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돌산, 철없던 시절의 뒷이야기
“돌산대교서 희한한 짓거리를 다했네!”
제 고향은 여수시 돌산대교를 지나자마자 나오는 돌산 진두마을입니다.
하여, 돌산대교에 얽힌 이야기가 많습니다. 지금도 친구들을 만나면 간혹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곤 합니다. 그 중, 얼 척 없는 에피소드 하나 소개할게요.
“어느 여름 날 배 위에서 바다에 뛰어들다, 한 놈이 ‘배는 지겨우니 우리 다리 위에서 뛰어 내리자’고 하더라고. ‘저 높은 다리에서 어떻게 뛰어’ 하고 잔뜩 겁을 먹었는데, ‘야! 겁쟁이’ 그러대. 할 수 없이 덜덜 떨며 돌산대교에서 뛰어내렸는데, 한참 가도 물이 닿질 않아. 그러다 바다에 첨벙 했는데, 계속 물속으로 들어가지 않겠어.
‘아이고, 이러다 죽지’ 싶어 겁이 확 나더라고. ‘살아야겠다!’ 생각하고 손을 밑에서 위로 올렸더니 그때야 몸이 위로 뜨대. 겨우겨우 헤엄쳐서 육지로 나왔는데 어쨌는지 알아? 팔이 부러지고 목이 뻣뻣하대. 하소연도 못하고 치료하느라 끙끙댔지.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오싹해~.”
돌산공원에서 본 돌산대교 야경 2.
바다에서 본 돌산대교.
남산동에서 본 돌산대교 야경 2.
“돌산대교에서 별 희한한 짓거리를 다했네!”
그 소릴 듣고, 배꼽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웃을 수만은 없었지요. 돌산대교 위에서 그냥 내려 봐도 아찔한데, 이런 일은 있어서는 안 되지요. 이쯤에서 조정래 님의 <태백산맥>을 떠올려야죠?
염상구가 벌교 장터 주먹 잡이와 주도권 쟁탈전을 벌이다, 철교 중앙에 서서 기차가 가까이 올 때까지 오래 버티다, 바다로 뛰어내리는 담력 겨루기 묘사 대목입니다.
“철교의 교각은 모두 아홉 개였는데, 그들은 중앙 교각 위에 서 있었다. 기차가 뙈엑~ 기적을 울리며 검은 괴물처럼 철교로 진입했다. 그 순간 기차와 그들과의 거리는 교각 네 개의 간격으로 좁혀졌다….”(태백산맥 1권 188쪽)
이건 소설이니 그렇지, 지들이 무슨 염상구라고 요런 철없는 짓거리를 하다니. 다리와 철교는 천지차이지요. 가만있을 수 있나요. 친구 염장을 질렀죠.
“염병할 놈들. 돌산대교에서 별 희한한 짓거리를 다했네. 그러니 요 모양 요 꼴이지~.”
돌산공원에서 본 돌산대교 야경 3.
장군도와 여수 구시가지 야경.
돌산공원에서 본 돌산대교 야경 4.
음유시인 ‘이태백’ 부럽지 않은 돌산대교 야경
돌산대교 야경이 알려진 건 10년 전훕니다. 처음에는 단조로운 야경시설이었는데, 몇 년 전 20여 가지 색을 입혔습니다. 사진 많이 찍었는데 어디론가 가버렸더군요.
저도 요즘 돌산대교 야경을 통 못 봤는데, 지난 26일 여수 팸투어에 참여한 블로그 이웃들과 함께 보았습니다. 그래서 더 운치 있었다고나 할까?
돌산대교 야경은 돌산의 돌산공원 일원과 여수 남산동 카페 촌에서 보는 게 멋있습니다. 이곳에서 사진 찍으면서 차 혹은 술 한 잔 하며 보는 야경은 음유시인 ‘이태백’이 부럽지 않습니다.
여수에 오시면 이곳에서 ‘주태백’이 되어 보시길 권합니다. 진짜 주태백이 되려는 건 아니겠죠? 행여 저도 불러 주시다면 평생지기 한 명 생기는 거죠. 아님, 말고~^^
남산동에서 본 돌산대교 야경 3.
종화동에서 본 돌산대교와 장군도.
돌산공원에서 본 돌산대교 야경 5.
천안함 실종자 구조 작업 중 희생된 한주호 준위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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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 대교도 밤의 예술이군요 가까우면 달려가고싶은데 너무멀어서 다음 출장을 잡아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