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쩌~쪽에선 1500원 하드만….”
“쩌쪽에 가서 사!”
한 푼이라도 깎아 볼 심사였던 어머니,
'다른 곳으로 가서 사'라는
냉정하고 단호한 좌판 어머니의 말에 무안하고 머쓱하다.
찰라, 살까? 말까? 고민이다.
“주세요.”
이런 사진 잡아야 리얼한데, 순식간이라 놓치기 일쑤다.

지갑을 만지작 만지작...
사진기 찍는 걸 보고 간혹 한 마디씩 건넨다.
“작품사진 찍소?”
“사진 좀 배워라!”는 소리 많이 듣는 판에
사진작가는 무슨 사진작가?
언감생심, 시장 통에서 사진 찍다, 사진작가도 된다.

맨손으로 파를 까며 손님을 기다린다.

저 양반이 왠 시비여?
“재래시장 홍보나 많이 해 주이다!”
“이 생선 이름이 뭐예요?”
“그거, 상어. 그란디 왜 물으요? 어디서 왔소? 기자요?”
이렇게 상근 기자도 된다.
그 덕에 귀찮게 생선 값을 물어도 고분고분 답해 준다.

재래시장의 할머니들 힘내는 건, 다 손자 때문이다.
제수용 생선 중간 크기 1마리 기준, 가격 동향.
돔 2~3만원, 우럭 5천~만원, 병어 만원,
민어 5천원, 양태 5천원, 서대 10마리 3만원.
또 중간 크기 1㎏ 기준, 멍게 5천원,
소라 5~8천원, 전복(양식) 3~7만원.
중간 크기 1만원 기준, 꽃게 1마리, 키조개 8마리,
대합 12~15마리, 게불 8~10마리,
새우 1소쿠리. 장어 중대 17000원.
상냥하게 알려주더니 마지막에 한 마디 던진다.
“재래시장 홍보나 많이 해 주이다.”
뜻하지 않게 홍보맨이 된다.

인상 좋은 정육점 아버지. 안살래야 안살수가 없다.

여자들이 많은 재래시장에 멋쟁이 할아버지 등장?

이 많은 걸 언제 팔까?
“한 마리 더 얹어 줄텡께 살라요?”
좌판에서 허기진 배를 달래던 어머니들
얼굴 사진 몰래 찍으려 했더니,
“이 물짠 얼굴, 뭘라고 찍으까이~. 새끼들 보믄 면목 업써.”
요렇게 파파라치도 된다.

나 말고 쩌기 찍으시오. 말은 이래도 싫지는 않다?

셈이 잘못 됐는데...
“오늘은 별로 못 팔았써. 세상에 만원 밑으로는
안팔았던 장어를 5천원에 다 팔아봐써.
나 생선 좀 사 가꼬 가?”
“나헌테는 얼마에 줄껀디요?”
“한 마리 더 얹어 줄텡께 살라요?”
‘시장에서 500원도 깎지 말아야 한다’던 평소 생각은 어디 가고,
재래시장 어머니와 능청스레 흥정하는 손님이 되고야 만다.

생선회, 이거 드세 보실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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