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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노무현, 그와 이야기하며 오솔길 걷다
노무현, DJ와 정토원에서 다정한 친구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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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노무현을 만나러 사저가 있는 김해 봉하 마을에 갔었습니다. 봉하에 도착한 다음, 마음 속 문을 열어 가슴에 간직했던 그를 내려놓았습니다. 그제야 배시시 웃더군요. 생전에 보여줬던 그 웃음이었습니다.

그 바보 노무현과 함께 그가 거닐었던 오솔길을 걸었습니다. 그가 묻더군요.

‘요즘 살기 어때요?’

바보 노무현다운 물음에 당황되더군요. 잠시 망설였습니다. 그의 서거 1주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금, 진솔한 대답이 그의 넋을 위로할 것 같더군요.

‘사는 게 다 그렇지 않은가. 혼돈의 시대다. 당신 영정이 광화문에 뒹굴었던 건 봐서 알 테고. DJ는 만났을 테고. 군함이 침몰해 당신의 소중한 백성이 죽었는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고. 겁 없이 당신에게 대들었던 검사들은 한 기업가의 이실직고로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이고…. 서민들은 당신의 백성으로 있을 때보다 빡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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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 바위.


‘움켜쥐지 않고 버리면 홀가분해 진다’

그의 기습 질문(?) 덕분에 저도 그에게 궁금했던 점을 물을 수 있었습니다. 하여, 그와 함께 걸으면서 마음속으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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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원 입구.

‘이승의 짐을 벗고 난 기분은 어떤가?’
‘기분은 그 사람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향한다. 움켜쥐지 않고 하나하나 버리면 오히려 홀가분하다.’

‘저 세상에서도 대한민국 대통령 예우를 해주던가?’
‘부자가 천당 가기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하지 않던가. 여기는 내가 그토록 바랐던 평등세상이라 예우 같은 건 없다. 예우는 짐일 뿐이다.’

‘저 세상과 이 세상 중 어디가 더 좋던가?’
‘처한 환경과 여건이 달라 어디가 좋다고 말할 수 없다. 삶은 ‘공수레 공수거’. 다만, 척지지 말고 남에게 해코지하지 말라. 자기가 뿌린 만큼 거두는 게 천지간의 이치. 욕심 부리지 말고, 매사에 최선을 다해 내 몫까지 살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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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와 바보 노무현이 친구되어 법당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 마음속에서 살아있는 것만으로 넉넉하다’

‘불교 경전에 환생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다시 환생할 생각은 있는가?’
‘살아생전 그토록 노력했건만 덕이 많이 부족하다. 어떻게 욕심 부리겠는가. 그래도 언감생심이다. 사람들 마음속에서 살아있는 것만으로 넉넉하다. 그 자체가 환생 아닐까?’

‘당신은 이 산책로가 마음에 들었는가?’
‘당시 나는 가슴을 까 보일 수도 없었고, 나를 안아줄 도량도 없었다. 그래선지 이 산책로는 내 가슴의 답답함을 벗어던질 유일한 친구였고 탈출구였다. 역시 자연은 모든 걸 보듬어주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다.’

어느 덧 부엉이 바위에 당도했습니다. 그날따라, 부엉이가 구슬피 울었다지요? 정토원 법당에는 바보 노무현과 DJ가 나란히 자리 잡고 앉아 있었습니다. 현세에서 대통령의 길을 걸었던 그들은 정토원에서 다정한 친구가 되어 있었습니다.

‘당신과 DJ 영정이 같이 있는 걸 보니 어떤 생각이 드는가?’
‘내가 좀 더 잘생기지 않았나? DJ와 함께 있는 자체가 내겐 영광이다. 사실 정치를 그에게 배웠다. 야합을 하지 말라는 가르침이 컸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것. 그게 최선의 삶인 것 같다. 그러나 사람들은 귀가 얇아 행동이 경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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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노무현이 걸었던 그 길에는 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아마 지난해 그도 봤을 것입니다.


‘진시황 만나면 아방궁 비유 기분 물어볼 생각’

‘몇몇 언론이 당신 사저를 아방궁이라 하던데 혹 여기에 대해 할 말 없는가?’
‘그건 그들 자유다. 그들 배움이 짧아 그렇게 표현한 걸 내가 뭐라 하겠는가. 아직 못 만나 못 물어봤는데 진시황 만나면 ‘내 집을 당신의 아방궁에 비유했던데 기분이 어떤가?’ 물어볼 생각이다. 고거 재밌을 것 같지 않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색만큼 좋은 게 없다. 또 내가 산책하던 길들은 대리석으로 깔 생각 말고, 자연 그대로 두라. 그게 나를 위하는 길이요, 자연과 함께하는 길이다. 모두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내려오는 길에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그게 부엉이 울음인지 사자 울음인지 따지지 않았습니다. 그저 들리는 소리가 좋았습니다. 그러면서 혹, ‘바보 노무현’이 웃는 소리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만 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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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즐겨 걸었을 사색의 숲에는 고요와 정적만이 맴돌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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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을이두 얼마 전 다녀왔습니다.
    갈수록 생각나는 분입니다.

    2010.04.28 09:42 신고
  2. 그린레이크   수정/삭제   댓글쓰기

    꼭한번 다녀 오고싶은곳이 이곳이랍니다...
    이분영정에 꽃한송이 받치는게 제 또 하나의 바램인데 쉽지않네요..

    2010.04.28 10:14
  3. Favicon of https://flypo.tistory.com BlogIcon 날아라뽀   수정/삭제   댓글쓰기

    벌써 1주기 군요.. 저도 꼭 한번 다녀오고 싶네요.

    2010.04.28 12:1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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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인생사가 다 '섬'의 삶일 것입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알콩달콩 풀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때론 진짜 섬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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