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알콩달콩 가족 이야기/일상

‘오늘 횡재수가 들었나?’ 옷을 고르며…

“옷 하나 사줄까?” 아닌 밤중에 홍두께
나이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야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옷 사본지 오래됐다. 있는 옷 입으면 됐지 하고 살았다. 벗지 않으면 그만이지 싶었다.

“○○○으로 나와.”

지인의 호출이다. ‘OK’ 했다. 약속 장소에서 만난 그가 말없이 따라오길 종용하며 앞장섰다.

“형님, 어딜 가는데 말도 없이 팽팽하게 가요?”
“묻지 말고 그냥 따라와.”

난감했다. 무슨 일일까? 그저 따라가는 수밖에. 그가 멈춘 곳은 옷 매장 앞이었다.

“옷 하나 사줄까?” 아닌 밤중에 홍두께

“대체 무슨 일이예요?”
“여기서 옷 하나 골라. 나는 이 옷 샀는데 편하고 좋더라고. 나하고 같은 걸로 고르던지.”

‘아닌 밤중에 홍두께’다. 세상에나 같은 남자끼리 이게 웬일인가 싶다. 진짜 ‘헉’이다. 게다가 커플도 아닌데 같은 걸 권하다니…. 입 밖으로 웃음이 픽픽 샜다.

“갑자기 옷 사줄 생각은 왜 했어요?”
“각시랑 내 양복 하나 샀는데 자네 생각이 나더라고. 자네 옷 하나 사줄까 물었더니 각시가 그러래.”

형수랑 상의했다니 안심이다. 옷을 골라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여졌다. 고민을 알았는지 “우리 사이에 웬 부담?”하며 재촉했다. 그런데 아이들 옷만 눈에 들어왔다. 부모 마음은 이런 걸까?

나이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야 한다?

“처음부터 말하지 왜 말 안했어요?”
“자네 성질 뻔히 알잖아. 매장으로 오라하면 자네가 안 올까봐 밖에서 만나자고 했어.”

속도 깊다. 이런 배려라니. 에라, 모르겠다. ‘오늘 횡재수가 들었나?’하며 옷을 고른다.

“형님, 살다 살다 별일이네.”
“나이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고 했지. 이게 내 지갑 여는 연습이야.”

그렇다면 연습 때 팍팍 조져야 한다. “한 열 벌 정도 사도 돼?” 겁을 줬다. 지인 생글생글 웃으며 알아서 하란다. 반응이 영 재미없다.

그와 같은 옷을 고르며 그에게서 배운다. ‘나이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야 한다!’는 삶의 자세를.

그렇지만 걱정이 앞선다. 난 나이 들어 저렇게 베풀며 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