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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돋이’ 보기 위해 15년 만에 찾은 용월사, 과연?

잠의 훼방꾼과 새벽예불, 그리고 모두 내려놓기
‘나를 잊는 10분 새벽 명상’과 옷을 훌훌 벗고
“아침 공양은 살짝 익힌 토마토와 사과 한 조각”
[절집 순례] 여수 돌산 용월사, ‘새벽예불’과 ‘해돋이’












“절에서 자고 싶어요.”



아내, 절집에서의 하룻밤을 요구합니다. 여수 돌산 용월사를 떠올렸습니다. 그동안 날씨 때문에 해돋이를 번번이 놓친 아쉬움이 컸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새벽예불과 해돋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기회였습니다. 미리 원일스님께 허락을 구했습니다. 언제든 환영이라네요. 지난 5일 밤, 용월사로 향했습니다.









‘해돋이’ 보기 위해 15년 만에 찾은 용월사, 과연?




“해가 안 뜰 것 같은데.”



스님 말씀대로 날씨는 해돋이를 허용하지 않을 기세였습니다. 또 해돋이를 놓칠 판이었습니다. 용월사 해돋이가 이렇게 보기 힘들 줄이야. 집 안방에 누워 지겨울 정도로 보는 아침 해이건만. 그런데 유독 용월사 해돋이와 궁합이 영 시원찮습니다. 전생에 무슨 업을 지었을까, 싶습니다.



일출 명소 여수 용월사의 해돋이를 본 게 15년 전입니다. 때는 바야흐로 2000년 1월1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가는 신년 초, 당시 대다수가 그랬던 것처럼 소원을 빌어 보겠다고, 어린 아이들을 안고 수많은 사람 틈에 합류해 해돋이 구경에 나섰던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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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의 훼방꾼과 새벽예불, 그리고 모두 내려놓기



“쏴~아! 쏴~~아! 쏴~~~아!”



절벽 위에 세워진 용월사. 새벽예불에 참여하려면 빨리 잠자리에 들어야 합니다. 머리를 눕혔습니다. 끊임없이 파도소리가 들려옵니다. 바닷물 수위가 높은 8물 사리라 지척이어선지 파도소리가 더 크게 들립니다. 절집에 누워 듣는 파도소리. 평소 같으면 ‘운치’였을 겁니다. 지금은 깊은 번뇌를 불러오는 ‘잠의 훼방꾼’일 뿐.



잠결에 세면장에서 물 내려가는 소리가 납니다. 부지런한 나그네가 벌써 일어난 걸까. 목탁소리가 들립니다. 눈을 떠 시간을 확인합니다. 새벽 3시 50분. 서둘러 일어납니다. 총총 걸음으로 새벽어둠을 뚫고 무량광전으로 향합니다. 발에 밟힌 돌 소리가 염주 굴리는 소리 같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스님, 불공에 한창입니다. 수많은 날, 홀로 석가모니 세존을 찾았을 스님 뒤에 자리 잡았습니다. 욕심과 번뇌 대신 무욕과 해탈을 구하려는 심산입니다. 절을 합니다. 자신을 한없이 낮춥니다. 내려놓고, 내려놓고, 또 내려놓습니다. 욕망 덩어리인 ‘나’가 사라집니다. 바라는 마음이 크고 깊으면 무엇이든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위안입니다. 삼매경!








‘나를 잊는 10분 새벽 명상’과 옷을 훌훌 벗고



“풍경소리와 함께 명상하세요.

바람이 일으키는 풍경소리를 인식하고, 고요를 인식하며, 명상하세요!”



불공을 마친 스님께서 ‘나를 잊는 10분 새벽 명상’을 권합니다. 고요 속에 들어간 스님을 보며, 명상에 돌입합니다. 눈을 감습니다. 풍경소리가 바람에 일렁입니다. 눈을 뜹니다. 풍경소리가 잦아듭니다. 다시 눈을 감습니다. 순식간에 고요 속으로 들어갑니다. 깨어있음에 마냥 행복합니다. ‘나를 찾는 10분 새벽 명상’, 아름다운 시간입니다.



밖으로 나왔습니다. 관세음보살이 여명과 어둠 사이에서 남해 바다를 굽어보고 계십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배들이 불빛을 발사하며 존재를 확인시키고 있습니다. 해돋이는 접었습니다. 흐릿한 날씨에 해돋이는 욕심입니다. 대신 밤새 철썩였던 파도를 확인합니다. 무수히 몸을 던져 기꺼이 부셔졌던 파도 덕분에 잠을 푹 잤습니다. 생각의 고리들을 끊을 수 있었기에.



“목욕 갈까요?”



스님을 따라 나섰습니다.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하는 끊임없는 노력입니다. 목욕탕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나그네에게서 살짝 술기운이 돕니다. 맑음을 얻으려는 애틋한 몸짓으로 읽힙니다. 훌훌 옷을 벗습니다. ‘나’를 벗으니 ‘진정한 나’가 됩니다. 탕 속에 들어갑니다.



“아, 시원타!”








“아침 공양은 살짝 익힌 토마토와 사과 한 조각”



“우리 용월사 해돋이는 겨울이 더 멋있어요.

여름에는 해가 남해도에서 뜨지요. 겨울에는 해가 바다에서 뜨고요.

차 한 잔 하시게 찻방으로 오세요.”



스님, 차를 권했습니다. 그러면서 “제 아침 공양은 살짝 익힌 토마토와 사과 한 조각”이라며 냉장고에서 토마토와 사과를 꺼냅니다. 아리송합니다. 아침 공양을 같이 하자는 건지, 이렇게 드신다는 소개인지. 염치 불구, 아내와 함께 찻방으로 갑니다. 스님, 사과를 깎고 있습니다. 어리석은 중생입니다.



“햇차 드셔 보셨어요?”
“아직입니다.”


“선암사에서 만든 우전 마셔 보세요.”
“감사합니다, 스님!”



녹차 향이 은은합니다. 목 넘김이 부드럽습니다. 살짝 익힌 토마토 한 조각을 입에 넣습니다. 씹다 삼킵니다. 사과를 들어 베어 뭅니다. 아삭거리는 소리가 아주 경쾌합니다. 스님께서 나눠주신 아침 공양은 꿀맛이었습니다.



“깨달음은 한 순간에 옵니다.

