 몸뚱이가 있는데 뭘 그러슈. 우린 제 발로 걸어온 그년에게 돈을 빌려 주었고 계약서에 정한대로 이자를 받겠다는데 따지긴 뭘 따져요?”

 

 

 그 순간 비상도의 눈꼬리가 사납게 올라갔다.

 

 

  “법에서 정한 이율이 얼마인가? 내가 들으니 살인적인 이자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자리에 앉아있던 사장이 서류를 챙기며 일어났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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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62

 

 

끊임없는 순환이요, 순리대로 돌아가는 되어감

일을 서로 의논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주제는 권선징악이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는 힘들게 주소를 알아내어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었을 것이다. 한 달간을 얼마나 소식 오기만을 기다렸겠는가.


 비상도는 선 채로 전화번호를 눌렀다.

 

 

  “저는 비상도라는 사람입니다.”
  “아… 선생님!”

 

 

 그는 포기하고 있다가 갑자기 전화를 받은 듯 말소리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제가 오랫동안 집을 비우는 바람에 이제야 사연을 보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너무 고맙습니다. 부탁드릴 데라고는 선생님 밖에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따님 이름이 어떻게 되는지요?”
  “박 승 혜입니다.”


  “일단 제가 힘닿는 데까지는 해 보겠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게 없…어…서… 흐흐흑…….”


  “괘념치 마십시오.”

 

 

 사내가 울고 있었다. 아니 자식을 위해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아버지가 울고 있었다. 그는 차 한 잔을 앞에 놓고 방문 앞에 앉아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산중의 삶은 이리도 고요한데 사람들의 사는 모양새는 왜 다를까를 생각했다. 물론 산중에도 생과사가 끊임없이 먹이사슬로 이어지는 곳이었다.

 

 

 하지만 자연에는 억지가 없었다. 자신만의 이익을 챙기지도 남을 속이지도 않았다. 끊임없는 순환이요 순리대로 돌아가는 「되어감」이었다. 달이 뜨면 해가 숨고 아침이 오면 밤이 꼬리를 내리며 겨울은 봄을 위해 기꺼이 자리를 내어주는 자연의 질서였다.

 

 

 비상도는 눈을 감았다. 새들의 지저귐에 목련 한 송이가 떨어지고 있었다.
 떨어지며 내는 목련의 작은 회오리바람에 귀의 근육이 움직였다. 여전히 녹슬지 않은 감각이었다.

 

 

 이번의 일은 지금과는 또 다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조직폭력배와는 또 다른 무리일 수 있었다. 무기로 서로 치고 박으며 때로는 비겁한 짓을 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조폭에게는 의리라는 행동양식이 있었다. 그것은 위와 아래를 연결해주고 구분 짓는 자기들만의 규칙이었다.

 

 

 그에 비해 이들은 의리와 인정도 오직 돈의 향배와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양아치 무리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무허가 사무실을 차려놓고 온갖 불법과 편법을 일삼으며 서민들에게 고리채라는 올가미를 씌워 피를 빨아 먹는 거머리 같은 존재들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다음날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가 산을 내려온 그는 다시 서울 가는 차에 몸을 실었다.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성을 향한 외로움이 아닌 이런 일을 서로 의논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차 유리창에 남재 형의 모습이 잠시 그려졌다가 사라졌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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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61

 

“아, 좋구나. 모든 것이…….”

치솟는 전세금을 따라잡기에 수입이 모자랐다.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주제는 권선징악이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어차피 김백일 의원과의 일은 한 달간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 점에 있어서는 그녀도 다르지 않았다. 두 사람은 동해 바닷가와 설악산 등 이름난 명소를 두루 여행하며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계절도 바뀌어 아래 남쪽 지방에서는 봄의 전령인 벚꽃이 만개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가야산에도 하얀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상춘객을 부르고 있을 것이 눈에 훤했다.

 

 

 고속버스를 타고 집으로 내려가는 내내 비상도는 창밖으로 눈을 떼지 못하였다. 성 여사가 굳이 자기 차를 내어준 것을 마다하고 혼자 가는 중이었다.

 

 

 산의 모습이 제법 초록색깔로 물들어 있었다. 닫힌 문틈으로 이제 막 터뜨리기 시작한 잎의 냄새가 코끝에 묻어났다.

 

 

 그가 집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두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집 앞의 목련 한 그루가 하얀 꽃망울을 터뜨리고 자신을 맞았다. 마치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인의 모습이었다.

 

 

  “아, 좋구나. 모든 것이…….”

 

 

 그가 막 방문 앞에 이르러 문을 열려고 손을 뻗었을 때였다. 낯선 편지 한 통이 문틈에 꽂혀 있었다. 소인을 보니 한 달 전쯤에 온 것이었다.

 

 

 방문도 열지 않고 그는 선 채로 봉투를 찢었다. 자신을 박용태라고 밝힌 그 사람은 비교적 긴 사연을 적었다. 비상도는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얼굴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사연의 내용은 이랬다.

 

 

 박용태라는 사람의 나이는 자신과 같은 쉰 살이었다. 그는 어려서 일찍 부모를 여의고 친척집을 전전하며 살다가 어렵사리 자동차 정비공이 되었다. 열심히 산 덕분에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였으며 하나뿐인 딸을 낳던 그 해에는 변두리이긴 했으나 약간의 대출을 받아 자그마한 정비공장을 하나 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대출금을 갚는 것도 빠듯한데 치솟는 전세금과 공장임대료를 따라잡기에는 수입이 턱없이 모자랐다. 딸아이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적자를 메웠다. 그러면서도 몇 개월만 견디면 좀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대학 졸업반인 아이가 취업을 하면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길 것이라 믿었던 것이다.

 

 

 가정이 깨진 것은 어렵사리 대학교를 졸업한 딸애가 취직이 어렵게 되자 꾐에 빠져 다단계회사에 들어가고 부터였다. 그들은 돈이 없던 아이에게 사채의 유혹을 제의했고 세상물정 모르는 아이는 그곳에서 돈을 빌렸다.

 

 

 나중에 부모가 그 사실을 알았을 땐 배보다 배꼽이 훨씬 커져버린 뒤였다. 손을 댈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린 것이다.

 

 

 사채업자들은 딸애를 협박하여 신체포기각서를 쓰게 한 후 술집으로 몰아넣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경찰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려 도움을 받을 생각도 했지만 가족을 죽이겠다는 것도 모자라 아이를 사창가로 팔아넘기겠다는 그들의 협박에 신고조차 하지 못했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아가씨의 어머니가 그 일을 견디다 못해 동맥을 끊어 자살을 시도하였다가 얼마 전 병원에서 퇴원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 사람은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며 자신의 연락처와 사채업자의 사무실 위치와 그들에게 건네받은 명함과 그들의 인상착의 등을 상세하게 적어 보내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비상도는 순간 머뭇거렸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분명 아니었다. 엄밀하게 말하면 경찰의 도움을 받을 일이었다. 그는 신발도 벗지 않은 채 그 자리에 서서 한참동안을 생각했다.

 

 

 그 짧은 순간이었다. 어릴 적에 집을 잃고 길에서 울고 있던 자신의 모습이 스치고 지나갔다. 누군가가 자신의 곁으로 다가와 집을 찾아 주기를 얼마나 바랬던가. 하지만 그 무섭던 순간에 사람들은 그를 지나쳤고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야 자신의 또래인 남재 형이 다가와 손을 잡으며 눈물을 닦아주었다.

 

 

 비상도는 한 가닥 희망의 끈을 잡고자 자신에게 편지를 보냈을 그의 심정을 생각했다. 그의 청을 뿌리친다는 것은 추위에 굶주려 내 집으로 찾아든 어린 짐승을 내쫒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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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60

 

 

거처를 옮기는 게 좋을 듯합니다.
“남편을 보내고 새로 장만한 집이예요.”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주제는 권선징악이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는 성 여사에게 전화를 넣었다.

 

 

  “어머, 살다 보니 사부님 전화도 받게 되네요.”
  “한 번 뵈었으면 합니다.”
  “절 보고 싶다 하시면 즉시 달려가죠.”

 

 

 그녀는 호텔 안에 있었던 모양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노크소리가 들렸다.
 비상도는 김백일 의원과 통화한 내용에서부터 기자의 전화를 받은 사실을 빠짐없이 들려주었다.

 

 

  “하여 거처를 옮기는 게 좋을 듯합니다.”

 

 

 잠시 생각하던 그녀는 그게 뭐 어려운 일이냐는 듯 웃었다.

 

 

  “그럼 제 집으로 가시면 되겠네요.”
  “그건 아닙니다. 앞으로 더 힘든 일을 맞을 수도 있는데 차라리 한적한 시골집으로 내려갔으면 합니다.”


  “그곳은 너무 알려진 곳이라 안돼요.”
  “무슨 일이야 있겠습니까?”


  “사부님께서는 어떨지 몰라도 제가 걱정이 돼서 그곳은 안돼요.”
  “아침저녁으로 전화를 드리죠.”


  “그러면 제가 사부님께 양보하는 대신 사부님께서도 제 청을 하나 들어주셔야 해요.”
  “무슨?”


  “한 달만 제 집에 계셔주세요. 그 후에도 사부님께서 서울에 오시면 저의 집에 와 계신다고 약속하시구요.”
  “아무리 그래도 남의 이목도…….”


  “제겐 남의 이목보다 사부님 건강이 더 염려돼요. 사실 말씀은 드리지 않았지만 전부터 그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너무 여유로운 생활 속에 묻히다 보면 제가 했던 결심들이 흐트러질까 봐 걱정이 됩니다.”


  “그러시면 제가 바가지를 긁어드리면 되죠. 이왕 말이 나왔으니 사부님께선 제 차로 들어가시고 짐은 비서를 통해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잘 된 일인지도 몰랐다. 남의 눈에 띄지도 않을 뿐더러 당분간 용화와 함께 있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스승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내가 올 줄 알고 있었느냐?”
  “어머니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성 여사가 기쁘긴 한 모양이었다. 미리 일하는 사람에게 방을 치워놓도록 한 것도 모자라 자신이 이곳저곳을 꼼꼼히 챙겼다. 용화가 온 뒤로 집안일을 하는 아주머니를 들인 것은 바쁜 자신이 용화를 일일이 챙겨주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성 여사가 안내한 방은 햇볕이 잘 드는 화장실이 딸린 방이었다.

