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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에게서 어떻게 저런 표정이 나올 수 있죠?”
“한 게 없는 제가 부처님께 빈다고 주겠습니까?”
[전북 부안 선문답 여행] 단풍에 마음 홀린 ‘내소사’

 

 

 

 

 

단풍, 땅에 내려 앉았습니다.

 

 

전북 부안 능가사 내소사, 내공이 느껴지는 절집입니다.

 

 

중년의 여유가 묻어납니다.

 

 

 

 

가을, 단풍과 함께 스스로 깊어갑니다. 이제 거추장스러운 거 모두 훌훌 털고 홀로 다음 생(내년)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대지도 내년을 기약하고 있습니다.

 

추수가 끝나자 들녘이 텅 비었습니다. 이를 보니 하늘과 땅 사이 공간이 넓어져 여유를 되찾은 듯합니다. 가을의 끝자락,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도 의미 있을 터.

 

 

경남 창원 성불사 청강스님 및 신도들과 전북 부안 능가산 내소사로의 단풍 구경 겸 선문답 여행에 나섰습니다. 내소사로 가던 중, 차 안에서 갑자기 중년 여인들의 행복한 감탄 소리가 터졌습니다.

 

 

 

 

내소사 단풍 또한 감탄을 불렀습니다.

 

 

순수한 행나무 단풍입니다.

 

 

환한 웃음이 온 누리에 가득합니다.

 

 

 

 

 

“중년에게서 어떻게 저런 표정이 나올 수 있죠?”

 

 

 

“저 단풍 좀 봐. 와~, 진짜 곱네.”

 

 

눈이 잽싸게 말을 뒤쫓았습니다. 쌩쌩 달리는 차장 밖으로 한 무리의 단풍이 런웨이 위를 걷는 패션모델처럼, 어느 새 나타나 가벼운 걸음걸이로 혼을 빼더니, 이내 무대 뒤로 사라졌습니다.

 

단풍은 중년 여인들이 충분히 감탄할 만 했습니다. 내소사에 단풍 보러 가는데, 그 단풍 보기 전 예고편에 마음 다 빼앗기면 어쩌나 싶었습니다.

 

 

단풍의 감탄 속에 한 여인을 보았습니다. 찰라, 너무 놀라웠습니다. 그녀 얼굴엔 천상의 어린아이 같은 환한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웃음, 어찌나 맑던지.

 

마치 이제 막 태어난 아이의 세상에서 처음 짓는 순백의 웃음과 표정 같았습니다. 세상을 어느 정도 살아 온, 그래서 굴곡의 삶을 아는 중년 여인에게서 어떻게 저리 순진무구한 표정이 나올 수 있을까. 옆자리 여인에게 속삭였습니다.

 

 

 

 

해맑은 그들의 이름은 '어머니'였습니다.

 

 

 

 

“저 해맑은 표정과 웃음 좀 보세요. 중년에게서 어떻게 저런 표정이 나올 수 있죠?”

 

 

그녀는 침묵했습니다. 그리고 ‘중년 여인이 어때서?’, ‘뭐 이런 놈이 다 있어?’라는 표정으로, 별 거 아라는 듯 툭 말을 던졌습니다.

 

 

“단풍을 보려는 중년 여인의 순수한 마음이죠. 단풍이 주는 선물 아니겠어요?”

 

 

아!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습니다. 무릎을 탁 쳤습니다. 중년 여인들은 고된 현실에 적응한 사람일 뿐이었습니다. 그녀들은 그렇게 자신의 본성을 가슴 속 깊이 그대로 간직한 채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녀들은 아름다운 단풍을 접한 순간 숨겨두었던 본심을 단숨에 꺼낸 거였습니다. 그걸 몰랐습니다. 중년 여인들이 깨달음과 해탈의 경지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는 것을.

 

 

 

 

 

자연은 모두를 해맑게 합니다.

 

 내소사 단풍은 부처님 '염화미소 단풍'입니다.

 

 

 스승과 제자도 내소사의 기품 아래 섰습니다.

