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감하고 찜찜한 학창시절의 ‘단체 기합’
귀국하는 부모 걱정, “학교 적응 잘할까?
한 초등학교의 공개수업 장면.
“아이들이 국내 학교에 적응 잘할까?”
외국에서 귀국하는 부모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다. 미국에서 귀국한 지인도 마찬가지였다. 과외 없이 취미와 적성을 살리면서 스스로 공부하는데 익숙한 아이들이, 외국과 교육 여건이 다른 국내 학교에서 탈 없이 다닌다는 건 어불성설.
이뿐 아니다. 지인은 학교생활에 적응하더라도 더 큰 걱정이 있다고 했다.
“외국에서 선생님과 친구처럼 자유롭게 토론하던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매도 맞고 벌도 받는 우리나라 교육을 이해할지 모르겠다.”
새로운 친구들과 사귀더라도 권위(?)있는 선생님의 체벌을 견딜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잠잠하면 한 번씩 터지는 학생 체벌을 보면 국내 학교 적응은 쉽지 않을 게 뻔하다.
“선생님 말씀 좀 잘 듣지 왜 그랬어?”
며칠 전,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는 “다리가 아프다” 하소연했다. 부모 입장에서 이유를 묻지 않을 순 없는 일.
“체육시간에 말 안듣다고 반 전체가 학교 운동장을 오리걸음으로 돌았어요. 5ㆍ6학년 언니 오빠들이 보는 데서. 창피해 죽는 줄 알았어요.”
“오리걸음 많이 돌았어?”
“운동장 한 바퀴 돌았는데 여자 친구들은 다리가 알이 박혔다고 하는데 저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에요.”
“선생님 말씀 좀 잘 듣지 왜 그랬어?”
웃고 말았었다.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지인의 자녀 생각이 난 게다.
한 번도 밝혀진 적 없는 선생님의 범인 취조?
한번은 지인이 걱정스레 말했다.
“하루는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퉁퉁 부어 있더라고. ‘무슨 일 있었냐?’ 물었더니, 떠든다고 단체 기합을 받았대. 어떻게 단체 기합을 줄 수 있냐는 거지.”
“그래 뭐라 대답 하셨어요?”
“우리 학교 다닐 때, 시시때때로 벌어지던 풍경이었잖아. 맞기도 하고…. 외국과 한국 교육이 다른 점을 이야기 해줬지. 그런데 아이가 그걸 이해 못하는 거야. 참 난감하고 찜찜하대.”
“그랬겠네요.”
자신이 잘못해 선생님께 매 맞는 건 그렇다 치자. 그러나 자신의 잘못도 아닌데 단체 기합을 받는 건 사실 억울한 측면이 많다. 학창시절, 특히 돈이 없어졌을 때 단체 기합은 더 씁쓸하다.
“책상 위에 올라가 눈 감고 손들어.…”
죄진 것도 아닌데, 죄인 취급이었었다. 그러나 선생님의 취조에서 범인(?)이 밝혀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결국 소지품까지 까발리고서도 범인은 오리무중이었다. 꼭 이렇게 해야 하나? 싶었었다. 찜찜한 기억이다.
학교에서의 단체 기합은 지인의 자녀에게 우리네 학교 교육의 미개하고(?) 찜찜한 기억으로 남지 않았을까? 단체기합 꼭 있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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