깨달으면 팔만대장경 해석이 자유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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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공양 좀 주시지요.”…“방으로 오르시지요!”
무심코 산 정상 뒤로 보이는 바다가 지상낙원
[선문답 여행] ‘이뭣고’ 가 ‘○’을 대신한 여수 진례산 도솔암

 

 

 

여수 봉우재에서 본 진례산 턱 밑의 도솔암입니다.

 

 

‘심즉시불(心卽是佛)’.

 

 

“중생 마음이 곧 부처”라는 거죠. 하지만 인간이 어디 부처님 같던가요. 마음은 하루에도 수 천 번 바뀝니다. 그렇다고 실망할 것 없지요. 그러니까, 사람이지요. 그래, 끊임없는 수행을 강조하는 게지요.

 

 

진달래꽃 군락지로 유명한 여수 진례산을 올랐습니다. 목적지는 산 정상보다 도솔암이었지요. 정상보다 도솔암이었지요. 진례산(해발 510m) 정상 턱 밑에 자리한 도솔암은 도솔천(兜率天)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아울러 지눌 보조국사께서 창건한 흥국사 산내암자입니다.

 

 

도솔암 오르는 길은 백팔번뇌의 길입니다. 

 번뇌의 길을 오르면 도솔암이지요...

번뇌는 별빛이라...

 

 

 

“스님, 공양 좀 주시지요.”…“오르시지요!”

 

 

“이 뭣 고”

 

 

봉우재에 있는 도솔암 표시석 글귀가 심상찮습니다. 표지석에 덩그러니 ‘도솔암’만 새긴 것보다 의미가 더 깊었습니다. ‘이 뭣 고’ 뭔가 꼭 생각해야 할 것만 같았습니다. 하여간 뭐라는 건지, 알쏭달쏭하지만 글귀 자체가 좋은 화두였습니다.

 

 

봉우재에서 숨 고르는 사이, 짐 실은 도르래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덩달아 비구니 스님까지 내려오는 중입니다. 스님과 차 한 잔 마시며 나눌 선문답을 기대했는데, 도로 아미타불이 되었습니다.

 

 

스님 진달래 앞에 섰습니다. 

 이뭣고?

 삶은 곧 길이지요...

스님 짐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도솔암에 오른 지가 근 10년이 넘은 거 같습니다. 당시, 염치불구하고 스님께, 중생에게 보시하길 청했었지요.

 

 

“스님, 공양 좀 주시지요.”

 

 

두 말이 필요 없었습니다. 스님께서 웃으시며 “방으로 오르시지요!”하셨으니까. 뚝딱 낸 공양은 있는 듯 없는 듯 희멀건 ‘양념’, 한 듯 만듯한 ‘간’ 등 당시로선 아주 생소한 요리였습니다. 하지만 부처님께서 주신 음식은 아주 꿀맛이었지요. 마치 도솔천에서 먹는 것처럼 입안에서 살살 녹기까지 했으니.

 

 

이번에 암자 밖에서 만난 스님께, 말을 붙이지 않았습니다. 앉아서 편안히, 여유롭게 말 섞을 분위기가 아니라서. 게다가 스님께선 차에 짐 싣고 떠나기에 바빴습니다. 스님의 발걸음에서 먼 길 가는 마음을 읽었지요. 하여, 진달래꽃 앞에 선 스님 뒷모습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또한 ‘이뭣고’ ‘○’을 대신했기에.

 

 

절벽 사이에 지어진 가람... 

도솔암 텃밭이 재밌습니다. 

무릇 절집은...

 

 

 

도솔암에서 본 첫 풍경, 최고의 안구정화

 

 

‘백팔번뇌’의 계단을 오르던 중이었지요. 아이를 앞세운 가족이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해맑은 개구쟁이 동자승을 앞세운 듯했습니다. 넌지시 “산에 오르다니, 대단한데!”라고 칭찬을 넣었습니다. 어른들이 더 반기더군요. 이럴 때 중생은 모두가 다 부처지요.

 

 

도솔암 입구가 바뀐 듯합니다. 돌과 대나무 등으로 오르는 ‘사이 길’을 꾸며 운치를 더했더군요. 아쉬운 점도 있었답니다. 극락전 등 가람에 들어서기 힘든 구조였습니다. 비 등을 막을 요량인지 온통 막아 놨더군요. 절집은 바람이 쉼 없이 드나들어야 하건만….

 

 

그렇지만 절집에서 본 풍경은 이런 아쉬움마저 날렸습니다. 최고의 안구 정화(眼球 淨化)였지요. 이 감흥, 보우 스님의 시로 대신하지요.

 

 

 도솔암에서 본 산봉우리 뒤의 바다에 놀랐습니다. 선계인가 했지요...

 푸르름 사이를 걷는 건 즐거움이지요...

천하를 발 아래에...

 

 

눈앞에는 법도 없고 사람도 없어
아침저녁 부질없이 푸른 산을 마주하며
우뚝 앉아 일없어 이 노래 부르니
서래음(西來音) 그 소리 더욱 분명하리라


               - <생활 속의 참선> (석금산 편저, 선우산방)

 

 

눈 아래 펼쳐진 풍경은 시대까지 대변하고 있었지요.

조선시대, 국가적 위기였던 임진왜란 때 ‘의승수군’으로 분연히 떨쳐 일어났던 ‘흥국사’ 가람이 그림처럼 단정히 똬리 틀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 옆으로 산업화시대에 국가 부흥을 앞세웠던 여수국가산업단지가 펼쳐져 있었지요. 묘한, 시대 대비였습니다.

 

 

시대를 대변하는 두 풍경이 있었으니... 

조선시대 임진왜란에서 나라를 구한 '의승수군'의 본거지 흥국사와... 

산업화시절 국가부흥을 이끌었던 국가산업단지가 있었으니...

 

 

 

무심코 산 정상 뒤로 보이는 바다가 지상낙원

 

 

“저기 산봉우리 끝에 있는 바다 보이죠? 저게 여수 신항이고요, 얼굴 모양으로 불룩한 곳이 바로 오동도랍니다.”

 

 

도솔암에 머무시는 처사님의 풍경 감상 훈수에 깜짝 놀랐습니다. 무심코 앞에 펼쳐진 산 정상 뒤로 보이는 바다가 감로수와 지상낙원이거니 했거든요. 그런데 그게 여수 신항과 오동도였다니…. 오동도가 국민 관광지가 된 게 우연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그려!

 

 

“해돋이와 해넘이, 여수산단 야경까지 보면 입 다물지 못합니다!”

