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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46

 

서울로 데리고 가서 공부 시켰으면…

네가 성장하면 나를 이해할 날이 있을 것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주제는 권선징악이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서양의 예와 우리의 예가 다른 것이 무엇인가? 풍속과 습성과 생활과 환경에서 오는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그 기본은 남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출발하였다.

 

 

 양식을 먹을 때 예를 지키는 것은 에티켓이라 하여 소중히 여기고 어린아이들이 식당바닥을 휘젓고 다녀도 기를 죽인다며 내버려두는 것은 예에 맞는 처신인가.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버릇없는 사람이 되었던가를 생각 할 때마다 그는 이 땅의 위정자들이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논어」에서 말하기를 ‘예를 배우지 않으면 몸을 세울 수 없다.’ 하였다. 예의가 바른 사람을 대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예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묘약이기 때문이다.

 

 

 고려청자와 석굴암이 훌륭한 조상의 유산이긴 하지만 그것을 만들었던 조상의 정신 또한 가치가 있는 것인데도 정신은 깡그리 버려두고 눈에 보이는 것만 챙기는 이 사회가 향하는 마지막 종착지는 과연 어딘지 묻고 싶었다.

 

 

 고속버스가 진주에 도착했을 때는 시계가 거의 열한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용화가 미리 마중을 나와 있었다. 비상도가 집 근처에서 아이를 만나지 않고 굳이 이곳으로 나오라고 한 것은 혹시 누군가의 눈에 띄는 것을 염려한 까닭이었다.

 

 

  “스승님, 잘 다녀오셨습니까?”
  “그래. 고생이 많았구나.”


  “스승님 집으로 가시면 안돼요?”
  “무슨 일이 있었던 게냐?”


  “요 근래 이상한 사람들이 와서 스승님을 찾았습니다. 어제도 몇 사람이 다녀갔습니다.”
  “그렇구나. 나를 따라오너라.”

 

 

 비상도는 식당으로 들어가 방 하나를 차지하고 자리를 잡았다.

 

 

  “별다른 일은 없었느냐?”
  “그 사람들이 스승님에 관해 여러 가지를 물었습니다.”


  “사실대로 말해주지 그랬느냐?”
  “예.”


  “용화야, 산중 생활이 외롭지?”
  “아뇨.”


  “지난번에 오셨던 성 사장님께서 너를 서울로 데리고 가서 공부를 시켰으면 하던데, 너의 생각은 어떠니?”
  “…….”

 

 

 용화는 갑자기 받은 질문이라 다소 놀라기는 했지만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스승님 혼자 두고 훌쩍 떠나겠다는 말이 죄스러운지 용화는 답을 미루었다. 어차피 결정을 내리는 건 스승인 자신의 몫인 것 같았다.

 

 

  “천천히 생각해 보아라. 그 분 아래라면 네가 훌륭하게 성장할 것 같구나.”
  “네.”


  “그리고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들은 말이 있느냐?”
  “찾아오시는 분들께 들어 알고 있습니다.”


  “언젠가 네가 성장하면 나를 이해할 날이 있을 것이니라.”

 

 

 용화를 차에 태워 보내고 비상도는 그곳에서 숙소를 잡았다.
 그날 저녁 집으로 찾아온 기자들에게 용화는 스승님의 말씀을 전했다.

 

 

  “스승님께서 내일 오전에 이곳으로 오시겠답니다. 만나 뵙고 싶은 분들은 다 모이시라는데요.”

 

 

 다음날 아침부터 특종을 잡으려는 기자들과 형사들이 진을 치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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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44

 

 

산에 살다보니 저절로 시인이 되던 걸요.

아가씨, 중요한 이야기 아니면 끊으면 안 될까?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주제는 권선징악이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눈 오는 밤은 누군가가 그립다.
        불끈불끈 솟는 사모의 정이
        헤라클레스의 힘줄처럼 튀어 올라
        괜스레 인적 끊긴 역에 들러
        자판기 커피 뽑아 들고
        사형수 같은 발걸음 질질 끌며
        비탈진 길 내려올 적

        하얀 눈 위 찍힌 발자국
        시렵고 아파와
        불 꺼진 상가
        꺾어진 골목 돌아들 즈음
 
        부서지고 부서진 그리움
        잰걸음으로 눈물 삼키며
        어쩌다 남은 한 조각 붙들고
        나도 모르게 두 팔 벌려 서면
        키만 한 어둠이 가슴을 걷어찬다.
 
