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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4

 

“스님께서 혹 땡중이 아니신지?”

황소와 스님과 관련한 놀라운 일화

 

 


 다시 형이 나섰다.

 

 

 “스님께서는 중국 분이신데 어떻게 한국말을 그렇게 잘 하실 수 있습니까?”

 

 

 스님은 한참 생각에 잠기시고는 북쪽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내 선인께서는 한국인이셨으니…….”
  “예? 그런데 왜 그곳에서…….”
  “그분은, 그분은 독립투사였느니라.”

 

 

 동해가 거들었다.

 

 

  “그렇다면 남재 형의 조부님과 같은…….”
  “조선과 만주에서 싸웠다는 것만 다를 뿐 그 정신은 같았을 것이야.”

 

 

 긴 겨울이 가고 산과 들이 초록의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스님은 종종 마을의 일이 바쁠 때면 두 아이를 데리고 그곳으로 내려가 농사일을 거들었다.

 

 

 마을사람들은 그런 스님을 좋아했으며 그가 비록 절간에 살기는 하였으나 승복 대신 일상복을 입고 있을 때가 더 많았던 탓에 그들은 가끔 산으로 찾아와 스스럼없이 일을 부탁하곤 했다. 그러다보니 스님을 부르는 호칭도 스님부터 시작해 선사님, 처사님, 도사님까지 실로 다양했다.

 

 

 “스님께서 불경 읽는 소리를 통 듣지 못했으니 혹 땡중이 아니신지?”

 

 

 마을사람들이 장난으로 농을 할 때면 스님도 웃으시며 곧잘 응수했다.

 

 

  “산새가 나를 대신해 아침저녁으로 불경을 읽는데 혹 그 소릴 못 들으셨소?”

 

 

 그제야 그들도 허리를 펴며 큰소리로 웃었다.

 

 

  “저 도사님, 오늘 우리 집에 고구마 순을 심어야 하는데…….”
  “곧 가리다. 대신에 뒷날 수확 철에는 부처님께 고구마 공양이나 올리시오.”

 

 

 나이는 동네 사람들이 스님보다 대부분 연배였으나 왠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위엄이 있었던 탓에 그들은 말 놓기가 꺼림칙하여 공대를 하거나 말끝을 흐리기 일쑤였다.

 특히 스님께서 상대방을 부를 때 쓰는 ‘사형’이라는 말에 사람들은 주눅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 말의 뜻이 한 스승 아래서 가르침을 받은 무림의 제자들이 상대방을 높여 부를 때 쓰는 호칭임을 알고는 더욱 그랬고 그들이 결정적으로 스님을 예사로 볼 수 없었던 일은 마을에서 일어난 한 사건을 겪고 난 이후였다.

 

 

 종자파종으로 한창 분주하던 어느 봄날 오후였다.
 마을에서 키우던 큰 황소 한 마리가 마구간을 부수고 뛰쳐나온 일이 있었다. 눈을 뒤집고 입에 흰 거품을 문 황소는 거의 미친 것처럼 날뛰었다. 논밭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새파랗게 질렸다.

 

 

 모두가 공포에 떨며 논밭의 언덕배기에 숨거나 나무가 있으면 그곳으로 기어올랐다. 심지어 리어카를 뒤집어 급한 데로 아이들은 그곳에 숨겼다. 비명소리를 들은 영감들은 미처 피할 새도 없이 밭고랑에 바짝 엎드려 무사히 이 일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들판 한가운데 서 있던 황소가 공격대상을 찾아 씩씩거리고 있을 때였다. 그때 마침 밭에서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던 여든이 넘은 할머니 한 분이 사람들 눈에 띄었다.

 

 

 숨어서 그것을 본 사람들은 입을 모아 밭고랑에라도 엎드리라며 고함을 질러댔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할머니는 귀가 들리지 않았다. 황소가 할머니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돌진했다.

 

 

 바로 그때였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스님이 그 사이를 가로막고 나섰다. 황소는 흙먼지를 일으키며 스님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광경을 본 사람들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감았다. 틀림없이 소의 뿔에 받혀 내장이 튀어나왔거나 발굽에 짓밟혀 갈비뼈가 살점을 뚫었을 거라 믿었다.

 

 

 그때 눈을 감은 사람들이 어렴풋이 들은 것은 아주 날카로운 기합소리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모두가 눈을 떴을 때 스님이 아닌 황소가 벌러덩 나자빠져 있었다. 그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손을 털며 잠시 후에 소가 깨어날 것이라 했고 그 말은 적중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어떤 사람들은 스님이 소의 불알을 찼다고도 했고 소의 눈을 찔렀다고도 했지만 추측만 무성할 뿐 그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허락 없이 불법으로 인용하거나 사용하는 것은 불허하며 고발 조치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출판 의뢰 및 드라마, 영화에 관심 있는 분들의 연락 환영합니다.

 

 

고 변재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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