 

 

  “이 집은 남편을 보내고 나서 우울한 기분을 좀 바꾸려고 새로 장만한 집이예요.”
  “그렇군요.”

 

 

 비상도는 그곳에 있는 동안 외부와의 접촉을 일체 끊었다. 자신을 위해 헌신을 마다하지 않는 그녀를 위해서였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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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59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은 미행하는 법이 아니다?
한 달간 말미를 주었으니 그 후에 이야기하리다!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주제는 권선징악이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두 명이 자신을 미행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비상도는 걸음의 속도를 늦추고 당기기를 반복했다. 틀림이 없었다. 뒤를 따르는 자들의 발자국 소리가 자신의 움직임과 일치했다.

 

 

 그는 건물의 모퉁이를 돌아 벽면에 몸을 바짝 붙였다. 그들이 빠른 걸음으로 모서리를 돌아들 때였다. 비상도는 그들의 앞을 가로막는 것과 동시에 뛰어 올랐다. 순식간에 앞선 자의 잠룡과 북진 협음 세 곳을 차며 그의 키를 뛰어넘어 뒤에 오는 자의 쇄골을 손가락으로 찍어 눌렀다.

 

 

  “으윽!”
  “흡!”

 

 

 가느다란 비명소리와 함께 두 녀석이 엉덩이를 바닥에 깔았다.

 

 

  “누가 시킨 것이냐?”
  “…….”


  “다시 한 번 묻겠다. 누가 시켰느냐? 나는 비상도라는 사람이다.”
  “예?”

 

 

 그들이 깜짝 놀라며 일어나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저희들은 누구신지 모르고 단지 어느 곳으로 들어가는지 알아만 오라고 하였습니다.”

  “누가 그랬느냐?”


  “김백일 보좌관입니다.”
  “가서 전하라.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은 미행하는 법이 아니라고…….”

 

 

 보좌관이 시켰다면 김백일의 입에서 나온 짓이 분명했다.

 

 

 다음날 조간신문에는 어제 사우나에서 있었던 일이 실려 있었다. 그곳에 있었던 누군가가 제보를 한 모양이었고 그가 했던 말들이 비교적 소상하게 기사화되어 있었다.

 

 

 매스컴에서는 자신을 영웅이니 애국자니 하는 말들로 미화하고 있었지만 그럴수록 그는 한 곳에 머문다는 것이 불안했다. 더군다나 어제 그 사우나에 있었다는 것은 자신이 그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려준 모양새가 된 것 같아 불안했다.

 

 

 호텔에서는 손님에 대한 신상이나 거처를 함구하는 게 불문율이었고 자신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성 여사가 나서서 특별히 입단속을 시키기는 했으나 언제까지 비밀이 지켜질지는 의문이었다.

 

 

 만 사람이 자신을 옳다 하여도 그 중의 한 사람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은 백범 김구 선생의 암살사건에서도 얻을 수 있는 교훈이었다.

 

 

 오늘처럼 자신을 미행하는 자가 자신의 거처를 알아내기라도 하면 당장 성 여사의 입장이 곤란해 질 수 있었다. 물론 하루아침에 호텔이 유명세를 탈 경우도 없진 않았으나 김백일처럼 권력을 가진 인사가 알게 된다면 무슨 수를 쓰던 호텔에 불이익을 줄 수가 있었다.

 

 어쨌든 조만간 결정을 내려야 할 문제였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선생님, 저는 정 기잡니다.”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천 경장이 안 가르쳐주겠다는 것을 억지로 알아냈습니다. 대신에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비밀을 지키겠습니다.”
  “고맙소.”


  “선생님, 다름이 아니고 어제 모처에서 김백일 의원님의 보좌관을 만나셨다고 들었습니다.”

 

 

 기자라는 직업이 냄새 맡는 데는 귀신이라지만 기가 찰 노릇이었다. 그것은 불과 몇 시간 전의 일이었다.

 

 

  “별일 아니오.”
  “그래도 선생님께서 의원님 일로 만나신 걸 보면 그쪽에 구린데가 있을 것 같은데요?”
  “한 달간의 말미를 주었으니 그 후에 이야기하리다.”

 

 

 무엇보다 시급한 일은 숙소를 옮기는 일이었다. 기자가 냄새를 맡았으니 숙소에 들이닥칠 일은 단지 시간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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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58

 

 

요즘 워낙 바쁜 일이 많아서, 연락드리죠.

아들이 군 병역 회피할 목적으로 미국국적 취득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주제는 권선징악이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가 다시 책을 들어 나머지 부분을 읽어 내려가고 있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

 

 

  “잠시만요. 의원님 바꿔드리겠습니다.”

 

 

 김백일 의원의 사무실이었다.

 

 

  “김백일 의원입니다만 절 찾으신다구요? 누구신지?”
  “저는 비상도라는 사람입니다.”


  “누구요? 비상도… 비상도라. 그렇다면 혹시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네. 그렇습니다. 한 번 뵈었으면 합니다.”


  “무슨 일이시죠?”

 

 

 그의 말투가 사무적으로 변해 있었다.

 

 

  “뵙고 말씀드리는 게 나을 듯합니다.”
  “글쎄요. 요즘 워낙 바쁜 일이 많아서, 다시 연락드리죠.”

 

 

 그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켕기는 구석이 많은 그로서는 비상도라는 사람은 결코 만나고 싶지 않은 존재였다. 그와의 만남이 여론화 되기라도 한다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잃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비상도는 일단 내일까지 기다려보기로 했다. 어떤 식으로든 연락이 올 것이라 믿었다.
 그날 밤이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저는 김백일 의원님의 보좌관입니다만 선생님을 한 번 뵙고 싶습니다.”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대개 이런 경우 속이 타는 사람은 비밀을 가진 쪽이었다. 비상도는 시간에 맞춰 약속장소로 나갔다. 의원은 나오지 않았고 보좌관이라는 사람이 혼자 나와 있었다.

 

 

  “제가 의원님의 부탁을 받고 나왔습니다.”
  “어디 들어나 봅시다.”


  “먼저 선생님께서 의원님을 만나 뵙고 싶어 하는 부분에 대해 궁금해 하십니다.”
  “그렇소? 그럼 말하리다. 첫째, 김백일 의원의 선친께서 친일행위로 재산을 모았다고 들었소. 아들 된 도리로 선친의 과오에 대해 사과를 하라는 것이오. 둘째, 의원님의 아들이 군 병역을 회피할 목적으로 미국국적을 취득하였다는데 사실이오?”


  “그건 사실과 다릅니다. 미국에서 태어났다고 들었습니다.”
  “의원이 미국에서 살지 않았는데 그곳에서 태어났다는 것은 미국국적을 취득하기 위한 원정출산이 아니오?”


  “그게 아니라 어릴 적부터 그곳에서 공부를 시키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계속 그곳에서 공부를 마쳤소?”


  “예.”
  “우리나라 역사를 배운 적이 없단 말이오?”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현재 국회국방위 위원장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기피한 자식을 둔 사람이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은 병역의무를 다한 사람들에 대한 모독이자 이 나라 수십 만 군인을 우롱하는 처사요. 선량한 국민들께서 뽑아준 자리이니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라는 말은 않으리다. 하지만 국방위원장 직책은 물러나는 것이 현명한 처사라 생각하오.”


  “그 말씀은 너무 심한 것 같습니다.”
  “그들이 친일의 대가로 호위호식하며 살 때 부모와 처자식을 내버려둔 채 저 얼어붙은 만주 벌판에서 오직 조국의 독립만을 생각하며 동상에 걸린 자신의 손발을 잘라내야 했던 독립투사들의 애환을 당신네들은 생각이나 해 본 적 있소?”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봐 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사과도 내게 하라는 것이 아니오. 신문지상에 사과문을 올려 용서를 받으라는 말이오. 그래야 혹 이 나라가 다시 누란의 위기에 빠지는 경우가 생겨나도 이후로 변절자가 생겨나지 않을 거란 말이오.”


  “의원님은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계신 분입니다.”
  “하하, 권력이라 하였소? 그러면 권불십년(權不十年)이란 말도 아시겠소이다. 한 달간의 여유를 주겠소.”

 

 

 비상도는 그 길로 곧장 숙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무언가 느낌이 이상했다. 오랜 세월을 무예를 단련하다 보니 육감이란 것이 생겼다. 그것은 짐승들이 내는 소리와 바람소리의 움직임을 읽어내는 미묘한 차이 같은 것이기도 했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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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57

 

 

“너는 살기 위해 먹었느냐? 먹기 위해 살았느냐?”
구별, 이러한 변화를 물화(物化)라고 한다!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주제는 권선징악이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누…구…신…지?”

 

 

 그는 심하게 말까지 더듬었다.

 

 

  “내 이름을 알고 싶은가? 비상도라는 사람이야.”

 

 

 모두들 깜짝 놀라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고 그 점에 있어서는 그곳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몰라 뵈었습니다.”

 

 

 그 녀석은 무릎을 꿇었고 나머지들도 머리를 조아렸다.

 

 

  “미리 알았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라는 말인가? 하면 강한 자에겐 고개를 숙이고 약한 사람은 괴롭혀도 된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죄송합니다.”
  “너희들 모두 냉탕으로 들어와 앉아.”

 

 

 비상도의 한마디에 그들 일행은 다투어 냉탕으로 들어가 무릎을 꿇었다.

 

 

  “너는 살기 위해 먹었느냐? 먹기 위해 살았느냐?”
  “예? 그건…….”

 

 

 조금 전에 탕에서 자신을 쫒아내던 녀석이었다.

 

 

  “너는 살아놓고도 모르겠느냐?”
  “글쎄요. 확실히는……, 아마 먹기 위해 산 것도 같고…….”
  “그럼 이 시간 이후로는 살기 위해 먹은 너를 죽여라.”

 

 

 그는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비상도는 냉탕에 앉아 있는 다른 녀석들을 향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따라 해라.”

 

 

 탕 안에 있던 사람들도 숨을 죽이며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후목불가조(朽木不可彫)!”

 

 

 그들이 따라하는 소리가 탕 안에 울려 퍼졌고 사람들은 입을 가리고 웃었다.

