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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의 아내, “추석, 지낼 수 있을런지?”

‘멀미’하는 어부, 고기는 어떻게 잡을까?
어부의 아내, “토하면서 그물을 잡아당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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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의 아내인 죄(?)로 배를 타야했던 어부의 아내. 경매시장에 낼 고기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고기 잡으러 가서 제일 힘든 게 멀미예요.”

깜짝 놀랐습니다. 어부(漁夫) 아니, 어부(漁婦)가 멀미를 하다니. 그렇담, 고기는 어떻게 잡을까? 이건 ‘앙꼬 없는 찐빵’ 아니겠습니까.

어부의 아내인 죄(?)로 배를 타야했던 어부의 아내. 경매시장에 낼 고기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4.5t 연안복합 새우조망 어선으로 새우 잡이에 나서는 어부의 아내 박전순(47) 씨의 말입니다. 남편 이정술(49) 씨와 같이 고기 잡는 어부(漁婦)가 멀미한다면 어획고에 지장이 많을 텐데 말입니다.

옛날 생각이 나군요. 대학 때, “뱃사람 구하기 힘들다” 하소연이던 친구에게 “내가 가겠다” 했더니 친구 왈,

“먼 바다까지 가서 고기 잡아야 하는데, 네가? 안돼. 파도가 장난 아냐. 유람선 생각하다간 큰 코 다쳐. 넌 몇 발짝 못가 멀미하느라 정신 못 차릴 걸. 어장에서도 마찬가지고. 네 수발하느라 고기도 못 잡고 우리만 피곤할거야. 헛소리 말고, 공부나 해! 나 봐라, 못 배웠으니 이거 하고 있지.”

보기 좋게 퇴짜였습니다. 뱃일도 힘들지만 그보다 더 힘들고 피곤한 게 배 멀미라는 겁니다. 안하느니만 못하다는 거죠. 공부나 할 일이지 호강에 초쳤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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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고기를 경매장에 내기 위해 차에 싣는 중입니다.

어부(漁婦), “아직도 멀미해요”

하여, 어부의 아내에게 멀미 정도를 되물었습니다.

“4년 전부터 남편과 같이 바다 일을 다니는데, 1년 넘게 멀미에 시달렸어요. 날이 궂은 날은 아직도 멀미를 해요. 7~8월이 새우 금어기라 쉬었다가, 9월 1일부터 다시 고기잡이에 나섰는데, 조금 쉬었다고 또 멀미가 나지 뭐예요.”

헐, 멀미하는 어부(漁婦) 맞습니다! 남자들도 하기 힘든 일을 여자 몸으로 견디며 살기란 쉽지 않죠. 집안일과 아이들 뒷수발까지 장난 아니겠죠. 어부의 아내로써 살아가기에 말 못할 사정이 많을 것입니다.

 어부 아내는 어떤 애환들이 있을까, 알아보는 것도 좋겠지요. 다음은 지난 7일 새벽 3시, 여수시 돌산 군내리 수협 위판장 앞 바다에서 잡은 고기를 경매에 내기 위해 바쁘게 손을 놀리던 박전순 씨와 나눈 대화입니다.

“빚에 치여 벌어야 하는 형편”, 남편 따라 바다 일 나서

- 멀미는 얼마나 심해요?
“말도 못해요. 으으~. 속이 뒤집어질 때가지 토해요. 몸은 힘들어 죽겠는데 바다 일이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엎어져 있다가도 토하며 그물을 잡아당기고, 또 토하고 그랬죠. 말이 쉽지 안당해본 사람은 아무리 말해도 몰라요.”

- 왜 부부가 같이 다니게 됐어요?
“두 말하면 잔소리죠. 항상 빚에 시달리니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그러니 어떻게 사람을 쓰겠어요. 먹여주고 재워주고 월 120~150만원 줘가면서 사람 쓸 형편이면 아이들만 놔두고 고기 잡는다고 이렇게 다니겠어요. 인건비 아끼려면 직접 나설 수밖에 없어요. 이게 우리들이예요. 나만 그러나요, 고기 잡는 사람은 다 마찬가지예요.”