 

 

도솔암에선 애써 참선하지 않더라도 저절로 도(道) 통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도솔암을 기도도량, 정진도량으로 부르나 봅니다. 또 아쉬운 게 있었지요. 날씨 덕에, 시간까지 절묘하게 맞춘 때에, 그 멋지다는 해넘이를 못 봤으니, 덕이 아직 많이 부족하나 봅니다.

 

 

부도... 

감로수가 넘치는 바다인 줄 알았더만, 저 바다가 여수 신항이라 합니다. 

코처럼 나온 지형이 오동도라네요. 앞 사진서 확인해 보삼!

 

 

“비구니 스님께선 어디 가시는 길이었습니까?”
“보셨군요. 태국 가시는 길입니다. 월 말에나 돌아올 예정입니다.”


“처사님, 물 한 잔 주십시오.”
“물 대신 고로쇠 한잔 드리리다.”

 

 

처사님께선 고로쇠를 건네면서 “사월 초파일, 도솔암에 놀러 오라!”시대요. 친절하게 “석가탄신일은 5월 25일 월요일”인 것도 알려주시더군요. 암튼, 도솔암 풍경은 이미 부처였습니다.

 

 

굳이 스님과 선문답 나누지 않아도, 아름다운 세상 풍경을 보는 자체가 선문답이었고, 용화세상이자, 극락세계였습니다. 이로 인해 욕계에서 제일간다는, 세간에서 최고 경지라는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세제일법(世第一法)’.

 

 

 

세제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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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승낙 조건 중 하나였던 ‘새벽 예불 구경’ 이유가

잠이 부족한 학승들에게 곤혹이었을 ‘목탁소리’
스님이 전한 ‘도량석’에 얽힌 사연에 빙그레 웃고…
새벽 예불에 들어 있는 ‘남들을 깨운다’는 의미는?

 

 

 

 

세상을 일깨우는 도량석 중인 스님...

새벽 예불을 마친 제주도 우도 금강사.

 

 

 

 

18년 전, 아내는 나그네의 청혼을 받아주는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로 ‘새벽 예불 구경’을 내걸었습니다.

 

전혀 예상 못한 기상천외한 제안이었습니다. 호기롭게 ‘까지 꺼 그거 못하겠냐?’ 싶어 “좋다”고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그리고 경북 청도 운문사로 향했었습니다. 운문사의 새벽, 앳된 비구니들의 예불소리는 웅장함을 넘어 자비였습니다. 이후, 새벽 예불은 마음의 고향이 되었습니다.

 

 

 

구도는 자신을 낮추는 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똑 똑 똑 똑 ~~~~~~ 또르르르~~~~~~’

 

 

제주도 우도 금강사.

덕해 스님께서 대웅전 앞에 섰습니다. 목탁소리가 새벽을 갈랐습니다. 청아했습니다. 목탁소리엔 일정한 음률(音律)과 시어(詩語)가 들어 있습니다. 그래선지, 나그네를 깨우는 신비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정신을 가다듬고 스스로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나그네는 공(空)이 되어갔습니다.

 

 

덕해 스님께서 목탁을 두드리며 걷습니다.

동시에 염불이 나옵니다. 목탁과 어울린 염불소리는 절묘한 조화로 세상에 울려 퍼졌습니다. 스님의 부드러우며 절제된 발걸음은 춤사위처럼 사뿐했습니다. 이에 반했는지, 한 처자가 문을 열고나왔습니다. 그녀는 합장한 채 스님을 뒤따랐습니다. 숨죽여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여름의 행복이었지요. 아내는 이런 행복을 어찌 알았을까?

 

 

“마하반야~ 바라~ 밀다심경~~~”

 

 

절집의 새벽 예불은 보통 새벽 3시30분 혹은 새벽 4시에 시작됩니다. 순서는 도량석, 종성, 종치며 염불, 법고, 운판, 목어, 범종, 작은 종(운집새), 법당 예불 순입니다. 절집 규모와 도량 크기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납니다. 이 과정을 가만히 지켜볼 수 있다는 건 삶의 재미지요.

 

 

 

목탁소리는 신심이었습니다.

 

 

 

 

잠이 부족한 학승들에게 곤혹이었을 ‘목탁소리’

 

 

세상이 좋은 것뿐이라면 이 무슨 재미. 양(陽)이 있으면 음(陰)이 있고, 희망이 있으면 좌절도 있는 법. 목탁소리는 잠이 부족한 젊은 학승들에게는 아주 ‘곤혹’입니다.

 

 

수학능력시험을 코앞에 둔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이 자신을 깨우러 온 엄마를 보며 “1분만 더, 1분만 더”를 간절히 외치며 이불 속으로 파고드는 모습을 떠올려도 무방합니다. 꿀잠의 맛이지요.

 

 

“도량석을 담당한 학승은 따로 잔다.

그래야 잠이 부족한 다른 학승들이 부산함에 깨지 않고

조금이나마 더 잘 수 있으니까. 이는 배려의 미학이다.

보통 도량석 담당은 1주 단위로 돌아간다.”

 

 

우도 금강사 덕해 스님의 설명입니다.

 

 

 

연꽃처럼...

 

 

 

 

<도량석(道場釋)>은 새벽예불 전에 도량을 청정하게 하기 위한 의식으로, 목탁과 염불로 잠든 스님들과 삼라만상을 깨우는 새벽 예불의 서막입니다. 도량석을 담당한 학승은 3시에 일어나 절집 곳곳을 돌며 목탁을 두드리며 염불을 욉니다. 이 소리에 스님들이 깨어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새벽 예불을 준비합니다.

 

 

도량석은 스님들의 알람 자명종인 셈입니다.

 

 

도량석과 새벽 예불 사이는 30 내지 40분의 시간 여유가 있습니다. 이 시간을 최대한 누리기 위해 도량석 담당을 둘러싼 치열한 줄다리기가 전개됩니다. 마치 군대에서 한참 잘 시간에 불침번 서는 걸 꺼리는 것처럼. 그러고 보면 사람 사는 건 어디나 매 한 가지. 하긴 이게 세상살이 묘미지요.

 

 

“절집 마당만 돌다가 올해부턴 우도를 안았습니다.”

 

 

지난 밤,

덕해 스님과 차를 마시며 새벽예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온 말입니다. 모든 중생의 고통을 짊어지셨던 부처님을 따르기 위해 더 안아야 함을 아신 게지요. 어찌 우도뿐이겠습니까!

