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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콩달콩 가족 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476건

  1. 2008.07.14 남자는 김치 담는 거만 빼고 다 한다?
  2. 2008.07.14 때로는 아버지도 그저 한 인간이고 싶다!
  3. 2008.07.10 지도는 왜 그리게 하셨을까?
  4. 2008.07.10 “어떻게 공부시켰어요?”, “별거 없어!”
  5. 2008.07.09 “한지혜가 예뻐?, 내가 예뻐?”
  6. 2008.07.06 자녀 가정교육, 성공의 관건은 ‘선택 한계’
  7. 2008.07.04 결혼 10년, 아내 생일날 죽는 줄 았았죠!
  8. 2008.07.01 결혼 30년 넘은 아내가 신랑이라 부르는 이유
  9. 2008.07.01 “고기 씨가 말라 살기도 힘들 텐데…”
  10. 2008.06.24 “아빠! 아빠도 강아지 키워봤어요?”
  11. 2008.06.23 “여보, 벌써 까치수염 선물 받았네?”
  12. 2008.06.13 “다시 자식 키우면 잘 키우겠는데….”
  13. 2008.06.10 아버지의 역할이 ‘가치’여야 할 이유?
  14. 2008.06.08 “처녀가 알면 안되는데…”
  15. 2008.05.27 “불효자는 웁니다!”, 울기 전에…
  16. 2008.05.25 이제야 철이 들려는지, 나 원 참!
  17. 2008.05.22 오탁번 시인을 울게 한 ‘영광 굴비’
  18. 2008.05.22 “아는 것은 느끼는 것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19. 2008.05.21 “공(空)함도 공(空)하지 않음도 없으니”
  20. 2008.05.16 “집을 나왔는데 갈 데가 없더라고요”
  21. 2008.05.14 [사진] 함평 세계 나비ㆍ곤충엑스포 (1)
  22. 2008.05.08 농민, 광우병에 부채까지 ‘이중고’
  23. 2008.04.16 "우리 고사리 산에서 나가시오!"
  24. 2008.04.15 마음으로 눈으로 먹는 ‘화전’
  25. 2008.04.08 “장인어른, 따님 고생 안시킬랍니다!” ‘개 코로…’
  26. 2008.03.23 “아버지로 살기가 제일 어렵다”

남자는 김치 담는 거만 빼고 다 한다?

아이들과 김치 담는 재미도 ‘솔솔’
[아버지의 자화상 2] 김치 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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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술 먹고 밤늦게 들어오는, 혹은 가끔 볼 수 있는 사람이라고? 그래서 무섭고 거리감이 느껴진다고? 천만의 말씀. 무뚝뚝한 아버지도 아이들에게 따뜻하게 웃음을 보여줄 때가 있답니다.

퇴근 무렵, 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들뜬 목소리입니다.

“엄마가 오징어볶음 한다고 빨리 오시래요. 아빠, 빨리 오실 거죠?”
“아빠 약속 있는데 어쩌지?”

“아빠, 자식인 우리가 기다리는데 빨리 오세요, 네!”
“그래? 그러자!”

오늘은 아이들과 김치 담는 날

집에 들어서니 아내는 “깍두기랑, 채김치랑 담아주려고 했는데 일찍 오네요?” 합니다. 옆에는 무 두개와 파가 놓여 있습니다. 오징어볶음을 먹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기다려야 합니다.

기다리느니 같이 움직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무를 씻어 도마와 칼을 들고, “얘들아, 우리 김치 담자” 하며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이들도 칼을 찾아옵니다. 깍두기를 먼저 담기로 합니다.

아내를 제쳐두고 아이들과 김치 담을 생각을 한 건 지인 때문입니다. 전에, “김치 담는 거만 빼고 다 한다”는 말에 “김치 담는 게 뭐 일이라고….”란 생각으로 아이들과 김치를 담아봤기 때문입니다. 그때 맨손으로 고춧가루를 버무린 후 몇 시간 동안이나 손이 화끈거려 혼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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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당께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아이들과 거실에 앉아 무를 자릅니다. ‘아빠는 잘하네?’ 합니다. 성큼성큼 자르는 게 부러운 눈칩니다. ‘서당께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어머니가 담아주신 채김치를 맛있게 먹은 세월 덕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들은 칼을 큰 걸로 바꿔 하고 싶다는 둥, 아빠가 잘라 놓은 무 말고 자기가 무를 자르면 아빠가 그걸 깍두기로 자르라는 둥, 무가 잘 안 잘라지더니 칼등으로 잘랐다는 둥 말이 많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무가 사라집니다.

하나를 더 씻어 절반은 조림용으로 두고 절반은 자릅니다. 생채는 얇게 잘라야 합니다. 좀 두껍게 썰면 투박하니 멋대가리가 없고, 너무 얇게 썰면 버무릴 때 부러지니 신경 써야 합니다. 무를 끝까지 자르려 애쓰지만 중간에 끈깁니다. 이게 기술인 거죠.

김치담기의 마무리는 설거지?

깍두기를 소금에 절인 후 파를 자릅니다. 그리고 비닐장갑을 찾습니다. 전에 혼난 기억으로 인해 노하우가 생긴 거죠. 갈아놓은 고춧가루에 깍두기를 버무리자 “재밌는 거 아빠만 한다”며 아이들이 달려듭니다.

아이들과 버무린 깍두기를 번갈아 먹여주며 간을 본 후, 그릇에 나누어 담습니다. 그런 후, 절여놓은 생채 물기를 짜고, 파를 송송 썹니다. 아이들과 함께 고춧가루를 주물럭주물럭 버무려 채김치마저 완성합니다.

이걸로 김치담기 끝? 그게 아닙니다. 김치담기의 마무리는 설거지입니다. 식탁이 풍성합니다.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릅니다. ‘시장이 반찬’이 아닌 ‘김치 담는 재미가 반찬’이 됩니다. ‘좋은 생각’이란 잡지에서 읽었던 구절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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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새싹을 틔우려면 양을 적당히 조절해야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과 애정은 변함없는데, 부모에 대한 자식의 사랑도 한가지인데 서로 서운하고 섭섭해 하는 것은 그 사랑이 너무 무거운 까닭이라고. 사랑이 너무 두터우면 새싹이 나오지 않을 수 있으니까 양을 적당히 조절해야 한다는.”

사랑의 새싹을 틔우기 위한 적당한 양의 조절은 어찌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케 하는 글귀입니다. 김치담기도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작은 추억이자 행복 아닐까요?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김치 담은 내용을 일기로 쓴다 합니다. 고맙기도 하지요. 일기까지 쓴다니….

권위와 허울, 다 던져버리고 아이들과 알콩달콩 재미삼아 이런 추억 만들기도 괜찮을 겁니다. 아주 가끔 말입니다. 얼마나 재미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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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아버지도 그저 인간이고 싶다!

“아이들 키우는 건 정성이야, 정성!”
[아버지의 자화상 25] 키

부모에게 자식은 ‘뱃속에서 죽을 때까지 애가심이다’ 합니다. 뱃속에 있을 때는 건강하게 태어나길. 태어나선 아프지 않기를. 학교 다닐 때는 공부 잘하길. 커서는 직장과 결혼 및 후손 등 시시각각 애달음이 변합니다.

자식이 자라는 동안 부모의 관심사 중 하나는 ‘키’일 것입니다. 산모들에게 덕담으로 건네는 “작게 나서 크게 키워라”는 말은 이제 “적당히 나서 크게 키워라”는 말로 변했을 정도니까요. 그만큼 키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말일 것입니다.

“아이가 너무 작아 걱정이다. 뭘 좀 골고루 많이 먹어야 쑥~욱 쑥 클 텐데, 통 뭘 먹지 않는단 말이야. 자네, 아이는 어쩐가?”

호프를 마시다, 정성권이란 친구가 던진 말입니다. 동변상련입니다. 그러나 속내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는 180㎝, 저는 173㎝로 7㎝의 차이가 납니다. 그의 부모는 큰 편이고, 제 부모는 보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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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권 가족.

“음식 가리는걸 보면 어찌 꼭 그리 나를 닮았는지”

“자네는 그래도 크지 않은가? 유전적으로도 아이가 클 소지는 얼마든지 있잖아.”
“그러긴 하네. 나도 중학교 때까진 작았잖아. 고등학교 때 갑자기 10㎝ 이상씩 자랐거든. 아이가 음식 가리는걸 보면 어찌 꼭 그리 나를 닮았는지. 웃음이 나온다니까. 그걸 보면 걱정이 안 돼. 그런데 아내는 그렇지 않은가 봐….”

“키 크게 하려고 성장 클리닉까지 동원한다는데 자네는 어떤 방법을 쓰고 있는가?”
“좋다는 음식과 한약도 먹여 보고 했는데 신통찮아. 스트레칭이 최고라 하데. 그래서 지금은 요가와 줄넘기, 철봉 등을 같이 시킨다네.”

정성권, 그의 말에 귀가 솔깃합니다. 줄넘기는 하고 있으니 됐고, 요가와 철봉이라? 호르몬 투여와 수술 등 병원 클리닉까진 아니더라도 비교적 쉬운 것은 해봐야겠죠. 제 아이들은 학급에서 제일 작은 축입니다. ‘부모가 작아 자녀도 작다는 건 다 옛말이다’ 하지만, 꽤 신경 쓰입니다.

아이들의 친구를 보면 머리통 하나가 더 큽니다. 저렇게 키 차이가 나는데 꼭 그리 큰 놈들과 어울리는지. 속 터질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씩씩하긴 합니다. 안 크는데 어쩌겠습니까? 아이도 “왜 안 크지?” 속상하겠지요.

“아빠! 되게 기분 나빠요. 글쎄, 2학년짜리 후배 남자 아이가 와서 반말을 하잖아요. 같은 학년인 줄 알았다고. 키가 작다고 나를 같은 학년으로 취급한다니까!”

작은 키는 본인은 고사하고 주위에도 스트레스가 되고 있습니다. 초등 4학년 딸, 말은 이래도 속상함은 잠시 뿐입니다. 먹을 때, 고치려고 애를 쓰는 것 같지만 깨작깨작 소식(小食)에 편식(偏食)은 여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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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차이가 크죠?

“때가 되면 클 놈은 다 자랄 텐께!”

“몸에 좋다는 거, 해다 먹여도 쓰다고 못 삼켜. 하는 수 없이 오곡을 미숫가루로 갈아 먹이고, 홍삼에 꿀까지, 얼마나 애 써야 하는데. 음식도 한 놈이 잘 먹으면, 한 놈은 입에도 안대지. 크는 비법을 그냥 날로 먹으려고? 아이들 키우는 건 정성이야, 정성!”

양동헌 씨의 경웁니다. 키가 큰 자식을 둔 부모들도 키우기까지 많은 정성을 들였다 합니다. 그냥 절로 되는 건 없겠죠.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습니까?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듭니다.

“키가 안 커 속 썩었는데 중 3이 되니까 쑥쑥 자라더라고. 기다려봐. 때가 되면 클 놈은 다 자랄 텐께!”

장갑종 씨의 말입니다. 가진 자의 여유로 치부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맞는 말입니다. 때가 되면 절로 크지 않겠어요?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겠지요.

현재 우리나라 청소년의 평균키는 남자 173.3㎝, 여자 160.9㎝라 합니다. 10년 전과 비교해 3㎝와 2.7㎝가 커졌다 합니다. 앞으로 영양상태가 좋아 평균 신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합니다. 이것만으로도 위안이지요.

키는 영양 뿐 아니라 수면ㆍ운동ㆍ유전 등 4가지 이상의 요소가 합해져야 숨어 있는 키까지 끄집어 낼 수 있다 합니다. 성장판이 닫히면 자라기 힘들다 하니 그 전에 자라도록 열심히 노력해야겠지요.

때로는 아버지도 그저 인간이고 싶다!

허나, 제가 여기서 말하려는 건 ‘어떻게 하면 자녀의 키를 키울까?’가 아닙니다. 뭔고 허니, 바로 ‘아버지의 마음’입니다. 어느 아버지나 자녀에 대한 관심은 지대합니다. 자녀의 일거수일투족 모두가 관심의 대상이니까요.

문제는 아닌 척, 관심 없는 척 한다는 거죠.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꼭 말로 물어야 표현한다는 겁니다. 아버지 스스로도 표현하려고 노력 해야겠지만, 아버지의 마음을 알아서 헤아려줬으면 좋지 않겠냐 하는 겁니다.

아버지들도 때로는 위엄(?)을 지키는 위치보다 가족들이 먼저 아버지를 키워주는 걸 원하고 있는지 어찌 알겠습니까?

아버지도 그저, 한 인간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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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도 그저 인간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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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는 왜 쓰고, 그리게 하셨을까?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과거와 현재, 미래의 거울?
[아버지의 자화상 1] 벼루, 먹, 우리나라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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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의 거리처럼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과거는 현재를, 현재는 미래를 나타내는 거울이라고 했던가? 삼십여 년 전. 그러니까 제가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 직업은 어부였습니다. 여름철이면 정어리를, 겨울에는 돔을 주로 잡았던 듯합니다.

지금은 물고기 씨(?)가 말라, 어민들이 삶의 터전인 황폐화된 어장을 떠나는 실정이지만, 이때만 해도 고기가 넘쳐 났지요. 특히 기억되는 건 잡아온 정어리를 털 때, 그물 뒤에 서서 땅에 떨어지는 정어리를 줍기 위해 이리저리 뛰었던 광경입니다. 아버지는 이런 아들에게 뭐라 한 마디 하실 법도한데 아무 말씀이 없었습니다.

제가 재미삼아 주어온 정어리로 만든 찌개는 아버지께서 가져오신 것 보다 ‘더 맛있었다’는 순전히 혼자만의 별난 기억도 있습니다. 굳이 정어리를 주어올 필요가 없었는데도 사람들 속에서 주웠던 것은 눈망울을 크게 뜨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흥미를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정도입니다.

초등시절, 붓글씨와 우리나라 지도를 그리게 하셨던 ‘아버지’

제게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가장 강하게 각인(刻印)되었던 무렵은 초등학교 사학년 때였습니다. 이때 당신은 붓으로'一'자(字)와'l'자(字)를 쓰게 하시고, 우리나라 지도를 사실대로 그리게 하셨던 기억입니다.

당시, 벼루와 먹을 가져오라시며 화선지 대신 신문을 펼쳐놓고, 벼루에 물을 부어 먹 가는 법을 일러주셨죠. 그리고 ‘이렇게 해 봐라’ 했던 아버지. 이런 아버지의 모습을 처음 대한 저는 당시 팔 아픈 줄도 모르고 내내 먹만 갈았었습니다.

다음 날 아버지는 붓에 먹을 묻혀 신문 위에 ‘ㅡ’자만 쓰게 하셨지요. 그 후에는 ‘l’자만 썼었지요. 그 때, 왜 아버지는 똑 같은 글자만 쓰시게 하실까? 의아했지요. 덕분에 그렇잖아도 튀어 나온 입이 더욱 튀어나왔었던 걸로 기억됩니다.

붓글씨를 배운 후 아버지는 위도와 경도를 그리는 방법을 일러 주시며, 도화지에 우리나라 지도를 그리게 하셨습니다. 위도와 경도 그리는 데는 자와 콤파스, 지우개 등이 필요했지요. 자로 간격을 재고, 그 간격에 맞게 도화지에 그리는 작업은 많은 신경을 써야 했고,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지우고 다시 그려야 했었지요.

위도와 경도가 그려지면 우리나라 지도의 외곽선을 옮겨야 했구요. 우리나라 지도 그리기는 꼭 압록강에서 시작해 압록강에서 끝이 났지요. 제일 쉬웠던 부분은 두만강과 남해안이었던 거 같습니다. 제일 어려웠던 곳은 영일만 부근의 호랑이 꼬리와 서해안이었지요.

그리고 아버지께서 고기 잡으러 가실 때는 의례히 '一','l'쓰기와 지도 그리기는 숙제로 남았고, 오시면 검사를 맡아야 했습니다. 이로 인해 칭찬과 꾸중을 들었던 기억이 유년(幼年)의 아버지에 대한 추억입니다. 이 과제는 5학년까지 계속되었고, 이후로 아버지의 숙제는 더 이상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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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이런 것이겠죠?

