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봉변, 이번이 세 번째야. 흑흑흑.”

부부로 살다보면 별 일 다 있지요.
부부의 인연이란 무엇이기에, 볼 것 못 볼 것 다 보면 지낼까?
어제 새벽 자다가 꿈을 꿨습니다. 완전 비몽사몽이었지요.
다투는 꿈이었습니다. 다툼 중에 팔을 휘젓고 있었습니다.
‘퍽’
제 손에 전달된 얼굴의 둔탁한 느낌과 함께 눈을 떠 옆 자리를 확인했습니다.
아뿔사, 이 일을 어째야 쓸까~잉. 아내가 보였습니다.
아내의 모습과 동시에 아내의 원망이 터졌습니다.
“아야~. 자다가 봉변, 이번이 벌써 세 번째야. 나는 언제까지 자다가 남편한데 얻어맞아야 하는데? 흑흑흑~.”
결혼 14년차. 정말 어처구니없었습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했거늘 자다 말고 아내를 왜 쳤는지….
무안하고 미안한 마음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웃음이 픽 나오더군요.
그걸 본 아내가 강하고 과감한 조치를 내렸습니다.
“각시 때리고 웃음이 나와. 오늘부터 각시랑 잘 생각 마! 미안하단 말도 없네. 흑흑흑~.”
“미안하네. 꿈속에서….”
아내는 찬바람 쌩쌩이며 침대를 박차고 거실로 나갔습니다.
무슨 변명이라도 해야 했습니다.
아내는 소파에 머리를 묻고 있었습니다.
곁으로 다가가자 씩씩거리며 한 마디 하더군요.
“각시한테 쌓인 거 있어? 당신, 꿈속에서도 날 마구 때렸지? 난 그게 더 분해.”
“당신 꿈이 아니고 서울 작은 누나 꿈이었어. 누나랑 실랑이 중이었거든.”
꿈은 반대라더니, 아무래도 작은 누이가 고향에 오기로 한 날이라 그게 반가웠나 봐요.
그제야 아내가 좀 풀리더군요.
잠에서 깬 아이들이 한 명씩 거실로 나왔습니다.
동시에 아빠의 악행(?)이 전달되었습니다.
아이들 반응은 의외였습니다.
딸 “아빠, 오늘 작은 고모 와?”
아들 “엄마, 내가 아빠 옆에서 자다가 아빠 엉덩이를 꽉 물어버릴까?”
아내 “와~, 그래라. 당신도 자다가 봉변을 당해봐야 내 기분 알거야.”
아내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저도 자다가 아들에게 엉덩이 물린 적 있거든요.
암튼, 오후에 부모님과 누님을 만났습니다.
아내는 시누에게 자다가 맞은 사연을 또 고해 받쳤습니다. 누나 반응요?
“왜 그랬대. 너 간이 크다 못해 배 밖으로 나왔구나. 다신 그러지 마. 호호호~”
아내는 이 소리를 들은 후에야 활짝 웃음을 보였습니다.
완전 풀렸습니다. 어제 밤, 아내를 가슴으로 안았습니다.
저요? 누나 말대로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거 맞습니다.
편안하고 안락한 노후를 위해 아내에게 잘해야 하는데 탈입니다.
‘여보, 미안. 그러나 애는 쓰겠지만 장담은 못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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