 

 

 

 

 

 

내소사 단풍은 경계 없는 부처님 ‘염화미소 단풍’

 

 

모든 것이 소생한다는 ‘내소사(來蘇寺)’. 부처의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 ‘일주문(一柱門)’. 그 주변의 노랗고 빨간 단풍이 마치 속세와 선계를 구분하는 듯합니다.

 

아 뿔 사! 이 경계마저 없애라 했거늘…. 얕고 옅었던 단풍은 절집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점점 더 깊어지고 진해집니다. 내소사가 곧 진정 모든 것이 소행하는 별천지(別天地)입니다.

 

 

 

 

 

스님, 민머리 위에 올린 천이 곧 불이문이었습니다.

 

 

 

 

내소사로 들어가는 공중에 전나무 향 가득합니다. 스님, 전나무 향 사이를 가로질러 걸어오는 중입니다. 스님, 내리는 비를 피하려 했을까?

 

전나무 숲 속에 받쳐 든 우산 숲 사이로, 스님의 민머리에 가만히 올린 천이 빙그레 웃음 짓게 합니다. 스님이 곧 ‘불이문(不二門)’인 게지요. 어찌 너와 내가 다르고, 부처와 중생이 다르며, 생(生)과 사(死)가 다르겠습니까.

 

 

 

 

 

감나무에 달린 감이 김영랑 시인의 <오매, 단풍 들것네> 시를 불렀습니다.

 

 

 

 

    오매, 단풍 들것네


                            김영랑

 

 

  오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 붉은 감닙 날러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 모레 기둘리니
  바람이 자지어서 걱졍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매, 단풍 들것네

 

 

능가산 내소사 단풍은 중년 여인을 가만두지 않습니다. 잊었던 본심을 기어이 꺼내고야 말겠다는 듯 순수한 동심의 세계로 이끕니다. 단풍에 곱게 취한 맑디맑은 중년 여인들 얼굴에 동자승이 한명 씩 내려앉은 듯합니다.

 

그래, 김영랑 시인의 <오매, 단풍 들것네>란 시가 절로 떠올랐습니다. 아무래도, 능가산 내소사 단풍은 부처님 ‘염화미소 단풍’입니다.

 

 

 

 

 

단풍은 사람을 순수의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순수의 내소사 대웅보전입니다.

 

 

여기가 어디지? 속세!

 

 

 

 

 

“한 게 없는 제가 부처님께 빈다고 주겠습니까?”

 

 

아~! 내소사 단풍에 취한 채 차에 올랐습니다. 이 단풍에 취하지 않는다면 내소사 단풍에 대한 어마어마한 무례지요. 밀양에서 온 옆자리 중년 여인과 이야기 나눴습니다.

 

 

- 부처님께 무엇을 빌었습니까?
“빌다니요. 부처님께 무얼 한 게 있어야 빌지요. 무작정 빌면 염치없지요.”

 

 

- 거 무슨 말입니까?
“다들 부처님께 건강 주시고, 돈 주시고, 행복 주시라고 빌잖아요. 그런데 아무 것도 한 게 없는 제가 부처님께 무작정 빈다고 주겠습니까? 받을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부처님께 받을만한 사람이 빌고 받아야지요.”

 

 

- 이렇게 절집 순례 다니는 거 보면 부처님께 받을 만 하신 거 같은데?
“사람들은 너무 욕심이 많습니다. 저는 부처님 전에 절 올린 것만으로 만족합니다. 저까지 뭘 주라고 바라다면 부처님이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속으로 ‘별 소리 다 듣네’ 했습니다. 그러면서, 또 무릎을 탁 쳤습니다. 삶이 중년 여인을 부처로 승화시킨 겁니다. 마치 큰스님으로부터 죽비로 호되게 맞은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중년 여인, 그들의 이름은 단풍 속에 빛난 우리들의 ‘어머니’였습니다.

 

 

 

절집에 가가워질수록 단풍이 깊어졌습니다.

 

 

부처님께 무얼 빌었을까?

 

 

내소사 단풍은 '힐링'을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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