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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콩달콩 여행 이야기/경상도

도살장에 선 스님이 전하는 현실과 속가의 차이

“그러면 다른 스님들까지 욕보이십니다!”

 

 

가을!

경남 창원 산골짜기로 길을 나섰습니다.

시린 가슴 안고.
이 시린 가슴, 누가 행여 따뜻하게 보듬아 줄까 기대하고서.

그렇게 한 스님과 마주하였지요.
곡차 한 잔 앞에 두고서.
곡차가 들어가니 용감 무식해 지더군요.


“왜, 스님이 되셨어요?”

“당신은 왜 살아?”


이렇게 된통 당했습니다.
그렇게 스님이 이야기 보따리 하나를 풀어 헤치더군요. 

 

정육점을 하는 한 보살이 고기 옮길 사람이 없다고 날 더러 그러대.

“고기 좀 같이 날라 주세요”
“그러마!”

하고 같이 나섰는데, 도살장인 거라.
도살장에 걸린 소들을 이리 보고 저리 보고 한참 웃으며 구경 하는데,
한 여자 보살이 다가와 그러는 거라.

“스님 보기 안 좋습니다. 스님이 이런 데 오시려면 사복 입고 오시지 그걸(승복을) 입고 민망하게 그리 다닙니까. 스님, 그러면 다른 스님들까지 욕보이십니더.”

그 소리에 “보살, 이리 와 보소” 그랬지.
가까이서 보니 제법 공부한 티가 나. 두 말 않고 물었지.

“부처님의 가장 큰 가르침이 뭡니까?”
“자비!”

“그 다음으로 부처님의 큰 가르침이 뭡니까?”
“보시!”

“이 소들이 전생에 뭔지 모르지만 지금 현생에서는 소로 태어나 부처님의 큰 가르침인 보시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웃으며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보고 또 보는 것이지요. 그랬더니 뭐라는 줄 알아?”
“….”

 

뒤통수를 망치로 세게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정신이 번쩍 나더군요.
가을이랍시고, 시린 가슴을 부여안은 ‘나’.
세상의 짧은 눈으로 보는 여자 보살과 다름없는 ‘나’였지요.

‘청강’, 그는 내게 이렇게 다가와 작은 희망과 깨우침을 주었습니다.

“스님,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스님은 그날 밤 제게, 곁을 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