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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임 씨가 느끼는 부부 사랑의 변화 과정
하얀나무 화우회 그림전시회에서 느낀 단상
화우회 단체전, 여수 예울마루 7층 전시실서 12일까지

 

 

 

 

 

 

 

지난 6일, 여수시 웅천동 예울마루 전시실에서 진행 중인 아마추어 작가들인 ‘하얀나무 화우회’의 단체 전시회에 갔습니다. 이 전시회는 오는 12일까지 열릴 예정입니다. 단체전을 감상하다 색다른 점을 발견했습니다.

 

 

일반적인 전시회에서는 그림 옆에는 그림 제목과 규격 등을 작가 이름과 함께 적는데, 이번에는 작가 이름만 붙어 있었습니다. 하여, 작품 제목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몇 작품의 제목 등을 물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림보다 더 흥미로운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부부는 해로동혈(偕老同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체전에 나선 이윤임 씨의 말입니다. 그녀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더군요. 알고 보니 “해로동혈은 시경에 나오는 말로, 부부는 살아서는 함께 늙고 죽어서는 한 무덤에 묻힌다는 뜻의 ‘부부의 맹세’”더라고요. 부부 인연을 쉽게 생각하는 요즘 세태와 달리 구시대적 부부 상을 떠올리는 케케묵은 부부상이 의미롭게 느껴졌습니다.

 

 

해로동혈은 이윤임 씨의 아버지께서 살아계실 때 해 주신 말씀이라 합니다. 그녀도 아버지의 유언을 받들고 살기에 힘이 부친답니다.

 

왜냐? 남편은 자신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는 걸 못한답니다. 심지어 “시어머니께서 내가 낳은 자식이라도 밉다”며 “네가 고생하고 산다“고 격려하신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의 연을 맺는 이유는 단 하나.

 

 

“궁핍했던 결혼 생활을 이제야 접었지만 그래도 의지할 언덕은 부부, 서로 밖에 없다는 것 때문이다. 부부는 ‘그래도’가 중요하다.”

 

 

이윤임 씨는 부부를 그대로 그림 ‘해로동혈’로 표현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부부의 의미에 대해 끌적거렸다던 종이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녀가 지금껏 느꼈던 부부 사랑의 과정을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시작할 때 하늘의 양털구름은 솜사탕이었고
수평선 언덕배기 별을 품은 밤바다는 빛나는 보석이었다.

 

뿌리기만 하면 곱절로 살찌워 주는 옥토는
내가 가는 길도 신작로로 해 줄줄 알았다.

 

아름드리 나무 아래 눈을 감은 귓가에 간질이는 바람도
영원한 사랑의 속삭임인 줄 알았다.

 

그땐 그랬다…,

 

양털구름에 비가 숨어 있었고,
뜰채에 가득 담긴 별빛 밤바다에 풍랑이 숨어 있었고,

기름진 흙 아래엔 마의 트라이앵글 늪이
도사리고 있었다.

 

분명!!

 

Sweet Whisper 였는데
알 수 없는 언젠가부터 태풍이 일고 있었다.

 

지게미와 쌀겨를 먹으며 이 고난을 함께 했기에 애잔하고 아픈 거
그게 부부이던가!

 

나는 偕老同穴(해로동혈) 할 수 있을까
숙연한 글귀에 고개가 조아려 진다.

 

사바세계를 지나 淨土(정토)로 가고 싶다
태양이 머물렀던 도시!
잉카제국의 마추픽츄라도 오늘 밤 가리라

 

영원한 Utopia를 꿈꾸며….

 

 

누군들 안 그럴까.

이 글 속에는 사랑의 달콤한 꿈을 갖고 결혼했으나, 행복도 잠시. 서로 뻔히 들어나는 ‘존재의 얕음’에 실망하고 마는 부부 관계.

 

그러나 이 속에서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자 하는 인내와 희생…. 편함과 위안을 찾으려는 삶의 과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녀의 그림 속에는 그녀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던 것입니다.

 

 

이 글을 본 후 다시 해로동혈 그림을 보니 의미가 확 달라지더군요. 또한 더욱 친근해졌고요. 이는 뭐랄까, 지휘자 금난새 씨가 어려운 클래식 연주에 설명을 덧붙여 관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음악으로 재탄생시킨 것과 같은,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그림은 부유층만 즐기는 취미생활인줄 알았다. 그러나 내가 해보니 가난과 배우지 못한 것에 대한 ‘자격지심’이었다. 그림을 그릴 때 가슴 속에 맺힌 것들을 물감으로 풀어낼 수 있어 행복하다.”

 

 

그림을 대하는 이윤임 씨 마음의 변화입니다. 그래선지, “자신이 하고픈 건 과감히 도전하라!”고 합니다.

 

 

‘멍석을 깔아줘도 못하는 마당’에 그게 어디 쉽던가요. 그렇지만 도전만이 방황을 끝낼 지방의 무기라더군요. 이게 어디 그림뿐이겠습니까. 자신에게 맞는 그 무언가를 찾아내는 작업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윤임 씨는 6년 전부터 그림에 도전하면서 없었던 꿈이 생겼답니다. 60이 되면 그림과 시를 하나로 묶은 시화전을 하고 싶답니다.

 

 

시화전을 통해 어릴 적 꿈이었으나 멀어져만 가는 ‘작가의 길’과 살면서 새롭게 생긴 ‘그림의 꿈’을 한꺼번에 실현하고픈 간절한 열망이 그것입니다. 이 속에는 또 다른 꿈이 녹아 있습니다.

 

 

“‘바람’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다. 그것도 ‘도솔천을 다녀 온 바람’을…. 이 말을 듣고 주위에선 ‘꿈 깨라’ 하지만 난 욕심이라도 꼭 하고 싶다.”

 

 

헐~. 도솔천을 다녀온 바람은 어떤 바람일까?

전생, 어느 시점에 잠시 머물렀을지도 모를 도솔천이지만, 현생에선 기억할 수 없는 도솔천이기에, 알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꿈이 있다면 뭔들 못하겠습니까. 미래는 이렇듯 꿈꾸는 자의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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