세상을 넓게 보고 큰 뜻을 품어라 시던 ‘아버지’

당시에 저는, 아버지가 내려주신 과업(課業)을 나름대로 즐겼던 것 같습니다. 왜 그랬을까? 아마 다른 아이들이 하지 않은 나만의 숙제를 하게 되었다는 것, 먹을 갈던 때의 부드러운 감촉, 우리나라 지도를 그린다는 사실에 대한 흥분 등의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였을까? 대학 졸업 후 3년여 동안 야학에서 국어를 가르치며 때로 다른 과목을 대신 채우곤 했는데, 우리나라 지도를 그리면 ‘선생님 지도 참 잘 그리네요!’ 하는 소리를 듣곤 했지요. 그만큼 지도 그리는 데에는 뿌듯한 자신감이 묻어 있지요. 이것이 제게 가장 강렬하게 남아있는 아버지의 흔적입니다.

돌이켜 보면, 아버지는 초등학생이었던 내게 '一'자와'l'자만 왜 쓰게 하셨을까? ‘人’(사람인)과 ‘ㆍ’(점, 마침표) 와 서예가들이 즐겨 쓰는 도(道)ㆍ불(弗) 등 폼 나는 다른 글자들도 많은데…….

또한 아버지는 우리나라 지도를 왜 그리게 하셨을까? 민족의 비극이었던 6ㆍ25를 겪었던 아버지는 왜 남쪽만 그리게 하지 않고, 남과 북을 포함한 우리나라 전도(全圖)를 그리게 하였을까? 등이 많이 궁금했지요.

지금은, 아마 ‘말을 아끼면서 한 길로, 자신을 세워가라’, ‘우주의 중심인 우리나라만 제대로 알아도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세상을 넓게 보고 큰 뜻을 품어라’ 는 뜻은 아닐까? 하는 막연한 느낌입니다.

아버지께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여쭤보질 않았습니다. 아니, 굳이 여쭤볼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한편으론 꼭 여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뭐라 말씀 하실까? 궁금하기 때문이죠.

문제는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저도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 둘을 둔 아버지로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전해야 할까?’ 걱정입니다. 지인들은 “아이들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아이가 무엇에 흥미를 느끼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차분히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기다릴 줄 아는 여유를 지녀라”는 조언을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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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정박한 배, 그리고 그 위를 다니는 새?

지금 제가 주제넘게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길까?’ 감히 생각하는 건, 대책 없이 결행했던 결혼과 부모로서 아무런 준비 없이 아이들을 낳고 기를 수밖에 없었던 과거에 대한 반성의 한 자락을 부여잡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

이런 고민을 아는지 아내는 “어떻게 가르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삶을 살아가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한다. 삶 속에서 부모가 몸소 보여주는 것 이상의 교육은 없다는 뜻일 것입니다.

아버지께서 제게 부여한 과제(課題)는 혹여 ‘당신의 삶에 대한 스스로의 물음은 아니었을까?’ 막연히 추측하며, 오늘도 내일의 해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적에도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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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공부시켰어요?”, “별거 없어!”

세상을 만든 발명가 아버지, 그 대가를 치르다!
[아버지의 자화상 24]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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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이 딱딱한 부자연스런 사람도 자녀 이야기를 건네면 몰라보게 살아납니다. 부모에게 자식은 이런 존재, ‘희망’인 셈이지요. 주변에 소위 내놓을 만한 대학(이하 '내논대')이라는 곳에 진학한 자녀를 둔 아버지들이 있습니다. 간혹 그분들에게 묻죠.

“대체 어떻게 공부시켰어요?”

그러면 굳었던 표정이 밝아집니다. 덤으로 자세가 확 바뀌죠. 다리를 꼬고, 담배를 꼬나물며 한다는 말,

“별거 없어!”

이럴 땐, 정말 힘 빠지죠. 괜히 물었나? 허나,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들어두는 게 좋지 않겠어요? 살살 구슬리는 수밖에….

공부할 놈은 타고 나나 봐, 그래도 노력이 필요하지

“그러지 말고, 잘난 자식 키우는 비결이나 좀 들어봅시다!”

그때서야 움직이죠. 그도 말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잠시 우쭐해지고 싶은 인간의 욕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거죠. 아버지의 특권이랄까 그런 거죠.

“가만 둬도 그리 돼대! 내가 아무리 봐도 공부할 놈은 타고 나나 봐. 요즘 얘들이 시킨다고 하나. 다 제가 하려고 해야 되는 거지. 그러나 아무리 머리가 좋더라도 노력 없으면 안되는 것 같아. 밤에도 자는가 하고 보면 불이 켜졌어.”

터지기까지가 문제지 한 번 터지면 일사천리입니다. 뒤에는 어떻게 벗어날까, 궁리까지 하니까요. 맞는 말입니다. 자식이 하려고 해야 되는 거겠죠. 알면서도 내버려 두지 못하는 건 부모니까 그런 것 아니겠어요? 이율배반이죠.

“처음에는 공부해라, 공부해라 잔소리를 했지. 그 놈은 시험 본다 해도 대충 대충이야. 그런데 시험 점수 받아오는 것 보면 많아봐야 한두 개 틀릴까 나머진 백점이야. 이런 놈한테 공부해라 가 뭐 필요해. 뒤에서 뒷바라지만 조용히 하면 돼.

가만 보면 공부는 집중력인 것 같아. 집중력이 무서워. 공부할 때는 아무리 큰 소릴 쳐도 그 소릴 듣지 못해. 가서 콕 찔러야 그때 반응을 보여. 지 말로는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잠깐씩 예습 복습하는 게 도움이 된다대. 그게 자기 방법인가 봐. 학원에서도 저놈은 서로 데려 가려고 난리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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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들은 타고 났을까요?

아이에게 맞는 공부 방법을 찾는 게 ‘최고’

공부에 비결은 없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자신에 맞는 방법을 찾는 게 최고죠. 그 방법을 언제 찾느냐에 따라 어려서 튀는 아이, 늦게 튀는 아이로 나뉘는 거죠. 그래서 부모가 방향 등에 대해 조언하는 것이고요. 또 다른 아이를 둔 부모의 경우입니다.  

“그 놈은 아예 컴퓨터 게임을 갖고 살아요. 지금도 눈이 시뻘개질 만큼 밤을 꼴딱 새요. 지가 다 알아서 하는데 뭐라 할 수도 없고. 옆에서 ‘게임도 잠은 자면서 해라’ 그래요. 공부를 안 하는데도 잘하는 것 보면 신통방통해요. 초등학교 때 수학에 재능이 있어 선생님이 영재 반에 들자고 해 들어간 게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이런 걸 ‘자식 복이 많다’ 해야 되나요? 아님 타고났다 해야 되나요? 저도 부러워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며칠 전까지 아이에게 신경을 썼었죠. 왜냐고요? 방학 전, 아이들의 학기말 시험이 있었거든요.

큰 아이가 4학년이 되니 이제 몸풀 준비를 슬슬 해야겠더라고요. 그렇다고 학원에 보내는 것도 아니니 부모로서 역할이 있지 않겠어요? “책 가져와라” 했지요. 그런데 “책이 없다”더군요. 헐~. 학교에 두고 다니는 거죠.

원리를 알려면 책이 최곤데. 문제집을 들었죠. 함께 하다 보니 “아, 이건 정확히 모르는구나”, “이건 깨우쳤구나” 등등의 구분이 되더라고요. 칭찬으로 아이의 잠자는 의욕을 깨웠죠. 주말동안 이렇게 아이와 문제를 풀었답니다.

아이 시험이 곧 부모 시험? 포기할 수 없는 게 자식?

하다 보니, 일요일 밤에는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성질이 나더라고요. 잊고 있었던 학창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이었죠. 공부 스트레스, 역시 보통이 아니더군요. 그래도 ‘부모 된 행복’으로 참을 수밖에. 그렇다고 ‘내논대’를 다니길 바라는 것도 아닌데….

제겐 위안이 하나 있습니다. 꼭, 공부 잘하는 아이를 둔 부모는 떨어져 지내는 관계로 그렇게들 “보고 싶다!” 하더라고요. 바로 이것이지요. 옆에서 항상 볼 수 있는 것, 이상 뭘 바라겠어요. 시험 준비 끝나고 나니 딸이 그러더군요.

“다음에도 아빠랑 같이 공부할거야!”

그래? 하고 말았지만, 속으로 ‘싫거덩’ 했지요. ‘자식 가르칠 부모 없다’던 말이 만고의 진리(?)쯤 되는 것 같아서. 이쯤 되니 결혼 초년병과 총각시절 때가 생각나더군요. “아이가 시험 보는데 왜 부모가 시험 보는 것 같죠? 그러지 마세요, 제발!” 그랬었죠.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 못한 거죠. 그래서 지금 아버지들은 학원에서 밤늦게 귀가하는 자식을 안스러운 표정으로 묵묵히 기다리거나, 혹은 만사 제치고 차를 몰아 데리러 가나 봅니다. 포기할 수 없는 게 자식인 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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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바뀌어야 하는데…” 하면서 말입니다.
“자식의 자식에겐 이런 세상 전해주지 말아야 하는데…” 하면서 말입니다.

건강이 최고인 줄 알면서도 공부에 매달리게 할 수밖에 없는 세상은 누가 만들었을까요? 그 발명가 중 하나인 죄로 우리 아버지들이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며 고생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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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혜가 예뻐?, 내가 예뻐?”

“물어보나 마나 당연히 나지. 안 그래요?”
[알콩달콩 부부이야기 18] 염화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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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배우 이동건에게 한지혜와 꽃을 비교하며 물었대요.

(어떤 사람) “한지혜가 예쁘냐?, 꽃이 예쁘냐?”
(이동건 왈) “꽃이 아무리 예쁜들 사람에 비할 소냐!”

이야기를 들은 어떤 아내가 남편에게 이 이야기를 전한 후 물었대요.

(아내) “여보! 꽃이 예뻐?, 내가 예뻐?”
(남편 왈) “네가? 택도 없지. 꽃이 예뻐!”

그러고 그 부부 그날 밤 대판 붙었대요.

“하하하. 여보, 자네도 내게 한 번 물어보소.”
“안 해요. 긁어 부스럼 만들자구요? 답이 어떻게 나올 줄 모르는데 괜히 나만 봉변당하긴 싫어요.”

아내와 산행 길에 나눈 얘기랍니다. 푹~ 땀을 흘린 지 며칠 되니 몸이 개운치 않더이다. 아내도 그러했나 보더이다. 이심전심(以心傳心). 찌는 더위를 뚫고 저녁 산행을 감행했더이다. 여기에서 말로만 듣던 ‘염화미소(拈華微笑)’를 보게 되었더이다.

“물어보나 마나 당연히 나지. 안 그래요?”

8일, 여수 고락산 초입에 들어서니 새가 청아한 목소리로 먼저 반기더이다. ‘며칠 동안 왜 오지 않았어요?’ 하는 것 같더이다. 학기말, ‘아이들 시험 준비 돕느라 그러했지’ 이실직고 했더이다.

그랬더니 스트레스 풀고, 편한 마음으로 산에 오르라는 듯 초입부터 땀이 흐르더이다. 사람들 표정이 밝고 편하더이다. 그 편안함은 마치 세속의 번뇌를 씻고, 마음을 하나로 모아, 사찰로 들어가는 첫 번째 관문인 ‘일주문(一柱門)’을 떠올리게 하더이다.

길가로 보리딸기가 올 때마다 익고 있더이다. 아내가 보리딸기를 한웅큼 건네더이다. 그 모습이 외부의 악한 기운과 나쁜 것을 털어내고, 올바른 길을 세우고 말겠다는 듯 눈을 부릅뜨고, 마음을 일깨우려는 사천왕의 ‘천왕문(天王文)’으로 읽히더이다.

나그네 되어 길을 걸었더이다. 초목 향이 코로 스미더이다. 지렁이도 하루의 마지막 일광욕을 즐기더이다. 나비는 날개 짓을 재촉해 잠자리로 찾아들고. 나무들도 잠을 청하기 위한 막바지 준비들을 하더이다. 태양은 양을 버리고 음으로 들어가기 위해 노을을 열심히 만들고 있더이다. 아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더이다.

“여보! 꽃이 예뻐?, 내가 예뻐? 물으면 난 뭐라 할 것 같아?”
“물어보나 마나 당연히 나지. 안 그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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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짚는 길에도 ‘굴곡’과 ‘부침’이 있더이다!

여수 망마 경기장을 둘러싼 고락산 산행 길은 왼쪽으로 올랐다, 오른쪽으로 내려오는 되돌아옴이 없는 길이랍니다. 오른쪽으로 올라 왼쪽으로 내려온 적이 없어, 역발상으로 “다음에는 반대로 돌자”했더니, “그러자” 하더이다. 마음이 변했는지,

“우리, 왔던 길을 되돌아갈까요?”
“그러세.”

“앞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분명하고, 돌아가면 평탄한 길인데….”
“그렇긴 하지….”

망설이다, 길을 되짚었더이다. 다시 가는 길은 평탄한 길인 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이다. 굴곡(屈曲)과 부침(浮沈)이 있었더이다. 방금 걸어왔던 길인데도 부침을 까맣게 잊고 있었나 보더이다. 인생도 힘들었던 과거는 잊고 아름다움만 기억한다더니 그런가 보더이다. 그 길을 느끼며 한참을 웃고 걸었나이다.

약수터 주위에 마련된 체육시설에서 아내는 한 번도 이용 않던 물구나무서기 기구에 올라서더니 “세워 달라” 하더이다. 거꾸로 선 아내, “피가 아래로 쏠린다!”하더이다. 가만 둘 수 있나요? 장난기가 돌더이다. 배를 콕 찌르며 은근히,

“어여~ 자네, 내게 잘못한 거 있지.”
“아~뇨. 없어요. 나 내려줘요.”

“똑바로 말해. 잘못한 거 있지? 용서할 테니까, 어여 말해 봐!”
“없어요~. 아휴, 힘들어~ 빨리 내려줘요?”

모두 이런 부부되길 염원 하나이다!

옆에서 허리 돌리기를 하시던 육순의 할머니, 젊은 부부의 농 짓거리를 지켜보시고, 배시시 소리 없는 웃음을 지으시는 것 같더이다. 얼굴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공(空)의 마음이 아니어서 훔치듯 곁눈질로만 보았더이다.

할머니 얼굴에 알듯 모를 듯, 미소가 사알~짝 피었더이다. 서산마애삼존불상, ‘백제의 미소’가 떠오르더이다. 이렇게 번뇌의 속된 마음을 돌려, 해탈의 세계에 이르게 한다는 ‘'해탈문(解脫門)’을 지나온 듯한 느낌이 들더이다.

“여보, 혹 할머니의 그 웃음 보았는가?”
“옆에서 살짝 웃음 짓던 그 할머니요? 거꾸로 있었더니 눈에 확 들어오대요!”

아뿔싸~. 거꾸로 사는 게 더 느낄 수 있나 봅니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통한다는 석가모니와 가섭존자의 ‘염화미소’. 모두 이런 부부되길 염원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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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가정교육, 성공의 관건은 ‘선택 한계’

“저도 어였한 10대랍니다”, “전 인제 글씨도 잘 써요”
[아버지의 자화상 23] 가족 그림과 편지

자녀를 둔 아버지의 삶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가정교육일 것입니다. 아이가 제대로 커 가는지, 제 나이에 맞는 정신 성장을 하고 있는지 살피는 건 그 기본일 것입니다. 특히 기본 중 끊임없는 선택의 한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여부가 가정교육 성공의 관건일 것입니다.

부모의 사랑이 필요한 유아기와 어린이 시절에는 부모의 울타리를 확연히 느낄 수 있는 가운데 선택의 폭을 정해야 할 것입니다. 또 부모의 간섭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청소년기에는 부모의 울타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한계로 자녀의 선택을 도와야 하겠지요.

결혼 10년째 맞이하는 아내의 생일은 아이들이 제 나이에 맞게 성장하고 있는지를 살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하여, 아이들에게 엄마에게 줄 생일 선물로 ‘가족 그림’과 ‘편지’를 요청했습니다.