 

 

 

도량석을 위해 대웅전 앞에선 스님.

 

 

 

 

스님이 전한 ‘도량석’에 얽힌 사연에 빙그레 웃고…

 

 

새벽, 어둠이 가득합니다.

어둠 속에 가로등 불빛이 빛나고 있습니다. 덩달아 하늘에선 달과 별이 마지막 빛을 발하는 중입니다. 조금 있으면 밝음에게 자리를 비켜줘야 하는 것을 아는 모양입니다. 목탁 소리와 염불 소리가 새벽 공기를 가릅니다. 스님이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그 뒤를 합장한 채 묵묵히 걸었습니다. 새벽의 상큼함이 스리슬쩍 마중 나왔습니다.

 

 

지난해 여름에 찾은 우도 금강사에선 도량석과 새벽 예불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직접 하기보다 과정을 넌지시 지켜보는 것만으로 충만했습니다. 올해는 달랐습니다. 다시 찾은 금강사에선 도량석과 새벽 예불에 참여했습니다. 보는 것(智)과 하는 것(行)의 차이를 이제야 알았기 때문입니다. 세월이 자연스레 선사한 ‘내공’ 덕분이었습니다.

 

 

“똑똑똑똑~, 마하반야~”

 

 

목탁소리에도 원칙이 있었습니다.

새벽 목탁소리는 잠든 나무와 풀벌레 등 만물에게 놀라지 말고 일어날 준비를 하란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 아주 작은 소리로 시작해 점점 커집니다.

 

반대로 저녁 목탁소리는 크게 시작해서 잦아듭니다. 조용히 휴식 취할 준비를 하란 거죠. 그러니까, 목탁소리는 삼라만상에 대한 부처님의 배려의 자비가 숨어 있습니다.

 

 

“시계가 귀하던 과거에는 어떤 스님이

도량석을 하느냐에 따라 예불 시간이 달랐다.

 

잠 없는 스님께서 도량석을 맡으시면

새벽 예불이 일찍 시작되는 관계로 예불 후

한참이 지나서야 아침 공양을 했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예불 후 바로 아침 공양을 했다.”

 

 

덕해 스님이 전한 도량석에 얽힌 사연입니다. 빙그레 웃었습니다. 머리 깎고 출가한 구도자의 세계는 우리네 세상과는 한참 다를 줄 알았습니다.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구도자였으나 우리네와 마찬가지로 사람이었습니다. 시간에 매여야 하고, 공양을 해야 하는 인간이었습니다. 언제, 어디에 있든 그곳이 바로 ‘극락’인 것을…. 가르침이었습니다.

 

결혼이 곧 구도자의 길이었으니….

 

 

 

구도의 길은 간절함이었습니다.

 

 

 

 

새벽 예불에 들어 있는 ‘남들을 깨운다’는 의미는?

 

 

세속적인 나그네가 생각하는 새벽예불의 맛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깨달음의 경계를 넘나들고자 하는 수행.

둘째, 만물이 잠든 고요한 새벽에 일어나 몸과 마음을 바르게 가다듬고 정진하는 수양.

셋째, 남들보다 일찍 얼어난 만큼 하루를 더 길고 알차며 값진 시간을 만드는 토양이지 싶습니다.

 

 

“남보다 먼저 일어나는 것과 곤히 자는 남들을 깨운다는 것이다.” 

 

 

새벽예불에 대한 덕해 스님의 답입니다. 새벽 예불을 보는 눈은 비슷합니다. 하지만 깊이에 차이가 납니다. 그건 “남들을 깨운다!”는 사실입니다. ‘혼자’가 아닌 ‘우리 함께’를 일깨우고 있습니다. 아름드리나무가 인간에게 사랑받는 건 우리에게 주는 그늘이 푸짐하기 때문이듯….

 

 

언제부터인가,

목탁소리에 스민 울림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목탁을 치는 이에 따라 느낌이 달랐습니다. 어떤 이의 소리는 그저 소리일 뿐이었으나, 어떤 이의 소리는 편안함과 위안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러니까 목탁소리에 구도의 깊이와 마음의 넓이가 들어 있었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새벽 예불을 올립니다.

독송마저 감미롭습니다. 땀이 방울방울 떨어집니다. 혼신을 다하고 있습니다. 혼자 기거하는 절, 게으름을 피울 만하나 늘 한결같습니다. 삶 자체가 곧 구도였으니 당연한 게지요. 여기에서 아내가 결혼의 전제조건으로 새벽 예불 함께 보기를 내세웠던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마음 언제나 늘 한결 같기를….’

 

 

 

나를 낮추는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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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열린 후, 자연을 보는 눈이 다르더이다!
웃음꽃이 수줍은 얼굴 단풍으로 변하더이다!
‘어이~, 동자승아. 죽비 어디 없을꼬?’
창원 성불사 신도들과가을 단풍 산행에서 배운 것

 

 

 

 

 

 

 

 

 

 

“차가 왜 이리 막히지?”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더이다.

‘단풍’이 사람을 불러 모으고 있더이다.

도로가 짜증 날 정도이더이다.

 

짜증은 자연의 소리를 들으려는 마음이 아니더이다.

단풍 구경. 이는 잠시 자연을 잊고 지냈던 자신에 대한 반성의 시간이더이다.

 

 

“단풍 보러 갈까?”

 

 

단풍 구경은 정해진 시간 속에 잠시의 움직임.

이 시간 요긴하게 쓰는 게 최선이더이다.

 

산 중에서 익어가는 감이 여유를 주더이다.

이렇게  낙남정맥 중 경남 창원과 함안을 아우른 여항산 단풍 나들이를 갔더이다.

 

 

여항산에 퍼질러 앉으려는 단풍이 나그네에게 세 가지 마음 준비를 요구하더이다.

창원 성불사 신도들 착착 마음 준비를 하더이다.

 

산행 길 입구에서의 단체사진이 그것이더이다.

사진 찍을 때의 우왕좌왕과 긴장, 그리고 올바른 몸가짐은 단풍에 요구에 부응하는 몸짓이더이다.

 

 

 

 

 

 

 

가을 단풍이 나그네에게 요구한 세 가지는?

 

 

첫째, 자연에 귀의할 마음가짐이더이다.

마음이 열려야 자연을 느낄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강조하더이다.

 

둘째, 자연을 보는 눈이더이다.

