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는 못 될망정 전화하는 걸 잊다니…
어머니가 끓여 주시는 술국 때문에 끄떡없다?

아무래도 음주와 가무는 상관이 있나봐요.
술!!!
참, 술과 얽힌 추억도 탈도 많습니다. 그만큼 켜켜이 쌓인 정(情)도 많지요.
대기업 임원인 지인을 만났습니다. 그와 저녁을 먹으며 한 잔 술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그는 멋진 중년 신사가 되었더군요. 특히 허리를 둘러싸고 있던 뱃살을 쫙 뺀, 모습이 무척 부럽더군요. 하지만 뱃살 뺀 비결은 묻지 않았습니다. 지독하게 매달린 운동으로 뺐을 테니까.
대신 “중년의 현빈처럼 변했다”는 말로 뱃살을 뺀 노력을 축하했습니다. 저녁식사 후 2차로 노래를 부르러 갔지요. 아무래도 술과 가무는 상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술꾼이 웬일로 12시 전에 집에 들어 가냐?” 물었더니…
쿵짝쿵짝~, 리듬이 잊었던 흥을 자아내더군요. 뽕짝과 귀에 익은 7080 음률이 정겹대요.
놀다 보니, 어느 새 자정이 가까워졌습니다. 놀 땐, 시간이 어찌 그리 빠른지…. 시계를 보던 지인이 한 마디 던지더군요.
“나, 12시 전에 집에 가야 돼.”
소문난(?) 술꾼인 그가, 12시 땡 치기 전에 귀가해야 하는 신데렐라가 되다니, 놀라움 자체였습니다. 그에게 “술꾼이 웬일로 12시 전에 집에 들어 가냐? 집에 뭐 숨겨 뒀냐?”고 물었습니다.
“어머니가 집에 계시거든.
고등학교 때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 어머니 혼자 장사하시며 고생 많이 하셨는데, 작년에 많이 아팠어.
그 어머니를 막내인 내가 지금 모시고 있거든. 오십이 넘어 새삼스레 어머니 정을 듬뿍 받고 있어서 빨리 가려고.”
전혀 예상 못한 신데렐라 된 사연이었습니다. 어머니의 정은 언제나 마찬가지나 봅니다.

동치미 국수도 해장이 되더군요.
“어머니가 끓여 주시는 술국 때문에 끄떡없어”
그가 한 마디를 더 보태더군요.
“우리 어머니가 끓여 주시는 술국 때문에 요즘엔 술 많이 마신 다음 날에도 끄떡없어.
그게 어머니 사랑인가 봐.”
시원한 해장국을 끓여내시는 어머니까지 자랑이 여간 아니었습니다. 2차를 서둘러 마무리한 그는 먼저 갔습니다. 나머지 일행요? 해장하러 갔지요. 메뉴는 동치미 국수였습니다. 이런 걸 먹어야 다음 날도 끄떡없는 탓이지요.
새벽 1시를 넘기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문간에서 들으니 ‘후다닥~’ 소리가 들리데요. 현관문을 열었더니 아내가 침대에 몸을 급하게 뉘더군요. 남편 기다린 걸 숨기고 싶었나 봐요. 그 모습이 묘하게 기분 좋더군요. 아내가 결국 참지 못하고 한마디 하대요.
“12시 전에 들어오는 신데렐라는 못 될망정 집에 전화하는 걸 잊다니. 그래 봐요!”
날선 바가지(?)에 ‘깨개~ 깽’ 했지요. 될 수 있는 한 신데렐라 되면 좋고, 늦더라도 전화하는 것 잊지 말아야겠다고 반성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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