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부터 젓가락질 가르친 걸로 아는데….”
중학생 아들의 돌 직구에 ‘허허~’ 웃으며 뒤끝 작렬

설 잘 쇠셨어요?
명절 분위기 잊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겠지요...
그럼 제 이야기 시작 할게용~^^
부모 노릇 쉽지 않습니다.
올 3월,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갈 아들이 식탁에서 밥 먹다 말고 한소리 하더군요.
“아빠가 아들 가정교육 잘못시켰어요.”
이건 또 뭔 소리당가?
살다 살다 이런 말 처음입니다.
중학생 아들의 난데없는 ‘강아지 풀 뜯어먹는 소리’에 기가 찼습니다.
아들의 돌직구에 얼굴이 화끈화끈. 그렇더라도 사태를 파악해야 했습니다.
“아들. 왜 아빠가 가정교육 잘못시켰다는 거야?”
가정교육을 잘못시킨 아빠의 죄(?)의 원인을 알 겸 아들에게 조심히 물었습니다.
아들, 겸연쩍게 씨~익 웃으며 답하더군요.
“중학생 아들이 아직도 젓가락질을 못하니 가정교육 잘못시킨 거 아니남?”
“맞다, 맞다!”
기상천외한 아들의 대답에 웃음이 터졌습니다.
성질 같아선 ‘어유~, 저걸 그냥 확 한 대 쥐어박아?’ 싶었습니다.
하지만 때리는 아빠 될까 봐, 말로 아들의 의견에 반박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젓가락질 가르친 걸로 아는데, 그거 기억 안나?”
“기억나요. 그래도 더 강력히 젓가락질 하도록 했어야죠.”
나 원 참. 이런 억지가 어디 있담!
한편으로 생각하면 맞기도 합니다.
아빠의 우월적 힘을 동원해 강제로 시킬 수도 있었지요.
허나…. 아빠 입장에서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교육은 원리를 가르쳐 주고. 스스로 하도록 하는 거야. 억지로 떠 먹여주는 게 아니란다. 노력 하지 않은 너 잘못이 더 커.”
“아빠. 아들이 농담으로 한 말 가지고 완전 뒤끝 작렬이다!”
아들이 뒤끝이라 해도, 아빠로써 할 말은 해야 했습니다.
그래야 뒤에 원망(?)을 듣지 않을 테니, 이참에 확실히 할 필요가 충분했습니다.
”누나는 중학교 1학년 때 교육용 젓가락을 지 용돈으로 사서 젓가락질 연습 많이 한 거 봤지? 그런데 우리 아들은 뭐했을까?”
“알았어요. 제가 잘못했어요.”
그러고 보니, 저도 중학교 3학년 때 젓가락질을 완전 익혔습니다.
무엇이 젓가락질 제대로 배워야겠다고 이끌었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하여튼 어떤 계기가 있었겠죠.
이번에 아들이 제대로 배우도록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설이 되었습니다.
설 하루 전날 조카며느리 둘, 조카사위 하나, 손주 둘까지 북적북적했습니다.
음식이 만들어지고, 덕담이 오가고….
저녁에 아버지를 중심으로 밥상에 둘러앉았습니다.
여기서 아들을 향한 아빠의 뒤끝이 여지없이 작렬했습니다.
“아들, 젓가락질 제대로 해라.”
가족들 앞에서 겸연쩍게 씩 웃는 아들의 얼굴에는 무안함이 들어 있었습니다.
녀석이 아빠의 의도를 알았던 것입니다.
겉으로는 교육이 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속으로는 ‘너 어디 한 번 당해봐라’하고 아들에게 한 방 갈긴 겁니다.
미안하다, 아들!

말 나온 김에, 젓가락의 올바른 사용법에 대해 알아보죠.
<젓가락의 올바른 사용법>
1. 안쪽 젓가락은 엄지와 검지 사이에 깊이 넣고 중지 손톱위에 얹는다.
2. 바깥쪽 젓가락은 엄지 손톱아래에 넣고 검지 안쪽에 닿도록 하여 중지 끝 쪽에 가서 중지 손톱부분에 고정시킨다.
3. 1번의 안쪽 젓가락을 고정시킨 후 2번의 바깥쪽 젓가락을 엄지에 고정한 후 검지와 중지에 잡혀 있는 젓가락을 안쪽으로 움직인다.
이처럼 익숙하지 않은 젓가락 사용법을 강조하는 이유는 젓가락을 사용하면 손가락의 분화 기능도 발달시키고, 뇌 발달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등 어른들 앞에서 젓가락질 하는 아들, 죽을 맛입니다.
설날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제야 감이 오더군요.
녀석이 제대로 젓가락질 배울 것 같다는….
오늘 아침도 아들의 젓가락질은 여전히 서툴렀습니다.
그런데도 열심히 배우려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더군요.
아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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