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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ㆍ명창만 득음을 꿈꾸는 건 아니다?

경매사도 목이 생명, 성대 약점 연습으로 이겨

멸치 경매사 조동삼 씨 인터뷰

“가수ㆍ명창들만 득음(得音)을 꿈꾸는 건 아니다.
우리 경매사도 가수 못지않게 득음을 꿈꾼다.”

경매사가 무슨 득음?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경매사의 득음 이야기라 구미가 당긴다. 경매사 득음 등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괜찮겠지.

여수 수협공판장 멸치 경매 모습.

발성법 “듣는 사람이편하게 듣도록 연습”

25일 아침 6시 30분, 여수시 국동 어항단지 수협 공판장 사무실에서 경력 23년의 조동삼(53) 경매사와 마주 앉았다. “우리가 무슨 이야기 거리가 있다고?”란 소리에 잠시 애를 먹기도. 다음은 조동삼 경매사와의 인터뷰.

- 경매사가 득음이라니 무슨 소리인가?
“가수나 명창만 목이 좋아야 하는 게 아니다. 경매사도 목소리가 생명이니 목이 좋아야 한다. 웅얼웅얼 발음이 안 좋으면 중매인들이 못 알아듣는다. 눈앞에서 돈이 왔다 갔다 하는데 당신 같으면 기분 좋겠소? 그래서 발성 연습을 하는 것이다. 또 목소리 톤이 중요하다. 태생적으로 안 좋은 성대 약점을 연습으로 이를 이겨냈다.”

- 발성연습은 어떻게 하는가?
“처음에는 산에 가서 목을 틔웠다. 녹음해서 다시 듣고, 발음 고치고 그랬다. 가수들이 공연 때 리허설 하는 것처럼, 선배들이 모의 경매를 시키기도 했다. 소리가 너무 커도 중매인들이 싫어해 NG. 크긴 크되 적당한 목소리로 리듬을 타야한다. 듣는 사람이 편하게 듣도록 연습하는 것이다. 목이 잘 쉬는 편이라 애 많이 먹었다.”

조동삼 경매사.

가수는 밤에, 경매사는 아침에 일해

- 목 관리 비법은 무엇인가?
“목이 생명인 만큼 좋다는 건 다해봤다. 갑자기 물어봐 기억나지 않지만 달걀도 먹어보고 그랬다. 전신욕이 최고인 것 같다. 거의 매일 전신욕을 한다. 목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 때문인 것 같다.” 

- 목 쓰는 사람에게 감기는 치명적이라는데 사실인가?
“그렇다. 한 달에 두 번 걸릴 때도 있다. 경매는 목소리가 틔어야 하는데 감기가 걸리면 목이 잠겨 애를 먹는다. 경매 때문에 새벽바람을 맞아서 그런 것 같다. 감기 걱정에 예방주사는 빼지 않고 꼭 맞는다.”

- 경매사가 가수나 명창하고 다른 점은 무엇인가?
“다른 점? 그네들은 목이 틔는 오후나 밤에 공연하지만 우리는 목소리가 잠기는 새벽에 일한다. 우리가 더 어렵지 않겠는가?”

안내사가 중매인들에게 샘플을 보여준다.

설움 많은 무명시절 거쳐 ‘경매사’ 등극

조동삼 씨가 처음부터 경매사를 했던 것은 아니다. 여수수협에서 처음 했던 일은 은행 업무. 머리 쓰는 것보다 활동적 체질이라 경매사를 원했다. 경매사 이전, 경매사를 보조하는 ‘안내사’ 5년을 거쳤다.

그 기간 동안 가수ㆍ명창들이 노래하는 방법과 공연법 등을 배우듯, 수산물 신선도ㆍ크기ㆍ수량 등의 구별법을 연마했다. 이 정도면 설움 많은 무명 연예인 시절을 거쳤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또 실과 바늘처럼 함께 마주하는 중매인들의 습성까지 파악해야 했다. 경매 시 손을 빨리 내는지 늦게 내는지. 한번 올리는지 두번 올리는지. 힘차게 올리는지 슬며시 올리는지 등을 주의 깊게 살폈다. 틈틈이 경매 발성법과 발음요령까지 섭렵했다.

경매수지도. 농산물과 수산물은 3, 8번이 다르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어영부영 버티겠는가?”

경력 23년의 경매사인 그는 아직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자칫 중매인들 손을 잘못 볼 경우 낭패를 당하기 때문이다. 단가 차이가 별로 나지 않더라도 수량이 많아, 재산 걸고 경매에 참여하는 중매인들에게 손실이 예상되어서다.

하여, 조동삼 씨는 새벽 5시에 출근한다. 오전 9시 경매 전, 멸치 상자 내리는 광경을 지켜보며 품질과 특이점 등을 살피는 프로다. “항상 최고라는 생각으로 일에 임한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어영부영 버티겠는가?”라는 말에 프로 정신이 스며 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그도 실수를 저질렀다. 10여 년 전, 경매에 임한 중매인 손가락을 잘못 봐 “차액을 물어내라”는 항의를 받은 것. “차액은 70만원이었으나, 항의 자체가 충격이었다.”며 이로 인해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 오십 넘은 그의 시력은 좌 1.2, 우 1.5로 아직 매서운 눈은 변하지 않았다.

경매가 시작되면 그의 눈은 예리해진다.

나만 고생한다는 생각 버려야

조동삼 경매사, 마지막 한 마디를 건넨다.

“남들이 하는 일은 편할 것 같지만 실제 자신이 그 일을 해 보면 그게 아니란 걸 알게 된다. 어려운 때일수록 나만 고생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덧. 25일은 그의 생일. 1남 2녀를 둔 자녀들이 핸드폰으로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생일 케잌 불은 추석 때 미리 켰다. 직장 다니는 큰딸, 대학생 둘째 딸, 군 복무 중인 아들이 외지에 있어서다. 생일 축하 선물로 이 글을 바친다.

그는 득음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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