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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팔려고 내 놨어! 연락은 올까?

소작 어부를 ‘선주’로 만들어줬던 배(船)
[꽃섬, 하화도 3] 아쉬운 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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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시 화정면 '아래 꽃섬' 화화도 선창 풍경.

“배를 팔려고 내 놔써.”

‘아래 꽃섬’, 김중재(69) 어촌계장의 설명입니다. 정작 배 주인인 임중선(79) 할아버지는 그저 조용히 문어 통발 그물 손질에만 열중입니다.

객선이 닿는 부두에서 몇 사람이 낚시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선창에선 그물을 씻고 있습니다. 정자나무 그늘 아래에서도 몇 사람이 그물을 수선하는 중입니다. 그 누구도 입을 열어 말하려 들지 않습니다.

이게 오히려 한가로운 꽃섬 풍경을 더욱 여유롭게 합니다. 예상치 못했던 여유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쉴새없이, 끊임없이 입을 놀려야 했던 육지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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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

“이십 년 넘게 움직이던 밴데. 허리도 꼬부라지고, 움직이기도 힘드러 배를 움직일 수가 이써야지. 고기 잡아 아그들 갤치고 먹고 살고 그랬는디….”

어쩔 수 없이 시장에 내놓아야 했던 사정을 주인 대신 말하는 김중재 어촌계장의 설명이 허공에 날리다 제풀에 꺾여 혼자 사르르르 흩어집니다. 활짝 피어난 꽃이 한 잎 한 잎 떨어지는 것처럼.
 
“할아버지, 배는 왜 내놓으셨어요?”
“…”

여든을 코앞에 둔 임중선 할아버지 입술을 앙다물고 있습니다. 손을 더욱 바삐 움직여 그물을 수선할 뿐입니다. 말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임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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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중선 할아버지 답변을 피합니다.

소작 어부를 자작 어부인 선주로 만들어 준 ‘배’

남의 배를 타면서 놉을 받고 살아야 했던 설움(?)을 한방에 날려 버린 배였습니다. 비록 작은 배일지언정 자신을 선주(船主)로 만들어준 배였습니다. 어장 수입을 혼자 마음대로 아이들 키우는데 쓸 수 있게끔 만들어 준 배였습니다.
 
‘소작 어부’의 간절한 소망인 ‘자작 어부’의 꿈을 이뤄준 너무나도 고마운 배였을 것입니다. 주위에서 돈을 구해 잔금을 치루고 배를 차지하던 날의 기분을 이해할 것 같습니다.

아마, 서울에서 사글세ㆍ전세로 이곳저곳을 떠돌다가 잔금을 치른 본인 명의의 아파트를 장만한 기분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못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자신 소유의 아파트에서 첫날 처음으로 잠을 자는데도 잠은 오지 않고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이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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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리믄 뭐해, 필요헌 사람이 써야제!”

마침 배를 사겠다는 사람이 배 상태를 보러 왔습니다. 임중선 할아버지 막상 배를 보러오자 더욱 서운함이 밀려듭니다. 배를 보여줘야 하는데도 아직까지 뭉그적거립니다. 그물수선 때 부지런히 손을 놀리던 바지런한 모습은 오간데 없고, 굼뜬 중늙은이 모습만 남았습니다.

“얼마에 내놓았대요?”
“이십만 원.”

“엥. 얼마요?”
“이십만 원이면 완전 꽁짜백이여! 고물 갑또 이것 이상인디. 기계도 아직 멀쩡허고. 놀리믄 뭐해, 필요헌 사람이 써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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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사러 온 사람이 먼저 배를 살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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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배에 오른 임중선 할아버지 기계를 돌립니다.

할아버지 나 아직 팔팔하지?

할아버지 한시라도 더 곁에 두고 싶은 마음에 여전히 느그적 거립니다. 배의 벗겨진 페인트에서 그동안 일손을 놓았던 흔적을 엿봅니다. 할아버지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배보러 온 사람이 먼저 배에 오릅니다.

그는 당당하게 저승사자처럼 눈을 치뜨고 닻과 기계실 등을 둘러봅니다. 뒤늦게 배에 오른 임중선 할아버지 기관실을 열어 시동을 겁니다. “텍텍텍텍~, 테르르르~” 기계소리가 그만 맥없이 꺼지고 말았습니다.

‘아니 이놈이 왜 근다냐? 야, 힘내!’

할아버지의 속마음을 알았는지 배는 힘찬 엔진 음을 내고 있습니다. 꼭 ‘할아버지 나 아직 팔팔하지’ 하는 것 같습니다. 그는 배를 둘러보고 총총히 배를 몰아 사라집니다.

“어찌 됐대요?”
“연락헌다고 기다리라 했다능구먼. 연락이나 올란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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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사러 온 사람은 연락을 기다리라는 소릴 남기고 건너 윗 꽃섬으로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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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철의 알콩달콩 섬 이야기
각자의 인생사가 다 '섬'의 삶일 것입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알콩달콩 풀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때론 진짜 섬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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