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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후] “선거 안한 놈 패줬어”
성질머리도 참, 한편으론 시원하다

어제 밤, 늦게 온 한통의 전화.

“술 한 잔해, 생각나서 전화했어.”
“그래? 잘 했어. 그렇잖아도 궁금했는데….”
“나, 경찰서에 갔다 왔어.”

인천이 고향인 지인은 지금 강원도에서 살고 있다. 울컥한 마음 달래려 술 한 잔 하다 전화한 게 틀림없다. 그를 경찰서까지 가게 한 이유가 대체 뭘까?

“한 놈 쥐어박았어.”
“왜~ 에 에?”
“선거도 안한 놈이 정치가 이러쿵저러쿵 하잖아. 자기 할 건 하고 비판해야지 권리도 행사 않은 놈이 가타부타 이야기할 자격이나 되나? 그래서 미워 두들겨 패줬어. 정신 차리라고. 이놈의 성질머리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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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럽더라도 자기 권리는 하고 비판해야지?

엥? 무슨 소리? 낮에 사람들과 선거 이야기를 하다 50%에도 미치지 않은 저조한 투표율이 화제에 올랐다. “더러운 정치와 정치인들이 나라 버린다고 비판하는 사람들 마음 이해한다. 나도 동의하니까. 그러나 자기의 권리는 해야지.”라는데 했었다.

또 투표용지 ‘적극적 거부’를 표시할 수 있는 기권란을 신설해 투표 기권을 방지하자는 의견에 무척 공감했었다. 왜? 그 놈이 그놈, 찍을 놈이 없어서.

그렇다고 40대 중반인 사람이 경찰서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한편으론 지인의 행동에 속이 시원할 지경이다. 사람 마음 참 얄궃다.

“하하하하. 선거 안했다고 두들겨 팼다? 자식 팼다고 때린 아비는 봤어도 선거 안했다고 팬 놈은 자네밖에 없을 거야. 친구답다. 경찰서에는 얼마나 있었는데?”
“12시간인가 있었어. 훈방으로 풀려났어. 조사받다 보니 경찰도 이해하데. 잘해주더라고.”
“나라도 이해하겠다.”

수천 억 원 빼돌린 사람도 한 나절, 지인도 12시간 조사. 그렇다면 보통 일은 아니다. 힘없고 빽 없는 놈들의 설움이겠지. 하지만 어디가 어그러져도 어그러졌지 싶다.

힘들어 죽겠는데 돈이 날아갔으니…

“고놈의 성질머리 하곤…. 합의는 어찌 봤어?”
“월급쟁이 뭔 돈이 있다고…. 3백만 원 물어줬어. 속이 아려.”

3백만 원? 어쩜, 적게 물어줬는지 모를 일. 우스개 소리로 이거 나라나 선관위가 물어줘야 할 거 아니나? 투표 안 한 놈 잘못이나? 안했다고 때린 놈 잘못이나? 지지리 궁상들의 모습이다. 선거 안한다고 뭐라 할 사람도 없는데. 3백만 원이면 선거 않고 외국 놀러 갔다 와도 되겠다.

“어이, 개 값 물어줬다 생각해.”
“야, 개 값은 20만 원이면 되는데 이건 3백만 원이야. 개 값보다 훨씬 비싸다고. 가뜩이나 살기 힘들어 죽겠는데 생각도 안한 돈이 날아갔으니 더 팍팍하겠지?”
“야, 그거 기사감이네. 기자들은 그런 거 안 쓰고 뭐하는지 몰라?”

팍팍한 서민들 마음이라도 시원하게, 가십거리라도 만들어야지 하는 심정으로 쓰면 좋겠다.

“이민이나 가야지. 나라꼴이 어찌 되려는지…. 여기서 아이들이나 제대로 키우겠어?”
“공감. 그런데 자네 받아 줄 나라가 있겠어? 그래도 우리나라니 봐 주는 거지. 돈 없겠다, 기술 없는 놈, 어느 나라가 받아준데?”
“월급쟁이 살기 팍팍한 세상이고 나라야. 도통 희망이 있어야지. 짐 싸 들고 이민 가기 전 날 전화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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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은 일찍 일어나야 하루해가 긴 거야

결국 이민 이야기다. 외국에는 뭐 숨겨 놨나들. 오렌지를 뭐라 했다더라? 지인 만나 술 한 잔 주거니 받거니, 마음 달래주고 싶다. 여수서 강원도는 멀어도 너무 멀다.

“어이, 집에는 언제 들어 갈 거야? 술 접고 집에 들어가서 시나 쓰지 그래?”
“어, 그럴까? 그래도 한 잔 해야지. 아내도 이해했는데.”

아침 일찍 지인에게 전화가 또 왔다.

“어이, 일어났어?”
“어, 일어났어. 해가 뜨네? 늦게까지 술 마시고 일찍 일어났네?”
“일찍 일어나야 하루해가 긴 거야. 또 열심히 살아야지!”

언제 그랬냐는 듯 힘을 내고 있다. 이게 서민이겠지. 깨지고 깨지고 깨져도 또 하루 군말 없이 살아가야 하는 서민. 그의 이른 전화에 흥이 나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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