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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몸 씻기며 사랑으로 눈물 흘렸을 터
“고생 죽어라 했는데 이제 아프면 안되지”

 

“말 안했는데 각시가 병원에 있어.”

가벼운 병인가 했지요. 그런데 지인 표정이 굳었더군요.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습니다.

“췌장암 같다고 정밀조사 하자네.”

지인 아내는 수년 전 죽을 고비를 넘겼지요. 이후로 지인은 아내를 위한 것이라면 무슨 일이든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랬는데 또 암이 의심스럽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지인 부부와 만나면 웃음(?)이 떠날 줄 몰랐습니다. 말이 웃음이지, 실상은 아내들이 대놓고 남편 흉보는 날이었지요. 각시들은 맞장구치며 신나게 웃는데, 서방들은 죽을 맛이었습니다.

아내들은 남편의 엉뚱한 행동들을 죄다 고해 받쳤지요. 그러면 남편은 옆에서 얼굴이 벌개 져 소주잔을 홀짝홀짝 들이켰지요. 어쨌든 아프다니 걱정입니다.

 

  

 “병 의심 징후는 없었어요?”
“3월부터 배가 살살 아프다 그러대. 그 땐 병원에 가 하고 말았지.”

“저도 ‘병원에 가’ 하는데,
그러면 안 되겠네요. 병원에선 뭐래요?”

“췌장암 가능 수치가 높데. 정밀검사 하자는데 서울 큰 병원으로 옮기려고.”

“결과가 잘 나와야 할 텐데, 별 일 없을 거예요.”
“못난 남편 만나 고생만 죽어라 했는데, 살만하니 아프면 안 되지. 최고 명의 붙여 각시 살려야지.”

독백처럼 말하는 지인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더군요. 지난 10일, 이 이야기를 듣고 병문안을 아직 가지 못했습니다.

어제 저녁에 부부가 병문안 갈 참이었지요.
그런데 어제 아침 8시경에 메일이 왔더군요.

“오늘 아침 병원 퇴원해 서울 가네.
내일 서울 ○○병원 전문의 진찰예정이야.”

헉, 아침에 서둘러 병원으로 갔습니다. 갔더니 퇴원수속 끝나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대요. 지인 아내 얼굴이 좀 상했대요. 지인은 아내와 집에 들렀다 서울로 간다더군요.

 

부부는 이런 사이지요.

 

 “빨리 서울 가서 안정을 취해야지 집은 뭐 하러 가요?”
“혹시 모르니, 집에 가서 각시 목욕도 좀 시키고, 물건도 좀 챙기려고.”

지인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데요. 결혼 후 고생한 아내를 깨끗하게 목욕시켜 데려가고 싶었나 봐요. 아내를 향한 남편의 애절한 사랑이 그대로 전해오대요.

아마, 지인은 아내 몸을 씻기면서 절절한 사랑으로 눈물 흘렸을 게 분명합니다.

어제 오후, 지인은 그의 아내와 함께 서울로 떠났습니다. 이동하는 내내 아무 일 없기를 빌고 또 빌었을 겁니다.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라지만 아무 일 없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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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철의 알콩달콩 섬 이야기
각자의 인생사가 다 '섬'의 삶일 것입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알콩달콩 풀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때론 진짜 섬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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