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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뜨거, 믿을 놈 하나도 없다?

“아빠는? 무슨 때가 있다고 그래요!”
[아버지의 자화상 9] 목욕


“앗, 따거. 아파요!”

아들과 목욕탕에서 등 미는 풍경입니다. 아들 놈 때 밀기도 쉽지 않습니다. 때 수건으로 박박 밀면 힘이 덜 들 텐데, 숫제 손으로 밀어달라니 힘이 들 밖에. 글쎄, 때 수건으로 밀면 아프다나요.

어린 시절 목욕은 명절이나 개학 전, 혹은 신체검사 전날 등 특정 시기에 이뤄지던 연례행사였습니다. 부엌에서 물을 데워 커다란 목간통에 찬물과 뜨거운 물을 적당히 섞은 후 들어앉아 때를 불렸지요. 겨드랑이며, 목을 밀 때는 왜 그리 간지러웠는지…. “아이, 간지러”하며 몸을 꼬면 때를 벗기던 부모님 등짝을 탁 치며 “뭐가 간지러?” 하셨지요.

목욕탕 생긴 이래, 남탕에서 어깨에 힘주는 사람은 거의 세 부류입니다. 근육 자랑하는 사람, 물건(?) 큰 사람, 아들과 같이 온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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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뜨거”…“시원하니 좋은데 왜 그래?”

어느 날, 지인을 만났습니다. 그는 혼자 온탕에 앉아 있었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근황을 물은 후의 침묵. 그 사이를 비집고,

“야, 탕에 들어와 때 불려라. 그래야 빡빡 잘 닦이지.”
“아빠, 물 안 뜨거워요?”

“어~~, 시원하다!”
“앗, 뜨거. 물이 너무 뜨겁잖아요.”

“시원하니 좋은데 왜 그래?”

지인, 대화를 듣더니 씨~익 미소 짓습니다. 아마, 뜨거워 죽겠는데 시원하다는 아비의 말에서 ‘믿을 놈 하나도 없다’는 우스개 소리가 생각났을 겁니다.

또 그의 표정에서 “부자지간에 목욕탕 같이 다니는 거 부럽다, 부러워!”를 읽습니다. 아들 낳아 ‘서로 등 밀어야지’ 하는 바람이 물거품이 된, 그런 부러움입니다.

하지만 그가 부럽습니다. 그가 혼자 때를 밀고 유유히 나갑니다. 저는 아들 녀석 몸 닦느라 죽을 지경인데. 그가 나간 후 또 다른 지인과 마주칩니다. 그는 둘이나 딸렸습니다. 웃음이 터집니다. 두 놈 씻기려면 엄청 힘들겠군! 저는 그나마 다행이지요.

“우리 아들도 이제 털이 났네!”

지난 토요일, 아들 녀석이 목욕탕 가자 조릅니다. 할 수 없지요. 세 명이 나란히 앉아 몸을 닦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큰 덩치라 ‘저 사람은 때 안 밀어도 되겠군’ 여겼는데, “야, 잘 닦았냐?”며 한 놈을 붙잡습니다. 부모에게 ‘자식은 아무리 커도 자식이다’더니 그런가 봅니다.

“야, 요거 봐라. 때를 빡빡 밀어라 했는데도 밀리잖아.”
“잘 밀었는데…”

그 아버지 때수건으로 시원하게 쭈~욱 쭉, 밉니다. ‘아파~’ 할 줄 알았는데 군소리가 없습니다. 힘 조절을 잘 한 것입니다. 다리를 밀던 아버지, 발로 생식기를 툭 건드리며 “우리 작은 아들도 이제 털이 났네!” 장난을 칩니다. 친함의 또 다른 방식이겠죠?

“야야, 저 좀 봐라. 때수건으로 빡빡 밀지. 우리도 때수건으로 빡빡 밀자?”
“안돼요. 때수건으로 밀면 아프다니까요. 우린 그냥 손으로 밀어요.”
“야, 손으로 밀면 얼마나 힘든지 아냐? 너도 밀어봐라, 얼마나 힘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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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무슨 때가 있다고 그래요!”

“야, 이놈의 때 좀 봐라. 거지가 아우님 아우님 하겠다. 요 때 보이지?”
“아뇨. 전 안 보이는데요. 때도 없구만, 무슨 때가 있다고 그래요 아빤!”

저 능청. 누굴 닮아 그러는지…. 피식 웃음이 샙니다. 버젓이 아들을 두고 때밀이 기계로 등을 밉니다. 언제 아빠 등 시원히 밀어줄까, 싶습니다. 그러나 자식은 어릴 때가 좋을 때라지요?

“아빠, 차가우니까 물 뿌리지 마세요.”

냉탕에 들어가는데 녀석이 선수를 칩니다. 에이, 찬물 뿌리는 재미를 막다니. 왠지 서운합니다. 대신 아들 손을 잡고 수영을 가르칩니다. “야! 발을 이리이리 저어야지…” 동네 목욕탕이라 가능한 그림입니다.

부자지간의 재미는 목욕 후에도 남아 있습니다. “아빠! 저 과자 하나 사주세요.” 하기 전, 아이 손을 잡아끌어 과자나 오뎅 먹는 재미 또한 솔찬합니다. 이럴 때 덧붙이는 말, “누나한텐 말하지 마라!” 부자지간의 이런 작은 비밀이 아이를 신나게 합니다. 제 아버지께서도 그러셨지요.

그런데 최근 팔순을 넘기신 아버지의 벗은 몸을 본적이 없습니다. 이참에 아버지와 아들과 함께 목욕탕에 가야겠습니다. 아버지의 굽은 등과 아들의 팔팔한 등을 밀면서 뭐 생각나는 게 있겠지요.

철이 들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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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철의 알콩달콩 섬 이야기
각자의 인생사가 다 '섬'의 삶일 것입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알콩달콩 풀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때론 진짜 섬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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