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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사람이 어디 갈 데가 있어야지”
밋밋하던 탕 속 물, 점점 뜨거워지고!

동네 목욕탕의 남탕. 평일 오후라 썰렁하다. 아무도 없다. 혼자 전세 낸 느낌이다. 다른 때에도 그러나?

탕 안의 물은 뜨겁지 않고 밋밋하다. 탕 안에 앉으려다 샤워기로 간다. 면도를 하고, 머리를 감는다. 불가마에서 땀을 뺀다. 유리 사이로 벌거숭이 한 사람이 들어온다. 그가 반갑다. 뜨거운 물 틀기가 미안했었다.

그가 먼저 뜨거운 물을 받고 톼리를 튼다. 땀을 씻어낸 후 탕 속에 앉았다. 좀 더 뜨거웠으면 싶다. 먼저 앉은 그도 콸콸 쏟아지는 물 받기가 미안했나 보다. 한 사람이 더 들어온다. 이제 안심이 되는지 그가 뜨거운 물을 더 받는다.

“어, 시원하다!”

그의 소리가 목욕탕 천장에 부딪쳤다 떨어진다. 천정에 붙은 물방울과 함께. 어릴 때 그랬었다. “뜨거워 죽겠는데, 왜 어른들은 시원하다 하지?” 지금은 뜨거움의 시원함을 안다. 그 시원함이 정겨울 나이다.

동네 목욕탕.


“노는 사람이 어디 갈 데가 있어야지!”

때밀이 기계로 다가간다. 언제나처럼 뜨거운 물을 끼얹은 다음 의자에 걸터앉는다. 머리로는 ‘저번에 너무 빡빡 밀어 쓰라렸지? 이번에는 살짝 밀어야지’ 생각한다. 그러나 막상 앉고 나면 빡빡 밀어야 개운하다. 그렇지 않으면 안한 것 같은 느낌이다.

두 사람은 무신경한 표정이다. 동네 목욕탕은 이래서 좋다. 어떤 자세로 때를 밀든 상관하지 않으니까. 덕분에 등과 몸통에 낀 때를 한꺼번에 빡빡 민다.

샤워기 앞에서 비누칠을 하는데 한 사람이 더 들어온다. 그가 옆에서 비누 거품을 씻어내는 사람을 살핀다. 아는 사람인가 보다. 아무런 낌새가 없자 반대편으로 향한다. 목욕탕 기사 하나 건지려면 말들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생전 모르는 사람에게 뻘쭘하게 다가가 이것저것 물을 만큼 넉살이 좋은 것도 아니다. 기사거릴 포기한다.

비누 거품을 씻어낸 사람, 불가마 쪽으로 가다 말고 “왔어?” 말을 건넨다. 옳다 커니 싶다. 기사거리로 다시 회생하는지, 기대 반 우려 반.

“평일 날, 왜 목욕탕에 있대. 일 안하고?”
“일이 없어 놀아. 노는 사람이 어디 갈 데가 있어야지. 목욕탕이라도 와야지 안 그러면 심심해 못살아. 목욕탕은 시간 보내기도 좋거든.”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쾌재를 부른다. 낚시대를 드리운 것도 아닌데 ‘제대로 물었다’는 생각. 이제 기사거리로 낚아채기만 하면 된다.

“노는 사람이 늘어 손님이 좀 더 늘었지?”

옷을 입는다. 이제 계산대에서 평소 손님이 어느 정도인지만 물으면 기사 하나는 건져 올리는 셈이다.

“요즘 손님 많아요?”
“오전에는 별론데 오후에는 좀 있어. 게다가 겨울이잖아.”

“겨울에는 손님이 많은가 보죠?”
“여름에는 시원해 집에서 샤워하고 마는데, 겨울에는 안 씻을 재간이 없거든.”

“요즘 경기하곤 상관없나요?”
“동네 목욕탕이라 별 영향은 없어. 가만 있자 노는 사람이 늘어 손님이 좀 더 늘었지?”

그러고 보니, 그동안 찡그리던 주인장 얼굴이 조금 펴졌다. 아무리 경기가 어렵다 해도 덕 보는 데가 꼭 있다더니 그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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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철의 알콩달콩 섬 이야기
각자의 인생사가 다 '섬'의 삶일 것입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알콩달콩 풀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때론 진짜 섬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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