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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눈물의 운동화를 다시 사고
[알콩달콩 부부이야기 12] 운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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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여자에겐 이것도 자식과 남편에 대한 사랑일 것입니다.

“100원에 붕어빵 10개 사 먹고 덤으로 1개 더 얻어먹던 여중 시절, 그때는 단발머리에 하얀 칼라 옷에 까만 플레어스커트, 그리고 하얀 목양말에 청 빛나는 일명 맹꽁이 운동화를 신고 다녔죠. 그런데 열 명에 두어 명 정도는 까만 구두를 신었는데 하얀 목양말에 구두가 얼마나 예뻐 보이던지….

그 구두 신어보는 게 소원이라 엄마를 막 졸랐죠. 그때 운동화는 1,300원인가 했는데 구두는 2,500원이었으니 두 배가 비싼 셈이었죠. 하루는, 부스럭 부스럭 새벽 내내 부산하더니만 장에 나가시며 ‘열무 팔면 구두 사 줄 테니 학교 가기 전에 시장에 들러라’ 하는 거예요.

드디어 나도 검정 구두를 신는다는 부푼 기대를 안고 시장에 들렀죠. 저만치서 1단에 300원 하는 열무, 마지막 남은 2단을 팔려고 쪼그리고 앉아 있대요. 6백 원 밖에 안하는데…. 구두를 사 신어야 하나 엄청 망설였죠. 엄마에게 참 미안하데요.”

새로 산 운동화를 앞에 두고 아내가 그 옛날 풋풋했던 중학시절 이야기를 꺼냅니다. 별 어려움 없이 자랐던 나에 비해 아내는 추억이 정말 많습니다. 장흥이 고향이라 시골에 산 덕분이기도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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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헌 운동화. 아이들이 검정 구두약을 칠해 아직 쌩쌩합니다. 그렇죠?

“배드민턴, 누구랑 칠거야?”

각설하고, 초등학교 3, 4학년인 아이들은 지금껏 책상 대신 앉은뱅이 상에 앉아 공부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군말 없던 터라 그냥 지나치게 되었죠. 근데, 책상 들여야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마침 지난 3월, 아이들 방에 있던 책을 몽땅 거실로 빼고 공간을 남겨두었던 참이라 이때다 싶어 대형 마트에 들렀죠. 책상이 없대요. 대신 배드민턴 채와 셔틀콕, 줄넘기를 샀지요.

그리고 지난 해 발목이 부러져 접합 수술과 지난 달 부목 제거 수술을 받은 아내는 6월부터는 운동이 가능하다며 배드민턴 채를 샀습니다. 아내에게 “누구랑 칠꺼야?” 물었더니 다른 사람 이름이 불쑥 튀어 나왔습니다. 괜스레 서운합디다.

“어이, 누구랑 칠거야 하면 ‘당신’ 그럴 줄 알았는데 아니데?”
“그랬어요? 당연히 당신이랑 치려는데 갑자기 물어봐서 저도 순간 당황했어요. 나랑 배드민턴 치기 싫다는 건가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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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새 운동화. 눈물의 그 운동화를 샀다나요?

여자의 마음은 이런 건가?…미안해지고

그리고 딸 샌들을 보았습니다. 구두 같기도, 운동화 같기도, 샌들 같기도 한 신기한(?) 신발이 있대요. 공주표인 딸이 그걸 살 줄 알았는데 편한 샌들을 사 약간 놀랐습니다. 그런 후 아내의 말,

“여보! 저, 운동화 하나 살게요?”
“그러소.”

“운동화가 오래돼 사야겠어요. 등산할 때도 신게. 당신 옷을 사야 하는데 미안해요.”
“이 사람아! 필요 없는 옷은 왜 사. 당신 살 것 사소. 어여 골라.”

듣고 보니 무심했더군요. 미안하대요. 필요한 것 사면서 왜 남편에게 미안해야 하는지….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 이게 여자인가 봅니다. 결혼 10년간 내 운동화는 두어 번 산 것 같은데 아내 운동화 산 기억이 도통 나질 않아요. ‘아~’ 정말 무심했구나 싶대요.

지금껏 신었던 아내의 까만 운동화는 아이들이 용돈 벌이한다며 검은 구두약을 듬뿍듬뿍 발라 닦아 검은 색이 그대로 남아 있지요. 검은 색이었기에 망정이지 녹색이나 분홍색이었으면 어땠을까,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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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마음은 아직 연꽃입니다.

“내 것 사려다가도 아이와 남편 것에 손이 가고”

운동화를 고르다 말고 아내가 운을 뗍니다.

“처녀 적에 어느 어머니가 그러대요. 처녀 때는 비싼 운동화와 구두만 신고 다녔는데 결혼하고 아이 낳다보니 그게 안된다고. 하나 사면 그만인데 왜 그게 안될까 싶다구요. 결혼하고 살아보니 내가 그 짝이데요. 그 마음 이해 하겠더라구요. 내 것 사려다가도 아이 것, 남편 것에 손이 더 가더라구요.”

집에 돌아와 아내는 운동화를 신고 소녀처럼 앉아 있더군요. 감개무량 했나 봐요. “어이, 그렇게 좋아?” 했더니, 다른 말을 꺼내더라고요. 여중 시절 엄마에게 참 미안했던 그 눈물의 구두를 오늘 다시 얻은 기분이라고요.

참, 철딱서니 없는 남편이죠. 밤, 아내를 안으면서 “어이, 미안하네. 운동화 산단 사람이 ‘당신 옷을 사야 하는데 미안해요’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되더라고. 미안하네!” 그랬죠. 그랬더니 가슴을 파고 들대요.

알다가도 모르는 게 부부라더니 알다가도 모를 여자네요. 어머니도 그랬을 것을. 근데, 참 무심했죠? 이제야 철이 들려는지, 나 원 참!

처녀 적, 아내는 엄마에게 구두를 사주는데 옛날의 구두와 엄마 생각에 눈물을 훔쳤다고 합니다. 여자는 추억을 먹고 사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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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이 헛되지는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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