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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섬’을 아시나요? 꽃 섬 가다!

‘사람 꽃’보다 아름다운 게 있을까?
[꽃섬, 하화도 1] 사람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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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지나는 바람에 산들 거립니다. 진달래꽃ㆍ선모초(구절초)ㆍ제비꽃ㆍ패랭이꽃ㆍ분꽃도 만발해 있습니다. 한 여인이 꽃신을 신은 채 꽃 위를 폴짝폴짝 뛰고 있습니다. 나비도 옆에서 너풀너풀 춤을 춥니다.…

땀이 흥건히 젖어 있었습니다. 꽃구경 나서는 꿈이었습니다. 이렇게 꽃과 나비, 그리고 여인을 만나러 길을 나서야 했습니다. 꿈에 나왔던 꽃 섬은 지금 해무에 잠겨 있습니다.

여수시 화정면 ‘아래 꽃섬’, 하화도(下花島). 아래 꽃섬은 동백꽃과 선모초, 진달래꽃이 섬 전체에 만발하여 꽃섬이라 불렀습니다. 마을 앞에 똑같은 꽃섬이 있습니다. 이 꽃섬은 ‘위 꽃섬’ 상화도(上花島)라 부릅니다. 임진왜란 때 난을 피해 뗏목에 식량과 가족을 싣고 지나다가 동백꽃과 선모초가 우거져 은신이 좋을 것 같아 정착했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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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시 화정면 '꽃섬', 하화도. 해무에 싸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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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섬, 가다

                                              서동인

              오라는 말 없어도 달려갑니다.
              바다가 피우는 꽃, 뚝뚝 떨어지는
              붉은 섬을 보러갑니다.
              꽃소식에 놀란 종착역 기차가 바다로 도망칩니다.
              파도가 기적을 울립니다.
              꽃섬의 동백은 꽃으로만 피지 않습니다.
              횟집의 해삼, 멍게, 개불도 꽃으로 피어납니다.
              피고지는 일이 어디 꽃뿐이겠습니까.
              저녁에 피어난 방파제 가로등도 아침에는 동백으로
              떨어집니다.
              먼 바다 불빛 가물거릴 때 그대 입속에 피어난 꽃한송이
              제 아랫도리에서 떨어집니다.
              꽃섬 입구 여인숙은 온통 꽃비린내로
              몸살을 앓습니다.
              밤새도록 뚝, 뚝, 떨어지는
              비명소리에 서울행 첫차가 바다를 출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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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꽃.

‘꽃섬’, 밤새도록 뚝, 뚝, 다 떨어졌는지 꽃은 없고…

밤새도록 뚝, 뚝, 다 떨어졌는지 꽃은 보이지 않습니다. 꿈속에서 기대했던 꽃은 포기해야 할 판입니다. 아주머니들 옹기종기 그늘진 골목에 모여 옥수수 알맹이를 까고 있습니다.

“시방 그거 머 허는 거시다요?”
“요거? 차로 무글라고 이라고 까고 안 있소.”
“차요? 아~, 옥수수차? 근디 꽃섬에 꼿구경 왔는디 꼿은 업꼬 아줌니들만 있네?”

꽃섬, 할머니의 머리에도 하얀 서리꽃이 피었습니다. 골목에는 지천으로 옥수수가 피어났습니다. 할머니들 옥수수 알맹이를 까면서 볶은 옥수수를 간식으로 먹고 있습니다. 입 안 가득 옥수수 꽃을 씹으며 향을 맡는 것이겠지요.

“나가 헐 말이 만쏘. 이걸 글로 쓰믄 맻 달이고, 맻 년이고 써야 헐꺼요. 이 가심에 있는 한을 써서 자석들에게 배겨 줘야겄는디…. 연필 들고 쓸라고 혀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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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눈에 핀 ‘울음 꽃’, 가슴에 핀 ‘멍울 꽃’

스물한 살에 내가 베 짜는 걸 본 서방 시숙이 중신을 섰지. 육지에서 꽃섬으로 시집을 왔지. 나무 하러 다니고, 바다에서도 죽어라 일하는데도 밥은 조금 밖에 안줘. 이렇게 꽃섬에서 3년인가 살다가 배 타러 가는 서방 따라 부산으로 이사를 갔지. 부산에서 잘 살았지. 그러다 우리 아범이 상어 잡으러 간다고 배타고 나갔지.

