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비 각시 맞아라고?”…“알았어.”
“비 맞지 말고, 깨끗이 씻고, 옷도 빨아.”
“아빠 어디야?”
어제 밤 9시 56분, 딸이 보낸 문자 메시지다.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딸, 아빠 집인데 왜? 무슨 일 있어?”
“아니요. 저, 지금 집에 가고 있어요.”
친구 생일잔치 후 노래방에 몰려간 딸 귀가가 늦었다.
별 생각 없이 그러려니 했다. 딸은 집에 오자마자 우산과 가방을 털어 베란다에 놓았다. 그리고 아침에 감던 머리까지 밤에 감더니 옷까지 빨아 널었다.
“너 왜 안하던 행동을 해?”
“방사능 비를 맞아 그래요. 이 비 맞으면 단단히 씻어야 한대요.”
헉, 조심해 나쁠 건 없었다. 방사능 비가 예고됐었지만 잊고 있었다. 더 씁쓸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비를 맞고 온 딸은 가방과 우산을 베란다에 뒀다.
“방사능 비를 각시보고 그냥 맞아라고?”…“알았어!”
뒤늦게 온 아내의 전화.
“여보, 내 차에 우산이 없는데 어떡해?”
“그냥 빨리 달려.”
“방사능 비를 각시보고 그냥 맞아라고?”
“알았어, 지금 어디야?”
우산을 들고 주차장으로 갔다. 우산을 받아 든 아내 말이 더 걸작이었다. 딸이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는 거였다.
딸이 엄마에게 보낸 문자. 받침도 틀리고...
“비 맞지 말고, 오자마자 깨끗이 씻고, 옷도 빨아.”
“엄마 올 때 비 맞지 말고, 오자마자 깨끗이 씻고, 옷도 빨아. 그냥 자면 안 돼. 얼른 오고 조심해.”
딸이 10시 36분에 엄마에게 보낸 메시지였다.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방사능 유출 소식을 아무생각 없이 듣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내가 문자를 보고 있던 내게 말을 건넸다.
“딸이 노래방에서 재밌게 놀고 나오는데 비가 오더래. 방사능 비가 와서 기분 잡쳤다나. 친구들끼리 비 맞고 오다 방사능 비에 대해 토론을 했대.”
토론 결론이 궁금했다.
“방사능 비 맞으면 깨끗이 씻어야 한다. 안 그러면 임신이 안 될 수도 있고, 기형아가 나올 확률이 높다 그랬대. 이건 웃지도 못하고….”
섬뜩했다. 그렇지만 TV에선 “방사능 비가 오지만 인체에 영향은 없다”고 안심시키고 있었다. 씁쓸하다. 모두들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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