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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이 젖어 달달 떨면서 고기 잡았지”
[아버지의 자화상 33] 낚시

잠시, 아버지는 어부였습니다. 지금도 1950년대 고기 잡던 이야기를 자주 하십니다.

“무동력선으로 추자도, 흑산도, 제주도까지 가서 고기를 잡았다. 집채만 한 파도가 몰아쳐 바다에 떨어질 뻔해도 그걸 이기고 고기를 잡았어. 겨울에는 파도에 온몸이 젖어도 추워 달달 떨면서 고기를 잡았지. 손이 동상에 걸려 퉁퉁 부었지. 이게 다 먹고 살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었다.”

가슴 아픈 옛날 가난했던 때, 아버지의 눈물어린 삶이었습니다. 얼굴을 마주치면 아버지의 과거 고기잡이 이야기는 TV 드라마 재방송처럼 계속되었습니다. 그럴 때면 어머니의 퉁박도 여간 아니었습니다.

“어유, 또 저 소리. 뭘라고 시답잖은 이야기를 허구헌날 반복허요. 좋은 이야기도 한 두 번이지, 귀에 못 박히겄소. 그만 허이다.”

아버지는 ‘허허’ 하시다 말았지요. 아버지의 ‘허허’ 너털웃음은 힘을 보태라는 은연중 암시였습니다. 그러면 어머니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하면서도 한 마디 안 보탤 수 없었죠.

“엄마는 왜 그리 아부지를 구박허요. 어지간히 좀 구박하시다. 그러다 며느리 배우겄소. 나이 먹어 며느리가 아들 구박허믄 다 엄마한테 배운 건께 그리 아시다.”

아버지의 바람, 낚시는 아예 배우지 마라

그러면 어머니가 한 말씀 덧붙이셨죠.

“아이, 느그 아부지가 오는 사람마다 다 붙잡고 옌날 이야기를 그리헌께로 안 그러냐. 다른 사람들이 싫어하는 줄도 모르고. 나이 무근께로 니 아부지가 주책만 늘어간다~야. 어째야 쓰겄냐?”

아버지가 젊었을 적, 아버지는 어린 아들의 낚시를 탐탁지 않게 여겼습니다. 당신이 어부여선지 자식은 힘든 일 안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낚시는 아예 배우지 마라는 주의였지요.

배운 건 언제든 써먹을 염려가 있다는 거였죠. 그래 낚시는 구경만 하고 자랐습니다. 그랬던 아버지께서 고기잡이 이야기를 부쩍 자주하시니 헷갈리기도 합니다.

“낚시는 젬병, 혹 낚시 갈 때 좀 불러주시오!”

“아빠. 우리도 낚시 좀 해요.”
“왜, 하고 싶어?”
“친구들은 아빠랑 낚시도 가고 그래요. 얼마나 부러운데요. 우리도 낚시 가요.”

2년 전,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들의 뜬금없는 소리에 깜짝 놀랐었습니다. 엉겁결에 “그러자.” 답했지만 걱정이었죠. 운동 좀 하겠다고 선택한 조기 축구에 축구화가 없다는 핑계로 작심삼일을 못 넘긴다고, 낚시대도 없고, 미끼도 뭘 사용해야 하는지 알 수가 있어야죠.

하는 수 없이 낚시광인 지인들께 부탁할 밖에요. “아들놈이 낚시 하고 싶다는데 알다시피 낚시는 젬병 아니오. 혹 낚시 갈 때 좀 불러주시오.” 그러나 연락은 없었지요. 기회는 엉뚱한 곳에서 왔습니다.

2년 전 추석, 처가 집에 갔더니 친척이 낚시가자며 조르더군요. 망설이고 있는데 “몸만 가면 된다.” 더라고요. 아들 놈 손잡고 얼씨구나 했죠. 방파제에서 아들 놈 입이 함지박만 해져 낚시대를 던지더군요. 녀석은 알싸한 손맛도 몇 번 봤지요.

그러고는 잊고 있었더니, 아들놈 또 낚시 타령이네요.

하여, 추석 후 낚시는 못 가고 “바람도 쐴 겸 낚시 구경 가자.” 했더니 희색이 만발하대요. 아니니 다를까, 밤에도 낚시꾼들이 많더군요. 여자도, 아이도 낚시 대열에 합류해 물고기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망을 보니 돔, 갈치, 학꽁치, 고등어 등이 잡혔더라고요.

“큰 고기 잡아야 되는데 너희들은 쩌리 가!”

아들놈 어떻게 만들었는지, 어느 새 1M 막대기에 2M쯤 되는 낚시 줄에, 새우 미끼를 달고 폼 잡고 있지 뭡니까. 줄이 짧아 깐닥깐닥 방파제 앞 치어 노니는 곳에 드리운 낚시 줄을 보고 그만 허허~ 너털웃음을 흘리고 말았지요.

“야, 너희들은 아니야. 큰 고기 잡아야 되는데 너희들은 쩌리 가!”

큰 것 잡고 싶은 욕심이 많았나 봅니다. 괜히 짠하고 미안하대요. 아빠도 그랬었는데…

“낚시가 그리 하고 싶었어?”
“녜. 우리도 낚시해요.”

그래 다짐했죠. “언젠가는 저놈하고 꼭 낚시 가고 말테야.” 아직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으로 가야할지, 낚시하며 무슨 이야기를 나눠야 할지 등도 생각해야겠지요.

그런 후, ‘세월을 낚았던 강태공’이 되어 볼 참입니다. 그러면 지난 세월의 소중함을 알겠지요. 아니더라도 추억거리 하나는 장만한 셈이고요.

이게 아버지들의 마음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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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철의 알콩달콩 섬 이야기
각자의 인생사가 다 '섬'의 삶일 것입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알콩달콩 풀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때론 진짜 섬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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