 

 

  “썩은 나무에는 조각을 할 수 없다는 뜻이야. 돌아가서 삼일 동안 곰곰이 되씹어보면 무슨 말인지 알 수 가 있을 것이야.”

 

 

 나가려던 비상도가 다시 몸을 돌렸다.

 

 

  “문신은 힘이 모자라는 놈들이 그것으로 상대에게 겁을 주기 위한 얄팍한 술수에 지나지 않아. 마치 벌레가 자신을 잡아먹는 새들에게 과장되게 보이기 위해 화려한 색으로 치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말이야. 또 하나 공중목욕탕에도 지켜야 할 예가 있으니 적어도 남들 앞에서는 민망한 부위를 손으로라도 가려야 하는 것이야.”

 

 

 곧바로 숙소로 돌아온 비상도는 김백일 국회의원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다.

 

 

  “의원님을 좀 만나 뵙고 싶습니다.”
  “누구신지…….”


  “만나 뵙고 말씀드리리다.”
  “지금은 안 계신데, 오시면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비상도는 전화를 끊고 머리맡에 놓인 책을 펼쳐 들었다. ⌜장자⌟였다. 수백 번을 읽고 또 읽었지만 그때마다 머릿속을 뻥 뚫리게 하는 묘한 힘을 가진 책이었다.

 

 

 일찌기 청대(靑大)의 문학비평가인 김성탄(金聖嘆)은 중국 고대의 문학작품 가운데 십부(十部)를 선정하여 십재자서(十才子書)라 하였고 그 중에서 장자(莊子)를 첫째로 꼽았을 정도였다.

 

 

  ‘언젠가 장자는 나비가 된 꿈을 꾸었다.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가 되어 유쾌하게 즐기면서도 자신이 장주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깨어나 보니 틀림없는 장주가 아닌가. 도대체 장주가 나비가 된 꿈을 꾼 것일까, 아니면 나비가 장주가 된 꿈을 꾼 것일까, 장주와 나비 사이에는 반드시 구별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물화(物化)라고 한다.’

 

 

 그는 「장주몽(莊周夢 나비의 꿈) 이라는 대목에 이르러서 책을 덮었다. 갑자기 산중의 집이 그리워진 것이다.

 

 

  “나비라, 나비라…….”

 

 

 불쑥불쑥 찾아드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오는 갈등이었다. 마치 오른발과 왼발을 각각 양쪽에 담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었다.

 

 

  “이 일을 끝낸 후에도 늦지 않으리.”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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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에 문신을 한 이삼십 대의 건장한 젊은이
보호비 명목으로 금품을 갈취하는 놈들이거나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주제는 권선징악이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호텔방 하나를 자신의 전용 방으로 내어준 것도 모자라 먹고 자고 생활하는 모든 것들을 헌신적으로 챙겨주는 성 여사가 고마웠다. 아무리 후견임을 자처하고 조력자로서 자신을 지원해 준다지만 한 치도 소홀함 없는 그녀의 마음 씀씀이가 감동으로 밀려왔다.

 

 

  “아직 고맙다는 말 한 마디 못했으니…….”

 

 

 얼굴이 화끈거려 몇 번이나 물속에 얼굴을 집어넣었다.

 그때였다. 온몸에 문신을 한 이삼십 대의 건장한 젊은이들이 떼를 지어 안으로 들이닥쳤다. 한순간 사우나 안이 조용해지면서 사람들은 슬금슬금 그들의 눈치를 살피며 구석자리를 찾아 들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배와 등짝 허벅지 아래까지 문신을 하였고 그 모습들은 용에서부터 호랑이 뱀 심지어는 전라의 여인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했다. 흉측한 그들의 모습만 보고도 일반인들은 기가 죽기에 충분했다.

 

 

 그들이 탕 안으로 몸을 담갔을 때는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나간 상태였으며 비상도 혼자 몸을 담그고 있었다. 비상도는 그들의 면면을 살폈다. 모두 열한 명이었고 밤을 새우고 온 듯 술 냄새가 사방으로 진동했다.

 

 

 유흥가를 무대로 보호비 명목으로 금품을 갈취하는 놈들이거나 나이트클럽이나 오락실 또는 주점을 운영하며 수익금을 챙기는 폭력배들이 분명해 보였다.

 

 

 그들은 기고만장도 모자라 안하무인이었다. 탕 안에서 노래를 부르는가하면 물속에서 장난을 치며 옆 사람에게까지 마구 물을 튕겼다. 더 가관인 것은 사십대로 보이는 목욕관리사를 마치 아이 부르듯 하며 번갈아 등을 밀었다.

 

 

 비상도가 탕 안에서 눈을 감고 있을 때였다. 한 녀석이 슬쩍 다가와 한 마디를 던졌다.

 

 

  “아저씨, 자리 좀 비켜주시오.”

 

 

 자기네들끼리 있고 싶으니 나가 달라는 소리였다.
 비상도가 되받았다.

 

 

  “그 말에 죄송하다는 말은 보태야지. 내 귀엔 명령으로 들리는데?”

 

 

 예상외의 말에 그가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탕 안에 있던 일행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녀석이 비상도의 귀 가까이 입을 붙였다.

 

 

  “아침부터 기운 빼지 말고 좋은 말 할 때 그냥 나가슈.”

 

 

 여러 사람이 보고 있자니 그도 물러서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같은 패들도 흥미로운 일이라도 생긴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에게로 일제히 시선을 모았다.

 

 

  “곧 나가리다.”

 

 

 비상도가 일어났고 그들이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한 것은 그 다음이었다. 지금껏 저런 몸을 본적이 없었던 것이다. 일부러 근육을 키우기 위해 만든 몸이 아니었다. 분명히 오랜 세월동안 무술로 단련된 몸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가 예상외로 쉽게 탕에서 나가자 그들은 너무 싱겁게 끝나버린 게임을 아쉬워했다. 다만 비상도에게 말을 던진 녀석만은 으쓱한 표정을 지었다.

 


 밖으로 나간 비상도가 다시 욕탕의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는 옷을 모두 갖추어 입은 뒤였다.

 

 

  “어이 젊은 친구, 내가 그냥 가려고 했는데 어른에게 하는 말버릇을 고쳐 놓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다시 왔어.”

 

 

 그리고는 그 젊은 청년 앞에 딱 버티고 섰다.
 젊은이는 몹시 당황한 모습이었다. 하는 말투로 보나 다시 온 것을 보면 예사 사람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이곳에 열 명이 넘는 자신의 패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었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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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55

 

 

며칠 사이에 용화 얼굴이 몰라보게 달라졌구나.
“허허 이놈, 나와 그렇게 살고도 어려워하더니.”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주제는 권선징악이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승용차의 뒷좌석에 탄 비상도가 물었다.

 

 

  “회장님께서 나를 귀찮게 생각하지 않으시던가요?”
  “회장님 얼굴에 요즘같이 화색이 도신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요? 그런데 오늘은 어디로 나를 데리고 갈 참이오?”
  “지금 회장님께선 댁에서 직접 요리를 하고 계십니다.”


  “무슨 일이라도?”
  “선생님 입맛을 맞춘다 하셨습니다.”


  “거참, 번거롭게…….”

 

 


 차가 집 앞에 도착하자 성 여사와 용화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스승님, 어서 오십시오.”
  “며칠 사이에 용화 얼굴이 몰라보게 달라졌구나.”

 

 

 비상도는 성 여사에게도 치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힘드시게 직접 요리까지…….”
  “그동안 핑계거리가 없어 사부님을 모시질 못했는데 용화 덕분에 가능해졌습니다.”

 

 

 세 사람이 식탁에 둘러앉았다. 비서는 그들을 위해 자리를 비켜준 모양이었다.

 

 

  “용화야. 적응은 잘하고 있느냐?”
  “네, 어머니께서 잘 도와주십니다.”
  “어머니라면?”

 

 

 성 여사가 입을 열었다.

 

 

  “시간이 지나면 더 어려울 것 같아 제가 용화에게 그렇게 부르도록 하였습니다.”
  “허허 이놈, 나와 그렇게 살고도 어려워하더니.”

 

 

 잘 된 일이었다. 외로운 성 여사에게는 아들이 생겼고 용화에겐 꿈에도 그리웠을 어머니가 생긴 일이었다.

 

 

  "잘 된 일이구나. 진실로 축하해 줄 일이야. 이왕 어머님으로 받들기로 했으니 성심을 다해야 하느니라.”
  “네, 알겠습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식사를 하는 내내 이어졌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비상도가 호텔로 돌아온 시간은 밤이 이슥해서였다.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웠으나 마치 체증이 실린 듯 가슴이 답답했다.

 

 

 끊임없는 갈등이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혈육의 정을 무 자르듯 한순간 마음의 다짐만으로 없앤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결코 아니었다. 그는 밤새 눈을 감았다 떳다를 반복했다.

 

 

 그가 잠자리에서 일어난 것은 출근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간밤에 잠을 설친 탓으로 정신이 영 개운치가 않았다. 옷을 챙겨 입은 그는 밖으로 나왔다. 동네를 한 바퀴하고 인근 사우나에 가서 따뜻한 물에 몸이라도 담글 생각이었다.

 

 

 동장군의 기세가 한풀 꺾인 것 같았다. 꽃샘추위가 있긴 했으나 완연한 봄 냄새가 바람에 실려 오고 있었다. 그는 옷을 벗고 탕 안으로 들어갔다. 서울에 온 이후로 이곳에 몇 번 오긴 했지만 사우나란 곳이 그에게는 낯선 곳이었다.

 

무엇보다 발가벗고 남에게 자신의 몸을 보인다는 것이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살아오면서 대중목욕탕을 이용한 적이 없는 그로서는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사우나 안은 오전인데도 사람들로 꽤 붐볐다. 그는 빈자리 하나를 차지하고 탕 안에 몸을 담그고 눈을 감았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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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54

 

 

동해라는 이름을 지어 줄 수밖에 없었느니라!

저녁에 별다른 일이 없으시면 제가 납치하려구요!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주제는 권선징악이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잃은 자식을 평생 가슴에 묻고 사셨을 그분들을 생각하니 울컥 뜨거운 무언가가 목을 타고 올라왔다. 강추위가 뺨을 때릴 때마다 그는 얼굴을 내밀었다. 밤새도록 얻어맞을 수만 있다면 자신을 그렇게 내던지고 싶었다.