아이들은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지요. 잔소리를 좀 했지만. 도움 될 수도 있으니 한 번 보시는 것도 괜찮겠지요? 참, 가족 그림은 사진으로, 편지는 글로 보셔야겠군요. 먼저 초등학교 4학년인 딸의 그림과 글부터 보시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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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어였한 10대랍니다!”- 어린 티를 벗어가는 딸

엄마께

엄마, 안녕하세요?
전 엄마의 맞딸 유빈이에요.
제가 짜증부리고 울었을 땐 정말 제가 생각해도 말광량이였죠?
하지만 지금은 반성하고 있답니다! *^^*
지금은 저도 어였한 10대랍니다.
세월이 흘러흘러 저도 나이를 먹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도 엄마의 소중함을 알게 되어 엄마의 귀한 생일을 너무 감사하게 여기고 있어요.
정말로 엄마 생신을 추카 드려요. *ㅎㅎ*

나름대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엄마의 맞딸”? 꼭 무슨 경고 같기도 하죠? 가정에서 맏이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부각시켜 자신의 요청을 무시하지 말길 바라는 경고. 또 다른 측면에선 맏이니 잘 하니 믿어 달라는 주문으로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이는 “지금은 저도 어였한 10대랍니다.”란 문장에도 그대로 스며 있습니다. 10대 임을 “세월이 흘러 흘러 저도 나이를 먹게 되었어요.”라며 강조하며 “반성하고 있으니” 대접해 달라 요청하는 게지요. 그리고 “엄마의 소중함을 알”아 “귀한 생일을 감사하게 여”길 만큼 자랐다고 항변합니다.

이로 보면 생활에서 긍정과 부정에 대해 적절히 사용하는 법을 느끼는 거죠. 어린 티를 벗은 것 같습니다. 이제 청소년기로 들어설 준비를 시키는 게 옳겠다는 판단입니다. 무리는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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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인제 글씨도 잘 써요”- 성장이 필요한 아들

다음은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의 편지입니다.

엄마께

엄마 저 태빈이에요.
전 인제 그림도 잘그리고
글씨도 잘써요 그리고
절 키워 주셔서 감사
해요 우주 만큼사랑해요

공간적 제약이 있긴 허나, 문장 기호와 띄어쓰기, 줄 바꿔 쓰기에 대한 이해가 아직  부족합니다. “그림도 잘 그리고 글씨도 잘 쓴”다지만 그것만이 다는 아니니깐요. 한편으론 ‘이제는 잘 한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이해해도 될 것입니다. 그러나 성숙 정도는 어린이 단계에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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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평 - 아빠를 부담스러워 하는 아들, 생각이 잡힌 딸

그림에서도 4학년 딸과 3학년 아들의 차이는 확실히 나타납니다. 딸 그림은 아빠와 엄마가 중심에 있습니다. 그리고 딸은 아빠 옆에, 동생은 엄마 옆에 배치했지요. 엄마보단 아빠와 더 친한 현실을 그렸구요. 밥을 주로 챙기는 동생 옆에 강아지를 그려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생각을 읽을 수 있구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아들 그림은 부부인 엄마 아빠를 크게 그려 중심이 부모임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허나, 엄마 옆에 자신을, 자신 옆에 누나를 그리고 있습니다. 아빠를 제일 멀게 두었지요. 아빠에게 부담(?)을 갖고 있는 것이지요.

특이한 것은 위 오른쪽 귀퉁이에 ‘태양’을 그려 넣었다는 겁니다. 편지에서 쓴 ‘우주’란 단어와 그림에서의 태양이 같다고 봐야겠지요. 가슴은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삶을 어떻게 선택하도록 해야 할지 갈림길이 나타나고 있는 게지요.

초보자의 아주 서투른 분석이지만 아버지로서 역할이 아이의 삶을 결정지을 중요한 시기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어찌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그러나 조언자에 머물 수밖에 없음은 알고 있습니다.

선택은 아이의 몫이니까! 그럴 작정입니다. 괜찮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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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0년, 아내 생일날 죽는 줄 았았죠!

“아무것도 하지 말랬더니 꽃을 보내요?”
[알콩달콩 부부이야기 17]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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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놈의 땀은 또 그렇게 흐르는지. 여하튼 죽는 줄 알았습니다. 허리 끊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왜냐고요? 어제(3일)는 결혼 10년 차, 아내의 생일이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수도 없고 성의는 보여야지요. 하루 전 날, 합의(?)를 본 탓입니다.

“여보, 생일 선물 뭐 받고 싶어?”
“저녁에 식구끼리 밥 먹어요. 아무 것도 필요 없어요.”

이럴 땐, 정말이지 곤혹스럽습니다. 말대로 했다가 자칫 부어 있는 아내를 접하는 날엔 무척 당혹스럽기 때문입니다. 나이 드신 분들은 이런 경험 종종 있으실 겁니다. 그럴 땐, 세월이 약이지요. 그렇다고 세월을 죽일 수도 없으니 선수를 쳤습니다.

“아무 것도 받고 싶지 않다면 대신 집안 청소하는 건 어때?”
“너무 좋아요. 대신 밀걸레로 밀지 말고 손으로 빡빡 밀어요. 밀걸레로 밀면 때가 잘 안 져요. 그럼, 선물 청소로 받을게요.”

워~매. 괜히 걸레로 바닥 닦는다, 그랬나? 어휴~! 땀이 많이 날 텐데. 허리는 어떻고. 슬슬 걱정되더라고요.

소박한 밥상 같은 소박한 꽃바구닐 원했는데…

3일 오전, 소박한 밥상처럼 ‘소박한 꽃바구니면 좋겠다’ 싶어, 지인에게 꽃바구니 배달을 부탁했죠. 꽃 위에 뿌리는 스프레이 뿌리지 말고, 많은 꽃 넣지 말고 적당히 넣어 달라는 주문과 함께. 아내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꽃, 보내지 말랬더니 꽃을 보냈어요.”

가득이나 어려운 판에 기어이 꽃을 보냈다는 질책성 말투입니다. 여자들은 받고 싶으면서도 돈이 아까워 실제적인 것을 바란다지요? 뒤에 보니 꽃을 잔뜩 넣었더군요. 소박하고는 거리가 멀게. 아쉽더군요.

각설하고, 일찍 들어와 속옷 차림으로 세탁기와 청소기를 돌렸습니다. 그리고 낡은 수건을 물에 적셔 무릎을 바닥에 대고 빡빡 문질렀지요. 이놈의 때가 한두 번의 손길에 지는 게 아니더군요. 그럴 일은 없겠지만 행여, 아내가 검사하면 말할 수 있게는 닦아야겠다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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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쿠폰 선물.

무릎을 바닥에 대고 빡빡 걸레질을 했지요!

거실 소파, 식탁 의자 등을 치워 꼼탁꼼탁 빡빡 문질렀지요. 안방, 아이들 방 등 침대 밑까지 기어들어가 닦았지요. 뒤에는 손목이 아프더군요. 수건을 몇 차례를 빨았는지…. 어, 이런 거 쓰면 안 되는데. 아내가 청소도 안하는 집이라고 온 동네 소문냈다고….

딸이 그러더군요. “우리 아빠, 자상도 하셔! 나도 크면 아빠 같은 남자 만나야지!” 흐뭇하대요. 그러나 속으로 그랬죠? ‘그러다간 너도 쪽박 차기 십상이지. 아빠 같은 남자 안 만났으면 좋겠어!’ 라고.

아내가 들어와 입이 함박만 해졌죠. 반질반질, 뽀득뽀득 윤기 나는 집이니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신랑 죽는 줄은 모르고. 근데 허리 숙여 바닥을 닦으면서 아내 생각보단 어머니 생각이 그렇게 나더라고요. 왜냐구요? 

딸래 집에 한 번씩 갔다 오시면 앓으시거든요. 집 정리하고, 닦고 하시느라 몸살이 나신 거죠. 낼 모래 팔십인 할머니가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그 속을 알겠더라고요. 꼭 다시는 그러지 마시라고 해야지 하면서도 또 그러실 어머니를 생각하니 목이 메더군요.

행복지수는 작은 것에서 오는 것

아이들은 가족 그림 선물과 쿠폰을 내밀더군요. 쿠폰 상자에는 안마, 집안 일 돕기, 놀아주기, 아무거나 원하는 대로, 뽀뽀, 안아주기, 사랑하기, 꽝 등이 다양하게 들어있지요. 그리고 저녁, 단둘이 가까운 산행 길에 올라 이야길 나눴습니다.

“제가 너무 큰 걸 바라나요?”
“위만 보고 살지마. 아래도 보고 살자고. 행복지수를 스스로 떨어트릴 필요는 없잖아?”

“그래도 나이가 있는데…. 맞아요. 행복지수는 작은 것에서 오지요.”
“다시는 손으로 닦지 말소. 밀걸레로 밀세.”

아내는 노후가 자꾸 불안하나 봅니다. 누구든 마찬가지겠지요. 또 열심히 살아야지 어쩌겠어요. 그런데 세상은 만만치가 않더군요. 이렇게 나이 먹고 있습니다. 간혹, 조급증이 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착실히 살아가야겠지요.

알콩달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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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산행길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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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30년 넘은 아내가 '신랑'이라 부르는 이유

‘이런 사람하고 왜 결혼했을까?’
[알콩달콩 부부이야기 16] 단순한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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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넘이를 같이보는 게 부부라지요?

실화를 바탕으로 가족의 이별을 소재로 제작된 차인표 주연의 <크로싱>을 지난 금요일 심야에 보았습니다. 엇갈린 비극적 운명을 다룬 영화라 차에 오르기 전 육교 아래에서 허전함을 마음을 달래고 있는데 아내가 팔을 쫙 폅니다.

아내도 허전했나 봅니다. 아프지 말고 서로 해로하자는 의미에서 서로 크게 꼭 안았지요. 영화의 한 장면처럼. 평소에도 손을 잡고 다니며 스킨십을 잘하는 닭살 부부라 별 거리낌이 없었죠.

그때 갑자기 봉고 차가 오더니 멈췄습니다. 차에서 중 3 내지 고 1로 보이는 여학생이 내리더니 우리 부부의 모습에 흠칫하더니 종종걸음으로 사라집니다. 예상치 않았던 순간을 접해 당황스럽고 겸연쩍었나 봅니다.

“왜 그리 신랑을 좋아해?”, “좋아하던지 미워하던지 중 하나”

아내는 학생이 사라지기 전 뒤통수에 대고 “우리 부분데. 써서 붙이고 다닐 수도 없고…”하며 말을 날립니다. 차에서 한 마디 안할 수야 없죠.

“아까, 그 학생이 우릴 불륜 남녀로 보았을까요?”
“그렇진 않을 것 같은데. 그러면 어떻고, 아니면 어때? 우리가 당당하면 그만이지. 그런데 당신은 왜 그리 신랑을 좋아해. 결혼 10년차인데 그렇게 좋아?”

“신랑이니 좋아해야죠. 하나밖에 없는 신랑에게 할 수 있는 건 두 가지밖에 없잖아요. 좋아하던지, 아니면 미워하던지 중 하나. 그럼, 좋아해야지 미워해야겠어요?”
“자네 말이 맞네. 좋아하는 게 훨씬 좋겠구만.”

참 단순한 셈법입니다. 이리 재고 저리 재다 ‘왜 이런 사람하고 결혼했을까?’, ‘어디가 끌려 결혼했을까?’, ‘내가 미쳤지, 미쳐!’하면 괜히 골치 아프겠죠. 단순한 셈법의 장점이랄까, 뭐 그렇습니다. 그날 밤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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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이라 함은 “새로운 마음으로 새 사람하고 사는 것”

“당신은 왜 신랑신랑 그래? 하기야 결혼 30년 넘은 부인도 남편보고 꼭 신랑이라 하더군. 왜냐고 물었더니, 신랑이라 안 그러면 헌사람 같은 기분인 것 같다고. 그래야 자기도 항상 새로운 마음으로, 새 사람하고 사는 것처럼 살기 위해서라고. 당신도 그래?”
“아뇨. 어감이 좋잖아요. 왜, 싫어요?”

“아니, 대접 받는 것 같아 좋아. ‘처음처럼’ 새롭게 대할 수 있는 것 같고.”
“결혼 10년인데 아직도 신랑이라, 좀 그렇죠? 서방이 좋겠죠? 그래 서방이 좋겠다.”

이렇게 신랑도 되고 서방도 되었습니다. 고생만 직살 나게 시키는데 이것만으로도 언감생심이지요. 여기에 ‘처음처럼’이 더해지면 금상첨화(錦上添花)겠지요.

“남녀가 이렇게 함께 누워 있는데, 왜 가슴이 설레지 않을까요?”
“왜? 안 설레? 우리 각시도 다됐군. 생각하기 나름 아냐? 그렇게 나이 먹는다잖아. 애인에서 친구로!”
“그래도 설레면 좋겠는데 이렇게 편안하기만 하니….”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단순한 셈법으로 아내에게 다가가야 하겠지요. 그 방법이 뭐냐고요? 뭐가 있겠어요? 그냥 조금이라도 설렘을 줄 수 있게 노력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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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씨가 말라 살기도 힘들 텐데…”

그게 오히려 인면수심(人面獸心)이겠지요!
[아버지의 자화상 22] 덕(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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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부가 가져 온 마음의 선물입니다.

일요일 저녁, 부모님을 뵈러 갔었습니다. 현관에 못 보던 신발이 놓여 있습니다. ‘손님이 오셨나?’ 싶어 거실을 보았습니다. 중년의 부부가 빙그레 웃음 지으며 바라보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래 만에 뵙네요. 잘 지내시죠? 요즘 기름 값도 비싼데 어장은 잘 되세요?”
“그럭저럭 해요. 먹고 살려면 열심히 (고기) 잡아야지 어쩌겠어요.”

인사 나누는데 아버지께서 “아이, 요거 좀 봐라. 이리 큰 고기를 준다고 여기까지 왔구나. 고맙게!” 하시며 커다란 생선을 들고 자랑 하십니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입니다.

왜냐고요? 이런 부모님의 자랑이 꼭 ‘좀 본받아라!’ 하는 것 같아서요. 당신들이 배 아파 낳은 자식은 자식 된 도리를 제대로 못하는데 피 한 방울 섞이지 않는 분이 “고마운 부모님 찾아왔다”며 정겹게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먹고 살기 힘들다는 요즘 바다에서 잡은 돔, 꽃게, 쭈꾸미, 소라, 조기, 오징어 등을 죄다 들고 오셨으니 얼마나 미안하고 고마웠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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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부입니다. 사진이 그렇죠?

그게 오히려 인면수심(人面獸心)이겠지요!

부부가 새벽부터 연근해에 나가 여덟 시간 여를 그물과 씨름하며 잡은 고기를 기꺼이 나누는 그들. 자식은 겨우 생색내며 쥐꼬리만한 보탬을 간간이 드리는 실정인데, 그들의 나눔에서 뒤통수를 맞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인면수심(人面獸心)이겠지요!

“기름 값이 올라 비용도 만만찮고, 고기 씨가 말라 잡기도, 살기도 힘들 텐데…. 그거 팔아 아이들에게 보태시지 가져오셨어요. 그래? 고맙습니다.”
“부모님이 저희들에게 얼마나 고맙게 대해 주셨는데요. 이건 ‘새 발의 피’지요.”

키워주신 은덕을 모르는 자식에게 ‘쥐구멍이라도 찾아라’는 일침(一針)입니다. 옳은 말이지요. ‘새 발의 피’는 고사하고 피 자체도 나지 않았으니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정말이지 쥐구멍이라도 찾아야 할까 봅니다.

“아버지, 어머니는 이렇게 좋은 아들 딸이 또 있으니 참 좋으시겠어요. 자식이 못하는 걸 이분들이 다 하시네요.”
“맞습니다. 아버지, 어머니지요. 연고도 없이 흘러 들어온 우리를 맛있는 거 갖다 주시고, 이리저리 부족한 게 없나 살펴주시고, 따뜻하게 맞아주셨으니 얼마나 고마웠겠습니까? 그 은혜를 어찌 다 갚겠어요?”

아버지께서는 옆에서 ‘허허’ 하고 계십니다. 그랬다는 말인지, 아니란 말인지 도통 모르게 말입니다. 못난 자식, 은근히 용심이 납니다. 아직 철이 덜 들었나 봅니다.

막내인 제가 대학 다닐 때, 부모님은 홀로 사시는 동네 할아버지 댁을 살피셨지요. 밥, 된장국에서부터 과일, 고기까지 드십사 남 몰래 드나드셨지요. 똥 수발, 이불빨래까지 하시면서. 저는 이런 모습, 지켜보기만 했지 아직까지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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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맛있게 먹었습니다.

절대자가 천사를 보내 ‘저 자식 놈, 좀 깨우쳐라’ 했나?

“왜, 가시려고요? 같이 드시고 가시지요. 가져오신 것 같이 먹으면 얼마나 맛있겠어요? 이야기도 좀 더 나누시고요.”
“아닙니다. 지난 4월에 친정 어머니가 딸래 집에 오셔서 돌아가셨는데 그 뒷수발을 다 해주셨어요. 이렇게 얼굴 뵙는 것으로도 배가 부릅니다. 일이 있어 그만 일어나 봐야겠어요.”

