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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62

 

 

끊임없는 순환이요, 순리대로 돌아가는 되어감

일을 서로 의논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주제는 권선징악이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는 힘들게 주소를 알아내어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었을 것이다. 한 달간을 얼마나 소식 오기만을 기다렸겠는가.


 비상도는 선 채로 전화번호를 눌렀다.

 

 

  “저는 비상도라는 사람입니다.”
  “아… 선생님!”

 

 

 그는 포기하고 있다가 갑자기 전화를 받은 듯 말소리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제가 오랫동안 집을 비우는 바람에 이제야 사연을 보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너무 고맙습니다. 부탁드릴 데라고는 선생님 밖에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따님 이름이 어떻게 되는지요?”
  “박 승 혜입니다.”


  “일단 제가 힘닿는 데까지는 해 보겠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게 없…어…서… 흐흐흑…….”


  “괘념치 마십시오.”

 

 

 사내가 울고 있었다. 아니 자식을 위해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아버지가 울고 있었다. 그는 차 한 잔을 앞에 놓고 방문 앞에 앉아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산중의 삶은 이리도 고요한데 사람들의 사는 모양새는 왜 다를까를 생각했다. 물론 산중에도 생과사가 끊임없이 먹이사슬로 이어지는 곳이었다.

 

 

 하지만 자연에는 억지가 없었다. 자신만의 이익을 챙기지도 남을 속이지도 않았다. 끊임없는 순환이요 순리대로 돌아가는 「되어감」이었다. 달이 뜨면 해가 숨고 아침이 오면 밤이 꼬리를 내리며 겨울은 봄을 위해 기꺼이 자리를 내어주는 자연의 질서였다.

 

 

 비상도는 눈을 감았다. 새들의 지저귐에 목련 한 송이가 떨어지고 있었다.
 떨어지며 내는 목련의 작은 회오리바람에 귀의 근육이 움직였다. 여전히 녹슬지 않은 감각이었다.

 

 

 이번의 일은 지금과는 또 다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조직폭력배와는 또 다른 무리일 수 있었다. 무기로 서로 치고 박으며 때로는 비겁한 짓을 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조폭에게는 의리라는 행동양식이 있었다. 그것은 위와 아래를 연결해주고 구분 짓는 자기들만의 규칙이었다.

 

 

 그에 비해 이들은 의리와 인정도 오직 돈의 향배와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양아치 무리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무허가 사무실을 차려놓고 온갖 불법과 편법을 일삼으며 서민들에게 고리채라는 올가미를 씌워 피를 빨아 먹는 거머리 같은 존재들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다음날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가 산을 내려온 그는 다시 서울 가는 차에 몸을 실었다.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성을 향한 외로움이 아닌 이런 일을 서로 의논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차 유리창에 남재 형의 모습이 잠시 그려졌다가 사라졌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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