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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아무 말 않니?”…“아무 말 안하겠어?”
“미술학원 다니고 싶어~. 엄마는 허락했는데~.”

 

 

 

 

 

 

 

 

 

“삼겹살 먹을래? 그 식당에서….”

 

 

아이들과 번개팅은 버스 안에서 보내는 늘 이런 문자메시지로 시작됩니다.

중학생인 딸과 아들 녀석과 대화가 줄어들다 보니 이야기를 하려면 이렇게라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과 점점 더 멀어질까봐 가까워지기 위한 아버지의 처절한 몸부림인 셈입니다.

 

 

아이들과 번개팅은 매번 아내가 없을 때 이뤄집니다.

아내의 부재 사유는 출장이나, 회의, 야근 등입니다. 아내가 있을 때에는 이야기가 얘들 엄마에게 집중되다 보니 아내가 없을 때 편법으로 삼겹살 데이트를 즐기는 겁니다. 그래야 아빠와 아이들 간 속 이야기가 술술 풀리니까.

 

 

“아빠, 나는 콜.”

 

 

딸이 즉각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묵묵부답. 마냥 기다릴 수만 없어, 아들이 없더라도 딸과 둘이서 삼겹살 파티를 결행하기로 했습니다. 다행이 아들과 뒤늦게 연락이 돼 셋이 모였습니다. 삼겹살 3인분 주문이 나가고 아이들이 재잘댑니다.

 

 

 

 

 

 

 

“집에서 아무 말 않니?”…“아무 말 안하겠어?”

 

 

“아빠, 나 미술학원 다니면 안 돼?”
“네가 받은 세배 돈으로 다녀라.”

 

 

딸이 애교 작전을 펼칩니다.

세배 돈이 이미 거덜 난 딸이 애교 작전을 펼칩니다. 딸의 애교 필살기에 마음이 풀립니다. 대신, “왜 미술학원을 다녀야 하는지, 아빠를 설득해 봐”라고 한 발 물러섰습니다. 딸의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데, 디자인을 하려면 그림을 잘 그려야 해.”

 

 

‘하는 거 봐서’란 대답을 내뱉으려다 다시 주워 삼킵니다. 딸이 무안할까봐. 그렇지만 쉽게 허락하면 교육 효과가 떨어질 거란 걸 알기에 뜸을 들입니다. 그러는 사이, 주문했던 녹차가루를 품은 삼겹살이 나왔습니다. 주인장, 웃으며 대견하다는 듯, 한 마디 건넵니다.

 

 

“또 딸이 삼겹살 구울 거지? 딸을 참 잘 키웠어요.”

 

 

딸이 삼겹살과 마늘, 양파, 버섯 등을 차례로 불판에 올립니다.

그런데 딸 잘 키웠다는 말 처음 듣습니다. 방학과 동시에 염색하는 딸. 자기가 입고 싶은 요상한(?) 옷은 기필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고 마는 딸.

 

그래선지, 딸은 자칭 친구 사이에서 패셔니스트로 불린답니다. 이상 망측한 옷을 입는 딸에게 친구들이 그런다더군요.

 

 

“그런 옷 입어도 집에서 아무 말 않니?”
“아무 말 안하겠어? 그냥 입는 거지.”

 

 

 

 

 

 

 

“미술학원 다니고 싶어~. 엄마는 허락했는데~~~.”

 

 

 

딸은 삽겹살 육즙이 베어 나오자 뒤집습니다.

고기가 익자 가위로 먹기 좋게 자릅니다. 딸이 “아빠, 이제 먹어”라며 삼겹살을 앞 접시에 놓습니다. 이럴 때 행복감에 흠뻑 빠집니다. 딸 키우는 재미가 이런 건지….

 

딸이 구운 삼겹살 맛은 역시 세계 최고입니다. 이 틈을 타 원하는 대답을 아직 못 들은 딸 필살기를 드러냅니다.

 

 

“아빠~, 나 미술학원 다니고 싶어~. 엄마는 허락했는데~~~.”

 

 

삼겹살을 후다닥 해치운 후, 주문한 소갈비를 올리면서 딸은 또 애교입니다.

대답 대신, 허허 웃으며 “엄마 회의 끝났으면 여기로 오라고 해라”라며 딴청을 부렸습니다. 엄마가 전화를 받지 않는답니다. 아내에게 장난성 돌직구 문자를 날렸습니다.

 

 

“삽겹살 계산은 자네가 와서 하시게.”
“허걱.”

 

 

‘알았어요’ 혹은 ‘회의가 아직 안 끝나 못가요’란 문자를 내심 기다렸는데, 아내는 “허걱”이란 단어를 끄집어냈습니다. ‘살다 살다 별꼴 다 보겠다’는 줄임말임을 압니다. 또한 이 단어 속에는 ‘알겠어요’란 의미가 포함되어 있음을 본능적으로 감지합니다.

 

그러지 못할 상황이라면 ‘안 돼요’라고 단칼에 잘랐을 게 뻔합니다. 아빠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기 값은 밥만 먹은 아내가 계산했습니다. 이런 아내가, 고기 굽고 애교 피우던 딸이 고마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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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철의 알콩달콩 섬 이야기
각자의 인생사가 다 '섬'의 삶일 것입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알콩달콩 풀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때론 진짜 섬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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