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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 투하의 현장 ‘나가사키’
[범선타고 일본여행 6] 원폭자료관 & 평화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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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 원폭 투하 후의 모습.

4월 26일, 일본 여행 4일째. 봐야 할 곳도 많고, 배워야 할 것도 많은데 어디로 가야 하나? 잠시 머뭇거린다. ‘코라아나호’를 타고 나가사키로 오면서 갑판에서 Paul Jeo 신부와 양원옥 교수(순천대)와 나눈 이야기를 떠올린다.

“자기를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조 신부) 찾으려면 왜 태어나? 잃는 게 났다.”
“(양 교수) 더 가지려는 욕심 때문이지. 전쟁은 다 내 것을 찾으려는 마인(Mine) 때문이다. 나를 잊는 망아(忘我)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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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자료관의 원자폭탄의 위험을 알리는 포퍼먼스 전시자료.

원자폭탄의 위험을 알리는 ‘원폭자료관’

양 교수의 말대로 나를 잊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히로시마에 이어 두 번째로 원자폭탄이 투하된 나가사키 현장을 둘러보기로 결정한다.

원폭자료관. 마음 다잡을 새도 없이 원으로 된 통로를 따라 안으로 들어간다. 수첩을 든 한 떼의 학생들이 우르르 들어온다.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지기 전후의 사진들과 피폭 현장ㆍ버섯구름ㆍ원자폭탄의 열선ㆍ폭풍ㆍ방사능 등으로 인한 피해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아울러 청일ㆍ러일전쟁, 중국과 한국의 식민지배, 태평양 전쟁 등도 설명되어 있다. 특히 원폭 투하 경위, 피해자료, 원폭 투하 당시의 주요 인물들 사진과 영상자료, 핵병기 역사 등을 통해 핵무기 위험을 알리고 있다. 나가사키가 피폭 체험을 통해 평화 발신의 거점으로 태어났다는 설명도 덧붙어져 있다.

원폭자료관을 둘러본 후, 뭔가 빠졌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설까, Paul Jeo 신부의 우스개 소리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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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아 글쎄, 천안서 택시 타고 오는데 택시가 서는 겨. 아무 말도 없이 합승이야. 가만  있다가 가던 중간에,

“(Paul Jeo 신부, 낮은 저음으로) 멈춰 내려라.”
“(기사 양반, 불만 섞인 목소리로) 신부님 아니세요?”

“(Paul Jeo 신부, 뜨끔해) 아니, 어찌 아세요?”
“(기사 양반, 퉁명스럽게) 신부님 그러시면 죄 받어요.”

“(Paul Jeo 신부, 버럭 화를 내며) 아니, 왜요?”
“(기사 양반, 타이르듯) 며칠 전, 오토바이 접촉 사고 때, 차 긁힌 거 봐 주고 보냈는데, 신부님 그러시면 되겠어요? 그러면 죄 받어요!”

신부의 이야기처럼 그러면 죄받는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원자폭탄의 위험을 알리는 건 좋지만 그들의 식민정책, 제2차 세계대전 등 동남아시아 민중들의 아픔은 잊은 채 자신들의 원폭 피해만을 강조하는 느낌. 자신의 잘못은 덮어두려는 술책으로 다가오는 건 무슨 이유일까?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인들이 지금까지도 일본 천황의 진심어린 사과를 바라는 건 이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김진명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란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었고, 또한 읽으며 통쾌해 했을 지도 모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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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물을…’, 바치는 ‘평화의 샘’

이러한 느낌들을 뒤로하고 헤이와공원(평화공원)으로 발길을 옮긴다. 이곳은 원폭 희생자들의 명복과 평화를 기원하는 기도 공간이다. 입구는 꽃으로 단장되어 있다. 계단을 올라서자 분수가 시원스레 터진다. 안내문이 분수를 설명한다.

“원폭으로 몸 속 깊이까지 타버린 피폭자들은 ‘물을… 물을…’ 하거나 신음하고 울부짖으며 죽어갔다. 그 애통한 영혼들에게 물을 드리고 명복을 빌며 기부금을 바탕으로 ‘평화의 샘’을 건설했다.”

이곳들을 돌고나니 왠지 더 공허하고 씁쓸하다. 역사의 교훈을 잊지 말자는 취지겠지만 원폭 피해자인 일본의 아픔을 결단코 잊지 말자는 강한 주문처럼 느껴진다. 원폭투하 원인 제공자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이게 평화의 본 모습은 이게 아닐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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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샘과 상징 조형물.(사진 안승웅)


젓 물리던 어머니에게서 ‘권력의 허상’을 보다

평화는 나도 없고 너도 없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평온함을 나타낸다. 허나, ‘전쟁(戰爭, War)’이란 단어와 같이 쓰면 꽤 복잡 미묘해진다. 여기에는 힘, 즉 권력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원폭 자료관과 평화공원을 둘러본 소감은 ‘권력 허상’의 모습 뿐.

저녁 한 일본인의 피폭 한국인에 대한 증언을 듣는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원자폭탄에 피폭된 후 생존한 조선인은 3만명 정도. 그 중 2만3천여명은 귀국했고, 2천여명이 살아 있다 한다. 아직까지도 경상도에서 10여 명이 매년 한 차례씩 이곳 나가사키 원자력병원으로 치료 받으러 온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치료를 받아야 하는 그들이 있다는 건 가슴 아픈 일이다. 어찌됐건, 원폭자료관에서 보았던 한 장의 사진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피폭 현장에서 아이에게 젓을 물리던 어머니의 그 휑한 눈망울이….

원폭으로 희생된 한국인과 일본 민초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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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폭탄은 우라카미천주당의 성모상의 목까지 날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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