 

 

 무작정 걸었다. 날씨 탓인지 거리는 예상외로 썰렁했다. 얼마 되지 않은 행인들도 저마다 바쁜 걸음을 옮기느라 눈물을 뿌리며 걷는 그를 눈 여겨 보는 사람은 없었다.

 

 

  “아, 이것이 나의 운명이던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음속에 얽힌 복잡한 감정들이 엎질러진 퍼즐처럼 제자리를 잃고 돌아다녔다. 자신이 저지른 패륜과 누군가를 향한 분노와 그리움이었다.

 

 

 그는 마주 오는 사람과 어깨를 부딪치고 나서야 자신이 걸어가고 있는 방향이 숙소와 반대방향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성 여사에게서 전화가 걸려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사부님께서 오늘 저녁에 별다른 일이 없으시면 제가 납치하려구요.”
  “일은 없습니다만?”
  “그럼 세 시쯤에 차를 보낼게요.”

 

 

 그가 호텔의 숙소로 갔을 때 편지 한 통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스승님에게서 온 것이었다.

 

 

 얼른 겉봉을 뜯었다.

 

 

 『내가 이곳에 있긴 하다만 조국의 소식에 항상 귀를 귀울이던 중 한국에서 온 사람들을 통해 너에 관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내가 못한 일을 네가 한다고 하니 다행이라 여긴 다만 이젠 그쯤에서 멈추었으면 한다. 몸을 수고롭게 함이 한가함만 못하느니라. 

 

 그리고 일전에 네가 물었으니 대답을 하마. 네가 처음 남재의 손을 잡고 산으로 왔을 때는 충격 때문이었는지 이름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였어. 며칠을 기다려도 겨우 성만 아는지라 부득이 내가 너에게 동해라는 이름을 지어 줄 수밖에 없었느니라.……중략』

 

 

 비상도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편지를 접어 서랍장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는 목욕할 채비를 끝내고 욕조에 몸을 담근 채 몸을 씻고 또 씻었다.

 

 

 물속에 조부의 모습이 보였다. 잠시 후에는 아버지의 모습이 비췄다. 그는 애써 물을 흔들었다.

 

 

 그가 막 목욕을 끝내고 옷을 갈아입었을 때 노크소리가 들렸다. 성 여사의 개인비서였다.

 

 

 그녀는 삼십대 후반의 지적인 여자로 성 여사의 사적인 일까지 도맡아하며 최측근에서 그를 보좌하며 그녀 집을 드나드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회장님께서 모셔 오시라 하셨습니다.”

 

 

 그녀의 말과 행동에서 최대한 경의를 표하는 모습이었다.

 

 

  “설마 납치하려는 것은 아닐 테지요?”
  “선생님을 매스컴에서 자주 뵈었습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큰 영광입니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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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53

 

 

아마도 민심을 두려워한 모양입니다!

왠지 낯설지 않은 모습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주제는 권선징악이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선생님, 천 경장입니다.”
  “오랜만이야.”

 

  “선생님께서 휴대폰을 가지고 계시니 훨씬 편리한데요.”
  “그런가?”

 

  “저 선생님, 지난번에 부탁하신 일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점심시간에 맞춰 한 번 뵈었으면 합니다.”
  “응, 알았네. 그곳에서 보세.”

 

 

 천 경장이 얼마 전 서울로 발령이 나는 바람에 비상도와 수월하게 만날 수 있었다.

 전화를 끊은 비상도는 기분이 묘했다.

 

 

 어릴 적에 잃어 버렸다던 조천수 회장의 어린 아들 때문이었다. 왠지 낯설지 않은 모습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종업원이 아침밥을 방으로 들일까하고 물어왔지만 그는 차 한 잔으로 대신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가 시간에 맞춰 약속장소로 나간 곳은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천 경장이 먼저 나와 있었다.

 

 

  “번번이 자네에게 폐를 끼쳐 미안해.”
  “선생님,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도와 드려야죠.”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마워.”
  “그런데 선생님, 다행히 조 회장님께서 선생님에 대한 고소 건을 취하하신 모양입니다.”

 

  “그런가?”
  “아마도 민심을 두려워한 모양입니다. 어차피 떠들어봐야 자신들의 치부만 드러날 것인지라…….”

 

  “그럴 수도 있겠어.”
  “그리고 조폭폭행건도 마무리가 된 것 같았습니다. 조 회장님 쪽에서 그들을 동원하려 했다는 사실이 탄로 날 것 같아 미리 손을 쓴 것 같습니다. 어차피 쌍방폭행으로 몰아가기에도 힘든 상황으로 본 것이죠.”

 

  “그건 그렇고 부탁한 일은 어찌 되었는가?”
  “제가 조회장의 측근을 통해 알아보았더니 어릴 적에 잃어버렸다는 그 아들의 오른쪽 어깨에 작은 점 세 개가 정삼각형으로 그려져 있다고 하였습니다.”

 

  “음.”

 

 

 비상도의 음성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어릴 적에 남재 형이 그것을 삼토성이라 한 적이있었다. 그것은 자신이 부모를 찾기 위한 유일한 징표였다. 그는 거울에 비춰지는 자신의 모습을 볼 때마다 그것을 기억하고 있을 부모를 애타게 그리워하곤 했었다.

 

 

  “이럴 수가…….”

 

 

 그는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그 말을 되뇌었다.
 천 경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말씀하신 김백일 의원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대표적인 친일인사인 김종태의 아들이었습니다. 현재 그의 아들은 한강대학교 이사장직을 맡고 있으며 미국시민권을 가진 이중국적자였습니다. 짐작컨대 군대를 회피할 목적으로 그곳 시민권을 취득한 것 같습니다.”
  “숙제를 너무 완벽하게 해 왔어.”

 

  “하지만 그는 현재 국방상임위 소속 국회의원이라 조심해야 할 겁니다. 워낙 인맥이 넓고 힘을 가진 사람입니다.”
  “알았네. 천 경장, 오늘은 내가 식사라도 대접해야 마음이 편안할 것 같으이.”

 

  “공무원이 접대 받았다고 나중에 혼쭐내는 것 아닙니까?”
  “그런가? 하하…….”

 

 

 식사를 한지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비상도는 마음이 착잡했다. 조 회장은 자신의 아버지가 분명했다. 그토록 부르고 싶었던 이름이었건만 지척에서 몰라본 것도 모자라 손찌검까지 한 자신이었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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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52

 

 

언제까지 독도를 노래방에서 배워야 하는지
누가 우리의 역사를 짊어지고 갈 것인가?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주제는 권선징악이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차에서 내린 그가 답답한 마음에 지나가는 학생을 불러 세웠다.

 

 

  “학생. 몇 학년인가?”
  “고3 올라가는데요.”

 

  “요즘 학교에서 국사를 배우나?”
  “아뇨.”

 

  “국사 대신에 무슨 과목을 배우지?”
  “근현대사요.”

 

  “그럼 근현대사에는 어떤 내용들이 들어있지? 우리 역사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어? 이를  테면 고구려 백제에 관한 내용이라든지…….”
  “그런 거 없는데요.”

 

  “근현대사는 필수과목인가?”
  “아니요, 내신 성적 땜에 어쩔 수 없지만 선택 할 수 있거든요. 경제지리 사회문화 세계사 중에서 선택하면 돼요.”

 

  “그렇다면 1학년 때부터 국사라는 과목은 없어?”
  “1학년 때에는 배워요.”

 

  “그럼 2,3학년 때부터는 안 배워도 된다는 말인가?”
  “예.”

 

 

 아이들이 국사의 물음에 왜 그렇게 엉뚱한 대답을 했는지 명확해지는 순간이었다. 말 할 수 없는 분노가 온몸을 휘감았다.

 

 

 우리의 역사를 TV사극을 통해 주워 담아야 하고 박물관에서 눈요깃감으로 구경해야 하는 이 기막힌 현실 앞에 그는 할 말을 잃었다. 언제까지 독도를 노래방에서 배워야 하는지 생각하면 할수록 기가 막혔다.

 

 

 우리의 역사보다 경제지리가 더 중요하고 세계사가 중요한가, 영어와 국어가 동급을 이루는데 우리의 역사가 과목조차 폐기처분 되었다는 것이 말이나 될 법한 일인가. 이는 우리의 반만년 역사에 대한 모독이요 민족의 자긍심을 스스로 포기하는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일제가 우리나라의 명산대천에 쇠말뚝을 박은 일과 누군가에 의해 선대와 후대의 맥을 끊은 이 같은 행위가 과연 무엇이 다르다 할 수 있는가. 왜 일본이 그렇게도 깎아내리려 했던 우리의 유구한 역사를 왜 우리 스스로 폐기 하였는가.

 

 

 그것은 분서갱유(焚書坑儒)가 분명하였다. 누군가의 농간과 계략이 없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과연 누구란 말인가?”

 

 

 이 땅의 많은 역사학자들은 그동안 무얼 하고 있었는가를 반문하며 비상도는 치를 떨었다.

 

 

 배우는 자가 없으면 가르치는 자가 없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몇 백 년 후, 아니 몇 십 년 후일 수도 있었다. 그때는 누가 우리의 역사를 짊어지고 갈 것인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독도를 일본에 빼앗기고 저 북한 땅을 중국에 내어준 후에 또 호들갑을 떨며 내 탓 네 탓을 하며 책임전가만 하려들 것인가.

 

 

 알지 못하면 빼앗기고 관심이 없으면 놓치게 되는 것은 삶의 이치이다. 인성교육을 없애 버릇없는 아이들을 만들어 놓더니 이제는 국사를 없애 혼이 없는 아이들을 만들었다.

 

 

  “다음은 무엇인가? 국어인가?”

 

 

 그가 이 문제로 속을 끓이고 있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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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51

 

 “퇴계 아는 사람?”… “영계 반대말 아니에요?”

한일합방, 술 먹고 한 일자로 뻗어 자는 남녀합방?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주제는 권선징악이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자, 그럼 사명당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

 

 

 조용한 가운데 한 학생이 손을 들었다.

 

 

  “집 이름 아니에요?”
  “아니, 사람 이름이 맞는 것 같은데…….”

 

 

 사임당은 들어 보았으니 그렇게 짐작하는 모양이었지만 아는 학생이 없었다.