- 아이들도 고생이네요?
“1녀 2남. 얘들은 저희끼리 밥해 먹고 학교가고 그래요. 그래도 지금은 어느 정도 커서 한 시름 놨어요. 클수록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데 못해 그게 미안하죠. 아이들이 학교 입학하기 전에도 배를 좀 탔는데 그 어린 것들을 떼놓고 나오면 울고불고 난리였죠. 많이 울었어요. 어떨 땐, 1주일간이나 집에 못 들어가기도 했으니깐.”

-왜 1주일씩이나 못 들어가요?
“바다에서 고기 잡고 들어와 경매하고, 다시 어장에서 일하다 경매하고 반복이죠.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빚에 치여 벌어야 하는 형편인데 어쩌겠어요. 아침마다 빨리 일어나 학교 가라고 전화해요. 밤은 잘 챙겨먹고 다니는지…. 아이들 등록금도 아직 못 냈어요. 이번에도 추석 전까지 집에 들어가긴 글렀어요. 추석도 지내지려나 몰라?”


하루 벌어, 살기도 힘든데 국제중이 무슨 소용?
 
경매에 붙일 고기 실은 차가, 그녀를 싣고 떠나갑니다. 아이들을 내팽개친 채 바다 일 다녀야 했던 애타는 모정이 떠나갑니다. 전문대와 고등학교 다니는 자식, 등록금을 못 냈다며 미안한 표정 짓는 그에게 따뜻한 말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참고 기다리며 열심히 일하면 좋은 날이 올 것이다’란 소리를 꾹 참았습니다. 빚에 허덕이다 우는 자식까지 뒤로한 채 바다로 내몰려야 했던 아픔을 간직한 그에게 할 말이 없었습니다.

이런 사람에게 ‘특목고, 국제중, 조기유학’이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하루 벌어, 먹고 살기도 힘든데…. 이걸 단지 신랑 잘못 만나서로 치부할 수 있을까?

이렇게 기막힌 서민들의 사정을 따뜻한 밥 먹고 정치하는 사람들이 어이 알꼬?

어부의 아내들 힘내고 사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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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씨가 말라 살기도 힘들 텐데…”

그게 오히려 인면수심(人面獸心)이겠지요!
[아버지의 자화상 22] 덕(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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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부가 가져 온 마음의 선물입니다.

일요일 저녁, 부모님을 뵈러 갔었습니다. 현관에 못 보던 신발이 놓여 있습니다. ‘손님이 오셨나?’ 싶어 거실을 보았습니다. 중년의 부부가 빙그레 웃음 지으며 바라보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래 만에 뵙네요. 잘 지내시죠? 요즘 기름 값도 비싼데 어장은 잘 되세요?”
“그럭저럭 해요. 먹고 살려면 열심히 (고기) 잡아야지 어쩌겠어요.”

인사 나누는데 아버지께서 “아이, 요거 좀 봐라. 이리 큰 고기를 준다고 여기까지 왔구나. 고맙게!” 하시며 커다란 생선을 들고 자랑 하십니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입니다.

왜냐고요? 이런 부모님의 자랑이 꼭 ‘좀 본받아라!’ 하는 것 같아서요. 당신들이 배 아파 낳은 자식은 자식 된 도리를 제대로 못하는데 피 한 방울 섞이지 않는 분이 “고마운 부모님 찾아왔다”며 정겹게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먹고 살기 힘들다는 요즘 바다에서 잡은 돔, 꽃게, 쭈꾸미, 소라, 조기, 오징어 등을 죄다 들고 오셨으니 얼마나 미안하고 고마웠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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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부입니다. 사진이 그렇죠?

그게 오히려 인면수심(人面獸心)이겠지요!