괜히 제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얼굴 뵙는 것으로도 배가 부르다니요. 아무래도 절대자가 천사를 보내 ‘저 자식 놈, 좀 깨우쳐라’ 했나 봅니다. 부모님도 낯이 간질거리셨는지 한 마디 보태십니다.

“아이, 야들 엄마가 어찌 돌아가셨는지 아냐? 혼자 살던 엄마가 돌아가실 걸 알았는지 집 정리 다하고, 딸래 집에 온 거라. 있는 돈 십 원짜리 하나까지 옆에 다 나눠주고, 그날 새벽예배 드린 후 눈을 감으셨지. 너무 현명하게 돌아가셨어. 가시는 날까지 덕을 베풀고 가셨지. 우리도 그렇게 가야 할 텐데….”

그들은 한사코 저녁을 마다하고 기어이 가셨습니다. 그들은 이렇게 지나 온 세월을 돌이키게 했습니다. 덕을 베푼다는 건 고사하고, 상처는 주지 않았는지? 남의 아픔을 함께 해 준 적은 있었는지? 행여 그나마 작은 쪽박마저 깨트리진 않았는지?

어느 것 하나 진정으로 같이 한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아마, 부모님의 실천궁행(實踐躬行)을 잘못 배운 것 같습니다. 아등바등 살았는데 이제라도 정신 차려야겠습니다. 그런다고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나요?

그래도 두고두고 더욱 노력해야겠습니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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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아빠도 강아지 키워봤어요?”
[아버지의 자화상 5] 동물 기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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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돌이를 안고 있는 아이.

“어린 마음에 작은 놈이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를 한 박스나 사가지고 왔어. 한두 마리도 아니고 서른 마리나 됐거든. 다시는 사오지 마라하고 할 수 없이 방에서 길렀지. 생각해봐 방에서 삐약 거리는 병아리를. 죽을 맛이더군. 두어 달 키웠더니 중닭이 되데. 이리저리 나눠 주고 두어 마리 남았어.”

아파트에 살던 이현종 씨의 경우입니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은 “작은 놈이 정이 많아서….”였습니다. 방에서 키우는 병아리 떼라니 상상이 가질 않습니다. 배설물은 그렇다 치더라도 먹이는 또…. 다음은 조금 다른 경웁니다.

“아이, 니 햄스터 하나 가져가 키워라.”
“왠, 햄스터?”
“누가 햄스터를 준다고 기르래. 아이들이 성화여서 가져다 길렀더니 이놈들이 새끼들만 싸질러. 너도 아이들 키우니 한 번 길러봐. 재밌어.”

같은 아파트에 사는 정용준 씨 집에 햄스터 구경 갔더니 베란다가 온통 햄스터 천지더군요. 덕분에 그 집 아이들은 햄스터 박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하나 가져가라는 걸 엄두가 나질 않아 손사래치고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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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하양이를 길렀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부딪쳤을 애완용 동물 기르기

누구나 한 번쯤은 부딪쳤을 애완용 동물 기르기. 이 동물 기르기는 자녀 교육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 합니다. 키우다 보면 동물의 습성을 알게 되고 자연스레 정을 나누는 벗이 된다나요. 다른 장점들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입니다.

하지만 마당이 있는 주거에서 아파트 형태로 바뀌다 보니 동물 기르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분양하겠다는 햄스터와 토끼를 외면했습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애완동물 기르자는 요청이 부쩍 늘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해 소리가 나지 않는 토끼와 장수풍뎅이를 길렀습니다. 자연스레 조건이 붙었습니다. 배설물 처리와 목욕을 아이들이 맡고, 그렇지 않을 경우 외가로 보내기로 하는.

아이들의 토끼에 대한 정성은 대단했습니다. 처음에는 씻기고, 안아 뽀뽀하고, 친구에게 자랑하고 야단법석이었습니다. 그런데 토끼는 놓아기를 수가 없었습니다. 집안의 나무 잎을 뜯어먹는 관계로. 또 냄새가 심하더군요. 결국 6개월 만에 외할아버지 집으로 보내야 했습니다. 지금도 토끼 보러 외가에 가자 조릅니다.

한해살이인 장수풍뎅이는 아직 기르고 있습니다. 지난해 낳은 알이 한 달 전에 깨어났습니다. 밤이면 암수 두 마리가 날개 짓으로 존재를 알립니다. 짝짓기도 한창입니다. 아이들은 이제 장수풍뎅이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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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풍뎅이는 2세를 기르고 있습니다.

“우리 강아지 기르면 안돼요? 우리도 기를래요?”

아이들은 지난 4월,

“아빠! 아빠도 강아지 키워봤어요?”
“응, 키워봤지. 아빠가 어렸을 때 토끼랑, 강아지를 키웠지.”

“강아지는 어떤 종이었어요?”
“잡종이었지. ×개.”

“어땠어요?”
“아빠도 얼마나 강아지를 좋아했다고. 할머니가 1년 키운 강아지를 팔고 온 날 너무 서운해 울었던 기억도 있고.”

“우리 강아지 기르면 안돼요? 우리도 기를래요?”
“하는 거 봐서….”

한 달 간이나 공들이며 허락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외면할 수 없더군요. 자식 이길 부모 없다더니 그 짝이었습니다. 물론 싫지는 않았습니다. 이렇게 최근 수컷 강아지를 들였습니다. “아이들이 커 돌보는 사람이 없다”며 “가져가라”는 걸 외면하지 못했습니다. 털을 깎고, 한 달만 키우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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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이 많던 몽돌이는 지금 털이 깍였습니다.

강아지, 계속 기를지? 그만둬야 할지?

아이들은 비닐장갑을 끼고 한 손으로는 코를 쥐어 잡고 배설물을 처리합니다. 아파트에서 짖지는 않은데 배설물이 문젭니다. 방법을 강구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침대에도 실례를 해 이불 빨래도 적잖이 돌려야 했습니다. 이제야, 방에서 병아리 키운 이현종 씨의 고생을 이해할 것 같습니다.

먹이는 강아지가 덜 따르는 작은 아이가 주고 있습니다. 학교가 끝나면 곧장 집으로 들어옵니다. 산에 오를 때 “힘들다”던 녀석들의 엄살이 사라졌습니다. 목욕도 강아지와 곧잘 잘합니다. 식구들이 돌아오면 강아지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반깁니다.

키우기로 약속한 한 달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물 한 모금의 인연도 억지로는 안 된다는데, 우연처럼 보이지만 필연의 뿌리가 있다는데, 하늘이 내린 선물로 받아들여 귀하고 소중하게 키워야 한다는데 어떡해야 하나….

한 달이 차면, 약속기한이 됐다며 매몰차게 보내야 할지? 보상(?)차원에서 좀 더 둘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규칙을 정하고 새롭게 시작해야 할 것인지?

좋은 아버지 되기도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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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벌써 까치수염 선물 받았네?”
[알콩달콩 부부이야기 15] 까치수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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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수염.

“여보, 고마워요!”

감동한 아내의 목소립니다. 왜냐고요? 그럼, 한 번 들어 보실래요?

비가 많은 장마라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도 크게 들립니다. 새들도 오랜만에 보는 화창함에 지저귐이 화통합니다. 지난 일요일, 일이 있던 아내는 아이들과 산에 오르길 권합니다. 하여, 아이들과 여수시 대인산에 올랐습니다.

최근 식구로 맞이한 강아지 몽돌이도 신이나 쫄랑거리며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습니다. 덕분에 아이들의 “아빠, 힘들어요!”하는 소리가 사라졌습니다. 야생화 사진을 찍느라 뒤쳐집니다.

종종걸음으로 쫓아가니 아이들 손에 까치수염이 들려 있습니다. 전에 없이 꽃을 꺾은 것입니다. 몽돌이 코에 들이대고 까치수염의 은은한 향을 맡게 합니다. 몽돌이도 싫지 않은지 향을 들이쉽니다. 자연의, 야생의 향이 최고란 걸, 아는 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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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몽돌이.

엄마에게 선물 주자!

“그 꽃 이름이 뭐야?”
“아빠, 까치수염이잖아요. 처음 이름 듣고 기억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꽃을 왜 꺾었어?”
“아카시아 비슷한 향이 좋아서요. 몽돌이가 향을 맡으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보려고요.”

“산과 들에 있는 야생화는 평상시엔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않다가 꼭 필요할 때 꽃을 피워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잖아. 일 년에 한 번씩. 그것도 번식할 때 말이야. 번식을 위해 꽃을 피웠는데 네가 그 번식을 가로 막았구나. 몽돌이를 안아 향을 맡게 해야지 그렇다고 꽃을 꺾어?”
“꺾으면서 까치수염에게 미안하다 했어요. 꽃을 꺾어 자세히 보니 뒷면에는 꽃이 없네요. 보이는 곳으로만 꽃이 피었어요. 신기하죠?”

“그렇구나. 이왕 꺾었으니, 버리지 말고 엄마에게 선물로 주자.”
“엄마가 꽃 꺾어왔다고 야단치실 텐데요?”

“그렇게 잘 아는 녀석이 꽃을 꺾어? 그럼 엄마에겐 이렇게 말하자. ‘엄마가 산에 못 오셔서 엄마에게도 우리가 산책한 느낌을 같이 갖게 하고 싶어 대신 까치수염을 가져 왔어요!’ 하고 말이야. 어때?”
“좋은 생각인데, 그래도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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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대에 놓인 까치수염.

싱크대 앞에 놓인 ‘까치수염’

까치수염은 어느 새 작은 그릇에 담겨져 싱크대 앞에 놓였습니다. 땀을 씻는 동안 엄마에게 전해줬나 봅니다.

“여보, 벌써 까치수염 선물 받았네?”
“받긴 했는데…”

떨떠름한 표정입니다. 아이가 말하지 않고 선물만 했나봅니다. 일전에 소설가 이외수 님의 “여자는 큰 것보다 아주 작은 것에 감동한다.”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함께하지 못한 당신에게 우리가 오른 산을 느끼게 해주자며 꽃 선물해라 했어. 그 꽃에 산이 다 들어 있잖아!”

이렇게 아내는 고맙다는 말을 한 것입니다. 마음이 고맙다는 것이겠지요. 허나, 그 고맙다는 말에 ‘정말로 고맙다’는 의미가 스며 있어 저까지 흐뭇했습니다. 사랑은 이런 건가 봅니다. 마음인 게지요. 그렇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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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자식 키우면 잘 키우겠는데….”
[아버지의 자화상 4] 행복

“장담 못할 세 가지는 자식 키우는 부모, 배(船) 사업가, 소(牛) 키우는 농장주다. 왜냐하면 자식은 어찌 될지 몰라 말 못하고, 배 사업가는 파도에 언제 뒤집어 질지, 어디로 떠밀려 갈 줄 모른다. 농장주는 풀어놓은 소가 언제 뉘 집 작물을 먹어 치울지 모르기 때문이다.”

양기원 씨의 말입니다. 배와 소에 대한 건 그렇다 치더라도 자식에 대한 소회는 대체로 공감하고 끄덕일 것입니다. 다른 사람도 “자식에 대해 장담하면 뒤에 후회가 따른다.”며 “자식 자랑을 삼가라!”고 충고하기도 하대요. 근데 정말 그런 것 같더군요.

부모라면 누구나 “내 아이는 특별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또 그 특별함을 자랑하고 싶을 것입니다. 학업 성적으로 아이를 평가하는 세상이다 보니 ‘내 아이 어디 갔네’하고 자랑할 수 있다면 오죽이야 좋겠습니까?

그러나 현실이 만만치 않습니다. 모든 자식들이 다 공부 잘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그러다 기대치가 낮아지고 “이놈은 이것 잘하고, 저놈은 저것 잘해야 사회에 골고루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는 체념 아닌 체념으로 위안 삼기도 합니다. 또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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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의 재능을 지켜보는 게 최선?

주변에 초등학교 1학년인 ‘송정우’라는 아이가 있습니다. 녀석은 세 살부터 숫자와 영어를 가지고 놀더군요. 주위 사람들의 자동차 번호, 전화번호, 아파트 호수, 생일까지 줄줄 외웠지요. 그리고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숫자 문제 내줘요.”하고 귀찮게 하던 아이였죠.

이를 보고 ‘학문을 하기 위해 타고난 아이가 있구나’ 싶었습니다. 타고 난 아이가 아닌 이상 노력이 필요한 데 그 노력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쉽지 않더군요. 자라는 아이가 어떤 재능이 있는지 지켜볼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물론 타고난 아이더라도 지켜봐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저도 지금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는 중입니다. 어떤 장점이 있을까? 어떤 재능이 있을까? 이럴 땐 이곳에, 저럴 땐 저곳에 재능이 있는 것 같은데 출중한 재능을 꼽기가 쉽지 않더군요. 좀 더 지켜보자는 쪽입니다. 그러다 세월이 훌쩍 지나갈 수도 있겠죠.

간혹 부모들의 이런 때늦은 후회, 아쉬운 넋두리를 듣곤 합니다.

“너무 바빠, 자신만 알다보니 세월이 가버렸다. 다시 자식 키우면 잘 키우겠는데….”

시행착오를 겪고 삶의 이치를 알다 보니 깨닫지 못한 것을 보게 된 때문일 것입니다. 한편으론 이게 세상이지 싶기도 합니다. 다시 자식을 키운다면 또 다르겠지요. 그러나 세월은, 세상은, 삶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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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해 마음먹지 말고, 마음먹은 대로 살아라!

언젠가 책을 통해 아버지가 시집가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게 되었습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내용은 대충 이러했습니다.

“결혼해서 살기 위해 마음먹지 말고, 마음먹은 대로 살아라!”

이 말 속에는 구구절절한 아버지의 마음이 스며 있다는 걸 알 것입니다. “키울 때 정 많이 주고 많이 사랑할 걸….”하는 때늦은 후회가 스며 있다는 것도 눈치 챘을 것입니다. 딸 키우면서 대화도 제대로 못하고, 지켜만 봤는데 어느 새 자라 시집을 간다니 얼마나 안타까웠겠습니까?

아버지는 그렇게 결혼한 딸을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또 말없이 옆에서 묵묵히 지켜봐야겠지요. ‘저것이 잘 살까?’, 혹은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안고 말입니다. 때늦은 후회 전에 아이에게 먼저 다정스레 다가서는 아버지의 모습도 보기 좋을 것입니다.

오죽하면 “하기 나름”이란 광고 카피가 있었겠습니까? 행복은 완전함에서보다 뭔가 부족한 것에서 더 쉽게 다가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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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생각할까요? 아버지의 마음은 같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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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역할이 ‘가치’여야 할 이유?
[아버지의 자화상 18] 해외연수 & 유학

“아버지? 존경하고 좋아했지. 우리 클 땐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하라는 대로 했잖아. 그런데 지금 아이들은 그게 아니여. 가족끼리 어디 가자면 컸다고 ‘약속 있어요’ 하고 빠지기 일쑤지. 이럴 땐 그래라 해야지 어쩌겠어. 안 그래?”

자녀들이 크다보니 마음먹고 가족끼리 여행하기 힘들다는 하소연입니다. 아이를 키워 본 부모들은 이해할 것입니다.

그렇다 치더라도 세상 많이 변했습니다. “전에는 이랬는데….” 해도 소용없습니다. 시대 흐름이겠지요. 아무리 ‘구시대 아버지가 아니다’ 해봐야 시대가 변했는데 어쩌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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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해외연수와 유학을 고려 안할 수 없고…”

박상열. 3남매를 둔 그도 어렵게 시간을 쪼개 아이들과 도서관도 가고, 나들이와 여행 및 산행도 곧잘 합니다. 왜? 아버지로서 해야 하니까. 그의 하소연입니다.

“예전에는 애를 낳기만 하면 절로 큰 것 같은데 지금은 그게 아닌 것 같다. 열심히 돈 벌어야지, 같이 놀아야지, 신경 써야지, 할 일이 너무 많다. 예전 같으면 형제끼리 저리 부대끼며 살았는데. 지금은 아이들 해외연수와 유학을 고려 안할 수도 없고, 힘들다.”

맞는 말입니다. 형제가 많다보니 문제 해결도 형제끼리 알아서 처리했는데 지금은 아이를 적게 낳는 형편이니 부모의 간섭이 늘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주위에서 앞 다퉈 해외연수에 유학까지 보내니 이도 무심코 넘길 수만 없는 일이지요.

박상열 씨도 아이가 뭔가 달라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큰 딸을 한 달 가량 유럽 여행을 보낸 적이 있다 합니다. 그런 후, 넓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딸을 보고 흐뭇했다 합니다. 레이첼 카슨의 “아는 것은 느끼는 것의 절반만큼도 중요하지 않다.”는 배움을 실천한 것이겠지요.

