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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주전자는 왜 그리 찌그러졌을까?

“막걸리가 왜 이리 싱겁다냐?”
[아버지의 자화상 5]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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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아버지라 부르지 않고 ‘아부지’라 부르면 구수함이 느껴집니다.

언젠가 한 지인은 “아들이 다섯 살 때부터 ‘아부지’로 불러라 했다.”더군요. 그 후 “어린 아들이 아부지하고 부르면, 주위 사람들은 콩알만한 녀석이 ‘아빠’라 안 부르고, ‘아부지’한다며 신기한 얼굴로 쳐다본다.”고 하더군요.

왜 아부지로 불러라 했을까? 그는 “아버지보다 아부지가 구수한 맛이 나서 그랬다.”합니다. 그래, 그의 아들에게 “아부지라 부르는 것 보다 아빠가 좋지 않아?”했더니 “아뇨. 아부지가 훨씬 좋아요!”합니다. 부전자전입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비슷한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가 다섯 살 때였습니다. 아들이 다가와 “아빠”라 부르지 않고 “아버지” 하고 지긋이 부르는 거였습니다. 그게 싫진 않았지만 한편으론 어쩐지 부자연스러워 적잖이 당황했었습니다. 세월이 많이 바뀐 탓이겠지요.

막걸리를 야금야금 마셔 앙증맞게 술 취한 아이

어찌됐건, 구수한 아버지를 회상하면 막걸리가 빠질 수 없습니다. 막걸리와 관련된 추억의 한 자락에는 앙증맞게 술 취한 아이가 자리합니다.

지금은 아이들에게 술ㆍ담배를 팔지 못하게 해 이런 심부름 자체가 없어졌지만, 우리가 자랄 때 막걸리 심부름은 응당 아이들 몫이었지요.

양은 주전자를 들고 술도가나 가게에서 외상술을 받아 들고 오던 아이. 집에 가던 중 몰래 막걸리 주전자 주댕이를 입에 넣고 한 모금 마시던 아이. 목구멍을 술술 넘어가던 막걸리의 달짝지근한 맛에 한 모금 한 모금 야금야금 마시던 아이.

이로 인해 어느 새 단풍처럼 빨갛게 물든 코끝. 그리고 발그레한 볼. 자기도 모르게 혀 꼬부라진 말을 하던 아이. 아부지들은 이런 아이를 보면서도 “허허, 이놈~”하고 웃고 말았지요.

간혹 어린 심부름꾼이 집으로 가면서 홀짝홀짝 마신 탓에 막걸리 양이 줄면 지레 겁을 집어먹었지요. 하여, 물로 채워 양을 맞춘 ‘물 반 막걸리 반’인 주전자를 내려놓았지요. 그래도 아부지들은 “막걸리가 왜 이리 싱겁다냐?”하시며 모르는 척 단숨에 들이키곤 하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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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그러진 양은 막걸리 주전자는 ‘정겨움의 표식’

왜 그리 막걸리 주전자는 다들 그렇게 찌그러졌는지…. 분명 처음에는 반듯한 주전자였을 텐데 하나같이 찌그러진 아부지의 손 때 묻은 양은 주전자들. 예전에는 이런 주전자가 정겨움의 표식이었지요.

간혹 아부지들이 막걸리 심부름 길에 과자 값을 얹어주면, 길 가다 동전 주은 것처럼 횡재한 기분으로, 한걸음에 술도가로 달려갔던 기억. 좋은 기분에 찰랑이는 주전자를 총총걸음으로 급히 들고 오다, 줄줄 샌 막걸리로 인해 양이 줄어 머쓱했지요.

또 아이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는 막걸리로 인해 코가 삐뚤어진 아부지를 보며 “나는 크면 술 절대 안 묵어야지” 다짐했지요. 그러다 손을 집어넣거나 침을 넣는 심술을 부려도 아부지들은 “왜 이리 막걸리가 달다냐?” 했었지요.
                                            
이런 기억들은 훗날 아부지를 그리는 소중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옛날 막걸리 주전자를 들고 다니던 꼬마들은 어느 새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우리 세대는 막걸리를 보면 아부지를 떠올리는 공통의 추억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공동의 추억은 무엇이 있을까?

때때로 우리와 비교해 ‘현재 커가는 아이들은 어떤 공동의 추억이 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의 자녀들은 무엇을 보면 아버지와 함께했던 추억을 떠올릴까?’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물론 개개인이 따로따로 갖는 아버지와의 추억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들에겐 딱히 꼬집을만한 공동의 추억은 없을 듯합니다. 굳이 꼽으라면 2002 월드컵 정도랄까요.

그러나 이보다는 컴퓨터 하는 아이. 죽어라 공부하는 아이. 학원가는 아이만 있는 것 같습니다. 이도 모자라 외국으로 유학 가는 아이도 점점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하여, 우리 자녀들도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될 만한 ‘공동의 아버지 상’이 몇 개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더 늦기 전에 세대 간의 고민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오늘 따라 어째 아이들이 가엽게 느껴집니다. 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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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를 뚤고 자라는 소나무처럼 인생 속에서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필요할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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