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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잠?’ 혹은 ‘인생=바다?’
[범선타고 일본여행 17] 잠자리와 시조(詩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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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선에서의 사색.

여행은 먹거리도 먹거리지만 잠자리가 편해야 합니다. 쌓인 피로 푸는 데는 깊은 잠이 최고니까요. 잠자리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 유형을 살펴볼까요?

# 1. 누우면 눈꺼풀이 스르르 감기다.

범선타고 시작한 7박 8일의 일본 여행길. 피로 덕에, 누우면 ‘푹 자야지’ 할 새도 없이 눈꺼풀이 스르르 감겼습니다. 도둑이 훔쳐가도 모를 만치. 아마, 이렇게 잠들지 않았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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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선에서의 잠.

                     다 부르지 못한 노래

                 내가 나를 지우고 싶다
                 무력(無力)만을 즐겨온 나

                 이성(理性)을 갉아먹고도
                 부화 못한 너로 하여

                 그 숲속
                 헤매온 낮과 밤
                 허울도 벗기고 싶다

                 부질없이 쌓은 탑
                 그 오만도 다 지우고

                 죽어서도 피어나는
                 가슴 속에 물린 씨앗

                 지니고
                 떠난 어머니의
                 푸른 향낭이고 싶다

                                 - 시조시인 ‘송길자’ 님의 <다 부르지 못한 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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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에서 본 바다.

# 2. 파도에 흔들리는 게 요람 같다.

자느라, 출렁이는 배에서의 잠자리가 어떤지 느낄 새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기발하게 표현하신 분이 있었습니다. 조병기 신부. 정말 신부다운 말씀을 하십디다.

“배라서 잠자리가 불편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 파도에 출렁이는 것이 꼭 엄마가 아기 안아 흔들흔들 얼러 재우는 것처럼 포근하대. 배가 요람이야, 요람!”

‘어쩜 이리 아름다운 표현을 할 수 있을까?’ 감탄에 감탄을 합니다. 그러고 보니 배에서의 잠자리가 요람이었던 것 같더군요. 조 신부님의 표현에 대한 답가(答歌) 하나 읊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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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선의 밤.

                       배(船)

                 노 저어
                 건너가는
                 하루해는 바다인 거

                 뒤웅박 같은 내 배
                 휘말리는 높은 파도

                 뱃머리
                 돌리는 하늘가
                 떠오르는 저녁별

                                         - 시조시인 ‘송길자’ 님의 <배(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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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기 신부.


# 3. ‘불면의 밤’ - 멀미에 혼자 울다.

바뀐 잠자리로 힘든 사람은 죽을 맛이었을 겁니다. 여행 동안 힘들어 하신 분이 있었습니다.  이순애 문인화가(文人畵家). 그의 심정 들어 보실래요?

“출항하자마자 멀미에 시달렸어요. 첫날부터 막막한 여행길이 될까봐, 혼자 누워 울었어요. 눈물이 나오데요. 배가 정박한 후, 하루하루 지내다 보니 좋더라고요. 배려해 주는 사람도 생기고. 배려를 배운 것 같아요.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될 것 같구요!”

혹, 첫날 이런 심정 아니었을까? 이순애 화가께 ‘송길자’ 시조시인의 <불면의 밤>을 뒤늦은 선물로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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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애 화가.

                           불면의 밤

                 욕망을
                 불지르고
                 버텨온 자존도 헐고

                 한 가닥 양심 가책
                 촛불처럼 꺼진 날들

                 차라리
                 바다 깊숙이
                 수장되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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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바다는 두렵다. 왜? … 잔잔하지 않으면,

이제, 왔던 곳으로 되돌아 가야합니다. 함께했던 소설가 양원옥 님은 바다 여행에 대해 이렇게 평합니다.

“바다는 잔잔할 때는 괜찮은데 그렇지 않을 때는 두렵다. 사람이 물에서 태어났는데도. 상황이 언제 어떻게 될 줄 모른다. 육지 여행은 즐거운데 바다 여행은 그래서 두려운 것.”

잠이 내일을 지탱하는 힘이듯, 두려움의 경험도 새로운 용기가 되겠지요. 그래서 ‘여행=잠?’ 혹은 ‘인생=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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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원옥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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