‘맹모삼천지교’에 대한 해석의 변화

이쯤 되면 교육 환경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맹자는 어려서 살던 묘지 근처에서 장사 지내는 흉내를 내고 다녔다. 그래 시장 근처로 이사 했더니 물건 파는 흉내를 내고 다녔다. 그래 글방(학교)이 있는 곳으로 옮겼더니 공부하는 시늉을 내더라.”

이 맹모삼천도 요즘에는 그 해석이 달라졌습니다. 과외와 학군 열풍에 휩싸인 일부 사람들은 이렇게 해석한다 합니다.

“국내에서 학원과 과외로 아이 찐 빼지 말고 일찌감치 공교육 시스템이 잘 갖춰진 외국에서 공부시키는 것이 제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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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버지와 자녀 관계가 그립네요.

또 다른 사람은 장의사ㆍ시장ㆍ학교로 이사를 다닌 이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합니다. 그 해석도 한 번 들어보시지요.

행동하기 전에 세 번 생각하라!

“맹자에게 제일 먼저 인생의 죽음을 가르쳤다. 그 다음 시장에서 삶의 현장을 체험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학교에서 삶과 죽음을 체험한 사람만이 참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귀가 솔깃할 만치 재미있는 해석입니다. 아마, 무릇 교육은 아이의 그릇이 되는가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는 뜻이겠지요. 하여, 저는 맹모삼천을 이렇게 믿고 있습니다.

“‘삼사이행(三思而行)’ - 행동하기 전에 세 번 생각하라!”

물론 저도 자녀 교육에 있어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순 없습니다. 해외연수나 유학이 무분별하다면 문제가 있겠지만 ‘자식의 그릇과 교육에 대한 부모의 생각’ 이런 의미라면 굳이 반대할 필요는 없겠지요.

결국 부모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자녀 교육을 하느냐에 달린 거겠죠. 아버지의 역할이 바로 ‘가치’여야 할 이유, 이런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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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가 알면 안되는데…”
[알콩달콩 부부이야기 14]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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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씨.

“어디 가는가?”
“야생화 찍으려고요.”

“혼자?”
“저기, 아내랑.”

여수시 대인산 초입 활터에서 지인을 만나 나눈 인사입니다. 그렇잖아도 아이들에게 거절당한(?) 산행 길, 자연이 우리 부부를 기꺼이 받아 줍니다. 아내와 같이 오길 잘했습니다. 아니, 혼자라도 산에 가겠다는 아내 따라 나서길 잘했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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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밥.

“오늘 밤, 우리 집 요강 깨지겠네.”

도로변에서 빨갛게 익은 복분자 딸기를 만납니다. 아내가 딸기를 땁니다. 함께 주섬주섬 따 입에 넣습니다. 맛이 좋습니다.

“여보, 드세요.”
“왜? 자네 먹어?”
“저, 식이요법 하잖아요.”

 
아내는 수술 후 위장이 좋지 않아 식이요법 중입니다. 넙죽 받아먹습니다. 복분자를 삼키는데 한 마디 날아옵니다.

“오늘 밤, 우리 집 요강 깨지겠네.”
“헉! 당신이 딴 복분자를 먹었는데 요강뿐인가? 전봇대도 쓰러뜨려야지.”

한 바탕 웃으며 산을 오릅니다. 양지꽃, 솜양지꽃, 엉겅퀴, 괭이밥, 인동초, 조록싸리, 타래난초 등이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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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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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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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래난초.


“이제 ○○도 다 됐네!”…“아니야!”

중년 남자 일행, 옆을 지나가며 헉헉대는 이에게 핀잔(?)을 줍니다.

“벌써 체력이 떨어져 어째? 이제 ○○도 다 됐네!”
“아니야. 아무리 산 잘 타는 사람도 30분은 적응시간이야! 적응이 끝나면 괜찮아.”

그렇습니다. 산행은 수평운동과 수직운동을 함께 하므로 많은 체력이 소모됩니다. 산행은 체력ㆍ기술ㆍ경험에 맞게 무리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산행은 발바닥 전체로 호흡과 걸음걸이를 리듬에 맞춰 걸으면서 2초간 숨을 들이 마시고, 4초 정도 입으로 내쉬는 게 좋다 합니다.

그리고 출발할 때는 천천히 걷기 시작하여 2~30분 걸어서 몸 기관이 걷는 운동에 익숙해질 때 한 번 쉬며 능력에 따라 3~50분 걷고 10분 휴식하는 정도가 효과적입니다. 또 물, 오이, 배, 쵸코렛 등의 간식으로 적당한 수분과 열량을 공급하는 게 좋습니다.

예스러운 예덕나무, 마가목, 굴피나무도 꽃을 피웠습니다. “꽃은 물주는 사람을 기억하지 않습니다. 대신 꽃을 피워 보답한다.” 합니다. 이 꽃들은 우리에게 무슨 보답을 위해 꽃을 피웠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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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덕나무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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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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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록싸리.

“이 향은 무슨 향이에요?”

파란 새싹은 벌써 녹음으로 향하는 중입니다. 여름에는 나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광합성을 합니다. 광합성 작용으로 엽록소가 만들어져 잎이 녹색으로 보이는 것이지요.

맑고 깔끔한 산새들의 속삭임과 나무가 품어낸 향이 가득합니다. 숲 향기 중, 밤꽃 향도 묻어 있습니다. 밤꽃 향에 얽힌 에피소드가 떠오릅니다.

“이 향은 무슨 향이에요?”
“어, 이건 처녀가 알면 안되는데…”

“왜요? 뭔데요?”
“밤꽃은 남자들의 정액 냄새와 같으니까 그렇지. 밤꽃이 필 때면 여인들이 밤에 몸을 뒤척인다 하잖아.”

말도 안되는 소리에 피식 웃고 말았습니다. 그나저나 밤꽃 향만 맡았지, 정작 꽃은 어떻게 생겼지? 싶습니다. 보니 배, 매화 등 일반 유실수 꽃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한편으론 꽃 끝 모양이 정자를 연상케도 합니다. ‘복분자’와 ‘밤꽃’이 어째 ‘밤’에 그냥 둘 것 같지 않습니다.

제비꽃도 열매를 맺었습니다. 이렇게 부부애가 꽃 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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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나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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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효자는 웁니다!”, 울기 전에…
[아버지의 자화상 2] 부모님 모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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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묵묵히 자식을 바라보고 계십니다.

“주말에도 직장에 나가야 하는 내게 아이들은 ‘아빠는 우리랑 놀아주지도 않고, 또 일 나가신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런다고 철없는 아이들에게 ‘~어쩔 수 없단다’ 하고 설명할 수도 없고…. 이럴 때 아버지가 내 자리를 대신했다.”

양기원 씨는 일로 바쁜 자신의 빈자리를 그의 아버지가 대신했다 합니다. 묵묵히 자기를 지켜주셨던 아버지는 세월이 흘러 또 묵묵히 손자를 지켜주셨다 합니다.

양 씨는 줄곧 아버지와 같이 살면서 “아빠가 뭐라 나무라기 전에 할아버지께서 먼저 아이들에게 ‘예의’를 가르치시니 좋았다.”며 “덕분에 자신도 ‘욱’하는 성질이 고쳐졌다” 합니다.

이렇듯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교육일 것입니다. 지혜보다 더 나은 교육은 없을 것입니다. 삶의 지혜는 쉽게 얻지 못하니까요. ‘지식보다 지혜’가 우선이란 걸 알면서도 불편하고 거추장스럽다는 핑계로 배울 것을 얻지 못한다면 그것 또한 우매한 일이겠지요.

“다시 키운다면 정말 잘 키우겠는데….”

언젠가 들었던 아버지의 넋두리입니다.

“바쁘게 살다보니 너희들이 어떻게 자랐는지도 모르게 세월이 훌쩍 가버렸구나. 그 시절이 돌아오지 않겠지만 다시 너희들을 키운다면 정말 잘 키우겠는데…. 너는 그렇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왜 이런 말씀을 하셨을까요? 제가 당신의 뜻대로 자라지 않았다는 뜻일까요? 아님, 알콩달콩 사는 정을 느끼지 못해 아쉽다는 뜻일까요? “너는 그렇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당신의 넋두리가 못내 가슴에 걸립니다.

하지만 부모님을 모시기란, 아니 부모님과 함께 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 어려움에 대해 부모님과 함께 살아본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하곤 했습니다.

“부모님과 같이 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맞습니다. 막내이기 이전에 자식인 저도 아직 부모님을 모시지 못했는데 그 속을 어찌 알겠습니까? 부자지간이 같이 앉아 있어도 구박(?)이 심한데 그 속을 어찌 안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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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자식 간은 구도자의 길일까요?

“짐이 되고 싶지 않구나”…짐이라니요.

핑계 하나 대야겠습니다. 부모님과 저의 따로따로 동거의 명분은 이렇습니다.

“사지육신이 멀쩡한데 벌써 짐이 되고 싶지 않구나. 우리 두 부부 눈치 안보고, 자유롭게 살다가 혼자되면 그때 같이 살란다.”

짐이라니요…. 어찌 보면 부모 자식 간의 현명 합의요, 결정이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명하지 못한 처사요, 결정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부모 자식 간의 상생인 것 같으나, 상생이 아니라 믿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빈자리를 제일 먼저 느낄 때는 ‘돌아가신 후’라 하더군요. 과연 그럴까요? 이도 살아봐야 알겠지요. 이 대목에서 아버지의 가르침이 생각납니다.

“자기가 경험해서 느낄 때는 이미 늦다. 경험하기 전에 한 발짝 앞서 느껴야 한다.”

“불효자는 웁니다!”, 울기 전에…

이제야 아버지의 가르침을 조금 알 것 같습니다. 그래 설까, 아버지가 참으로 그립습니다. 이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다하지 못한 효도를 후회하는 마음과 비슷할 것입니다. 이런 노래가 있었죠?

“불효자는 웁니다!”

자식 된 도리? 세월 지나면 알겠지요. 분명 있을 것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 의해 큰 아이들은 뭔가 다른 것이. 때론 불편했더라도, 그것은 훗날 때론 의지가 되고, 때론 큰 힘이 될 것임을….

잠시라도 부모를 모시지 않은 자식은 늦은 후회로 가슴에 응어리진다 하니 응어리를 만들지 말아야겠습니다. 마음만 가지고는 안되겠지요? 차근차근, 하나하나 준비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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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그랬듯 자식도 어깨에 짊어져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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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눈물의 운동화를 다시 사고
[알콩달콩 부부이야기 12] 운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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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여자에겐 이것도 자식과 남편에 대한 사랑일 것입니다.

“100원에 붕어빵 10개 사 먹고 덤으로 1개 더 얻어먹던 여중 시절, 그때는 단발머리에 하얀 칼라 옷에 까만 플레어스커트, 그리고 하얀 목양말에 청 빛나는 일명 맹꽁이 운동화를 신고 다녔죠. 그런데 열 명에 두어 명 정도는 까만 구두를 신었는데 하얀 목양말에 구두가 얼마나 예뻐 보이던지….

그 구두 신어보는 게 소원이라 엄마를 막 졸랐죠. 그때 운동화는 1,300원인가 했는데 구두는 2,500원이었으니 두 배가 비싼 셈이었죠. 하루는, 부스럭 부스럭 새벽 내내 부산하더니만 장에 나가시며 ‘열무 팔면 구두 사 줄 테니 학교 가기 전에 시장에 들러라’ 하는 거예요.

드디어 나도 검정 구두를 신는다는 부푼 기대를 안고 시장에 들렀죠. 저만치서 1단에 300원 하는 열무, 마지막 남은 2단을 팔려고 쪼그리고 앉아 있대요. 6백 원 밖에 안하는데…. 구두를 사 신어야 하나 엄청 망설였죠. 엄마에게 참 미안하데요.”

새로 산 운동화를 앞에 두고 아내가 그 옛날 풋풋했던 중학시절 이야기를 꺼냅니다. 별 어려움 없이 자랐던 나에 비해 아내는 추억이 정말 많습니다. 장흥이 고향이라 시골에 산 덕분이기도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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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헌 운동화. 아이들이 검정 구두약을 칠해 아직 쌩쌩합니다. 그렇죠?

“배드민턴, 누구랑 칠거야?”

각설하고, 초등학교 3, 4학년인 아이들은 지금껏 책상 대신 앉은뱅이 상에 앉아 공부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군말 없던 터라 그냥 지나치게 되었죠. 근데, 책상 들여야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마침 지난 3월, 아이들 방에 있던 책을 몽땅 거실로 빼고 공간을 남겨두었던 참이라 이때다 싶어 대형 마트에 들렀죠. 책상이 없대요. 대신 배드민턴 채와 셔틀콕, 줄넘기를 샀지요.

그리고 지난 해 발목이 부러져 접합 수술과 지난 달 부목 제거 수술을 받은 아내는 6월부터는 운동이 가능하다며 배드민턴 채를 샀습니다. 아내에게 “누구랑 칠꺼야?” 물었더니 다른 사람 이름이 불쑥 튀어 나왔습니다. 괜스레 서운합디다.

“어이, 누구랑 칠거야 하면 ‘당신’ 그럴 줄 알았는데 아니데?”
“그랬어요? 당연히 당신이랑 치려는데 갑자기 물어봐서 저도 순간 당황했어요. 나랑 배드민턴 치기 싫다는 건가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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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새 운동화. 눈물의 그 운동화를 샀다나요?

여자의 마음은 이런 건가?…미안해지고

그리고 딸 샌들을 보았습니다. 구두 같기도, 운동화 같기도, 샌들 같기도 한 신기한(?) 신발이 있대요. 공주표인 딸이 그걸 살 줄 알았는데 편한 샌들을 사 약간 놀랐습니다. 그런 후 아내의 말,

“여보! 저, 운동화 하나 살게요?”
“그러소.”

“운동화가 오래돼 사야겠어요. 등산할 때도 신게. 당신 옷을 사야 하는데 미안해요.”
“이 사람아! 필요 없는 옷은 왜 사. 당신 살 것 사소. 어여 골라.”

듣고 보니 무심했더군요. 미안하대요. 필요한 것 사면서 왜 남편에게 미안해야 하는지….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 이게 여자인가 봅니다. 결혼 10년간 내 운동화는 두어 번 산 것 같은데 아내 운동화 산 기억이 도통 나질 않아요. ‘아~’ 정말 무심했구나 싶대요.

지금껏 신었던 아내의 까만 운동화는 아이들이 용돈 벌이한다며 검은 구두약을 듬뿍듬뿍 발라 닦아 검은 색이 그대로 남아 있지요. 검은 색이었기에 망정이지 녹색이나 분홍색이었으면 어땠을까,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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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마음은 아직 연꽃입니다.

“내 것 사려다가도 아이와 남편 것에 손이 가고”

운동화를 고르다 말고 아내가 운을 뗍니다.

“처녀 적에 어느 어머니가 그러대요. 처녀 때는 비싼 운동화와 구두만 신고 다녔는데 결혼하고 아이 낳다보니 그게 안된다고. 하나 사면 그만인데 왜 그게 안될까 싶다구요. 결혼하고 살아보니 내가 그 짝이데요. 그 마음 이해 하겠더라구요. 내 것 사려다가도 아이 것, 남편 것에 손이 더 가더라구요.”

집에 돌아와 아내는 운동화를 신고 소녀처럼 앉아 있더군요. 감개무량 했나 봐요. “어이, 그렇게 좋아?” 했더니, 다른 말을 꺼내더라고요. 여중 시절 엄마에게 참 미안했던 그 눈물의 구두를 오늘 다시 얻은 기분이라고요.

참, 철딱서니 없는 남편이죠. 밤, 아내를 안으면서 “어이, 미안하네. 운동화 산단 사람이 ‘당신 옷을 사야 하는데 미안해요’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되더라고. 미안하네!” 그랬죠. 그랬더니 가슴을 파고 들대요.

알다가도 모르는 게 부부라더니 알다가도 모를 여자네요. 어머니도 그랬을 것을. 근데, 참 무심했죠? 이제야 철이 들려는지, 나 원 참!

처녀 적, 아내는 엄마에게 구두를 사주는데 옛날의 구두와 엄마 생각에 눈물을 훔쳤다고 합니다. 여자는 추억을 먹고 사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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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이 헛되지는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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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탁번 시인을 울게 한 ‘영광 굴비’
[알콩달콩 부부이야기 11] 백제불교 도래지와 음담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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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탈의 경지에 오른 순간.