“올치. 니가 인자 지대로 된 이야길 헌다!” 옆에서 추임새를 넣습니다.

대만에서 그만 배에 불이 난거야. 에어 탱크가 터져 불이 났다대. 다들 불을 피해 나오는데 우리 아범만 밖에 있다가 불 끈다고 기관실로 들어 간 거야. 얘들 아부지가 기관장이라 책임자다운 행동을 한다고 그랬다대. 죽으려고 불 속으로 뛰어 들어 간 거지. 어찌 해보려고 해도 안 되겠더래. 그래, 나오려는데 문이 안 열리더래.

“아이고, 인자 나 죽을랑 갑따” 했대. 그러다 어찌어찌 밖으로 나왔대. 그때 화상치료를 바로 했으면 얼굴에 저리 흉터가 남지 않았을 건대. 1주일간이나 바다를 떠 다녔대. 한국 경비선에다 무선 연락을 해도 안 받아, 일본 경비선에 연락을 했대. 1주일 후에 일본 경비선에 구출돼, 제주도립병원에서 화상치료를 받았지.

죽을 거라는 소리도 들렸어. 그때 피부 이식을 어찌 알았겠어? 지금이니까 그걸 알지. 옛날에는 그런 거 있는지도 몰랐거든. 신랑이 정신을 논거여. 저 아범을 믿고 어찌 살까? 아무리 생각해도 못 살겠어. 세 살짜리와 갓난 얘기를 꽃섬 집에 두고 나오는데 담 너머로 얘기들 울음소리가 들려. 내 가슴이 어쨌겠어? 찢어져. 그 마음 아무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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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울 꽃을 풀어내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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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비는 어머니의 '멍울 꽃'에 앉았을까?

꽃신을 닳아질 때까지 신고 다녔지… ‘사람 꽃’

하루는 친정집에 있는데 꽃섬 사람들이 배를 타고 횃불 들고 집으로 몰려 온 거여. “젖먹이 애기랑, 저런 신랑은 어쩌코롬 살라고 그란다냐?” 그러는 겨. 없던 복에, 미남인 서방 만나 살았는데 앞으로 얼굴 보고 살면 뭐하겠냐? 저 아범 불쌍한 건 둘째 치고, 새끼들 보고 독한 맘 먹고 살자 그랬지. 할 수 없이 꽃섬으로 다시 왔지.

마을회관에서 사년이나 살았어. 서방은 얼굴 화상 땜에 일할 생각을 못했어. 꽃섬 사람들이 쌀도 주고, 밥도 주고, 반찬도 주고 그랬지. 그리고 술도 팔고, 과자도 팔고, 바다 일도 하고, 돼지 밥도 구하러 다니고 그랬지. 사람 행세 못 하고 살았어. 그러다 어느 날 주위에서 일가자고 하는 겨. 아범이 일하고 칠천 원을 타왔는데 얼마나 오졌겠어? 

내가 그걸 한쪽 눈 찔끔 감고, 여수 육지에 나가 꽃신을 샀지. 그 꽃신을 동네에서 닳아질 때까지 신고 다녔어. 동네 사람들이 속으로 “아이구~, 저년이 지금 제정신이 아닌갑따?” 했을 거여. 그때 그 기분은 아무도 몰라. 지금은 형편도 나아지고 서방 얼굴도 좋아졌지만…. 그래도 우리 서방이 최고여!

맞습니다. 산에 들에 피어나는 꽃만이 꽃의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섬에서 모진 풍상 겪으며 꽃다운 청춘을 바친, 할머니들 이야기 중 눈에 핀 ‘눈물 꽃’도 꽃이겠지요. 자식 키우며 온갖 고초 겪은 가슴에 피어난 ‘멍울 꽃’도 꽃이겠죠. 아니, 이 보다 더 아름다운 꽃이 어디 있겠습니까?

꽃섬은 이렇게 ‘사람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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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개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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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철의 알콩달콩 섬 이야기
각자의 인생사가 다 '섬'의 삶일 것입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알콩달콩 풀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때론 진짜 섬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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