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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콩달콩 가족 이야기/일상

부녀지간 데이트? 딸과 아빠의 정겨운 ‘문자’

"아빠 얼마 있으신지요? 쇤네는 지금…."

딸 배신하고 지인에게 간 아빠, “밥은 먹어라”

 

어제 저녁, 버스로 퇴근하는 길에 문자 메시지 신호가 울렸습니다.

누굴까? 봤더니, 사랑스런 중학교 2학년 딸의 문자였습니다. ‘딸이 또 원하는 게 뭘까?’ 싶었지요. 바로 확인에 들어갔습니다. 

“아빠미야, 얼마 있으센지요…. 쇤네는 지금 이천 원이 있는데 몽쉘 박스 채로 된 거 사 오신다면 이천 원을 바치겠사옵니다만….” 

 이천 원을 바치겠다니 헐이었습니다. 문자를 읽으면서 ‘오호라~’ 쾌재를 불렀습니다. 젊은 친구들이 핸드폰만 들여다 보고 열심히 문자 찍는 게 이해되더군요.

하기야, 무료한 버스 앉아서 멍 때린들 뭐하겠어요. 문자라도 날려야죠. 그렇잖아도 “문자 씹는다”고 원성이 자자하던 차에 잘 됐다 싶었지요. 

“몽쉘이 어떻게 생긴 과자래? 마트서 말만하면 되는 거임?” 

 문자 날린 후 답신을 기대하며 핸드폰을 쥐고 있었지요. 다행이 딸은 문자를 씹지 않더군요. 웃음을 머금고 딸의 반응을 살폈습니다. 

“아마도 그럴 듯싶사옵니다만….” 

오호라, 그래 요럴 때 딸에게 까먹은 아빠 점수를 따야지 했습니다. 안경 끼고 봐봐야 침침한 눈이기에 안경을 이마 위로 걷어 올리고, 옆에 앉은 사람 못 보게 각도를 빗겨 열심히 문자를 찍었습니다. 

“또 다른 거, 먹고 싶은 거는 없는 거임?”
“콜라입니다. 아버님!”

 

 

헉. 문자를 곱씹으면서 ‘콜라라니, 이것만은 아니 되옵니다’ 했지요. 버스에서 내려 딸이 요구하는 걸 사다보니, 삼겹살과 상추, 옥수수를 덩달아 샀지요.그런데 웬걸, 같이 먹고 싶은 지인이 떠오르더군요. 전화를 돌렸습니다.

“삼겹살 구워 먹으려 하는데 식사 전이면 저희 집에 오세요?”
“지금 막 아들하고 둘이서 매운탕 끓여 먹고 있는데 어떡하나.”

 매운탕 소리에 갑자기 입맛이 돌더군요. 침을 삼키며 내친김에 한 발 더 나갔죠.

“그만 드시고, 아들하고 저희 집에 오라니까요. 아내는 공부하러 갔고, 아들은 학원에 가고 없어 딸하고 둘이 삼겹살 먹을 텐데 빨리 오삼.”
“그라지 말고, 니가 와라, 마~.”

 삐~릭 삐~릭, 딸에게 전화를 잽싸게 했습니다. 

“과자 샀으니까, 빨리 내려와 가져 가.”
“아빠, 어디 가?”

 거두절미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가게에서 샀던 걸 딸에게 내밀고, 딸에게 배신 때리고 지인 집으로 갔지요. 그래도 아빠랍시고 딸이 걱정 되더군요. 전화 걸어 “밥은 꼭 먹어라” 했지요.

그리곤 지인 부자와 맛있게 삼겹살 구워 먹었다는…. 이쯤 되면 철없는 아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