“씻을 수 없는 죄는 그 사람의 행동만으로 짓는 것은 아닙니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마음에서 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음을 다스리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모든 진리가 마음에서 시작되었으니 마음 밖에서 진리를 찾지 마십시오.”

아내와 함께 석가탄신일에 들렀던 해당화가 활짝 핀 영광의 백제 불교 도래지에서 마주했던 법문입니다. 왜 이런 가르침이 있었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육신의 주인은 나인데 정신의 주인까지 나일까? 장담할 순 없습니다.

굴비의 고장, 영광 법성포에는 굴비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다른 하나가 더 있더군요. 백제시대 최초의 불교 도래지. 이곳에서 법성포의 유래를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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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특산물 '굴비'

불법(佛法)을 들여온 성스런 포구 ‘법성포’

“법성포는 마라난타 존자(서기 384년, 백제 침류왕 원년)가 중국에서 바다 길을 통해 영광 법성포에 당도하여 불교를 전파했던 곳이다. 백제시대, 법성포 지명은 ‘아무포(雅無浦)’로 ‘아미타불’의 의미를 함축한 지명이다. 고려시대, 불법(佛法)을 꽃피웠다 하여 ‘부용포(芙蓉, 연꽃의 다른 이름)’로 불리다 고려 후기부터 ‘성인이 불법(佛法)을 들여온 성스러운 포구’라는 뜻으로 ‘법성포(法聖浦)’라고 불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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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


불가에서는 불(佛)ㆍ법(法)ㆍ승(僧)을 삼보(三寶)라고 합니다. 불은 부처요, 법은 불경(佛經)이며, 승(僧)은 성인(聖人)을 이릅니다. 이로 보면 ‘법을 가지고 성자가 도래한 곳’인 법성포는 이보(二寶)에 마음까지(佛心) 더해지니 가히 삼보(三寶)를 지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영광이란 지명도 ‘무량한 깨달음의 빛’이란 뜻으로 해석되는바, 이곳에 원불교성지와 불갑사가 들어선 게 우연은 아닌 듯합니다. 이런 의미에 맞춰 영광 특산품 굴비에는 재미있는 음담패설(패관문학, 전래야담)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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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불교 최초 도래지로 가다가...

오탁번 시인을 울게 한 ‘굴비’

소설가이자 시인인 오탁번은 <굴비>란 시를 발표하면서 제목 옆에 “항간의 음담인데 얼마 전 이 이야기를 처음 듣고 나는 차마 웃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란 설명을 붙였을 정도입니다. 오탁번 시인이 눈물을 흘리며 쓴 시 <굴비> 속으로 들어가 보시죠.

      수수밭 김매던 계집이 솔개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마침 굴비장수가 지나갔다
      -굴비 사려, 굴비! 아주머니, 굴비 사요/ -사고 싶어도 돈이 없어요
      메기수염을 한 굴비장수는/ 뙤약볕 들녘을 휘 둘러보았다
      -그거 한번 하면 한 마리 주겠소/ 가난한 계집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품 팔러 간 사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저녁 밥상에 굴비 한 마리가 올랐다/ -웬 굴비여?
      계집은 수수밭 고랑에서 굴비 잡은 이야기를 했다
      사내는 굴비를 맛있게 먹고 나서 말했다/ -앞으로는 절대 하지 마!
      수수밭 이랑에는 수수 이삭 아직 패지도 않았지만/ 소쩍새가 목이 쉬는 새벽녘까지
      사내와 계집은/ 풍년을 기원하며 수수방아를 찧었다

      며칠 후 굴비장수가 다시 마을에 나타났다
      그날 저녁 밥상에 굴비 한 마리가 또 올랐다/ ―또 웬 굴비여?
      계집이 굴비를 발라주며 말했다/ -앞으로는 안 했어요
      사내는 계집을 끌어안고 목이 메었다/ 개똥벌레들이 밤새도록
      사랑의 등 깜빡이며 날아다니고/ 베짱이들도 밤이슬 마시며 노래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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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마음 다잡아 해탈한 ‘사내’

아내의 불륜(?) 이야기를 듣고서도 기꺼이 사랑을 나누는 사내. 그는 해탈의 경지에 올랐다 할 수 있겠지요. 또한 아내까지 해탈의 경지로 이끄는 크고 넓은 아량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오탁번 시인을 울게 만든 힘은 바로 이것이었겠지요.

결국 해탈의 경지에 오르는 과정을 굴비를 매개로 했다는 데에서 ‘해탈=굴비’로 동일시하려는 의도를 유추해볼 따름입니다. 하여, 해탈한 사내를 통해 바로 백제에 불교를 처음 전했던 승려 ‘마라난타’와 영광을 암묵적으로 나타내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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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불교 최초도래지 바닷가.

하지만 현실에선 배우자의 불륜을 참을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믿음과 신뢰가 깨졌기 때문입니다. 허나, 여기에선 쾌락을 쫓은 불륜이 아닌, 살기 위한 것인 만큼 제고의 여지는 남겨야겠지요. 몸과 마음을 어찌 다스려야 할지 사색이 필요할 것입니다.

아내는 해안도로에 줄지어 활짝 핀 해당화가 너무 예쁘다 탄성입니다. 해당화는 바닷가에 피어야 맛이라고요. 해당화 마음 뺏긴 아내를 어떡해야 하나요? 하하.

세상살이, 마음먹기 나름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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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마음을 빼앗은 해당화와 바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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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아파요. 껍질 벗기지 마세요!”
여수 미평동 산림욕장 나무들의 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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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 미평동 산림욕장.

최고 휴식처를 꼽으라면 단연 산림욕장입니다. 나무가 내놓은 산소는 물론이거니와 맑고 청아한 새소리, 졸졸졸 흐르는 계곡 물소리 등으로 온갖 자연이 함께 숨쉬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정신까지 건강해진 느낌입니다.

“아는 것은 느끼는 것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우리 가족은 가까운 여수시 미평동의 산림욕장을 자주 찾습니다. 또 우리 가족이 정한 ‘가족 나무’인 ‘서어나무’를 만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지난 18일 이곳을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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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이 확연히 구분됩니다.

“어, 누가 나무를 이렇게 만들었지.”

앞서 가던 아내가 비명에 가까운 탄식을 지릅니다.

“어, 누가 나무를 이렇게 만들었지.”

편백나무 껍질이 여기저기 벗겨져 있습니다.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누가 그랬을까? 무심코 던진 돌들이 개구리들에게는 치명적이라더니 꼭 그 경우입니다.

“이렇게 한 사람은 나무하고 똑같이 옷을 홀딱 벗겨 다니게 해야 해!”
“맞아요. 이 사람들은 초딩 4학년만도 못해요.”

딸도 거듭니다. 아내가 아이들에게 초등학교 시절의 나무와 얽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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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이 벗겨져 울고 있습니다.

나무를 사랑합시다! 자연을 사랑합시다!

“어느 날 학교의 나무껍질이 다 벗겨졌어. 교장 선생님이 오빠들 4명을 찾아냈지. 그리고 팬티만 입혀 전체 교실을 돌게 했어. 앞에는 ‘나무를 사랑합시다!’, 뒤에는 ‘자연을 사랑합시다!’란 글을 달고서. 그리고 어찌됐겠어?”
“그리고 끝 아니에요?”

“아니야. 들어봐? 그런 후, 교장 선생님은 오빠들에게 일일이 나무껍질을 다 줍게 하고는 껍질에 황토를 바르게 했어. 그런 다음, 나무에 붙이게 하셨지.”
“어, 그리하면 껍질이 나무에 붙어서 살 수 있어요?”

“살 수도 있지 않겠니? 살았으면 하는 마음을 담은 거란다. 그리고 교장 선생님은 오빠들과 함께 붙인 나무껍질이 떨어지지 않게 새끼줄로 나무를 꽁꽁 매어 주었단다. 엄마는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에 이런 조치들을 취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너무 현명하고 존경스러운 분 아니니? 그리고 나무껍질 벗겨지는 일은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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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수난. 나사못까지 박혀 있습니다.

우리가 글귀를 써서 붙이면 어떨까요?

편백은 개구쟁이들이 껍질 벗기기에 쉬운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편백이 ‘제 껍질을 벗기세요!’ 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어른 키를 훌쩍 넘게 벗겨진 곳도 눈에 들어옵니다. 한 나무는 진을 흘리기까지 합니다. 나무의 자가 치료가 안쓰럽게 느껴집니다. 이러다 죽으면 안 되는데….

다른 곳은 어떤 상황인지 이곳저곳을 살펴봅니다. 나사못이 박힌 나무, 껍질을 찍어 놓은 나무 등 각양각색입니다. 아이들이 이곳에 올 때마다 안아주며 이야기를 나누는 가족나무인 서어나무도 껍질이 찍어져 있습니다. 이를 보고 아이들이 제안을 합니다.

“사람들이 나무를 괴롭히지 않도록 우리가 ‘나무가 아파요. 껍질을 벗기지 마세요’란 글귀를 써서 붙이면 어떨까요?”
“야! 그거 좋은 생각이네. 아빠는 글을 써서 삼림욕장 입구에 경고문을 붙이면 어떨까, 여겼는데 네 생각이 더 좋은 것 같구나. 다음에 와서 붙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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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나무인 서어나무도 성처를 입었습니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일 뿐

아이가 아픈 나무에게 위로의 노래를 불러주겠다고 나섭니다. ~~~~. 마음이 통하는 걸까, 다람쥐와 청솔모가 주위를 왔다 갔다 합니다.

조금 풀린 마음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이상하게 나무들이 상처가 없는지 살피게 됩니다. 어떤 나무는 상처가 아무는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기까지 합니다. 아내가 인디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우리는 자신을 그림으로 표현하라 하면 자기 얼굴만 크게 그린데. 그런데 나바오 인디언은 다르게 표현한대. 그들은 먼저 산과 나무를 그리고, 호수와 동물을 그린 후, 자기를 아주 작게 그려 넣는대? 사람도 자연의 일부일 뿐이라고 말이야.”

그렇습니다. 인간도 아주 큰 대자연의 아주 작은 일부일 뿐입니다. 다시 한 번, 무심코 나무껍질을 벗기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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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치료 과정을 보여주는 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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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함도 공하지 않음도 없으니”
[알콩달콩 부부 이야기 10] ‘불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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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별꽃.

無相無空無佛空하니 卽是如來眞實相이라
本空至虛無一物하되 待緣垂示萬般形이로다.

“형상도 없고 공함도 없고 공하지 않음도 없으니 바로 이것이 여래의 진실상이로다. 본래 공함에 이르러 한 물건도 없으되 인연을 대하여 드러내 보이니 만 가지 모습으로 나타내도다.” - 수산 스님 법어 중에서 -

불갑사(佛甲寺)는 백제 불교의 도래지란 의미의 불(佛)자와 육십갑자(六十甲子)의 으뜸인 갑(甲)자를 써 이름 지었다 합니다. 또 삼국시대 백제에 불교를 처음 전래한 마라난타존자가 백제 침류왕 원년(서기 384년)에 영광 법성포로 들어와 사찰을 창건한 바, 제불사(諸佛寺)의 시원(始原)이요, 으뜸이라 하여 붙여졌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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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갑사.

무릇 인간이라 함은…

지난 10일, 아내의 벗을 만나기 위한 영광 행에서 잠시 불갑사에 들렀습니다. 주유천하에서 빠질 수 없는 산사 유람이지요. 고즈넉한 적막함과 고요가 스며 있습니다. 대웅전에 이르는 동안 야생화 사진을 찍습니다. 옆에서 보던 아내, 한 마디 전합니다.

“야생화에 관심을 갖더니 구석진 자리에 핀 꽃까지 잘도 알아보고. 많이 달라진 풍경이네요!”

그 말이 마치 ‘무릇 인간이라 함은…’으로 시작되는 스님의 법어처럼 들립니다. ‘이제야 겨우 사람 꼴을 갖춰가는구나’하는 말이겠지요. 소 울음소리를 들은 양 아내에게 부끄러운 웃음을 보냅니다.

절집의 천왕문이 어떻고, 대웅전은 어떻고 하는 소리를 던져버리고 절 옆을 돌아 저수지에 오릅니다. 울창한 신록이 포근함을 전해옵니다. 새들의 합창소리에서 위안과 평화를 맛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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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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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친구의 단란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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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의 아이들.


“불갑사에서 가장 명당자리를 잡았네요!”

“새록새록 솟아나는 저 잎들을 보세요.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나요? 저 녹색도 나무마다 색깔이 다 달라요. 자연의 색을 문명이 어찌 따르겠어요. 우리가 대하는 자연은 봄인데 (우리의 삶은) 어느 계절에 와 있을까요?”

아내의 가슴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행여 고승의 환승은 아니겠지? 아내 덕에 겨우 내 움츠렸던 새싹들의 힘찬 기운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봄의 이치겠지요. 인간사, 생각하기 나름. 봄이라 여기면 봄이겠지요.

아내 친구 가족들이 오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먼저 달려오고, 시차를 두고 부부가 옵니다. 악수를 할지, 합장을 할지 잠시 망설입니다. 이런 번뇌를 간파했는지 씨~익 웃으며 “불갑사에서 가장 명당자리를 잡았네요!”하며 다가옵니다.

어느 새, 아빠의 옆구리를 끼고 있는 이빨 빠진 막내 모습에서 동자승의 해맑음을 떠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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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인연을 대하여 만 가지 모습으로 나타내도다

“야, 그거 누가 뜯었어?”
“그러게. 아이, 누가 천남성을 캐다가 뿌리가 너무 길어 안 빠졌는지 잎사귀만 버려놨어야.”

그렇잖아도 확인을 대비해 잎의 수분 정도로 뜯은 시간을 유추할 수 있다는 답까지 준비한 터라 막힘이 없습니다. 아내와 벗은 그간 떨어져 있던 시간과 공간을 이렇게 매웠습니다. 그리고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게 “공함에 이르러 한 물건도 없으되 인연을 대하여 드러내 보이니 만 가지 모습으로 나타내도다”라는 뜻은 아닐지? 텍도 없는 소리일지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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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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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에서 본 불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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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왔는데 갈 데가 없더라고요”
[알콩달콩 부부 이야기 9] MBTI로 본 성격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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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벗의 단란한 가족.

“저 가시네, 얼마나 웃겼는지 알아요?”

아내 친구의 뜬금없는 말입니다. 2년 전, 10년 만에 벗을 찾아 나섰던 아내. 이번에는 온 가족이 전남 영광을 방문했습니다. 말하는 폼으로 아내의 옛 이야기를 죄다 일러바칠 참입니다. 밤 시간 마련된 맥주토크에서 무슨 말인들 못하겠습니까.

“소개팅을 위해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꿍꽝 쿵쾅거려요. 일행에게 ‘저거 분명 우리 친구에요. 계단에서 굴렀을 거예요. 좀 있으면 아이고야 하고 나타날 테니 기다려 봐요’하고 있었죠. 문이 열리더니, 아니나 다를까 옷매무새를 만지며 들어오는 거예요. 그때 모두들 배꼽 빠지게 웃었는데….”

아내는 지금도 여전히 잘 넘어집니다. 지난해에는 넘어져 다리까지 부러졌으니 말해 뭐할까요. 그런데 특이하게 달릴 때는 잘 넘어지지 않습니다. 아마, 높은 신발이 원인인 듯싶습니다.

결혼하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요?

“처녀 적 자취생활하며 많이 싸웠죠. 하루는 얼마나 서러웠던지 밤늦게 짐 싸들고 대문을 박차고 나왔어요. 막상 집을 나왔는데 갈 데가 없더라고요. 고개 숙이고 다시 들어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얼마나 슬프던지….”

그때나 지금이나 매 한가질까? 지금도 아내들은 부부 싸움 끝에 집 나가면 갈 곳이 없다 합니다. 싸움 끝이 대개 밤이라 여관에 가자니 껄끄럽고, 아는 집에 가기도 우세스럽다 합니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부부 관계로 이어집니다.

“결혼하고 몇 년,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요? 나는 정신적인 걸 바라는데 남편은 너무 현실적이에요. 결국 심한 우울증에 빠져 혼자 힘들었죠. 성격이 달라도 너무 달라요. 아직도 남편은 우울증을 이해하지 못해요. 지금은 성격이거니 이해하고 살아요.”

결혼하고 달콤했던 시간이 지난 후 서로 맞추느라 힘들지 않은 부부가 어디 있겠습니까?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는 게 부부라는 말을 실감하고 사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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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벗.