        노랫가락 사이로 비틀거리는
        어느 술 취한 사람의 비애(悲哀)

        딱히 줄 곳 없이
        군밤 한 봉지 사서 주머니에 넣으면
        길 잃은 강아지 뒤를 따르고, 나는
        목구멍까지 찬 외로움 뱉어가며
        눈 오는 밤을 붙들고 있다.
        사랑도 업보인 양…….”

 

 

 

  “너무 아름다운 시예요. 그런데 누구의 작품인지 처음 들어보는데요?”
  “비상도라는 시인입니다.”

 

 

 그녀가 허리를 굽히며 큰 소리로 웃었고 그도 따라 웃었다.

 

 

  “시는 언제부터 하셨어요?”
  “특별히 배운 것은 아니고 산에 살다보니 저절로 시인이 되던 걸요.”

 

 

 어느새 그녀는 비상도의 팔짱을 끼고 있었다. 눈이 외투 위로 가득히 쌓이도록 한참이나 그렇게 걸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그는 진주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어젯밤 술을 마신 탓이지 한꺼번에 피곤이 몰려 왔다. 차가 서울을 벗어날 쯤 그는 의자를 뒤로 젖혔다.

 

 

 그가 한참 잠에 취해 있을 때였다. 누군가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아마도 이십대 초반의 아가씨 목소리로 들렸다.

 

 

 그 내용이야 들어볼 가치도 없는 자질구레한 일상사였다. 그런데 아가씨의 통화가 거의 한 시간을 지나는데도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더 희한한 것은 그것을 나무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불쑥 부아가 치밀어 올랐지만 우선 점잖게 타이르는 게 순서일 것 같았다.

 

 

  “아가씨,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면 끊으면 안 될까?”

 

 

 그 아가씨 말끝이 기가 찰 노릇이었다.

 

 

  “야, 어떤 아저씨가 뭐라 한다. 나중에 이야기하자.”

 

 

 모두들 진동으로 바꿨는지 조용한데 또 그 아가씨 폰이 울렸고 십 여분이 넘는 장황한 사설로 이어졌다.


 비상도가 고개를 돌렸다.

 

 

  “아까 그 아저씨가 째려본다. 그만 끊자.”

 

 

 아, 내가 별종인가? 아니면 귀 막고 못 들은 체 하는 어른들이 독종인가?


 학교에서 못 가르치고 부모가 안 가르친 버릇을 누군가는 가르쳐야 하는데 모두들 눈 감고 귀 막고 있었다. 남의 일에 무신경한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그 소리는 막힌 사회인 것이다. 어디 소통이 별다른 것이던가.

 

 

 기초질서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차바퀴보다 더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길바닥에 깔려 죽어가고 있었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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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었는가? 안 먹었으면 같이 먹세.”

 

 

 

지난 금요일이었습니다.
1박 2일로 외지에 다녀오던 중이었습니다.

배가 출출하대요. 마침 점심시간이대요.
아내와 같이 점심 먹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시간은 12시가 조금 지났습니다. 아차, 싶었습니다.

아내는 필시 식사를 기다리거나 식사 중일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점심을 먹는 중이거나 먹었더라도 남편 밥 먹는 걸 옆에서 봐줄 아내인지라 문자메시지를 넣었습니다. 

“밥 먹었는가? 안 먹었으면 같이 먹세. 십분 뒤 도착.”
 

남편의 기습적인 식사 제안 문자를 보고 반가워할 아내 얼굴을 떠올렸습니다.
행복한 마음으로 답신을 기다렸습니다. 
1분, 2분, 3분, 5분, 10분이 지나도 감감 무소식이었습니다.

밥 먹느라 문자를 못 봤나?
휴대폰을 놓고 나갔나?
아님 고속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을까?

이러는 사이 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아내를 찾았습니다. 없더군요. 씁쓸했지요.
혼자 점심 먹고 집으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집에서 옷을 갈아입던 중 전화가 울렸습니다. 아내더군요.

“문자 이제 봤어요. 전화 직접 하지 그랬어요. 당신이랑 점심 데이트 놓쳤네.”

아쉬워하는 마음이 전화기를 타고 흐르더군요.
서운한 감정이 싹 풀리더라고요. 

한편으로 다행이대요.
아직까지 남편과 식사를 반기는 아내가 엄청 고맙더라고요.
아침에 일어났다고 아내에게 매 맞은 썰렁 유머를 생각하면….

아내가 반길 때 종종 점심 데이트도 즐겨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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