 

 

  “그럼 사임당은 누구지?”

 

 

 한 학생이 그것도 문제냐는 듯 떠들었다.

 

 

  “이 율곡의 딸 아니에요?” 

 

 

 참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머니와 아들을 구분조차 못하고 있었다. 결국은 어느 여학생이 맞혔지만 아이들의 국사소양이 이 정도라면 이것은 분명히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하는 일이었다.

 

 

  “세 번째 문제, 퇴계를 아는 사람?”

 

 

 이번에는 몇 명의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퇴계가 아니고 퇴계로 아니에요?”

 

 

 이번에는 얼굴에 여드름이 벌집 쑤셔놓은 것 같은 학생이 미리 웃고 들어왔다.

 

 

  “영계 반대말 아니에요?”

 

 

 비상도는 어이가 없어 한마디 흘렸다.

 

 

  “너희 집에 통닭집 하니?”

 

 

 아이들이 까르륵 웃었다.

 

 

  “그럼 마지막 문제를 낼 테니 잘 맞혀봐. 한일합방에 대해 아는 사람?”

 

 

  체구가 유달리 큰 학생이 히죽히죽 웃었다.

 

 

  “술 먹고 한 일자로 뻗어 자는 남녀합방이죠.”

 

 

 아이들이 ‘와’하고 웃었다.
 비상도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뒤로하고 차에서 내렸다.

 

 

 통탄하고도 통탄할 일이었다. 누가 우리의 젊은이들을 역사의 문맹으로 만들었는가?

 피가 끓어올랐다. 지금까지 잘 해오던 국사교육을 선택과목으로 바꾼 장본인들이야말로 매국노 을사오적에 버금가는 인사들이었다.

 

 

 그런 인간들일수록 조상의 무능을 입에 올리고 우리 역사의 위대함을 폄하하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었으나 실제로 그들이 저지른 만행을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분노가 치밀어 올라 견딜 수가 없었다.

 

 

 자신의 조상이 누구인지 눈을 가려 못 보게 하고 자신이 발붙이고 사는 이 나라의 역사를 어둔 미로 속에 가둔 것은 저 일본이 조선을 강제 침탈했을 때 썼던 수법이 아니었던가 묻고 싶었다.

 

 

 감히 조상의 무능을 입에 담는 자는 분명히 알아두어야 한다. 적어도 당신들께선 유구한 역사의 끈을 놓지 않았음을…….

 

 

 모진 희생을 감내하며 후손에게 물려준 이 금수산하에 후대의 우리들이 살고 있는 한 그들은 위대한 것이다.

 

 

 자기의 역사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은 나라를 사랑 할 수 없고 그것을 알지 못하는 자는 나라를 지키지 못한다. 이것이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국사를 가르쳐야하는 이유인 것이다.

 

 

 국가의 존망에 필부라 할지라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책임의 경중이 같을 수는 없다.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우리의 역사가 단절된 것에 그는 분노를 금치 못했다.

 

 

 우리의 역사인 국사가 단절된 이유가 무엇이었던가에 상관없이 아직도 곳곳에 일제의 잔당들이 애국자의 가면을 쓰고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에 그는 섬뜩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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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50

 

 

경운조월, 구름으로 밭을 갈고 달을 낚시질하다
그냥 가기 심심한데 우리 퀴즈내기나 할까?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주제는 권선징악이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매스컴에서 사부님 때문에 난리예요.”
  “뭐라고 하던가요?”


  “사람들의 입을 빌어 영웅이라던데요.”
  “영웅이 없으니 그것을 그리워하는 거겠죠.”


  “사부님께서 하시는 일에 공감들을 한다는 의미라고 보는데요.”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사부님, 더 웃기는 일이 뭔지 아세요?”
  “글쎄요.”


  “사부님께서 복면을 쓰고 나오시니 모두들 얼굴이 궁금한가 봐요. 항간에는 ‘사부님의 얼굴이 잘생겼을 것이다. 또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라며 내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던데요.”
  “어느 쪽으로 사람들이 몰린다고 하던가요?”


  “못생긴 쪽으로요. 왜냐하면 잘 생기기까지 하면 너무 불공평하다는 거예요. 사실은 너무 미남이신데.”

 

 

 그랬다. 사람들은 영웅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대고 의지할 곳이라곤 어느 한 곳 없는 현실에 모두들 식상해 있었고 TV에서 매일 비춰주는 그 얼굴들을 지겨워했다. 그들을 향한 욕지거리도 이젠 질려 가던 마당에 그가 나타났으니 충분히 그를 영웅이라 할만 했다.

 

 

 어쩌면 입에 올리고 입이 마르도록 칭송하고 종일 추켜세워도 지겹지 않을 그런 사람을 목마르게 기다려 왔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니면 모두들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며 돈을 쫒아가는 세상에 나라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을 수도 있었다. 모두들 앞만 보고 달릴 때 뒤를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그런 사람이 나타났으니 사람들은 그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잔뜩 신이 나 있었다.

 

 

 호텔에서 식사를 마친 후 성 여사는 용화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비상도는 어제부터 잠을 자지 못한 탓으로 한꺼번에 피곤이 몰려들었다. 그가 자리에 누우려고 몸을 숙였다. 침대 머리맡에 놓여있던 하얀 봉투가 눈에 띄었다.

 

 

 성 여사가 놓고 간 것이었다.

 

 

 「사부님은 저에게도 영웅이십니다.」

 

 

 쪽지의 글과 함께 돈이 들어 있었다. 그는 휴대폰으로 용화에게 배운 문자를 성 여사에게 보냈다.

 

 

 「경운조월(耕雲釣月 구름으로 밭을 갈고 달을 낚시질하다)」

 

 

 그곳은 모든 시름 내려놓고 언젠가 돌아갈 그의 이상향이었고 자신의 곁에 그녀가 함께 해 주기를 바라는 무언의 메시지이기도 했다.

 

 

 이른 아침 종업원이 신문을 가져다주었다. 성 여사가 미리 일러 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실행에 옮겨야 할 구체적인 구상에 몰두해 있었다. 그것은 필수였던 국사과목을 선택과목으로 바꾼 정책입안자들에 대한 응징이었다.

 

 

 그는 처음 그 사실을 알고 분개했다. 시외로 나가는 차 안에서였다. 마침 하교시간이라 차 안은 고등학생들이 이미 점령하고 있었다.

비상도는 용화에게 줄려고 산 사탕봉지를 꺼냈다.

 

 

  “학생들, 그냥 가기 심심한데 우리 퀴즈내기나 할까? 단 내가 낸 문제를 맞힌 학생에게는 이 사탕을 상으로 주지.”

 

 

 학생들도 꽤나 무료했던지 환호성을 지르며 관심들을 보였다.

 

 

  “어떤 문제예요?”
  “음, 국사로 하고 싶은데.”
  “아…….”

 

 

 생각했던 데로 아이들 얼굴에 실망하는 빛이 역력했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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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49

 

 

능유제강(能柔制强), 부드러움이 강함을 제압한다!
자세를 낮추면 두려울 것이 없느니라….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주제는 권선징악이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날 밤을 산에서 묵은 그는 다음날 용화를 데리고 아침 일찍 그곳을 빠져 나왔다. 그곳에 더 있는 다는 것은 무리였다. 다행히 노인으로 변장한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모여 자신의 이야기를 화제꺼리로 삼고 있었다.

 

 

  “자네도 뉴스 보았어?”
  “그럼. 그 비상권법이라는 무예 정말 대단해.”


  “혹시 방송에서 과대 포장하는 것은 아닐까?”
  “지난번에 조폭 오십 명을 상대로 싸워 무릎 꿇린 사실을 보면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아.”


  “하긴…….”
  “무예도 그렇지만 그분의 생각이 더 훌륭한 것 같지 않아?”


  “그러게, 누군가는 꼭 했어야 할 일이지. 이놈의 정치판들이 각성을 좀 해야 할 텐데. 생각 같아서는 그놈들부터 족쳤으면 속이 후련하겠어.”

 

 

 용화는 막상 스승님을 따라나서긴 했으나 기쁨과 걱정이 반반이었다.

 

 

  “용화야, 낯선 곳이 두려우냐?”
  “네, 조금은요.”
  “내가 너보다 어린 시절에 산길에서 아주 큰 수놈 멧돼지와 맞닥뜨린 일이 있었느니라.”

 

 

 용화가 바짝 긴장을 하며 관심을 보였다.

 

 

  “둘은 서로 상대방을 쏘아보며 한참동안을 겨루었지. 먼저 등을 보인다는 것은 치명적인 실수가 될 수 있었던 게야. 그런데 서로가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비켜갈 수 있는 방법이 있었어.”
  “그게 어떤 방법입니까?”


  “한참동안 눈싸움을 하며 빈틈을 보이지 않았지.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불리했어. 왜냐하면 두 다리로 버티는 사람이 네 다리로 안정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동물을 이길 수가 없는 법이었거든. 그래서 내가 생각 해 낸 것이 부드러움이었어.  
 언젠가 스승님께서 가르쳐주신 말씀이 생각난 게야. 능유제강(能柔制强), 즉 부드러움이 강한 것을 제압한다는 말이 하필 그때 머리를 스친 것이야. 내가 얼굴에 웃음을 띠며 눈을 깜빡이자 그 멧돼지도 나와 똑같이 눈을 깜빡였어. 몇 번을 그렇게 하던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지나쳐 가던 길을 갈 수 있었어.”
  “재미있습니다. 스승님.”


  “낯선 곳에 가면 사람이 두려울 수 있단다. 그럴 땐 네가 먼저 부드럽게 다가서야 한다. 낯선 환경 또한 마찬가지니라. 자세를 낮추면 두려울 것이 없느니라. 어린 새싹이 꽁꽁 언 땅을 뚫고 나오는 것은 부드러움이기에 가능한 것이야. 나그네의 두꺼운 옷을 벗기는 것은 강한 바람이 아니라 아지랑이 같은 부드러운 봄 햇살임을 명심해야 하느니라.”
  “네, 스승님 새기겠습니다.”

 

 

 터미널에 내리자 성 여사가 차를 가지고 마중을 나와 있었다.

 

 

  “사부님, 어제 큰 사고 치셨죠?”

 

 

 어제의 일을 방송을 통해 본 보양이었다.

