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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씨가 말라 살기도 힘들 텐데…”

그게 오히려 인면수심(人面獸心)이겠지요!
[아버지의 자화상 22] 덕(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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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부가 가져 온 마음의 선물입니다.

일요일 저녁, 부모님을 뵈러 갔었습니다. 현관에 못 보던 신발이 놓여 있습니다. ‘손님이 오셨나?’ 싶어 거실을 보았습니다. 중년의 부부가 빙그레 웃음 지으며 바라보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래 만에 뵙네요. 잘 지내시죠? 요즘 기름 값도 비싼데 어장은 잘 되세요?”
“그럭저럭 해요. 먹고 살려면 열심히 (고기) 잡아야지 어쩌겠어요.”

인사 나누는데 아버지께서 “아이, 요거 좀 봐라. 이리 큰 고기를 준다고 여기까지 왔구나. 고맙게!” 하시며 커다란 생선을 들고 자랑 하십니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입니다.

왜냐고요? 이런 부모님의 자랑이 꼭 ‘좀 본받아라!’ 하는 것 같아서요. 당신들이 배 아파 낳은 자식은 자식 된 도리를 제대로 못하는데 피 한 방울 섞이지 않는 분이 “고마운 부모님 찾아왔다”며 정겹게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먹고 살기 힘들다는 요즘 바다에서 잡은 돔, 꽃게, 쭈꾸미, 소라, 조기, 오징어 등을 죄다 들고 오셨으니 얼마나 미안하고 고마웠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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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부입니다. 사진이 그렇죠?

그게 오히려 인면수심(人面獸心)이겠지요!

부부가 새벽부터 연근해에 나가 여덟 시간 여를 그물과 씨름하며 잡은 고기를 기꺼이 나누는 그들. 자식은 겨우 생색내며 쥐꼬리만한 보탬을 간간이 드리는 실정인데, 그들의 나눔에서 뒤통수를 맞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인면수심(人面獸心)이겠지요!

“기름 값이 올라 비용도 만만찮고, 고기 씨가 말라 잡기도, 살기도 힘들 텐데…. 그거 팔아 아이들에게 보태시지 가져오셨어요. 그래? 고맙습니다.”
“부모님이 저희들에게 얼마나 고맙게 대해 주셨는데요. 이건 ‘새 발의 피’지요.”

키워주신 은덕을 모르는 자식에게 ‘쥐구멍이라도 찾아라’는 일침(一針)입니다. 옳은 말이지요. ‘새 발의 피’는 고사하고 피 자체도 나지 않았으니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정말이지 쥐구멍이라도 찾아야 할까 봅니다.

“아버지, 어머니는 이렇게 좋은 아들 딸이 또 있으니 참 좋으시겠어요. 자식이 못하는 걸 이분들이 다 하시네요.”
“맞습니다. 아버지, 어머니지요. 연고도 없이 흘러 들어온 우리를 맛있는 거 갖다 주시고, 이리저리 부족한 게 없나 살펴주시고, 따뜻하게 맞아주셨으니 얼마나 고마웠겠습니까? 그 은혜를 어찌 다 갚겠어요?”

아버지께서는 옆에서 ‘허허’ 하고 계십니다. 그랬다는 말인지, 아니란 말인지 도통 모르게 말입니다. 못난 자식, 은근히 용심이 납니다. 아직 철이 덜 들었나 봅니다.

막내인 제가 대학 다닐 때, 부모님은 홀로 사시는 동네 할아버지 댁을 살피셨지요. 밥, 된장국에서부터 과일, 고기까지 드십사 남 몰래 드나드셨지요. 똥 수발, 이불빨래까지 하시면서. 저는 이런 모습, 지켜보기만 했지 아직까지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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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맛있게 먹었습니다.

절대자가 천사를 보내 ‘저 자식 놈, 좀 깨우쳐라’ 했나?

“왜, 가시려고요? 같이 드시고 가시지요. 가져오신 것 같이 먹으면 얼마나 맛있겠어요? 이야기도 좀 더 나누시고요.”
“아닙니다. 지난 4월에 친정 어머니가 딸래 집에 오셔서 돌아가셨는데 그 뒷수발을 다 해주셨어요. 이렇게 얼굴 뵙는 것으로도 배가 부릅니다. 일이 있어 그만 일어나 봐야겠어요.”

괜히 제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얼굴 뵙는 것으로도 배가 부르다니요. 아무래도 절대자가 천사를 보내 ‘저 자식 놈, 좀 깨우쳐라’ 했나 봅니다. 부모님도 낯이 간질거리셨는지 한 마디 보태십니다.

“아이, 야들 엄마가 어찌 돌아가셨는지 아냐? 혼자 살던 엄마가 돌아가실 걸 알았는지 집 정리 다하고, 딸래 집에 온 거라. 있는 돈 십 원짜리 하나까지 옆에 다 나눠주고, 그날 새벽예배 드린 후 눈을 감으셨지. 너무 현명하게 돌아가셨어. 가시는 날까지 덕을 베풀고 가셨지. 우리도 그렇게 가야 할 텐데….”

그들은 한사코 저녁을 마다하고 기어이 가셨습니다. 그들은 이렇게 지나 온 세월을 돌이키게 했습니다. 덕을 베푼다는 건 고사하고, 상처는 주지 않았는지? 남의 아픔을 함께 해 준 적은 있었는지? 행여 그나마 작은 쪽박마저 깨트리진 않았는지?

어느 것 하나 진정으로 같이 한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아마, 부모님의 실천궁행(實踐躬行)을 잘못 배운 것 같습니다. 아등바등 살았는데 이제라도 정신 차려야겠습니다. 그런다고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나요?

그래도 두고두고 더욱 노력해야겠습니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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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철의 알콩달콩 섬 이야기
각자의 인생사가 다 '섬'의 삶일 것입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알콩달콩 풀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때론 진짜 섬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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