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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 꿈마저 날려버린 속상한 아파트
“아무래도 살다가 이사 가야겠어요!”

“닌텐도가 날라 갔어요?”

헉. 이건 무슨 소리. 어제 순천에 들렀더니, 초등학교 1학년 정우가 뜬금없는 말을 합니다. 닌텐도가 날아가다니. 날아다니는 닌텐도도 있나?

“아파트가 1억8천4백만 원이나 한다잖아요. 속상해요!”

헉! 닌텐도와 아파트가 무슨 상관이람. 평상시 놀랍도록 숫자놀이를 즐기던 녀석이라 그러려니 여겼지만 정확하게 아파트 값까지 말하다니…. 어린 녀석이 왜 속이 상하는지 자초지종을 물어야 했습니다.

“엄마가 닌텐도 사준다고 했는데, 아파트 값이 올라 사주라고 조를 수가 없어요. 그래서 더 속상해요. 아파트를 사야하는데….”

아파트 놓이가 올라가는 것만큼 분양가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습니다.

“아파트 값은 내려가는데 분양가는 너무 올랐다!”

녀석도 눈치가 있나 봅니다. 정우네는 지난 해 36평형 새 아파트로 이사 했었습니다. 대출받고 적금까지 깨가며 어렵사리 8천여만 원을 챙겨, 5년 후 분양 조건으로 들어갔었습니다.

“살다가 분양받으면 1억2천~1억5천만 원 정도 될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파트 자산평가액이 무려 1억8,400만원이 나왔다. 평당 520만원 꼴이다. 아파트 가격이 내려가는 판에 분양가가 턱없이 올라 아파트 전체가 들썩인다.”

서울과 지방의 아파트 가격 차이가 뚜렷합니다. 일단 지방은 땅값이 싸서 그런 거라 봐야겠지요. 전남 동부권은 5년 전까지만 해도 평당 2백만 원대이던 아파트가, 2년 전에는 평당 4백만 원대로 올랐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5백만 원대로 뛰었습니다. 아파트 고급화 바람이 지방까지 불어 닥친 탓입니다. 여기에 다른 아파트들도 덩달아 분양가를 올리고 있습니다.

순천 모 아파트에 걸린 현수막.


“아무래도 살다가 이사 가야겠어요!”

- 아파트 지은 회사는 어때요?
“수도권과 거제ㆍ통영ㆍ여수ㆍ순천 등에 아파트를 많이 지은 회사에요. 회사는 탄탄했는데 여기저기 부도난 아파트를 마구잡이로 사더니 지금은 어렵나 봐요. 그걸 입주민에게 돌리면 되겠어요. 아파트 값이 엄청 떨어지는데…”

- 주민들은 어떻게 하고 있어요?
“아파트 하자도 찾고, 변호사 비용까지 해서, 484세대가 2백만 원씩 거뒀어요. 2010년에 분양하니까 시간 여유가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살다가 이사 가야겠어요!”

- 정우는 닌텐도 사달라는 말 안해요?
“아파트 값 현수막에 걸린 후로 닌텐도 사달라는 소리가 쏙 들어갔어요. 글쎄 정우가 아파트 가지고 일기를 썼지 뭐에요.”

- 뭐라 썼는데요?
“‘제목 아파트 값 1억8천4백만 원. 아파트 값이 너무 올라 속상하다. 닌텐도가 날라 가 버렸다. 아파트는 왜 그리 비싼 거야!’ 그렇게 썼더라니깐요. 정우가 특이하긴 특이하죠? 허~.”

사진 찍는데 뒤에서 장난을 치는 정우.


아이 꿈까지 허공에 날려버린 미운 ‘아파트’

“정우, 속 안 상해?”
“예. 안 상해요. 저 닌텐도 포기했어요. 집이 더 문제죠.”

말문이 막힙니다. 얼마나 고대하고 고대하던 닌텐도인데, 속이 왜 안상하겠습니까. 아파트가 닌텐도를 날려버렸으니 속으로는 얼마나 원통했겠습니까. 아이의 꿈까지 허공에 날려버린 미운 아파트였겠지요.

그러나 초등학교 1학년 정우에게도 닌텐도 보다 내 집 마련의 꿈이 더 큰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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