부부가 새벽부터 연근해에 나가 여덟 시간 여를 그물과 씨름하며 잡은 고기를 기꺼이 나누는 그들. 자식은 겨우 생색내며 쥐꼬리만한 보탬을 간간이 드리는 실정인데, 그들의 나눔에서 뒤통수를 맞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인면수심(人面獸心)이겠지요!

“기름 값이 올라 비용도 만만찮고, 고기 씨가 말라 잡기도, 살기도 힘들 텐데…. 그거 팔아 아이들에게 보태시지 가져오셨어요. 그래? 고맙습니다.”
“부모님이 저희들에게 얼마나 고맙게 대해 주셨는데요. 이건 ‘새 발의 피’지요.”

키워주신 은덕을 모르는 자식에게 ‘쥐구멍이라도 찾아라’는 일침(一針)입니다. 옳은 말이지요. ‘새 발의 피’는 고사하고 피 자체도 나지 않았으니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정말이지 쥐구멍이라도 찾아야 할까 봅니다.

“아버지, 어머니는 이렇게 좋은 아들 딸이 또 있으니 참 좋으시겠어요. 자식이 못하는 걸 이분들이 다 하시네요.”
“맞습니다. 아버지, 어머니지요. 연고도 없이 흘러 들어온 우리를 맛있는 거 갖다 주시고, 이리저리 부족한 게 없나 살펴주시고, 따뜻하게 맞아주셨으니 얼마나 고마웠겠습니까? 그 은혜를 어찌 다 갚겠어요?”

아버지께서는 옆에서 ‘허허’ 하고 계십니다. 그랬다는 말인지, 아니란 말인지 도통 모르게 말입니다. 못난 자식, 은근히 용심이 납니다. 아직 철이 덜 들었나 봅니다.

막내인 제가 대학 다닐 때, 부모님은 홀로 사시는 동네 할아버지 댁을 살피셨지요. 밥, 된장국에서부터 과일, 고기까지 드십사 남 몰래 드나드셨지요. 똥 수발, 이불빨래까지 하시면서. 저는 이런 모습, 지켜보기만 했지 아직까지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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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맛있게 먹었습니다.

절대자가 천사를 보내 ‘저 자식 놈, 좀 깨우쳐라’ 했나?

“왜, 가시려고요? 같이 드시고 가시지요. 가져오신 것 같이 먹으면 얼마나 맛있겠어요? 이야기도 좀 더 나누시고요.”
“아닙니다. 지난 4월에 친정 어머니가 딸래 집에 오셔서 돌아가셨는데 그 뒷수발을 다 해주셨어요. 이렇게 얼굴 뵙는 것으로도 배가 부릅니다. 일이 있어 그만 일어나 봐야겠어요.”

괜히 제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얼굴 뵙는 것으로도 배가 부르다니요. 아무래도 절대자가 천사를 보내 ‘저 자식 놈, 좀 깨우쳐라’ 했나 봅니다. 부모님도 낯이 간질거리셨는지 한 마디 보태십니다.

“아이, 야들 엄마가 어찌 돌아가셨는지 아냐? 혼자 살던 엄마가 돌아가실 걸 알았는지 집 정리 다하고, 딸래 집에 온 거라. 있는 돈 십 원짜리 하나까지 옆에 다 나눠주고, 그날 새벽예배 드린 후 눈을 감으셨지. 너무 현명하게 돌아가셨어. 가시는 날까지 덕을 베풀고 가셨지. 우리도 그렇게 가야 할 텐데….”

그들은 한사코 저녁을 마다하고 기어이 가셨습니다. 그들은 이렇게 지나 온 세월을 돌이키게 했습니다. 덕을 베푼다는 건 고사하고, 상처는 주지 않았는지? 남의 아픔을 함께 해 준 적은 있었는지? 행여 그나마 작은 쪽박마저 깨트리진 않았는지?

어느 것 하나 진정으로 같이 한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아마, 부모님의 실천궁행(實踐躬行)을 잘못 배운 것 같습니다. 아등바등 살았는데 이제라도 정신 차려야겠습니다. 그런다고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나요?

그래도 두고두고 더욱 노력해야겠습니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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