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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계약직 배수진 생즉사 사즉생 전법
“사표를 만지작거리면 새끼들 얼굴이…”


‘생즉사(生卽死) 사즉생(死卽生)’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물리칠 때 배수의 진을 치며 군사들의 사기를 북돋았던 방법이다.

일년 계약직으로 비정규직인 이 모씨(38)는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즉사 사즉생’ 전법을 구사하고 있다. 다름 아닌 책상서랍에 ‘사표’를 보관하는 것.

“사표를 서랍에 넣어두고 다니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해요. 또 마음이 편하니 당당해지고, 일도 더 잘돼요.”

그가 사표를 서랍에 두고 다니는 건 아니꼬우면 상사 얼굴에 내던지고 호기롭게 나오기 위함이 아니다. 사표를 보며 절실히 버티려는 마음에서다. 그것마저 없다면 버틸 힘이 없다는 것이다.

어둠 속의 터널처럼 비정규직도 빛이 필요하다.


일 년 계약직의 생사여탈권은 상사에게

“꿋꿋이 견뎌야한다. 이런 마음으로 일한다면 뭔들 못하겠는가? 사표를 두고 다니는 건 단단히 각오하며 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가 ‘사즉생’ 전법을 구사하는 건, 상사와의 갈등이 주원인이다. 열심히 일해 가져가면 자기가 한 것처럼 자기 이름으로 바꿔라 한다. 이로 인해 실력 없는 상사를 윗사람들은 일도 잘하고, 아부도 잘하는 사람으로 안다.

윗사람에겐 굽신, 딸랑거리면서 아래 사람에겐 한없이 군림하려 든다. 지극히 사적인 일 처리를 시키는가 하면, 돈 되는 출장이나 일의 성과에 따른 포상 등은 혼자 다 챙긴다. 그러면서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사람들은 상사를 자기 밖에 모르는 사람이라 평한다. 인격은 한쪽 구석지에 버려둔 지 오래라 한다. 다른 부서에서 데려가려 해도 거절하며 꼭 자기 곁에 두려한다. 그 밑에서 버티는 수밖에 없다.”

이 씨가 상사에게 반발하지 못하고, 당하며 지내는 이유는 일 년 계약직의 설움 때문. 생사여탈권이 그에게 있다. 꼼짝했다간 사람을 바꾸면 그만이니 꼼짝할 수도 없다.

사표를 두면서 상사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상사로 인한 이 씨의 스트레스는 보통이 아니었다. 마음 상해도 하소연 할 곳이 없다. 문제제기를 해도 정규직은 정규직끼리 뭉쳐 쳐내면 그만. 이 씨가 떨어져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정규직이 될 공산은 희박하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고 하지만 떠날 수도 없다. 오라는 데야 많지만 여기에서 못 버티면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일 거란 생각에서다. 꾹 눌러 있을 밖에. 이런 이 씨는 1개월 전부터 사표를 서랍에 두고 다니면서 상사로 인한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인간관계? 어렵긴 어렵다. 별 사람 다 있으니 맞추려 해도 힘든 게 인간관계다. 비정규직의 설움을 누가 알랴? 그의 마지막 한 마디가 가슴을 후벼 판다.

“사표를 만지작거리면 새끼들 얼굴이 보름달 만하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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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철의 알콩달콩 섬 이야기
각자의 인생사가 다 '섬'의 삶일 것입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알콩달콩 풀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때론 진짜 섬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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