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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이 달리기 잘한다고 미드필더 하래요.”


 

딸이 학교에서 가져 온 축구화.

 

“아빠 오늘 좀 늦어요.”

중학교 1학년 딸은 주 3회에 걸쳐 축구 때문에 늦는다는 문자를 보내고 있습니다.
10월까지만 해도 취미삼아 하는 걸로 알았습니다. 게다가 2학기 학교 특별활동으로 문예부를 권했는데 문예부가 없어 축구부에 들었다는 말에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하지만 11월이 접어들자 문자메시지 내용은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놀라운 건 학교에서 줬다며 집에 축구화를 가져왔습니다. 심지어 딸과 아내는 이런 문자까지 보냈습니다. 

 

 
“아빠 오늘 코치님 오셔서 트레이닝 한다고 좀 늦어 ㅜㅜ”
“오늘 미평초 원정 연습 있어서 조금 늦는답니다.”

원정까지 다니며 초등학교 남자 축구 선수들과 연습을 해야 한다면 취미가 아닌 게 분명했습니다. 딸은 <개그콘서트> ‘감사합니다’ 코너에서 힌트를 얻어 직접 대본을 짜 학교 축제나 인권문화제 등에서 공연까지 할 정도로 ‘끼’가 다분합니다.

아빠가 보기에 딸은 글쓰기에 재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딸은 생각이 다르나 봅니다. 자신의 진로에 대한 생각이 어떠한지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하여, 딸과 이야기를 시도했습니다.

“딸, 학교에 문예부가 없어 축구부에 들었다고 하지 않았어?”
“맞아요. 근데 저보고 축구하래요.”

“그럼 너희 학교 여자 축구부에 든 거야?”
“예. 9월에 오래 달리기를 했는데 제가 반에서 1등을 했어요. 10월 20일 쯤에 축구 제안을 받았어요. 축구부 언니들이 달리기 잘한다고 미드필더 하래요.”

헉, 이 정도면 진짜 축구 선수가 되기 위한 여자 축구부에 든 것이었습니다.
수요일과 토, 일요일이면 영국, 스페인, 독일 리그 축구경기까지 챙겨보는 딸이 직접 축구 선수로 나설 거라고 생각 못했습니다. 뒤통수를 한 대 세게 맞은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넌 글쓰기에 재능이 있는 것 같은데 그거 안하고 축구할 거야?”

“예. 제 꿈이 축구 기록 분석가잖아요. 그 꿈과도 맞고 축구가 재밌어요. 별 기대 안하던 언니들도 제가 공 좀 찬다고 깜짝 놀라는 중이에요.”

옆에서 듣던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이 끼어들었습니다.

“헐~, 누나가 축구 선수를 한다고? 누나는 공도 못 차잖아. 선수 하려면 적어도 나 정도는 차야지….”

제 입장이 아들과 같았습니다. 적어도 공차는 폼이 잡혀야 하는데 딸은 아니거든요. 사실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거실에서 공차는 폼을 요구했습니다. 엉성한 폼이었습니다.

“너, 여민지 언니처럼 차려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아빠, 그건 열심히 노력해서 실력을 키우면 돼요.”

말하는 딸의 얼굴에는 생기가 돌았습니다. 하고 싶다는데 말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내버려 둘 수 없는 노릇. 참나, 아내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말리지 않은 건 “좀 더 지켜보자”는 쪽이었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다는 걸 말리기보다 부모로서 자식을 지켜보는 게 맞는 이치 같습니다. 천천히 돌아서 자신에게 맞는 적성을 찾는 것도 삶의 한 방법일 것입니다. 경험이 많을수록 삶에 도움이 될 것이기에.

하지만 걱정입니다. 운동선수 아무나 하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세상이 녹록치 않습니다. 하여, 고민입니다.

축구 하겠다는 딸 어찌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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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철의 알콩달콩 섬 이야기
각자의 인생사가 다 '섬'의 삶일 것입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알콩달콩 풀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때론 진짜 섬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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