 

 

  “오늘은 더 큰 사고를 쳤습니다. 용화를 데리고 왔거든요.”

 

 

 성 여사가 용화를 안았다.

 

 

  “용화야, 이렇게 와주어 정말 고마워.”
  “저도 뵙게 되어 기쁩니다.”

 

 

 세 사람은 호텔로 향했다. 기사 옆에 비상도가 앉고 뒷자리에 성 여사와 용화가 나란히 앉았다. 그녀는 진실로 용화가 온 것이 고마운 모양이었다. 그녀는 가는 내내 용화의 손을 놓지 않았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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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48

 

“저 분의 허리띠를 풀어보면 알게 될 것이오!” 

이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인데...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주제는 권선징악이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고맙소이다!”

 

 

 비상도가 바위에서 내려가려던 참이었다. 이번에는 기자들의 질문공세가 이어졌다.

 

 

  “저 선생님께서 조폭들을 상대로 겨루셨다고 들었는데 선생님의 무예는 뭔가요?”
  “비상권법이란 무예올시다. 원래 우리 고려국의 무예였소.”


  “그렇다면 그 권법이 지금도 전해져오고 있습니까?”
  “아니오. 완전히 맥이 끊어졌소. 불행히도 중국왕가로 비밀리에 전해져오던 것을 다행히 스승님께서 전수 받을 수 있었던 것이오.”

 

  “그 스승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이역만리 용정에서 독립운동을 하셨던 독립투사의 아드님이신 김.대.한이 그분의 함자외다.”


  “중국으로 다시 돌아가셨다던데요.”
  “독립신문에서 보신 그대로입니다.”


  “그렇다면 스승님의 일과 관계된 일이 아닙니까?”
  “처음은 그러했지만 지금은 아니올시다.”


  “앞으로 이 일을 계속 하실 생각이십니까?”
  “물론이오.”


  “많은 사람들이 선생님의 무예를 실제로 보고 싶어 하는데요. 지금 이 자리에서 조금이라도 보여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허허, 그런 것도 해야 하는 것이오. 원한다면 보여드리리다. 대신 내가 여기에 있는 한 사람을 공격할 것이오.”

 

 

 말을 마친 그가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열 걸음 앞에 서 있던 누군가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찔렀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마치 피할 틈도 주지 않은 순간이동이었다. 그는 뒤늦게 알고 뒤로 물러섰지만 이미 비상도의 공격이 끝난 뒤였다.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재빨리 다가간 것인지 놀랄 뿐이었다. 마치 먹이를 노리고 잔뜩 움츠렸다 도약하는 표범의 날렵함이었다. 비상도에게 공격을 받은 사람은 거의 사색이 되어 있었고 그 모습을 본 그가 큰소리로 웃었다.

 

 

  “저 분의 허리띠를 풀어보면 알게 될 것이오.”

 

 

 그가 허리띠를 풀자 새로 생긴 구멍 하나가 뚫려 있었다.
 대단한 내공이었다. 가죽벨트를 그렇게 한다는 것은 무협소설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었고 더 놀라운 일은 정확히 그곳에만 구멍이 뚫렸다는 사실이었다.
 


 힘을 조금 덜 주었다면 완전한 구멍이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고 조금만 더 깊이 찔렀다면 살에 구멍을 내고도 남을 힘이었다. 멀리서 정확하게 그곳을 공격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공격한 타이밍과 힘의 강약조절을 그 짧은 시간에 자유자재로 구사했다는 사실이 눈으로 보고서도 믿기지 않았다.

 

 

  “이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인데요.”

 

 

 사람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였고 더욱이 무술 꽤나 했다는 형사들조차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내 눈엔 매국노들의 후손들이 사과 한마디 않는 것이 더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올시다.”

 

 

 산을 내려오며 형사들은 한마디씩 내뱉었다.

 

 

  “그를 잡는 것보다 호랑이를 잡는 게 수월하겠어.”
  “글쎄 말이야. 오늘 만약 체포하려고 덤볐다면 몸에 구멍깨나 날 뻔 했지.”


  “구멍뿐일까, 뼈까지 으스러졌겠지.”
  “아무튼 대단해. 저런 무예가 지금껏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아.”

  “그런데 말이야, 왠지 존경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영웅이란 말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아.”

 

 

 오늘 산에서 벌어졌던 모든 상황은 영상으로 담겨져 각 언론사와 방송국으로 전송되었고 그날 저녁 뉴스시간에는 비상도의 특집이라고 할 만큼 그를 비중 있게 다루었다.

 한 가지 특이한 사항은 두루마기를 입고 흰 복면을 한 그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묘한 신비감을 느꼈다는 사실이었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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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47

 

 

나라 사랑하는 국민 입장에서 생각해보길...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주제는 권선징악이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괜히 긴장되는데.”
  “그러게, 영웅을 이제야 보게 되다니.”

 

 

 모두들 긴장한 채 길 아래쪽으로 시선을 모으고 있을 때였다.
 하얀 두루마기를 입은 비상도가 산 위에서 걸어 내려오고 있었다. 한순간 모여 있던 사람들이 그에게 길을 터주며 술렁이기 시작했다. 비상도의 얼굴이 하얀 복면으로 가려져 있었던 것이다.

 

 

  “아침부터 여러분들을 이곳으로 오시라하여 미안하오.”

 

 

 그가 사람들 사이를 지나 마당 끝에 있는 바위 위로 올라섰다.
 손을 뻗으면 잡힐 것 같은 붉은 해가 앞산 너머로 솟아올라 그와 묘한 대비를 이루었다.

 

 

  “미안하게 됐소이다. 내가 얼굴을 가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러분이 더 잘 알 것이오.”

 

 

 기자들이 눌러대는 카메라의 셔터 소리가 콩 볶은 소리를 해대고 있었고 형사들도 상황을 보아가며 그를 체포할 것인지에 대해 결정을 내릴 모양이었다.

 

 

 바람이 불며 비상도가 입고 있던 흰 두루마기가 펄럭였다. 두루마기 고름이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가 가라앉았다.

 

 

  “어느 날이었소이다. 평화롭던 우리 마을에 떼강도가 들었소. 그들은 귀중품을 내놓지 않으면 마을사람 모두를 죽이겠다며 흉기를 들이대고 협박을 하였소.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무리들 속에는 같은 동네 사람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섞여 있었소. 비록 얼굴을 가리긴 했지만 그자는 우리와도 잘 아는 사람인 것 같았소이다.

 

 

 그는 동네의 집안 구석구석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숨겨둔 귀중품들을 그 강도들에게 낱낱이 일러바칠 수가 있었던 것이오. 그들은 귀중한 우리들의 재산을 몽땅 털어가는 것도 모자라 반항하던 몇몇 사람을 죽이기까지 하였소.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 그 강도들과 함께 왔던 동네 사람은 우리들이 잃은 재산의 일부를 그 강도들로부터 보상을 받아 집도 사고 땅도 샀다 하였소.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를 잡아넣을 물증이 없었던 것이오. 
     


 그리고는 많은 세월이 흘렀소이다. 그가 강도의 일행이었다는 사실이 마침내 밝혀진 것이오. 그를 법정에 세우려고 했지만 그땐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뒤였고 그 자 또한 죽은 후였소.

 

 

 참으로 웃기는 것은 그때 빼앗아간 재물을 기반으로 그 사람은 사회의 저명인사로 둔갑해 있었다는 사실이었소. 나는 억울하기 짝이 없었소. 그 아들 또한 아비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으로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었소.

 

 

 나는 그를 찾아갔소. 그에게 사과의 말 한 마디를 듣고자 함이었소. 그때 죽은 내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그 정도의 사과는 할 줄 알았던 것이오. 하지만 그는 사과는 커녕 내가 푼돈이라도 받기 위해 찾아온 사람쯤으로 여기며 무안을 주기까지 하였소.”

 

 

 비상도는 잠시 말을 끊었다. 잠시 감았던 눈을 뜨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지금까지 말한 우리 동네 사람들은 우리 모두인 동시에 내 스승님이며 나의 사형인 백남재요. 물론 떼강도는 일본이며 그들을 도운 동네사람은 친일인사이자 매국노요.

 

 

 자, 여러분 같으면 어쩌시겠소? 진실로 이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길 바라오. 이 자리에 형사 분들도 와 계신 것으로 아는데 내게 죄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수갑을 채우시오. “

 

 

  일순 정적이 흘렀다. 막상 그를 잡기 위해 형사들이 나와 있기는 했지만 그를 죄인이라 할 수는 없었다. 윗선에서 다그치는 것은 그에게 손찌검을 당한 사람이 경제계 거물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까닭이었다. 엄밀히 따지면 조천수 같은 인물이 지탄을 받아야 할 일이었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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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46

 

서울로 데리고 가서 공부 시켰으면…

네가 성장하면 나를 이해할 날이 있을 것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주제는 권선징악이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서양의 예와 우리의 예가 다른 것이 무엇인가? 풍속과 습성과 생활과 환경에서 오는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그 기본은 남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출발하였다.

 

 

 양식을 먹을 때 예를 지키는 것은 에티켓이라 하여 소중히 여기고 어린아이들이 식당바닥을 휘젓고 다녀도 기를 죽인다며 내버려두는 것은 예에 맞는 처신인가.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버릇없는 사람이 되었던가를 생각 할 때마다 그는 이 땅의 위정자들이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논어」에서 말하기를 ‘예를 배우지 않으면 몸을 세울 수 없다.’ 하였다. 예의가 바른 사람을 대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예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묘약이기 때문이다.

 

 

 고려청자와 석굴암이 훌륭한 조상의 유산이긴 하지만 그것을 만들었던 조상의 정신 또한 가치가 있는 것인데도 정신은 깡그리 버려두고 눈에 보이는 것만 챙기는 이 사회가 향하는 마지막 종착지는 과연 어딘지 묻고 싶었다.

 

 

 고속버스가 진주에 도착했을 때는 시계가 거의 열한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용화가 미리 마중을 나와 있었다. 비상도가 집 근처에서 아이를 만나지 않고 굳이 이곳으로 나오라고 한 것은 혹시 누군가의 눈에 띄는 것을 염려한 까닭이었다.

 

 

  “스승님, 잘 다녀오셨습니까?”
  “그래. 고생이 많았구나.”