자기 방식대로 감상하지 말고 자연의 섭리에 따라 보는 무위자연을 요구하더이다.

 

셋째, 자신을 되돌아보라 하더이다.

지나 온 과거를 잊지 말고, 과거에서  배움을 구해 현재와 미래의 삶을 영위하라 하더이다.

 

 

가을 단풍이 나그네에게 요구한 세 가지 방법에 따라 산을 올랐더이다.

그랬더니 나그네가 되더이다.

 

가파른 비탈길을 오름에 있어 ‘헉헉’거림은 고단한 육신이 내뱉는 뱃고동 소리로 들리더이다.

항구에 도착을 알리는 굵은 저음의 뱃고동 소리는 마음이 열렸음을 의미하더이다.

 

 

 

 

 

 

 

 

마음이 열린 후, 자연을 보는 눈이 다르더이다!

 

 

스님 : “‘불이(不二)’는 뭔고?”
나그네 : “제 아호(雅號)입니다.”

 

스님 : “유일무이(唯一無二)의 무이(無二)도 있는데 왜 부리(不二)로 했을꼬?”
나그네 : “무리(無二)보다 부리(不二)가 좀 더 깊음이 있는 것 같아서요.”

 

스님 : “둘이 아니지만 하나란 의미도 아니야.”
나그네 : “그래도 하나지요.”

 

스님 : “…?”
나그네 : “…!”

 

 

 

 

 

 

 

 

산에 오르자 운해가 피었더이다.

경치가 감탄을 자아내더이다.

 

마음이 열리니 자연을 보는 눈이 정말 다르더이다.

지하세계와 인간계, 천상계 구분이 생기더이다.

세상을 이 삼계로 나누자 구름이 걸린 산봉우리가 산 중의 섬처럼 보이더이다.

 

 

바다 위의 섬이나 운해 위의 섬이나 무에 다를까마는.

섬과 산봉우리는 본디 하나였더이다.

 

그렇지만 인간은 아귀다툼에 몰두하는 바람에 이를 잊고 있었더이다.

천상계와 인간계, 지하세계가 하나일진대 그걸 지나치고 있었더이다.

현실에서 마주하는 피안은 나그네에게 삶의 지혜를 안겨 주더이다.

 

그제야 웃음이 피어나더이다.

 

 

 

 

 

 

 

 

웃음꽃이 수줍은 얼굴 단풍으로 변하더이다!

 

 

가져 온 음식들을 공터에서 펼쳤더이다.

저 마다 솜씨를 발휘한 음식을 공양했더이다.

배려와 나눔의 장터이더이다.

 

맛있는 공양은 부처님이 중생에게 나눠 주신 진리의 법문으로 씹히더이다.

그 씹힘이 어찌나 달달하던지 놀랍더이다.

 

 

 

“보증 때문에 재산 차압당하고 쫄딱 망해 너무 힘들게 살았어요.

안 해 본 일이 없어요. 술집까지 했으니 말 다했죠.

어떤 사람은 이런 일 할 것 같지 않은데 왜 이 일 하냐고 묻기도 했고요.

그 고충을 어찌 말로 다할까. 아이 셋 대학 보내려면 아직 멀었어요.

그래도 지금은 살만해요. 힘들 때 스님이 중심을 많이 잡아주셨어요.”

 

 

 

힘들었던 과거를 회상하는 그녀의 얼굴에 점차 웃음꽃이 피더이다.

웃음꽃은 홍조로 변해 수줍은 얼굴 단풍으로 변하더이다.

 

그 모습이 자연 단풍보다 더 예쁘더이다. 이 어이 보살이 아니리오!

 

 

 

 

 

 

 

“사진 찍는 표정이 왜 그래요. 내 남편 보듬는다 생각 말고, 마음에 그리던 정든 님 보듬는다 생각하세요.”

 

 

그제야 여인네들 입과 얼굴에서 “호호호~” 웃음이 피어나더이다.

부부, 이렇게 살면 얼마나 좋을꼬.

 

그렇지만 현실은 정든 님 어디가고, 웬수만 남았을까.

이래서 산에 오르는 길은 수행 길이더이다.

 

 

 

 

 

 

 

 

 

‘어이~, 동자승아. 죽비 어디 없을꼬?’

 

 

 

“스님, 뭐하세요.”
“니는 보믄 모르나?”

 

 

봐도 보이지 않는 게 중생의 길. 그래서 스님을 따르는 것.

단풍 구경 온 중생들이 버린 마음 속 쓰레기를 줍고 계시더이다.

 

쯔쯔쯔쯔~, 가련한 중생의 길은 언제나 끝날꼬.

 

 

 

 

 

 

 

스님, 내려오던 길에 자작 시조 한 수 읊더이다.

웃음이 배시시 묻은 얼굴에서 승무의 춤사위처럼 나오는 목소리 하나하나가 단풍을 뚝뚝 물들이는 청음의 워낭소리로 들리더이다.

 

 

 

       단 풍


                                  청강스님

 

가을 산 단풍 빛이 몹시도 아름다워
오르는 사람마다 탄성이 잦다마는
아소서, 저들은 지금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해학이 덕지덕지 묻어나더이다.

 

삶과 죽음은 하나.

스님에겐 그렇다손 치더라도 중생에겐 가당찮은 깨달음이더이다.

 

 

‘어이~, 동자승아. 어디 죽비 없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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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귀족 멧돼지와 생계형 멧돼지의 차이

겁 없는 중년 여인 두 명이 산행에서 배운 것은?

 

 

 

 

설악산 봉정암 산행 길에 다녀 온 지인 신경애 씨가 뜻하지 않은 야간 산행에서 세 번이나 만나 멧돼지에 놀라는 등 재밌는 무박 4일 산행기와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이에 신 씨의 설악산 야간 산행기를 올립니다.<주인 백>

 

 

설악에서 가서 일박하고 다음 날 아침 백담사 절 앞까지 버스로 들어가 그때부터 10.8Km 봉정암까지 산행 코스였다. 편한 바지에 등산복 T 셔츠, 우산, 장갑, 머리 밴드, 휴대폰, 물, 커피 3캔 들고 봉정암 오르는 길은 분명 가벼웠다. 남들보다 두 배 시간이 걸리긴 해도 설악이 주는 장관에 탄복하며 결국 봉정암에 들어섰지.

