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에 해지면 자넨들 지고 갈래? 이고 갈래?
[여수 맛집] 돔바리 회무침 - 부일식당
“우리 막걸리 한 잔 허까?”
이렇게 지인과 의기투합해 간 곳은 전남 여수시 문수동에 자리한 ‘부일식당’.
허름한 선술집 자체로 기분 좋았습니다.
“안주는 뭐로 허까?”
“여기 단골인 성님이 알아서 시키세요.”
앗~~~. 앉아서 살피는데, 아주 멋드러진 문구가 보였습니다.
삶의 운치가 덕지덕지 묻어난 데다, 삶의 맛까지 얹혔습니다.
보게 자네!
내말 들어 볼래
자식도 품안에 자식이고
내외도 이부자리 안에 내외지
야무지게 산들 뾰족할 것 없고
덤덤하게 살아도 밑질 것 없다
속을 줄도 알고 질 줄도 알아라!
니 주머니 든든하면 돔바리에
날 막걸리 한 잔 받아주고
내 돈이 있으면
돔바리에 막걸리 한 잔 도 사주고
너요 내요 그럴게 뭐고!
거물거물 서산에 해지면
자넨들 지고 갈래? 이고 갈래?
우리 부일식당에서 돔바리에
막걸리 한 잔 하게나!
좋은 술 좋은 자리 - 부일식당에서
삶의 맛을 아는 도인의 글처럼 생을 관조하는 맛이 뚝뚝 묻어났습니다.
이런 글귀를 보고, 막걸리 맛이 안날 리가 있나요.
막걸리가 입에 쩌~억 쩍, 달라붙었습니다.
한 번 가고 끝나면 삶에 무슨 재미.
다음에 지인과 또 갔지요
“성님, 돔바리 회 함 드실래요?”
“궁금하면 지는 것. 먹어보고 말하삼.”
돔바리 생물을 찾을 길이 없었습니다.
다만, 회 무침으로 나온 돔바리만 있었지요.
그리고 우리네 인생이 살살 흘러 나왔습니다. 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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