  “스승님 집으로 가시면 안돼요?”
  “무슨 일이 있었던 게냐?”


  “요 근래 이상한 사람들이 와서 스승님을 찾았습니다. 어제도 몇 사람이 다녀갔습니다.”
  “그렇구나. 나를 따라오너라.”

 

 

 비상도는 식당으로 들어가 방 하나를 차지하고 자리를 잡았다.

 

 

  “별다른 일은 없었느냐?”
  “그 사람들이 스승님에 관해 여러 가지를 물었습니다.”


  “사실대로 말해주지 그랬느냐?”
  “예.”


  “용화야, 산중 생활이 외롭지?”
  “아뇨.”


  “지난번에 오셨던 성 사장님께서 너를 서울로 데리고 가서 공부를 시켰으면 하던데, 너의 생각은 어떠니?”
  “…….”

 

 

 용화는 갑자기 받은 질문이라 다소 놀라기는 했지만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스승님 혼자 두고 훌쩍 떠나겠다는 말이 죄스러운지 용화는 답을 미루었다. 어차피 결정을 내리는 건 스승인 자신의 몫인 것 같았다.

 

 

  “천천히 생각해 보아라. 그 분 아래라면 네가 훌륭하게 성장할 것 같구나.”
  “네.”


  “그리고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들은 말이 있느냐?”
  “찾아오시는 분들께 들어 알고 있습니다.”


  “언젠가 네가 성장하면 나를 이해할 날이 있을 것이니라.”

 

 

 용화를 차에 태워 보내고 비상도는 그곳에서 숙소를 잡았다.
 그날 저녁 집으로 찾아온 기자들에게 용화는 스승님의 말씀을 전했다.

 

 

  “스승님께서 내일 오전에 이곳으로 오시겠답니다. 만나 뵙고 싶은 분들은 다 모이시라는데요.”

 

 

 다음날 아침부터 특종을 잡으려는 기자들과 형사들이 진을 치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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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45

 

 

“할아버지, 담뱃불 좀 있으면 빌려주세요.”
우리나라 이대로 안 된다며 입을 모았다.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주제는 권선징악이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불과 수세기 만에 동방예의지국에서 동방개판지국으로 전락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교육에 있었다.

 

 

 가르치는 사람을 왜 선생이라 하는가. 선생이란 먼저 태어난 사람이란 뜻이다. 그 만큼 경험과 지혜가 앞선 사람이기 때문에 선생이라고 하는 것이다. 단순한 지식전달자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인성교육으로 부터의 출발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가르친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어른이면 누구나가 가르칠 수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 내용은 눈에 보이는 것과 귀에 들리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었다.

 

 

 굳이 교육을 시킬 장소가 따로 정해놓을 필요는 없었다. 어른이 지나가면 담배를 피우다가도 숨겨야하고 노인이 옆에 서있으면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교육의 힘이었다. 밥상머리 교육에서부터 길거리 교육에까지 이 땅의 어른 된 자가 가르쳐야 할 몫이었다.

 

 

 언젠가 마을에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시골노인이 도시에 사는 아들네 집에 갔다가 하도 무료하여 실비 집을 찾았다. 혼자서 소주 한 병을 앞에 놓고 살아온 인생을 회고하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어깨를 툭툭 치더라는 것이다.

 

 

 설마 이곳에서 나를 아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고개를 돌려보니 글쎄 학생으로 보이는 딸아이가 손가락 사이에 길쭉한 담배를 끼우고는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할아버지, 담뱃불 좀 있으면 빌려주세요.”

 

 

 그래도 시골에서 풍월깨나 읊으며 소시 적에는 공자 왈 정도는 하였는데 귀때기가 새파란, 그것도 아직 분 냄새가 마르지 않은 딸애가 담뱃불을 빌려 달라고 했으니 눈에 불이 튈 지경이었다.

 

 

  “이년이…….”

 

 

 노인은 용수철같이 일어나 손바닥으로 딸애의 등짝을 후려갈겼다. 그러자 그 아이가 일어서며 하는 말이 더 가관이었다.

 

 

  “이 영감이 험한 꼴을 못 봤나.”

 

 

 그 아이는 느긋하게 112에 전화를 했고 그 노인은 순찰차에 실려 파출소에서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어르신, 때리긴 왜 때립니까? 때리면 죄가 성립된다 말입니다.”
  “노인에게 담배 불 빌려 달라는 것은 죄가 안 된단 말이오?”
  “안 빌려주면 될 것 아닙니까?”

 

 

 다행히 원만하게 해결이 되어 노인이 나오기는 했지만 그는 세상 꼴이 이게 뭐냐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고 비상도는 그 말에 어떤 식으로든 응수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왜 등짝을 때렸습니까? 두 손으로 담뱃불을 붙여 드려야죠.”

 

 

 그 말끝에 모두 웃은 적이 있었다. 사람들은 흔히 하는 말로 우리나라가 이대로는 안 된다며 입을 모았다. 시쳇말로 ‘개판’이라는 것이다.

 

 

 남을 밟고서라도 제 자식만은 출세하기를 가르치는 가정교육과 인성이야 어찌 되었던 돈을 최고의 덕목으로 가르치는 학교 교육이 동맹을 맺어 정의를 말하면 어리석고 양심을 지키면 손해 본다는 가치가 전도된 세상으로 바꿔놓았다.

 

 

 ‘말세’라는 말을 들은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지만 누구 한 사람 예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있었던가. 입만 열면 지식인이요 지성인이며 지도자인데 왜 모두들 경제에만 열을 올리는가. 사회질서는 바닥세를 보이는데 주가만 오르면 그만인 것인가.

 

 

 이 땅에 도덕이 실종되었음은 우리 모두의 탓이기도 하지만 그 중에서 가진 자와 지도자와 가르치는 자의 책임이 모두 같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들의 사회적인 책임은 막중하기 때문이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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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44

 

 

산에 살다보니 저절로 시인이 되던 걸요.

아가씨, 중요한 이야기 아니면 끊으면 안 될까?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주제는 권선징악이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눈 오는 밤은 누군가가 그립다.
        불끈불끈 솟는 사모의 정이
        헤라클레스의 힘줄처럼 튀어 올라
        괜스레 인적 끊긴 역에 들러
        자판기 커피 뽑아 들고
        사형수 같은 발걸음 질질 끌며
        비탈진 길 내려올 적

        하얀 눈 위 찍힌 발자국
        시렵고 아파와
        불 꺼진 상가
        꺾어진 골목 돌아들 즈음
 
        부서지고 부서진 그리움
        잰걸음으로 눈물 삼키며
        어쩌다 남은 한 조각 붙들고
        나도 모르게 두 팔 벌려 서면
        키만 한 어둠이 가슴을 걷어찬다.
 
        노랫가락 사이로 비틀거리는
        어느 술 취한 사람의 비애(悲哀)

        딱히 줄 곳 없이
        군밤 한 봉지 사서 주머니에 넣으면
        길 잃은 강아지 뒤를 따르고, 나는
        목구멍까지 찬 외로움 뱉어가며
        눈 오는 밤을 붙들고 있다.
        사랑도 업보인 양…….”

 

 

 

  “너무 아름다운 시예요. 그런데 누구의 작품인지 처음 들어보는데요?”
  “비상도라는 시인입니다.”

 

 

 그녀가 허리를 굽히며 큰 소리로 웃었고 그도 따라 웃었다.

 

 

  “시는 언제부터 하셨어요?”
  “특별히 배운 것은 아니고 산에 살다보니 저절로 시인이 되던 걸요.”

 

 

 어느새 그녀는 비상도의 팔짱을 끼고 있었다. 눈이 외투 위로 가득히 쌓이도록 한참이나 그렇게 걸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그는 진주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어젯밤 술을 마신 탓이지 한꺼번에 피곤이 몰려 왔다. 차가 서울을 벗어날 쯤 그는 의자를 뒤로 젖혔다.

 

 

 그가 한참 잠에 취해 있을 때였다. 누군가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아마도 이십대 초반의 아가씨 목소리로 들렸다.

 

 

 그 내용이야 들어볼 가치도 없는 자질구레한 일상사였다. 그런데 아가씨의 통화가 거의 한 시간을 지나는데도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더 희한한 것은 그것을 나무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불쑥 부아가 치밀어 올랐지만 우선 점잖게 타이르는 게 순서일 것 같았다.

 

 

  “아가씨,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면 끊으면 안 될까?”

 

 

 그 아가씨 말끝이 기가 찰 노릇이었다.

 

 

  “야, 어떤 아저씨가 뭐라 한다. 나중에 이야기하자.”

 

 

 모두들 진동으로 바꿨는지 조용한데 또 그 아가씨 폰이 울렸고 십 여분이 넘는 장황한 사설로 이어졌다.


 비상도가 고개를 돌렸다.

 

 

  “아까 그 아저씨가 째려본다. 그만 끊자.”

 

 

 아, 내가 별종인가? 아니면 귀 막고 못 들은 체 하는 어른들이 독종인가?


 학교에서 못 가르치고 부모가 안 가르친 버릇을 누군가는 가르쳐야 하는데 모두들 눈 감고 귀 막고 있었다. 남의 일에 무신경한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그 소리는 막힌 사회인 것이다. 어디 소통이 별다른 것이던가.

 

 

 기초질서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차바퀴보다 더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길바닥에 깔려 죽어가고 있었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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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43

 

“왜 결혼하지 않으세요?”…“고독과 결혼한 셈.”

“제가 존경하는 사부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주제는 권선징악이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주인마담은 두 사람이 자리에 앉기가 바쁘게 너스레를 떨었다.

 

 

  “회장님께서 그동안 통 안보이시기에 어딜 가셨나 했죠.”
  “자주 못 들러 죄송합니다. 일이 좀 생기는 바람에…….”
  “그런데 오늘은 혼자가 아니시네요?”

 

 

 그녀는 비상도를 향해 가벼운 목례를 했다.

 

 

  “오늘은 제가 존경하는 사부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남편이 가고 난 후 성 여사가 남편이 가졌던 회장의 직함을 이어받은 모양이었다.

 

 

  “이곳에 자주 오시는지요?”
  “아주 가끔요. 남편을 보내고 울적해서 혼자 두어 번 오긴 했는데 더 슬퍼지더군요.”