 

몸속에 박혀있던 물살들이 밖으로 다 빠져나오고 붓기란 건 쏙 빼가며 올라가 물을 원 없이 먹고 내려갈 길을 생각해보니 이미 내려가도 차 세워 둔 숙소까지 타고 갈 버스 차편은 끊어진 후라 절에서 제공하는 쉼터에서 씻고 쉬었다.

 

이런 흔치 않는 기회에 절밥(저녁공양) 먹고 하룻밤을 좋은 명소에서 하늘에 닿을 듯할 소원을 빌어볼까 했다. 하지만 해 있을 때 암자 앞 가파른 길이라도 무작정 걸어 내려가기로 했지. 다행히 나와 같이 동반해준 보살님이 큰 의지가 되는 이유도 있었고.

 

다른 사람은 꾸준히 걸어 대 여섯 시간 정도 걷는 길을 나는 두 배 늦은 걸음으로, 시동을 끄면 다시 가동이 될 거 같지 않아 계속 걸을 생각을 한 거지. 가파른 길을 내려와 걸어 내려가다 보니 여름이라 낮이 긴 탓도 있지만 올라갈 때 감탄하던 곳을 다시금 보며 해 떨어지기를….

 

결국 대피소에 다다르니 이미 아홉 시가 넘은 시각. 다른 사람들은 하산을 포기하고 머물 작정이더군. 유일하게 편히 통신망이 터지는 곳이라 숙소에 내려가는 차편을 알아볼 수 있었지만 내려가는 시간과 교통편이 영 순조롭지 못한 채 계속 걸어내려 가잔 맘이 들더군.

 

 

 

 

랜턴으로 길을 비추며 물구덩이와 낭떠러지를 피해 가는데 뒤에서 무슨 소리가 무겁고 무섭게 한 번씩 나더군. 참다못해 옆 보살님 팔을 잡고 서로 의지하며 내 걸음 속도에 맞춰 내려오는 길. 도깨비불이 사방에서 번쩍번쩍. 나무숲에서는 누가 쳐다보는 듯한 불빛.

 

안내 표지판이 나타나길 기대하며 내려오는 길에, 반갑게도 처음 두 시간 정도 올라가다 만난 절에서 들고 가던 커피를 마셨던 바로 그 절이 나타나 갑자기 떨어지는 비를 그 절 마루에서 피하면서 비 그치길 기다렸지. 비가 조금 멈춰지는 듯하자 백담사까지 가야 차가 왕래할까 싶어 다시 길을 나섰지.

 

결국 약간의 공포와 무리라는 감을 느끼면서 정처 없이 걷다보니 저 멀리 있는 백담사 불빛을 보니 안도감과 반가움이. 그때가 자정이 지나 한 시 반. 넓은 개울가 돌에 앉아 구부리고 펴지지 않은 무릎을 주무르며 쉬는데 그 순간에도 뒤에서는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겁도 나지만 일단 백담사 안으로 들어가 불빛 아래라도 있고 싶더라고.

 

 

 

절에 들어서 자판기 음료부터 벌컥벌컥 마시고. 불빛 아래 스님들 누구라도 나와 주기를 기다리며 새벽 예불시간이라도 빨리 오길 바라는 중에도 잠도 오고 추워 자판기에 기대 잤다. 자던 중 짧고 통통한 발굽소리에 눈을 떴다.

 

산 멧돼지 일가족이 일렬로 줄지어 뛰며 경내를 돌아다니는 걸 확인한 순간 바로 경직. 앞선 새끼들 여 일곱 마리 중간에 어민지 아빈지 그 뒤이어 새끼 댓 마리가 절 안 법당을 뛰면서 돌고 있었다. 너무 놀란 내 인기척을 의식한 어미 멧돼지가 천천히 얼굴을 쓰윽 돌리며 내 쪽을 돌아보는 거라.

 

순간, 일어날 불상사에 몸을 굳히고 슬그머니 일어나, 자판기 기계 뒤로 들어가 숨죽여 있다 보니, 법당 쪽을 거쳐 산속 어디론가 멧돼지 일 가족이 사라져 한 숨 돌렸다. 사진이라도 찍었으면 좋으련만 멧돼지 포스에 놀라 사진 찍을 엄두를 내지 못한 게 아쉽다.

 

새벽 3시쯤, 절 스님들 공식 일정이 시작되는 게 보이더만. 4시 쯤, 불빛이 하나 둘 무리지어 보여. 전문 산악단체가 절 입구까지 7.5Km를 두어 시간 걸어왔다는 것. 걸어 내려가자니 세 시간 이상 걸어 갈 길이 갑갑해. 그러던 중 누가 하는 말이 총각 귀신이 나온다는 거야.

 

밤새 산길도 내려왔다며 말은 했어도 어두운 산길 멧돼지를 보고 나니까 엄두가 안나. 산악인들이 눈앞에서 사라질 무렵 보살님이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간 틈에 난 어디 들어가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살펴보고 있는데 버스 타는 대기실도 잠겨 있고.

 

화장실 다녀온 보살님에게 다가가는데 순간 또 다른 멧돼지 일 가족이 개울둑에서 우르르 올라오네. 순간 기겁을 하고 어쩔 방법을 몰라 대기실 의자 쪽으로 가 숨을 곳을 찾아봐도 공간이 없다. 태연히 모르는 척 다시 절 안쪽으로 뒤도 안 돌아보고 들어와 그때부터 동트기만 기다렸다.

 

 

 

새벽 5시가 가까워지자 하늘에 동이 트려는 기미가 보인다. 옆 보살님은 여덟 시 넘어 들어오는 첫 버스를 기다리느니 걸어 내려가겠다고 한다. 내 걸음으로 다 내려가면 버스 탈시간인데도 하는 수없이 경내를 빠져나왔다.

 

개울 다리를 다 건너려는 순간 멧돼지들이 버스 승강장 대기실을 들이받고 옆 텃밭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난리다. 놀라 나 혼자 절 안으로 다시 들어와 불빛 아래에서 버스 오길 기다리리라 마음먹었다. 동행한 보살님도 안 되겠는지 들어오신다. 이젠 내가 절 한 켠에 있는 산신각이라도 들어가자 애원했다.

 

기도 차 산신각에 들어가서 앉아 밤새 있었던 일을 생각하니 꿈만 같다. 스님이 산신각에 염불하러 들어오실 것 같다는 말에 일어서 나오려니 이쪽으로 스님이 오신다. 순간 보살님의 염염함을 인정하며, 버스 기다리는 걸 포기하고 중간에 지나는 차 있으면 얻어 타 볼 생각으로 길을 나섰다.