MBTI에서 말하는 사람의 성격 유형 4가지

아내의 벗이 우울증을 이긴 건 성격유형 테스트 MBTI(Myers-BriggsTypeIndicator)를 이해한 후라 합니다. 우리 부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럼, MBTI에서 구분하는 4가지 성격 유형을 한번 볼까요?

첫째 외향형(E, Extraversion)인가, 내향형(I, Introversion) 사람인가? 둘째 감각형(S, Sensing)인가, 직관형(N, iNtuition)인가? 셋째 사고형(T, Thinking)인가, 감정형(F, Feeling)인가? 넷째 판단형(J, Judging)인가, 인식형(P, Perceiving)인가?

MBTI에 따르면 첫째의 경우, ‘어느 방향에서 에너지를 사용하는가?’입니다. 외향적인 사람은 말을 먼저 하는 경향입니다. 내향적인 사람은 말하기 전에 생각을 먼저 하는 경향입니다. 여기에서 그 장단점이 있음을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두 번째는 ‘정보 인식 시 감각으로 하는가, 직관으로 하는가?’로 구분됩니다. 감각적인 이는 봐야 믿는 형으로 세부사항에 대해 예리한 눈으로 사물의 명암을 봅니다. 직관적인 이는 현재보다 미래에 관심이 많아 가능성을 선호하여, 사물을 지나치기도 합니다.

4가지 유형 중, 상황 따라 형태 선택

세 번째 경우는 ‘판단과 결정시 이성에 의존 하는가, 감성에 따르는가?’입니다. 사고형은 객관적인 근거에 대한 논쟁을 더 선호해 과정을 중요시 합니다. 감정형은 내부에서 상황들을 보는 관계로 조화를 좋아하며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요시 합니다.

네 번째는 ‘생활유형’에 따른 구분입니다. 판단자는 약속을 중시하며, 조직을 선호합니다. 이에 반해 인식자는 약속보다 사후(事後) 일에 관심을 갖고, 제도ㆍ절차ㆍ형식에 싫증을 느끼는 자발적 취향입니다.

사람들은 이 모든 유형을 갖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어느 한 형태를 선호합니다. 이 중 어떤 게 좋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생활에서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가 있듯 다만 서로 다른 형태를 지녔을 뿐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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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의 성격 유형.

‘사교형’ 등 16가지 사람 유형 구분

4가지 구분에 따른 사람 유형으로는 세상의 소금형(ISTJ, 시작한 일은 끝까지 함), 백과사전형(ISTP, 논리적이며 상황적응이 뛰어남), 수완 좋은 활동가형(ESTP, 다양한 활동 선호), 사업가형(ESTJ, 일을 많이 함), 임금 뒤편의 권력형(ISFJ, 성실하며 협조를 잘함), 성인군자형(ISFP, 따뜻하고 겸손한 사람)으로 구분됩니다.

아울러 사교형(ESFP, 우호적임), 친선도모형(ESFJ, 봉사하는 사람), 예언자형(INFJ, 통찰력 있는 사람), 잔다르크형(INFP, 이상적 세상을 만들어 감), 스파크형(ENFP, 열정적으로 관계를 만듦), 언변능숙형(ENFJ, 협동하는 사람)으로 나뉩니다.

또 과학자형(INTJ, 부분을 조합하여 비전 제시), 아이디어 뱅크형(INTP, 풍부한 상상력으로 도전하는 사람), 발명가형(ENTP, 비전을 갖고 활력적으로 이끌어 감), 지도자형(ENTJ, 풍부한 상상력으로 도전하는 유형) 등입니다.

“지금은 성격이거니 이해하고 살아요!”

이는 학문적 접근방식일 뿐입니다. 이혼한 부부의 대부분은 ‘간극을 좁히지 못한 성격 차이’를 사유로 듭니다. 보통 사람들은 남의 이혼을 받아들 때 ‘그래’ 하면서도 성적 충돌로 인식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MBTI를 섭렵한 이후에는 성격 차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아내 친구의 “지금은 성격이거니 이해하고 살아요!”란 말 속에 얼마나 많은 사연이 스며 있는지 알 것 같습니다. 물론 그의 남편도 성격이거니 하고 살 것입니다. 인생은 부대끼고 살면서 이해하고 알아가는 것이겠지요. 부부관계 또한 생활 속에서 느끼며 이해하며 또 이해하는 거겠지요.

내 아내도 마찬가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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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기둥과 지붕처럼 받쳐주며 사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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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나비들.


[사진] 함평 세계 나비ㆍ곤충엑스포
“나비도 좋지만 미꾸라지 잡기가 최고”

계절의 여왕 5월. 가족들과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기웃거리지만 추억에 남을만한 장소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런 면에서 함평 세계 나비ㆍ곤충엑스포는 예외 아닐까요?

가족들과 지난 11일 나비를 매개로 친환경 이미지를 브랜드로 정착시킨 함평으로 향했습니다. 국제곤충학회가 인정한 나비ㆍ곤충산업 발전을 위한 세계 최초 엑스포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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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터널.


고속도로에서부터 홍보와 길안내가 시작됩니다. 길 안내 계기가 없는지라 덕분에 쉽게 찾아갑니다. 꽃과 나비가 즐비한 걸 보니 함평입니다. 도로표지판, 광고물, 건물 벽면, 정류장 등이 모두 나비와 곤충이 주인공입니다.

사람들이 말 그대로 버글버글합니다. 사람 틈바구니에서 살아남는 법을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입장료 어른 1만 5천원, 어린이 9천원. 비용이 아깝지 않도록 안내 팜플렛을 길잡이 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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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체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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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달구지.

볼거리가 많은 곳에서는 순서와 방법을 정해야

관람 순서 안내. 갤러리 함평→친환경농업전시관→국제 곤충관→3ℓ 하우스 홍보관→남이나라 대사관→그린어메니티관→자치단체ㆍ기업홍보관→중국관→주제관→숲속의 곤충마을→황금박쥐생태관→버드하우스 작품전시관→국제나비ㆍ곤충표본관→국제화석 전시관→한국토종 민물고기 전시관→종합 체험 학습장.

둘러볼 것이 많습니다. “아이들 교육 차 간 함평에서 사람에 치여 정작 나비는 못보고 황금박쥐만 보고 왔다”고 목청 높이던 지인의 경우를 보면 무엇을 골라 봐야 할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다행스레 안내장에는 효과적으로 알차게 즐기는 법이 적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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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캐릭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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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집을 전시한 버드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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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와 베짜기.

첫째, 109만㎡ 규모의 엑스포장에 마련된 체험학습장의 자연 속에서 휴식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 둘째, 특별히 제작된 3D 애니메이션을 보고 귀여운 곤충 캐릭터와 친해지기. 셋째, 세계유일의 친환경 엑스포에서 천연기념물과 멸종 위기 및 보호 야생 곤충을 꼭 만나기.

우리만의 즐기는 법을 정합니다. 첫째, 마음의 여유. 둘째, 친환경 동ㆍ식물 만나기. 셋째, 주제관과 3D 에니메이션 관람 및 곤충과 친하기. 넷째, 나비와 만나기. 다섯째, 체험하기 여섯째, 황금박쥐와 숲속 곤충마을 둘러보기. 일곱째, 놀이시설 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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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꼬기. 아버지로서 폼 좀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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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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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곤충 표본관.


아이들도 나비처럼 팔을 팔랑거리고…

짜증은 금물. 먼저 심호흡으로 마음을 다스립니다. 갤러리 등 전시관에서의 줄서기와 기다림, 인파에 밀려 아이들 얼굴에는 짜증이 늘어갑니다. 곤충 및 식물과의 만남. 농작물의 재배장면, 야생화와 유실수, 장수풍뎅이, 노린재, 바이올린벌레, 송장헤엄치게, 각시물자라, 물땡땡이, 하늘소, 나뭇잎벌레 등 많은 동식물과 얼굴을 대합니다.

“야! 장수하늘소다.”
“아빠, 이것 좀 보세요.”
“얘야, 이것 좀 봐.”

하기야, 한 자리에서 수많은 곤충들을 동시에 본다는 게 어디 흔한 일입니까? 아이, 어른 구분 없이 들뜬 비명(?)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집니다. 인상 쓰던 아이들도 곤충의 세계로 빠져 들어갑니다.

나비 생태관과 국제나비관. 흔한 배추흰나비에서부터 암끝 검은 표범나비, 큰멋쟁이나비, 산제비나비, 아스파시아흰나비, 왕오색나비, 부엉이나비 등 38종 15만 마리의 생소한 나비들이 있습니다. 나비들이 팔랑거리며 날아다니고, 덩달아 아이들도 팔 날개를 팔랑거립니다.

알→애벌레→번데기→성충의 과정을 거치는 나비의 삶도 알아갑니다. 또 아이들은 450종 7000여 마리에 달하는 세계의 나비와 곤충표본을 통해 인간과 함께하는 자연의 의미를 느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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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와 나뭇꾼, 박꽃이 핀 초가지붕, 물방개가 살아 숨쉬는 개천(우 위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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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표본.

“야, 미꾸라지 발 앞에 있다”

종합체험학습장. 나비와 곤충 탁본, 천연염색, 농사, 짚공예, 민속놀이, 소달구지 체험 등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아이는 그 중 발을 물에 담고 물고기를 모으는 닥터피시 체험에 관심을 보입니다.

“하하, 아이 간지러.”
“야. 가만있어야 물고기가 도망가지 않지. 가만 있어봐.”
“얼마나 간지러운지 아세요?”
“야, 저 아저씨는 물고기가 떼로 몰려 있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는 물고기에게 발을 맡기는 법을 체득합니다. 사람에게 놀라 도망가던 물고기에서 발을 치료하는 물고기를 경험하며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운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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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피시 체험.

미꾸라지 잡기 체험.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단연 인기입니다. 웃통을 벗은 아이, 얼굴에 진흙물이 범벅인 아이, 미꾸라지를 밟았다며 놀라 자빠지는 아이, 잡은 물고기를 넣는 아이들을 보며 어른들도 체면을 벗고 아이가 됩니다.

“야, 미꾸라지 발 앞에 있다.”
“어디?”
“발밑에 봐. 에이 사라졌다.”

시간을 잊고 놀이에 집중합니다. 결국 어른들도 참지 못하고 미꾸라지 잡는 재미 속으로 풍덩 들어갑니다. 사람에 치인, 걷기에 치인 짜증이 함께 날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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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꾸라지가 어디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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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꾸라지잡기 풍경.

55억원의 순금 황금박쥐 조형물

함평에 서식하는 세계적 희귀종 황금박쥐를 테마로 한 황금박쥐생태관. 어두운 동굴 천정에 매달려 있는 황금박쥐의 모형을 관찰합니다. 하지만 55억여원이 들었다는 162kg의 순금 황금박쥐 조형물이 최대의 관심거리입니다. 충전이 다돼 사진을 놓치고 맙니다.

아이들 함평 세계 나비ㆍ곤충엑스포를 둘러보고 하는 말, “나비와 곤충도 좋지만 닥터피시와 미꾸라지 잡기가 최고였다”합니다. 엑스포 방문객과 곤충 캐릭터 등으로 많은 수익이 기대된다 합니다. 바가지는 없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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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과 캐릭터 상품 등으로 많은 수익이 기대된다 합니다.

200만명 관람, 2천억원의 수익 기대 등의 경제적 가치산출을 떠나 인구 5만이 채 안 되는 작은 지방에서 4월 18일~6월 1일까지 생물을 주제로 45일간 행사를 하기란 쉽지 않은데 그것도 아기자기하게 애를 쓴 흔적이 너무 많아 감동적입니다.

살기 힘든 요즘 많은 지자체에 귀감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하여튼 유쾌한 추억을 남긴 하루였습니다. 좋은 부모 되기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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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곤충 엑스포 추억 남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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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기억 속에도 아빠의 추억이 깃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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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 태현   수정/삭제   댓글쓰기

    학교 과제 때문에 함평 나비축제 관련 사진이 필요해서 나비 표본 사진 좀 사용할게요 ㅠㅠ

    안되신다면 바로 삭제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2011.11.13 16:03

농민, 광우병에 부채까지 ‘이중고’
어린이날, 가족 농촌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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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이 지났습니다. 지난 연휴기간 동안 ‘아이들과 무슨 프로그램을 준비할까?’ 머릿속으로 고민하면서 나는 일본 기사 쓰기에 매달리고, 아내는 해리포터 시리즈에 심취하는 사이 아이들은 밖으로 나돌았습니다. 어린이날 아침, 가족들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어디로 갈까?”
“고사리 어때요? 아이들도 자연 속에서 지내는 거 좋을 것 같은데?”
“애들아! 소 먹이 주러 가자. 어때?”

거부를 하던 아이들, 결국 소 먹이 주는데 동의하였습니다. 룰루랄라, 여수시 돌산으로 갑니다. 형님 내외만 있어 집은 조용합니다. 형수는 밭에 일에서 일하고 형님은 소 먹을 풀을 하고 있을 게 분명합니다. 소리쳐 부르니 나타납니다.

“야~, 니가 왠일이냐? 여그 오는 길 안 잊어뿌럿냐?”

여전합니다. 간혹 오면 하던 말도 그대롭니다. 고사리 끊자던 아내는 아이들과 마늘쫑을 뽑습니다. 딸 유빈이는 재미있다며 열심입니다. “마늘쫑이 쪽 빠지는 게, 벌이 꽃에서 꿀을 쭉쭉 뽑아 모으는 것 같다”고 신기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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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쫑, 손이 있어야 뽑지!

형수는 “손이 있어야 때 맞춰 뽑지. 이거 못 뽑으면 마음이 시원치가 않은데 이리 와서 뽑아주니 너무 좋다”며 미안함을 달랩니다.

어느 새 아이들은 소꼴 주는 시간이 아닌데도 소에게 볏짚을 주고 있습니다. 소는 넙죽넙죽 잘 받아먹습니다. 아이들, 많이 먹는 소를 밀어내고 큰 소에 치여 먹지 못하는 어린 소에게 먹이를 가져다줍니다.

인터넷 등에선 미국 소 수입으로 대통령 탄핵까지 나온 마당에 아이들이 농가 사정 알까 싶습니다.

“아빠, 광우병 때문에 가축 기르는 사람들 힘들다고 하는데 여기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래, 마리당 100만원이 빠졌다는구나. 팔려고 해도 잘 사가지도 않은가봐.”
“국민들 다 죽이려나 봐요. 선거 때 잘 뽑았어야죠. 안 그래요? 국민이 싫어하는 뼈따귀는 왜 수입한다고 난리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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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광우병에 부채까지 ‘이중고’

“맞다. 소 값이 내려가 탈인데 거기에다 정부는 농어민들 부채도 이자에 원금까지 갚아라 한데. 그게 더 곤혹인가 봐. 빚 없는 농어민이 없는데. 이리저리 돌려 겨우 이자나 내던 판인데 걱정이 태산인가 봐. 이 집은 빚이 7천에서 1억을 넘었나 보더라. 소 팔아 학교 보내고, 결혼시키고, 빚 갚고 하는데 이젠 낙이 없나봐.”

형님과 나눈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해주었습니다. 소 여물주기를 마치고 아이들과 고사리를 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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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매, 아까운 거. 고사리가 많이 피었네. 조금 일찍 와 고사리 끊었으면 엄청 많았을걸. 아빠, 근데 고사리 보여요?”
“그래, 얼마나 많은데….”
“서서보니 안보이더니 앉으니 잘 보이네요.”

이게 세상의 이치. 속으로 ‘서서는 잘 안보이고 허리 숙이면 잘 보인단다. 자연은 인간으로 하여금 겸손을 배우게 한단다’하고 생각하며 말을 참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심전심일까. 녀석도 그걸 알아차린 모양입니다. 괜스레 흐뭇합니다.

어린이날 농촌 체험에 괜히 마음 뿌듯합니다. 아이들이 대견하고요. 아이들도 아는 세상의 이치를 위정자들은 왜 모르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이놈의 세상 어디로 가려는지….

아이들은 고사리, 마늘쫑, 돌미나리, 계란 등의 먹거리에 신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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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까지 덤으로 얻었습니다. 궝먹고 알먹는 농촌은 언제나 기대해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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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일 없으면 고사리 끊으러 가시죠?”
개진달래의 화사함에 취한 아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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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한 고사리.


“여보, 자네 좋아하는 고사리 끊으러 갈까?”

아내에게 선심 쓰듯 던지니 OK 사인이 바로 떨어집니다. 지인에게 전화를 겁니다. 이 부부는 고사리를 즐기는 만큼, 고사리 끊기도 즐깁니다. 그리고 고사리가 어느 곳에 많은지도 꿰차고 있습니다. 헛걸음 안하려면 이게 장땡입니다.

