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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 물가 7% 이상, 서민경제 ‘팍팍’

[르뽀] 벼랑 끝에 내몰린 재래시장…“조금만 줘요”
재래시장, 반찬 가게 주인이 말하는 경제지표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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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재래시장.

“조금만 줘요!”

두어 시간 머물렀던 재래시장에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다. 살기가 그만큼 팍팍한 탓이겠지.

올해 한국은행의 소비자물가 중기목표는 3%. 이를 비웃듯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이번 달 7%선도 위태로운 처지. 이 같은 분위기는 뜨거웠던 올림픽마저 언제 그랬냐는 듯 냉각시켜 버렸다.

대법원에 따르면 개인파산 신청 건수는 2004년 1만2천317건이던 것이 지난 해 15만4천39건으로 급증했다. 올 7월 말 현재, 7만1천654건에 달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음 달로 다가 온 추석까지 겹쳐 경기는 예측 불허. 서민들은 장보기, 부모님 용돈 등 많은 지출을 줄이기 위해 호주머니를 더욱 옥 죄야 할 판이다.

이를 의식한 듯 정부도 “고유가 여파가 다음 달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추석물가 안정대책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나섰다. 또 “야채, 과일 작황과 어획량은 좋지만 현장 확인을 통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서민들은 물가가 잡히리란 기대를 버린 지 오래다. 물가는 이미 오를 대로 올랐다. 서민의 사정을 아는 데는 재래시장이 제격. 25일, 재래시장인 여수시 쌍봉동 진남시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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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으로 뭘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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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던 사입던 새옷도 이젠 옛말.

재래시장 추석 대목은 옛말, 추석 며칠 전에야 살아나

재래시장 내부는 한산하다. 좌판 벌린 할머니 앞에도, 5천원임을 알리는 옷 가게도 썰렁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물건에는 눈길 자체를 주지 않는다. 예전 추석분위기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

“이 김치 생김치에요?”
“벌써 네 번째 담아 팔고 있어요.”
“조금만 주세요.”

네 번째 김치 담아 파는 집이라면 취재에 무리는 없을 성 싶다. 느닷없는 취재 요청에 10년 째 가게를 한다는 최영예(52) 씨 난색을 표한다. 기다리던 손님은 안 오고 파리만 꼬였으니 반가울 리 만무하다.

다행이 손님이 든다. 오전 7시에 열고, 오후 8시에 닫는다. 반찬도 돌산갓김치에서부터 젓갈, 전, 마른 반찬, 게장, 카레, 육계장 등 100여 가지나 된다. 손님들이 찾는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반찬 구색=돈’인 셈이다.

최영예 씨는 “지금 추석 분위기를 알려면 수산시장에 가야 한다.”며 “재래시장 추석 대목은 옛말이다. 이곳 추석 분위기는 추석 며칠 전이 돼야 겨우 살아난다.”고 귀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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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예 씨.

적은 돈으로 싸게 사려고 아우성, 이게 ‘서민’

“장사는 좀 되나요?”
“올 여름 피서지도 20~30%는 줄었다던데 여기도 마찬가지예요. 피서 때면 갓김치와 생김치가 많이 나갔는데 올 여름에는 죽 쒔어요. 해마다 손님이 주는 추세예요. 명절 선물 풍속도 달라져 싼 것만 찾고.”

“체감 경기와 물가는 어때요?”
“기름 값 여파로 운송비가 많이 올라 경기가 지난해 절반에도 못 미쳐요. 자재가 배로 올랐으니 당할 재간이 있나요? 배추ㆍ열무ㆍ부추 등 야채도 30%는 올랐고, 고춧가루도 마찬가지예요.”

젊은 청년이 반찬 가게 앞을 기웃거리더니 “조금만 주라”며 주문한다. 장조림 3000원, 갈치속젓 2000원, 부추 2000원, 육계장 3000원, 등 딱 10,000원 어치다. 10,000원으로 이 정도 살 수 있어 다행이란 듯 총총 걸음으로 사라진다.

“요즘 물건 사는 모습에서 변화는 없나요?”
“한 마디로 짜졌어요. 적은 돈으로 싸게 사려고 아우성이죠. 나이 먹은 사람은 물가를 아니까 이해하는데 젊은 사람들은 비싸다는 투정이 많아 팍팍해요. 어떤 것은 오천 원이 기본인데 2~3천원 어치만 주라 그래요. 결제는 카드고, 현금 영수증도 꼭 챙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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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정이 오가는 ‘재래시장’

이야기 하다 말고 상을 차린다. 오후 4시, 이들의 점심시간. 반찬은 김치, 돼지고기, 쌈이다. 손님이 없다가도 꼭 먹을 때면 찾아든다더니 손님이 북적인다. 한가할 때가 식사시간. 보통 오전 10시30분, 오후 3시30분.

한 아주머니 만 원짜리 지폐를 왼손 가운데 손가락에 꽉 끼운 채 반찬을 둘러본다. “이걸로 뭘 살 수 있을까?”하는 표정이다.

“파김치 2000원 안돼요?”
“야채 값이 비싸 안되는데….”
“그럼, 3000원 어치만. 잠깐만, 맛 좀 보구요….”

전순옥 씨는 재래시장 이용에 대해 “생활용품은 마트, 야채와 반찬거리는 재래시장을 이용한다.” “사람 사는 정이 있고 값도 싸고 반찬 맛이 좋아 매주 1회는 찾는다.”고 말한다. 가게를 지켜보니 사는 금액은 만원을 넘지 않는다. 평균 5천원 꼴이다.

이제, 밝히길 꺼리는 최영예 씨의 장사 실적을 추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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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돈을 거슬러 받고도 표정이 어둡다.

매년 마진율 줄더니 올해 매출액 20%나 감소

그의 월 고정 지출은 수도세ㆍ전기세ㆍ가스 등 100만원, 인건비 4명 650만원, 가게 월세 50만원 등 총 800만원. 여기에 “야채ㆍ생선ㆍ고춧가루 등 재료비와 본인 인건비를 포함하면 최소 2,200만원은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수입은 들쑥날쑥. “10년 장사로 단골이 많다지만 5월부터 7월까지 장사가 죽 쒔다.”고 하소연이다. 1일 평균 매출은 약 80만원. 휴일을 제외하면 월 평균 수입은 약 2,200만원. 결국 남는 게 없다. “아무리 못해도 지난해에는 1일 평균 100만원은 올렸다.”고 전한다. 매출액의 20%는 빠진 셈이다.

“매년 마진율이 줄더니 여기까지 왔다” “더 어려우면 일하는 인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인다. 그도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벼랑까지 내몰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래도 나은 형편이다.

요즘, 무너지는 중산층은 그렇다 하더라도 영세자영업자, 중소기업 근로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 서민들의 삶은 점점 더 피폐해져 간다는 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살기 어려운 이때, “추석 물가 잡겠다.”던 정부의 말이 립싱크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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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으로 얹어준 반찬 댐에 얼굴 표정이 살아난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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