 

결국 보살님 걷는 거리차를 맞추지 못하고 나는 한 시간 이상 더 걸려 차를 세워둔 숙소에 도착 할 즈음, 버스가 중간에서는 안 태워준다는-내려오는 버스라도 타 볼 마지막 걸었던 희망이 부서지는…. 그렇게 밤샘 산행 길을 했다. 올라가는 10.8Km 내려오는 10.8Km + 7.5Km 상상 초월 29Km 행보.

 

 

 

 

<멧돼지들의 새벽 행보>

 

한 가족은 일사천리 질서 있는 기품 있는 명품 귀족 멧돼지 떼 새벽 경내도량 법당 순시 염불 차 내려왔다간 듯. 두 번째 본 멧돼지 떼는 먹는 거 찾아내려와 강 개울에 물고기 나물을 먹고 간 생계형. 세 번째 멧돼지 떼는 텃밭을 파헤치고 시설물을 들이 받고 행패부리는 막 되먹은 형. 짐승에게도 이렇게 사는 차이가 있구나! 평생 잊지 못할 귀한 산행~~~.

 

 

불자들 사이에서 봉정암 같은 곳을 세 번 다녀오면 적어도 소원 하나는 이루어진다고 믿는 이들 얘기가 있어. 꼭 그래서라기보다 어딜 가든 뭔가 의미 있는 곳을 가고 싶은 맘에 길을 나선 거지. 내 맘속으로는 다 키워 놓은 자식 앞으로 좋은 배우자 만나길 염원하는 바람을 싣고 올라가 볼 생각을 했지.

 

 

우연치 않게 하루에 세 개의 사찰을 돌면 좋다던데 백담사, 중간에 절(이름 모름) 봉정암 세 사찰을 돌았고, 그렇게 담아온 정성으로 제사도 올리고 의미를 두자니 가슴이 뛴다.

 

계곡 길의 반짝이던 하얀 도깨비불들…. 산 속 번뜩이던 산짐승 눈빛들…. 자판기 옆 날아들던 노란 반딧불들…. 여기저기 신호하는 산짐승 울음소리들…. 새벽 세시부터 스님들의 일정 도량치기부터 어북소리, 법당예불까지…. 의미 있어 존재하는 만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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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되겠다’던 행자님에게 옷 보시한 사연

“이런 귀한 보시 기회를 준 자네가 더 고맙네!”

  

 

 

전남 여수 돌산의 은적사입니다. 천년고찰이지요.

 

 

“스님. 드시고 싶은 거 말씀하세요.”

 

절집에 가기 전, 스님과 전화 통화에서 빠지지 않은 대화입니다. 정신 휴식이 필요할 때 절집에 갑니다.

 

절집에 가는 이유는 자연 속에서 차 마시며 나누는 대화가 차분함을 안겨주기 때문입니다. 또한 절집 기운이 좋아 마음이 따뜻해져 쌓인 화를 지그시 풀어주기 때문입니다. 자연의 기운을 받는 게 최고이니까요.

 

지난 7월, 여수 은적사에 갔습니다. 못 보던 스님이 밭에 줄 거름을 퍼 나르고 있었습니다. 합장으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자급자족이 원칙인 불가에서 키우는 고추, 상추 등 먹거리가 실해야 하니 노력이 필요합니다. 주지스님과 차를 앞에 두고 앉았습니다.

 

 

“스님. 스님 한 분이 늘었네요?”
“스님은? 승복 입는다고 다 스님이 아니야.”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중이 되겠다고 2주 전에 찾아왔어.”

 

 

스님 지망생이 절집으로 찾아든 것이었습니다. 부러웠습니다.

 

 

스님, 제자로 받아들일 생각이세요? 고민 중

 

스님들이 입는 승복입니다.

 

 

결혼 전, 구도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결혼 후, 아내에게 “절에 들어가겠다”며 보내주길 요청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가족들에게 참 염치없는, 무책임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중은 희망사항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장의 무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육십이 넘으면 벗과 함께 절집 마당을 쓸기로 다짐만 하고 있습니다. 하여, 늦은 나이에 중이 되겠다고 들어온 그가 무척이나 부러웠습니다.

 

 

“스님, 그분 제자로 받아들일 생각이세요?”
“어떡하면 좋겠어?”

 

“관상을 보아하니 거둬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만….”
“세상살이에 진이 다 빠져 여길 찾아왔어, 지금 고민 중이야.”

 

 

삶이 힘들어 절집을 찾았다던 그.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구도자가 되겠다고 절집으로 들어 온 그. 그에게 삶의 마지막 보루인 절집. 답은 하나였습니다. 지친 영혼을 내치지 않고,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게 절집의 임무(?) 아니겠습니까.

 

 

“결혼은 했대요?
“아니 혼자래. 그에게 입힐 ‘행자복’이 없어, 스님 옷을 입혔어.”

 

“스님, 그 옷 제가 보시할게요.”

“그래 주면 고맙지.”

 

 

 

이런 귀한 보시 기회를 준 자네가 고맙네!

 

절집에서 차를 마시면 마음이 차분해지더군요.

 

 

절집에서 하루 밤 청했습니다. 성당에 다니는 터라 새벽 예불은 패스. 대신 아침 공양도 건너뛰었습니다. 불교 설화 책을 읽고 있는데, 스님의 “점심 공양 하세”란 소리가 들렸습니다. 공양 하러 갔습니다. 스님이 밥상머리에서 쪽지 하나를 건넸습니다.

 

“이거 행자복 맞춘 집 연락처와 계좌번호네.”

 

 

옷 보시 기회가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습니다. 아마, 스님 마음이 움직였나 봅니다. 마음 변하기 전, 서두른 듯합니다. 공양 후, 가뿐한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습니다. 육십이 넘으면 함께 절 마당 쓸기로 약속했던 벗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친구, 옷 보시 한 벌 하시게나.”
“옷 보시? 그래 함세.”

 

“어이 친구, 고마우이.”
“고맙긴. 이런 귀한 보시 기회를 준 자네가 더 고맙네.”

 

 

스님에게 친구 마음을 전했더니, 고맙다고 하시대요. 아무래도 저는, 절집을 찾아든 행자가 스님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옷 보시를 해야 할까 봅니다. 아무튼 득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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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집 둘러보기] 천년고찰 은적사


천년고찰 은적사 일주문입니다.



