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게 놀았어? ‘엄청 자존심 상했어요’
아픔을, 설움을 알아야 그게 삶의 ‘보약’
초등학교 5학년 12살 아들의 굴욕사건이다.
녀석은 고기를 즐긴다. 딸은 생선을 즐긴다.
당최 입맛이 왜 이리 다른지….
“엄마가 고깃집 사장 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고기를 매일 먹을 수 있잖아.”
“엄마는 고기 안 먹잖아. 만지기도 싫은데.”
“그럼, 아빠가 고깃집 하면 되지.”
“하하하하~, 그렇게 고기가 먹고 싶어?”
“예. 아침에도 저녁에도 먹고 싶어요.”
“엄마가 허벅지 살을 뜯어서라도 고기 사 줄게.”
허벅지 살을 뜯어줄 기세다. 하여, 될 수 있는 한 냉장고에 고기를 넣어둔다. 요 며칠, 고기가 떨어졌다. 녀석 하는 말이 가관이다.
“아빠 삼겹살이 먹고 싶어요. 꼭 한국산으로.”
나 원 참. “알았어!” 하고 말았다. 녀석이 단체로 수영장엘 다녀왔다.
“수영장에서 재밌게 놀았어?”
“아뇨. 자존심만 엄청 상했어요. 키 작은 게 무슨 죄냐고요? 수영장 안전요원이 키 작다고 물이 무릎 밑까지 차는 작은 풀에서 놀래요. 5학년이라 해도 안 된대요.”
툴툴대는 걸 보니, 마음 상했나 보다. 생김새, 몸매, 키 등 신체로 인한 상처는 다른 것에 비해 크나 보다. 누굴 탓하랴. 녀석 탓, 부모 탓이다.
“그럼 수영장에서 놀지도 못했어?”
“작은 풀에 물만 담그고 나와 밖에서 혼자 놀았어요.”
단단히 골이 났다. 부모로써 ‘봐라, 그래서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먹어라는 거야’하고 화난 집에 부채질을 할 수가 없다. 달래는 수밖에. 자식 참 무섭다. 쩝쩝~.
(사진 아들은 싱크대가 높아 의자를 놓고 설거지를 할만큼 키가 작은 편이다.)
녀석은 같은 반 아이들 중에 키가 가장 작다. 작은 키로 인해 가끔 무시도 당한다. 지인 가족과 만나도 “너 3학년이야?” 할 때가 있을 정도다. 그래 많은 말 중, 고르고 골라 건넨 말이 요거다.
“우리 삼겹살 먹을까?”
녀석은 수영장 굴욕을 잊은 듯 맛있게 먹었다. 아직 성장판이 열리지 않은 상태라 다행이다.
키 작은 아들이 겪은 수영장의 굴욕은 살면서 도움이 될 게다. 아픔을, 설움을 알아야 삶의 ‘보약’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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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중학생이 되고서야 팍팍 자란 거 같아요! ㅎㅎㅎ
매일 학교에서 우유먹고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농구하다보니...
쑥쑥 자라더라고요! ㅎㅎ
아직 키가 자라지 않았나 보내 ㅋ
좀있음 많이 자라게 될텐데 실망이 큰가 봐요 ^^
우리아들하고 비슷하네요. 키가 작아서 애가 탈때가 많아요.
어서 커야할텐데요.
성장판이 열리지 않았다면 아직은 알 수가 없죠.
제 생각으로는 앞으로 키가 쑥쑥 자랄 것 같습니다~~^^
자랄거예요
거짓말아니고 중1때 친구가 여름방학전에 저보다 작았는데 여름방학 끝나고 머리하나는 커져서와서
너 누구야 하고 온 클래스가 난리난 적 있었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