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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큰 옆 반 여자아이가 살고 있었지요!

추억이 뽈똥 향처럼 피어오르더이다.
경상남도 수목원이 자리한 진주에서의 감흥
[초보자의 야생화 따라잡기 7] 뽈똥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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뽈똥이 곱게 피어 주렁주렁 매달려 있더이다.

일명 ‘뽈똥’ 나무로 불리는 뜰보리수 나무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한창 익고 있더이다. 알알이 흐드러져 농익은 빨간 열매가 군침 돌게 하더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상하게 그냥 스쳐 지나갈 뿐이더이다. 바라보기만 할뿐 아무도 따 먹지 않더이다.

한 번쯤 손을 뻗어봄직 한데도. 사람인 이상 저렇게 강렬히 유혹하는 빛깔을 보고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그들은 사람이 아니구나 여겼더이다. 하여, 여기가 동화 <이상한 나라 엘리스>가 아닌가 싶었더이다.

열매 빛깔이 참 곱기도 하더이다. 음식은 눈으로 먹고, 코로 먹고, 입으로 먹는다 하더이다. 그렇지만 빠알간 뽈똥 열매를 눈으로만 먹는 비법을 터득한 그들은 아마도 해탈한 도인(道人)이구나 여겼더이다. 아니, 도인임이 확실하더이다.

천상, 인간인 저는 참지 못하고 기어이 아이들 앞에서 손을 쭈~욱 뻗고야 말았더이다. 따 먹지 않더라도 만져나 봐야겠다고…. 만져보니 더욱 참을 수가 없더이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주위를 두리번거린 후 손에 힘을 주고 말았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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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추억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더이다.

추억이 뽈똥 향처럼 피어오르더이다.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아 있으면 눕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라더니 완전 그 짝이더이다. 나무에서 떼어낸 뽈똥 꼭지 하나를 잡아 입에 쏘~옥 넣었더이다. 입안에서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린 후 음미해 보니 하나만 먹은 때문인지 그 맛을 잘 모르겠더이다.

손질된 것에 익숙한 혀가 야생의 열매 맛을 느끼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나 보더이다. 하나를 더 먹어 봐야겠더이다. 아직 혀가 야생을 받아들이지 못하더이다. 그래, 기어코 하나를 더 먹었더랬습니다.

아~! 그제서야 알겠더이다. 시고 달고 떱떠름한 맛이 입 안 가득 차더이다. 은근한 향이 입에 순식간에 스며들더이다. 아~, 바로 이 맛이야! 그리고 어릴 때의 추억이 뽈똥 향처럼 피어오르더이다.

나무를 쭉 훑어 손에 쥔 열매를 통째로 입안에 탁 털어내던 때가 그립더이다. 에라, 모르겠다 싶더이다.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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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음직한 뽈똥이 학교 가는 길에 이렇게 피어 있었지요.

학교 가는 길에 뽈똥나무가 축 처져 있었지요!

책가방 들고 학교 가는 길 담장에 뽈똥나무 몇 그루가 축 처져 있었지요. 열매가 너무 낳이 달린 탓이지요. 군침만 삼키며 지나쳤지요. 학교 끝나고 집에 돌아갈 때 손을 쭉 뻗어 가지를 칙 늘어뜨린 후 맛을 보고야 말겠다 다짐했지만.

그런데 한 번도 못해봤지요. 용기가 없어서? 그러기도 했지요. 그 집 어른들은 덩치가 무척 컸지요. 무섭기도 했지요. 하지만 그 집에는 말도 거의 해본 적 없는 눈이 큰 옆 반 여자아이가 살고 있었지요.

그 아이가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지요. 먹고 싶으면 거리낌 없이 손만 뻗으면 그만이니 얼마나 부러웠을까요? 뒷동산에 오르면 쉬 먹이를 낚아챌 수 있었는데도 굳이 그 집 뽈똥만 그렸었지요. 하얀 피부에 눈이 큰 옆 반 여자 아이가 살아서지요. 

어릴 적, 그 집 뽈똥은 한 번도 먹지 못했지요. 결혼 후, 그 집에 들릴 기회가 생겨 한 번 먹어봤지요. 그때는 왜 그랬을까, 생각하며 뽈똥 가지를 툭 끊어 입에 정신없이 넣었지요. 그리고 꿈을 이룬 쾌감에 몸을 떨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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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용한 양식이었던 셈이지요.

보리수의 보리는 부처의 ‘보리(菩提)’ 아닌 일용할 ‘양식’

“아빠, 저도 하나 주세요.”
“맛이 어때? 먹을만해?”
“이상해요.”
“뭐가 이상해. 맛만 좋구만.”

딸애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손을 거둬들이더이다. 세월 따라 맛도 변하는가 보더이다. 이렇게 달콤한 뽈똥을 딸애가 어찌 알겠나이까? 그래도 한 번쯤 아빠의 추억을 공유하는 것도 좋겠지 싶더이다.

경남남도 수목원이 자리한 진주. 수목원을 돌고 돌아 무궁화 전시관에 이르는 언덕배기에 뽈똥이 무진장 피었더이다. 또 혼자만 맛을 보고 있더이다. 저들은 정녕 이상한 나라 엘리스에 살고 있구나 여겼더이다.

보리수. ‘보리(菩提)’란 말은 본디 부처의 깨달음이나 부처를 상징하는 말이더이다. 하지만 보리수나무의 ‘보리’는 곡식 보리를 뜻하더이다. 일용한 양식이었던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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