 

현세가 극락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인간은 필연적으로 여유를 찾게 마련입니다. 사람에 치이고 세상에 치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산사를 찾는 즐거움은 복잡한 세상에서 잠시 벗어나 마음의 평화 찾기 위함일 것입니다.

전남 여수시 돌산읍 군내리에 위치한 ‘은적사(隱寂寺)’를 찾았습니다. 은적사는 산사 이름처럼 은밀히 가려 고요한 절입니다. 은적사는 고려 명종 25년(1195년) 보조국사에 의해 창건된 절집입니다. 
 


은적사 가는 길입니다.

은밀히 숨어 있는 은적사는 전체 모습을 쉬 드러내지 않습니다.

안으로 들어서도 한쪽 모습만 보입니다.

조용합니다.

김장 배추가 보입니다.  



어제 은적사에 가게 된 사연이 있습니다. 주시이신 종효스님께서 절에 동지 죽 먹으러 오란 전화 때문입니다. 지인과 함께 공양시간을 넘겨 가게 되었습니다.

마침, 김장까지 하더군요. 염치 불구 동지죽과 김장김치를 청했습니다. 그랬더니 오지고 푸지게 주시더군요. 절에서 처음으로 동지 죽을 먹었지 뭡니까.

헉, 집으로 올 때는 죽과 김치까지 쥐어 주시지 뭡니까. 어쨌거나, 조용한 산사의 여유가 마음에 행복을 안겨줍니다.

 


한창 김장 중이더군요.

염치 불구 동지죽을 청했습니다.

요걸 맛나게 먹었습니다용~^^

지인과 함께 절집에서 받은 공양입니다.

현세가 극락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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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vibary.tistory.com BlogIcon 비바리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치미에 동지죽,,저도 올핸 잘 먹었답니다.
    임현철님 잘 지내시지요?

    2011.12.29 08:32 신고
  2. Favicon of http://HTTP://WWW.GLFOODMACHINE.COM BlogIcon glmachine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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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1.08 16:58


진정 행복과 평화의 길로 갈 수 있는 방법?
은적사 종효 스님 법어 함께 서로 살펴야

 

 

어젠 불기 2555년 부처님 오신 날이었습니다. 
난생 처음 부처님 오신 날 절에서 스님의 법어를 들었습니다.

절집은 여수시 돌산 군내리의 ‘은적사’였습니다.

 

은적사 입구. 

 

 

은적사는 1195년(고려 명종 25년)에 보조국사 지눌이 세운 사찰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유서 깊은 사찰 중 하나입니다.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터뜨린 일성은 이것입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

이는 ‘하늘 위 하늘 아래 오직 나 홀로 존귀하네, 삼계가 모두 고통에 잠겨 있으니 내 마땅히 이를 편안케 하리라’란 의미입니다.

 

은적사 종효 스님 

 

 

은적사 주지스님인 종효 스님은 “세상이 소란하고 시끄럽다”면서 그 이유를 “이기주의” “가진 자는 더 가지려 하고 못 가진 자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편할 날이 없다”고 보시더군요.

그는 “모두가 내 욕심만 차리고 나만 만족하면 그만이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라는 화두를 던졌습니다.

특히 내 욕심만 차리면 “이웃과 대립하고 싸울 수밖에 없으며, 경쟁의식과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가니 아플 수밖에 없다.”고 진단하시더군요.

 

 

 

 

공양.

 

또한 “진정 행복과 평화의 길”로 가기 위해 “나를 버리고 그 자리에서 너와 함께 하고 그렇게 연기로서 어울려 중도로서 서로를 살필 때”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러면서 “푸른 하늘처럼 한계가 없는 한마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시대요.

세상의 혼란은 모두 욕심 때문임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다음은 종효 스님의 ‘행복과 평화의 길로 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봉축 법어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에 법어를 한 번 찬찬히 뜯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봉 축  법 어

 

지금 세상은 너무나 소란하고 시끄럽습니다.

자기 생각 속에 파묻혀 끝없는 대립의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상생이니 평화이니 하면서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이기주의가 견고하게 자리 잡아 화합과 평등과는 거리가 먼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가진 자는 더 가지려 하고 못 가진 자는 상대적 박탈감으로 허탈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든 너든, 가진 자든 못 가진 자든, 내 편이든 네 편이든 하루도 편할 날이 없으며, 마음이 불편하기 이루 말 할 수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45년 동안 설하신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그 팔만 사천 법문은 무엇을 지향하고 있습니까?


그것은 연기 중도의 마음입니다. 우리는 모두 함께 어우러져 있는 공동체이며 대립과 갈등을 여윈 조화로운 공동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서로를 살리며 아름다운 전체로서 온전한 삶을 함께 느껴야 한다고 부처님께서는 자상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조용히 생각해 보십시오.
모두가 내 욕심만 차리고 나만 만족하면 그만이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웃과 대립하고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항상 경쟁의식과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가니 상대방이 아프거나 내가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불자들은 푸른 하늘처럼 한계가 없는 한마음이 되어야 합니다. 깊고 고요한 바다처럼 함께 흐르는 따스한 생명이어야 합니다.

 

한 장의 종이 위에서 흘러가는 구름을 보고 기저귀는 새소리에서 푸른 나무와 이웃의 밝게 미소 짓는 모습을 떠올려야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돕고 서로 아끼며 서로의 발전을 위해서 무한 향상의 길을 가야 합니다.

 

우리가 향상일로(向上一路)로 가는데 한계와 두려움은 없습니다.

나를 버리고 그 자리에서 너와 함께 하고 그렇게 연기로서 어울려 중도로서 서로를 살필 때 우리는 진정 행복과 평화의 길로 갈 수 있습니다.

 

상생과 조화의 아름다움을 일러주시러 이 땅에 오신 부처님!
우리 모든 사대부중은 부처님께 찬탄하고 찬탄하며 공경하고 또 공경하옵니다.

 

이런 부처님 오신 날의 참뜻을 헤아려 요익중생의 지혜와 동체대비의 대자비심으로 무명을 불사르고 일체중생을 고통으로부터 해방시키려는 원력 보살이 되시길 간곡히 당부 드리면서 부처님의 자비 광명이 충만하시고 모든 소원이 함께 이루어지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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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철의 알콩달콩 섬 이야기
각자의 인생사가 다 '섬'의 삶일 것입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알콩달콩 풀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때론 진짜 섬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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