  “그럼 아이들은?”
  “딸 아이 하나가 있긴 하지만 지금은 외국에서 공부 중이라 집이 절간이죠.”


  “엄마를 닮았으면 예쁘겠습니다.”
  “글쎄요. 애 혼자라 외로울까 걱정이 돼요.”


  “저 보다야 낫죠.”
  “사부님께선 용화가 있질 않습니까?”


  “하긴…….”

 

 

 성 여사도 술을 잘 하지는 못하는 편이었다. 몇 잔 마시지 않았는데 얼굴빛은 벌써 앵두 빛으로 변해 있었다.

 

 그녀가 술기운을 빌어 조심스럽게 용화 문제를 꺼냈다.

 

 

  “그래서 말인데요. 용화를 제게 맡기시는 게 어떨는지요? 이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아이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고 무엇보다 사부님께서 집을 비우시는 일이 잦으실 것 같아 드리는 말씀이에요.”
  “여러모로 여사님께서 맡아 주시면 도움이 될 테죠.”


  “사부님께서 제 집으로 찾아오실 명분을 제가 챙겨 드리는 거예요.”
  “하하…. 그렇습니까. 다른 볼 일도 있고 하여 조만간 제가 집을 한 번 다녀와야겠습니다. 아이의 의향이 제일 중요하니까요.”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겨울밤을 즐기는 사람들은 좀처럼 자리를 뜰 줄 몰랐다.

 

 

  “사부님께선 왜 결혼을 하지 않으세요?”
  “산중의 고독과 결혼한 셈이죠.”


  “고독을 사랑할 가치가 있던가요?”
  “사랑하다 보니 고독이 새끼를 낳더군요. 밤마다 그놈을 재우려고 또 밤잠을 설칩니다.


  “그 고독은 무정란에서 태어난 것이로군요.”
  “그런 셈이죠.”


  “갑자기 옛날에 배웠던 시조가 생각나네요.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내어 춘풍 이불 아래 고이고이 넣었다가 어른님 오신 날 밤이면 마디마디 이어리라.’ 던…….”
  “황진이의 고독도 유정란은 아니었나 봅니다.”

 

 
 그들이 밖으로 나왔을 때 한두 송이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사부님, 너무 좋은데요?”
  “그러게 말입니다. 눈 오는 기념으로 제가 시 한 수 낭송 해 볼까요?”
  “눈 오는 날의 시 낭송이라. 눈감고 들어 볼게요.”

 

 

 비상도는 손을 뻗어 오는 눈을 받았다. 눈은 쌓이지 않고 금방 녹았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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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42

 

 

누가 찾아와 아버지를 물으면 모른다고 해라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목걸이를 낚아챘다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주제는 권선징악이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또 한 번은 형의 고모님이 혼자 집에 있을 때 아버지가 잠깐 집에 들른 적이 있었다. 그날 아버지는 무척 피곤한 기색이었고 뒷방으로 들어가며 딸에게 당부의 말을 놓았다.

 

 

  “혹시 누가 찾아와 아버지를 물으면 모른다고 해라. 잠시 눈을 좀 붙여야겠다.”

 

 

 딸은 아버지를 가끔씩 보긴 했지만 독립운동을 하는 아버지가 집에 오면 덜컥 겁부터 났다. 꼭 누군가가 아버지를 잡으러 금방이라도 뒤를 쫒아 올 것만 같았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밀정 놈을 앞세운 일본순사가 들이닥쳤다. 밀정이 뒤를 밟은 것이었다.

 

 

  “아버지 여기에 있지?”

 

 

 미처 대답할 시간도 주지 않고 그들은 방문을 차례대로 열어 젖혔고 형의 고모님은 두려움에 울음을 터뜨렸다.

 

 

 마침내 저들은 아버지가 들어간 방문을 열었다. 그런데 그곳에 계셔야할 아버지가 보이지 않았다. 인기척을 느낀 당신께선 벌써 뒷방 쪽문을 열고 도망친 것이었다. 그들은 잠을 자도 결코 잠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훗날 그녀의 모친이자 남재 형의 조모님은 친일 형사였던 조운태에게 능욕을 당해 자결하였고 그녀의 아버지인 남재 형의 조부님께서는 고문의 후유증으로 옥사했으며 형의 고모님께서는 이런 일련의 일에 충격을 받고 결혼을 하지 않고 있다가 동생이 폐병으로 죽자 어린조카를 거두어 키웠다.

 

 

 독립투사의 가정은 이렇게 쪼개지고 갈라져 뿌리를 내릴 수조차 없을 정도로 엉망이 된 경우가 허다하였다.

 

 

 얼마 후 전동차가 멈추었고 축구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북새통을 이루었다. 바로 그때 비상도의 눈에 소매치기 일당이 남의 호주머니에서 지갑을 빼내는 장면이 들어왔다.

 

 

 그들 무리는 모두 4,5명으로 보였다. 일부러 사람을 둘러싸거나 고의로 미는 척하며 정신을 흩트려 놓았다. 지갑을 털린 남자는 그것을 모르고 내렸고 그들 일당은 바로 뒤의 여성을 노렸다.

 

 

 눈 깜짝 할 사이에 여성의 핸드백이 열리는가 싶더니 다른 한쪽에 있던 그들 일당 중 한 명은 아주머니가 밀려 기우뚱하는 틈을 놓치지 않고 목걸이를 낚아챘다.

 

 신출귀몰한 기술이었다. 서로 밀치는 과정이기도 했지만 너무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아무도 눈치를 채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 일당은 사람들 틈에 섞여 그곳을 유유히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대로 둔다면 계속해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 분명했다. 더군다나 오늘같이 혼잡한 기회를 그들은 십분 활용할 것이 뻔했다.

 

 

 비상도가 처음 지갑을 빼내어 감춘 녀석의 등 뒤로 다가가 아문을 세게 눌렀다.

 그자가 갑자기 주저앉았다. 언젠가 들은 이야기로 소매치기들은 증거를 없애려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기에 지갑이 다른 자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살짝 목 뒤의 급소를 누른 것이다.

 

 일행들은 그가 왜 갑자기 주저앉느냐며 다가가 그를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그는 이미 다리의 힘이 완전히 풀려 있었다.

 

 

 사람들이 비켜서며 웅성거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비상도가 아주머니의 목걸이를 훔친 녀석 앞으로 달려들어 명성을 찍어 눌렀다. 흔히 배꼽이라고 말하는 곳이었다. 그자가 허리를 굽히며 바닥에 큰 대자로 뻗었다.

 

 

 사람들이 물러나 공간이 생겼고 저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무슨 일이라도 생겼냐는 듯 그들을 둘러쌌다.

 

 

 나머지 세 녀석이 칼을 뽑아 들었다. 사람들이 많아 당황하기도 했지만 빨리 빠져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칼을 뽑은 것이 분명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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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41

 

나랏돈이 많아서 그럴 역량이 생겼으면….

독립을 위해 싸운 그들에게 정부는 과연….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주제는 권선징악이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갑자기 외로움이 몰려들었다. 산중에 있을 때에는 섬돌 앞에 놓인 하얀 고무신을 볼 때면 마음이 찡할 때가 있었다. 파랗게 머리를 깍은 아이가 쪼그리고 앉아 있는 것을 보는 그런 기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또 다른 외로움이었다.

 

 

 다음날 늦은 오후 그는 변장을 하고 서점으로 향했다. 친일인명사전을 사기 위해서였다.

 

 

 그곳으로 갈려면 지하철을 타고도 한참을 걸어가야 한다는 말을 들었던 터라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지하철 계단을 내려와 승객 대기선에서 전동차를 기다렸다.

 

 

 퇴근시간이긴 했지만 유달리 많은 인파들로 붐비고 있었다. 차를 기다리고 있던 아이들에게 물었다.

 

  “오늘이 무슨 날이니?”
  “오늘 한일전 축구하는 날이잖아요.”

 

 

 오래전부터 축구 한일전이 뜨거운 감자가 아님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그런데 실제로 그 열기를 느껴보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이겨야 한다는 비장한 각오가 저마다의 가슴에 새겨져 있는 듯 했다.


 그도 사람들 틈에 섞여 지하철 계단을 내려갔다.

 

 

  “승리!”

 

 

 이긴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였다. 이렇게 축구공 하나에 뜨거운 가슴을 쏟는 이것이야말로 우리나라가 있게 한 원동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작은 의문 하나가 고개를 들었다.

 

 

 국가는 분명히 못 박고 있었다. 스포츠 경기에서 국가대표로 출전하여 우수한 성적을 거둔 단체나 개인에게 연금형식으로 돈을 지급하는 것이 그것이었다. 국위선양을 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면 중국 조선족으로 남아있는 독립투사의 후손들에게 조국이 주노라며 떨어진 양말 쪼가리 하나 준 적이 있었던가.

 

 

 올림픽에 나가 조국의 명예를 걸고 싸워 메달을 획득한 선수에게는 돈을 물 쓰듯 하면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운 그들에게 정부는 과연 무얼 했었던가.

 

 

 나랏돈이 많아서 그럴 역량이 생겼으면 도움을 받을 가치가 있는 일을 한 사람들을 챙기고 끌어안아야 하는 것 또한 국가가 할 일이었다. 국위선양과 독립운동, 어느 것이 중요한 것인지는 어린아이들도 뻔히 아는 문제였다.

 

 

 그럴 수는 있을 것이다. 독립운동을 했던 당사자가 이미 없지 않느냐고?

 그렇다면 분명히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독립투사를 둔 가족들이 겪었을 아픔 또한 당사자에 뒤지지 않을 고통이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임을…….

 

 

 남재 형은 자신의 고모님에게서 들은 조부님에 관한 일화를 동해에게 들려준 적이 있었다.

 조부,긴밤을 뜬눈으로 지샜다,

 일제의 앞잡이들과 밀정들은 밤만 되면 횃불을 들고 산에 올라 새벽이 될 때까지 소리를 질러댔다.

 

 

  “백마해를 죽여라!”
  “백마해를 잡아라!”

 

 

 그는 남재 형의 조부였다.
 가족들은 밤새 두려움으로 몸을 떨었고 어른들은 아이들을 이불로 덮어 씌워 그 소리를 못 듣게 했다. 혹시라도 누가 들이닥칠까 봐 문고리에 숟가락을 서너 개씩 꽂아두고 긴 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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