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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콩달콩 가족 이야기/부부

부부간 취미, 굳이 고상할 필요가 있을까

여드름 짜기가 한 취미인 아내, “난 귀찮아”
부부지간 행복 전도사, 뾰루지 짜기 ‘실랑이’

취미는 고상한 것만 있는 게 아니더군요. 아내가 즐기는 주요 취미 중 하나가 ‘여드름 짜기’입니다.

군대에서 동기 중 한 명이 이런 취미를 가진 터라 성질은 충분히 알지요. 여드름이 보이기만 하면 달라붙어 기필코 짜야 직성이 풀린다는 것. 안 되면 볼펜 꼭지로 눌러 피를 봐야 직성이 풀린다는 것.

결혼 전, 아내가 여드름 짜기 취미가 있다는 걸 어찌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글쎄, 지난 일요일 산행 중 잠시 바위에 앉아 쉬는 틈에도 여드름이 있다고 달려들지 뭡니까. 경치가 그만인데도 감상하다 말고, ‘허허~’ 하고 얼굴을 내밀면서 혀를 내두르고 말았지요.

딸 아이, 그걸 보더니 “엄마는 산에 와서도 아빠 여드름 짜세요!”하고 귀여운 투정이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등산에서의 휴식 중 여드름이 있다며 짜는 아내입니다.

아내의 뾰루지 짜기, 철벽 원천봉쇄 중

아내의 취미생활은 잠자리에서도 계속됩니다. 배 옆구리 쪽에 여드름 비슷한 뾰루지가 하나 있습니다. 손으로 만지면 까칠하니 손에 잡히나 봐요. 이를 두고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여보, 소원이야. 제발 좀 짜자.”
“안 된다니까. 이런데 있는 건 얼마나 아프다고.”

“안 아프게 짤게.”
“됐거덩~. 귀찮게 왜 그래?”

옷을 들추고 달려들지만 어디 될 법이나 합니까? 아내는 기세는 하늘을 찌릅니다. 하지만 철벽으로 원천봉쇄 중입니다.

뾰루지 짜기 실랑이는 부부의 행복 전도사

실랑이가 한창일 때에는 동화 <혹부리 영감> 생각이 납니다. 혹 떼려다가 혹 붙이는 게 아닐까 싶지요. 버티기가 유효했던지, 우리 부부는 아직까지 뾰루지를 둘러싸고 몇 년 째 치열한(?) 실랑이 중입니다.

하지만 즐거운 실랑이입니다. 잠자리에서 매번 까르르 웃음이 터지니까요. 어찌 보면 이 실랑이는 우리 부부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행복 전도사입니다. 이것 아니면 짜겠다는데, 취미생활 한다는데 굳이 버틸 이유가 없지요.

부부라면, 다들 이런 어설프고 희한한 연결고리 하나쯤 있겠지요? 없을 경우, 하나쯤 가진다면 원만한 부부관계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꼭 폼 나는 취미(?)여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