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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주면 좋을 걸…
어른과 아이를 차별했던, 면도의 추억

 

 

 

 

 

 

 

민족의 대 명절 설입니다. 올 한해 즐거움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명절에 빠지지 않는 게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이발입니다.

여기에 얽힌 추억이 많습니다. 부모님은 명절이 다가오면 꼭 이발을 시켰습니다. 조상들과 동네 어르신께 절을 하고 제사를 지내려면 머리가 단정해야 한다는 이유였습니다.

 

 

어릴 적, 명절이면 이발소에 가면서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지금처럼 미장원이 널렸다면 모를까, 그 시절에는 미장원이 없었을 뿐 아니라, 이발소도 마을에 한 두 개가 전부였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이발소에 “손님이 적었으면…”하는 바람이 컸습니다.

 

 

하지만 명절 때면 이발소에는 언제나 사람이 바글바글했습니다.

이발사가 밥 먹을 시간도 아껴야 했으니깐. 소위 말하는 이발소의 ‘대목’이었습니다. 아이부터 아버지, 할아버지까지 순번을 정해 자리에 앉아 순서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시끌시끌. 이럴 때 어른들 했던 말이 있었습니다.

 

 

“너희들은 미리미리 머릴 깎아야지, 뭐하다 이제 깎냐?”

 

 

대답을 바라는 질문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한 번 씩 웃으면 되었습니다. 순서를 지루하게 기다려야 하는 원망(?)이었습니다. 어쨌거나 순서를 기다리는 지루함이란…. 지루한 시간을 달래는 방법은 과자를 사먹거나 만화책을 보는 것뿐이었습니다.

 

 

간혹, 놀다가 오는 때에는 순서가 한참 뒤로 밀렸습니다.

불만이 찰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린 마음에도 ‘이발소 아저씨는 손님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주면 좋을 걸, 뭐 하러 좁은 이발소에 이 많은 사람을 잡아두는지’에 대한 불만이었습니다. 순번이 가까워지면 이런 불만도 사라졌습니다.

 

 

이때의 추억은 어른이 된 후에는 한 달 전 쯤 머리를 손질하는 지혜로 돌아왔습니다. 명절이 가까워 머릴 깎는 건 촌스러운, 혹은 준비성 없는 일로 비춰졌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차례가 되면 의자 양쪽에 판자를 대고 그 위에 앉았습니다. 이 때 빨리 커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이발사 아저씨는 요즘처럼 “어떻게 잘라 줄까?”란 물음도 없었습니다. 수년 간 쌓인 실력이 여지없이 발휘되었습니다.

 

 

 

 

 

머리를 자른 후, 면도의 기억도 아직까지 뚜렷합니다.

 

먼저 솔에 비누를 묻혀 거품을 냅니다. 얼굴과 목 뒤에 비누를 쓱싹쓱싹 문지릅니다. 그게 어릴 대에는 왜 그리 간지럽게 느껴졌는지…. 어른과 아이의 차이를 확실히 구분하는 사건은 그 뒤에 나타났습니다.

 

 

어른들은 어깨에 종이 등을 얹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필요 없었습니다. 어른들은 면도 찌꺼기와 비누거품을 종이에 닦는데 반해 아이들은 머리에 쓱 문댔습니다. 어릴 때 이게 정말 싫었습니다. 아이들도 손님인데 제대로 된 손님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땐 왜 그랬는지,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납니다.

 

 

머리 감을 땐 어땠습니까.

 

손이 큰, 힘이 쌘 아저씨의 투박한 손길로 비누를 칠하고, 머릴 빡빡 문지를 때면 아파 어깨를 움츠려야 했습니다. 어쩌다 아주머니가 머릴 감겨줄 때면, 부드러운 손길에 대해 횡재한 기분까지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잔머리를 손질할 때는 온몸에 상쾌함 가득했습니다.

 

 

“우리 아들 잘생겼다.”

 

 

머리를 자르고, 짠 나타나면 웃음보따리를 얼굴에 듬뿍 짊어진 어머니께서 했던 말입니다. 당시 그 말에 어깨를 들썩였습니다. 아주 기분 좋은 말이었으니까. 어릴 적, 명절 때 이발소의 모습이 아직까지 머릿속에 뚜렷이 남아 있습니다. 이런 정겨움은 다 어딜 갔는지….

 

 

하여튼, 올 해에도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복 많이 받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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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철의 알콩달콩 섬 이야기
각자의 인생사가 다 '섬'의 삶일 것입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알콩달콩 풀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때론 진짜 섬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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