“사모님, 오늘 무슨 스케줄 있나요? 별 일 없으면 고사리 끊으러 가시죠?”
“가만있어 봐요. 바꿔 줄게요.”

가고 싶으니 남편 설득하라는 의미로 전화를 바꿨을 게다. 웃음 가득한 목소리로 봐서. 아니나 다를까, 다른 부부와 같이 점심식사 후 가자는 의견이 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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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사리 산에서 나가시오!

여수시 소라면의 고사리가 많다는 어느 산으로 향합니다. 먼저 고사리를 끊어 내려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방 가득 들었습니다. 저들이 먼저 훑었으니 남아날까, 싶습니다.

나무숲을 헤치고 고사리를 살피니 드문드문 보입니다. 아직 때가 이른 것 같습니다. 비 한 번 오면 금방 솟아날 것인데. 이거 날 샌 건 아닐까? 미심쩍은 마음으로 자리를 옮겨 다닙니다.

전혀 엉뚱한 쪽에서 써늘하고 차가운 목소리가 귓가에 스칩니다. 다른 이들도 고사리를 끊고 있음을 확인합니다.

“여기는 우리 고사리 산이요. 고사리 농사짓는 산이란 말이요. 어여, 나가시오. 끊은 건 다 놔두고 가시오.”

한 마디에 일행들 썰렁한 기운이 감돕니다. 참 인심 한 번 야박합니다. 목소리가 새어 나왔던 쪽에서 도란도란 소리가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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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진달래.

어째 이상했다니깐…

“어서 나가라니까.”
“…. 아저씨, 장난이지요?”
“…하하하. 장난이요. 하하하하”

싸늘했던 분위기가 일순간 확 펴집니다. 숨죽이던 일행, 그제야 “어째 이상했다니깐. 무슨 고사리 농사를 지어요. 그런 말 듣도 보도 못했소. 난 끊은 고사리 뺏길까봐 얼릉 가방에 넣었잖아요.”하며 숨통이 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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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가 어디 있나?

고 아저씨 정말 웃기는 아저씨죠? 그들과도 친해집니다. “여기는 우리가 훑었으니 다른 쪽으로 가보시오.”라며 훈수도 듭니다. 제비꽃, 양지꽃, 개불알풀, 진달래, 개진달래, 철쭉, 각시붓꽃 등이 지천으로 널렸습니다.

고사리를 끊다 말고 개진달래의 화려함에 반했는지 향을 맡는 아낙도 생깁니다. “제 사진 올릴 때 개진달래에 취한 아낙이라 이름 지어 주세요.”합니다. 역시 봄은 여인을 꿈틀거리게 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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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진달래 자태에 취한 아낙.

“야, 너 거기가 어딘 줄 알고 들어갔어?”

아들 녀석 어느 틈에 일행을 놀래 킬 심산으로 이장하고 구멍만 남은 묘 안에 들어가 있다가 갑작스레 “까쿵” 합니다. 동심(童心)은 동심인가 봅니다. 그대로 당할 어른들이 아니죠.

“야, 너 거기가 어딘 줄 알고 들어갔어?”
“여기가 어딘데요?”

아들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며 의기양양하게 서 있다가 무슨 일 있냐는 듯한 표정으로 당당히 물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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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는 죽은 할머니 할아버지들 시체를 모셨던 묘지여. 니 거기가 얼마나 무서운 줄도 모르고 들어갔어? 아아, 니 할머니 따라 다니면 어쩌려고 그래? 오늘 밤에 죽은 할머니가 꿈에 나올라. 얼른 나와.”

아들, 화들짝 기겁을 하고 잽싸게 나옵니다. “하하하하” 웃음이 터집니다. 제 엄마 놀래 키려다 오히려 아들이 기겁을 합니다. 아들, 이후로 내내 엄마 옆에 바짝 붙어 다닙니다.

봄은 아지랑이, 야생화, 꽃 등만이 맛은 아닙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 오순도순 정겨움을 나누는 맛도 있습니다. 이 봄은 남녘에서 타올라 윗녘으로 오르겠지요. 사람 정까지 윗녘으로 올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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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진, 신상건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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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화전


마음으로 눈으로 먹는 ‘화전’
[알콩달콩 부부 이야기] 진달래 화전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인은 그럴 것 같지 않은 부부라 여겼었습니다. 그는 3월에 아내와 진달래를 따 화전을 해서 먹었다는 자랑을 은근슬쩍 던졌습니다. 부러웠습니다. 역시 부부관계는 모를 일입니다.

16일, 아내가 다리 수술을 합니다. 지난 해 다리 수술 이후 뼈를 이어주는 못을 빼는 수술입니다. 어찌됐건, 전신마취를 하는 관계로 수술 전에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일요일 아내와의 추억 만들기를 시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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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와 쑥.

“여보, 오후에 움직이지 말고 오전부터 움직이세?”
“그래요.”

지체할 겨를 없이 답이 옵니다. 아내도 수술의 아픔을 견디게 해 줄 힘을 비축하고픈 마음이었나 봅니다.

“고사리 끊으면서 진달래도 따서 화전 해먹을까?”

의기투합 했습니다. 부부 관계는 언제 어떻게 될 줄 모르니 열심히 공을 들여야 합니다. 공과 덕은 추억을 쌓는 길이 최고입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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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와 찹쌀가루 반죽.

밀가루+찹쌀가루+진달래=화전=사랑

이산저산 다니며 야생화도 보고, 간식도 즐기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가방에는 진달래와 쑥이 들어 있습니다. 아내는 “남편이 나물을 잘 먹지 않는다”며 고사리는 지인에게 넘겨주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찹쌀가루 등을 샀습니다.

진달래와 쑥을 다듬어 물에 씻습니다. ‘화전이면 진달래만 있으면 되는데 쑥을 뭐 하러 가져왔을까? 쑥국 끓일 양은 아닌데?’하며 궁금증을 참습니다. 밀가루에 찹쌀가루를 섞어 반죽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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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반죽을 해?”
“화전은 전으로 만들어 먹는 거예요. 튀김하곤 달라요.”
“그래서 찹쌀가루를 샀구나. 난 진달래 꽃 튀김과 쑥 튀김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결혼생활 10년. 생각만으로도 통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 봅니다. 대화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반죽을 떼어내 호떡 누르듯 납작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진달래를 얹습니다. 연분홍 꽃이 핍니다. 그런 후 쑥을 얹습니다. 분홍빛에 녹색이 더해지니 차이가 확연합니다. 음식은 색깔로도 먹는다더니 과연 그렇습니다. 쑥의 용도를 알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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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먹는 ‘화전’, 맛있어요!

“맛은 없을 텐데, 한 번 드셔보세요.”

맛은 밋밋합니다. 밀개떡 같습니다. 그러나 사랑으로 빚은 만큼 맛있게 먹습니다. 눈으로 먹는 게 화전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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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꿀에 찍어 드세요.”

아이들도 맛있다며 즐겁게 먹습니다. 사랑에 꿀이 스며드니 더욱 맛이 납니다. 꿀 대신 조청이면 금상첨화겠지만.

화전에 얽힌 추억을 밑천 삼아 아내 병간호와 아이들 뒷바라지를 해야겠습니다. 기꺼이. 아내의 다리 수술 잘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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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구이들.


근데, 그게 말 같이 쉽나고요~!
[알콩달콩 부부 이야기] 조개구이

“선술집은 분위기가 어떤가 싶었는데 막상 와보니 괜찮네요.”

긍정적인 아내의 평. 일단은 다행입니다. 지난 토요일, 진달래축제가 열리는 여수 영취산에 부부만 오른 후 뒤늦게 합류시킨 아이들과 조개구이 집을 찾았습니다. 이곳은 깨복쟁이 친구가 하는 무선에 있는 ‘구이구이 사령부’란 조개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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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도 노릇노릇 익어갑니다.

숯불에 탁 탁 소리 내며 지글지글 익고 있는 전복ㆍ소라ㆍ가리비 등이 군침 돌게 합니다. 시ㆍ청각 효과가 그만입니다. 아내 표현을 빌면, 거기에 시원한 김치 조개국까지 가세해 소주 안주로 딱입니다.

맛이 제법인지 아이들도 먹느라 정신없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일까, 손님이 제법 들어 일손이 부족합니다. 속으로 ‘간댕이가 부어도 단단히 부었지’ 하며 아내에게 부탁합니다.

“여보, 좀 도와주면 어때?”

아내, 흔쾌히 행주 집어 웃으며 나섭니다. 테이블을 치우고 나니 또 손님이 듭니다. 아내가 고맙기도 하고, 내심 뿌듯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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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도 먹느라 정신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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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무선의 '구이구이 사령부'

워~매 워~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친구 부부가 숯불 피우랴, 조개류 안주 준비하는 사이에 설거지가 쌓입니다. 내가 나서볼까 하다 남정네 체면상(?) 나서지 못하고 아내에게 말을 건넵니다. 간이 붓다 못해 배 밖으로 나왔나 봅니다.

“여보! 설거지도 좀 도와주지?”

열심히 설거지하는 아내가 너무너무 예쁩니다. 어쩔 수 없이 팔불출 한 번 되어야겠습니다. ‘워~매 워~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친구 부인도 “이래서 아는 집은 불편하다니깐요.”하며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아이들, 조개와 더불어 키조개에 치즈를 얹은 요리까지 후다닥 해치웁니다. 배가 부른지 밖에서 놀아도 되냐고 묻습니다. 얼씨구나! 하며 내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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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류를 손질하는 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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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조개와 치즈의 어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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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의 아내.

아내 손에 물 안무칠랍니다?…이걸 어째?

친구도 한 숨 돌리고 테이블에 잠시 앉습니다. 아내가 술잔을 비운 친구에게 한 마디 던집니다.

“여자 부려먹으려면 여건을 제대로 갖추고 부려먹으세요. 싱크대가 설거지 하는 사람 키에 맞아야 편하게 할 텐데, 싱크대 높이가 안 맞아요. 벽돌을 괴면 될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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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와 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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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에 딱인 김치조개국.


듣던 친구 아내도 덩달아 ‘어~엉 이런 말도 하네’ 하는 표정으로 맞장구를 칩니다.

“이 사람은 한 번 설거지 하더니 다음부턴 불편하다고 통 안해요.”
“예 에에? 그러면서도 안 고쳐줘요? 결혼할 때 장인에게 ‘열심히 살겠습니다!’, ‘고생 안시킬랍니다!’, ‘되도록 아내 손에 물 안무칠랍니다!’ 그러고 결혼 허락받지 않았나요?”
“….”

아내, 이러저런 변명 못하게 오금을 박습니다. 이 불똥 내게까지 튈까 두렵습니다. 반성도 됩니다. 고생 안시키겠다고 결혼 허락 받고선 개코로…. 지지리 궁상, 고생만 죽어라 시키니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아내, 결국 신랑 흉까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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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비도 먹음직스레 익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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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불구이.

근데, 그게 말 같이 쉽냐고요~!

“우리 신랑요? 못 하나 박을라믄 속 터져요. ‘망치 주라, 못 주라, 의자 주라’ 열불 터져 못시켜요. 내가 하고 말지…. 한 번은 ‘왜 꼭 남자가 못을 박아? 아무나 박으면 돼지?’하면서 성차별이대요?”

이럴 땐 실실 웃는 게 최고죠. 하지만 이거 조개구이 먹으러 온 건지, 욕 먹으러 온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네요. 다음부턴 못 박아 달라하면 군소리 없이 박아야겠습니다. 그래도 친구 가게에 와서 이리저리 도와 준 아내가 밉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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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무선의 '구이구이 사령부'

친구 아내, 유쾌ㆍ통쾌ㆍ상쾌인지 피조개에다 개불까지 덤으로 내옵니다. 숫불에 구은 개불도 꽤 맛있습니다. 아내, 피조개 피는 신랑 몫이라며 슬쩍 내밉니다.

그날 밤, 궁금하다구요? 물론 따뜻한 사랑을 나눴죠. 이심전심으로요. 아내 늘상 하던  “여자는 분위기만 좋으면 된다.”란 말을 실감했습죠. 분위기로 먹고사는 여자에게 간혹 맞출 필요도 있나봅니다.

근데, 그게 말 같이 쉽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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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력에 딱? 피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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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력에 그만? 개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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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로 살기가 제일 어렵다”
[아버지의 자화상]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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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죽으면 옆에서 잘 거지?”
“무서워서 죽은 사람과 어찌 자요?”
“무섭긴 뭐가 무서워? 아빠는 할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팔 다리 주무르며 옆에서 잤는데….”
“아빠! 그래도 저는 무서워서 못자요.”

어느 날, 지인의 아들은 아버지의 시신 옆에서 자는 게 무섭다며 꺼려했다 합니다. 아직 철이 없어 그랬겠지요. ‘주검 옆에 자지 않는다’는 말에 서운했을 지라도 가슴 아프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부모의 사랑은 지고지순한 ‘자아희생’의 사랑이라 하니까요.

부모의 사랑은 절대적이라 합니다. 자녀가 몇이든 부모는 사랑을 나누지 않고, 모든 아이에게 모든 사랑을 주기 때문입니다. 사랑한 만큼 자식에게 받고 싶어 한다면 그것은 투자겠지요. 사랑의 반대말이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인 이유겠지요.

부모 자식 간 인연은 죽음 전에는 끊어지지 않습니다. 오래 사실 걸로 착각하고 뒤늦게 “우리 아버지는 오래 사실 줄 알았는데….” 후회해도 소용없습니다. “있을 때 잘해”라는 소리가 어째 만고의 진리처럼 느껴집니다.

아버지, 살아계실 때 잘하는 게 최고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당황스럽고, 당혹스럽다 합니다. 누구나 죽는 것을 알지만 유독 아버지의 죽음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합니다. 그렇습니다.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주신 당신을 어찌 쉬이 보낼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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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채. 그도 “아버지를 보내드리기가 제일 어려웠다” 합니다. 그는 주검으로 무기력하게 누워 있는 아버지를 보고 이런 마음이 들었다 합니다.

“세상에서 아버지로 살기가 제일 어렵다. 원망과 불만 등을 극복하지 못한 죄인 같은 느낌. 더 많은 아버지의 사랑과 정을 만들지 못했던 아쉬움이 컸다. 그리고 더 잘해드릴 수 있었는데 내가 못했구나….”

이제 가면 언제 오나…무덤 안고 통곡하네

그래서 상여소리는 구성지고 구슬픈가 봅니다.

이길 가면 언제 오나/ 다시 못 올 가시밭길/ 어이 어이 어어
북망산천 왠말인가 / 황천길은 머나 먼 길/ 어이 어이 어어
한번 가신 우리 부모/ 다시 한 번 못 보신다/ 어이 어이 어어
살아생전 못 모신 죄/ 어디 가서 사죄할까/ 어이 어이 어어
북망산천 찾아가서/ 무덤안고 통곡하니/ 어이 어이 어어
너 왔구나 소리 없다/ 누구에게 한탄하랴/ 어이 어이 어어
초로 같은 우리 인생/ 백발 되면 황천길에/ 어이 어이 어어
황천길이 왠말인가/ 산천초목 무심하다/ 어이 어이 어어
나는 가네 나는 가네/ 저승길로 나는 가네/ 어이 어이 어어

김동채 씨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의 심경을 이렇게 토로합니다.

“6개월간 아버지의 무덤을 시도 때도 없이 들렸지. 아쉬움에 쉽게 보내드릴 수가 없어서. 6개월쯤 지나니 아버지를 고이 보낼 수 있었지. 역시 세월보다 더한 약은 없는가 보다. 그리운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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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채 씨.



아버지가 계실 때는 무덤덤하다가도 없으면 아쉬운 게 인지상정인가 봅니다. 그래서 묵묵히 지켜주는 버팀목이 아버지겠지요. 그가 한 마디 덧붙입니다.

“세상사는 법은 학교나 직장에서 배우지만 아버지가 되는 것에 대해서는 배우질 못한다. 좋은 아버지가 되는 사회교육이 필요하다. 이런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버지가 가정에서 귀감이 되어야 한다. 자녀들의 반면 교사인 아버지로서 항상 몸가짐을 조심할 밖에….”

그렇습니다. 좋은 아버지가 되는 준비는 소홀히 합니다. 시스템 자체가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세상살이가 각박해 바쁘게 살아야겠지만 한 번쯤 되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하늘이 주신, 부모가 주신 목숨 다하기 전에 아버지로서의 자신과 자식으로의 자신을 생각하며 살아야겠습니다. 아쉬움과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면….

“있을 때 잘해야”겠지요.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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