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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오백 원의 가치에 대해 알려 주마
버린 건 상추만이 아니었다, 미안함도…

 

 

 

 

“엄마, 바지 사줘요.”

“제발 치마 좀 사주삼.”

“아빠, 티셔츠 사줘요.”


중 1 딸, 입만 뻥긋하면 사 달라 말한다. 거짓말 좀 보태, 입 여는 게 무섭다~ㅋㅋ.

‘엄마, 아빠 사랑해요!’

이렇게 좋은 말은 제쳐두고, 딸은 요즘 왜 치장에 목숨 걸까?

대응책이 필요했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한 게 아니었나 보다.

어제, 상추를 사들고 온 아내도 그랬다. 이심전심이었다.

 

아내 : “입만 벌리면 뭐든 사 달라고 조르는 딸, 이것 좀 봐.”
딸 : “엄마, 뭔데?”

아내 : “넌 이게 뭘로 보여? 상추다, 상추. 엄마가 이걸 왜 사왔는지 알아?”
딸 : “쌈 싸 먹으려고 사왔겠지.”

아내 : “좋아 하시네. 시장에 갔더니 할머니가 ‘아줌마 떨이요. 다 팔고 갈라요. 오백 원에 사시오.’ 하는 거야. 한 보따리에 오백 원이라니…. 그걸 보고 옛날 간혹 새벽시장에 나가시던 엄마가 생각나 가슴 아파서 샀다, 왜?”

딸 : “근데 엄마, 떨이가 뭐야?”
아내 : “물건 팔다 마지막에 조금 남은 거. 그것만 팔면 집에 가거든.”

아내의 추억담은 이렇게 시작됐다.
바야흐로 시기는 1980년대 중반의 시골집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안하고 처량한 목소리로) “엄마, 저 구두 사야해요. 신발이 다 떨어졌어요.”
(안타까운 마음으로) “아야~. 신발 사려면 학교 끝나고 시장으로 와라~ 잉!”

소녀는 새벽시장에 열무, 바지락 등을 팔러 가는 어머니 등에 대고 구두를 사 달라 했다. 중학교 수업이 끝난 소녀는 시장의 어머니를 찾아갔다. 소녀는 먼발치서 어머니를 보았다. 애를 쓰며 손님을 붙잡는 어머니를 보자, 가슴이 아팠다.

신발 사는 걸 포기할까?
그러나 이번을 놓치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이야기 도중, 딸이 아내의 아련한 추억 틈 사이를 비집고 끼어들었다.

 

딸 : (웃는 얼굴로) “엄마, 그래서 구두 샀어?”
아내 :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래 샀다, 왜!”
딸 : (눈을 크게 뜨고) “구둘 샀단 말이지~. 너무 충격적이다.”

 

푸 하하하~. 대체 딸은 속이 있는 건가? 없는 건가? 알쏭달쏭하다.
아내의 잔소리가 이어졌다.

 

아내 : “엄마 중학교 때 구두가 이천 오백 원, 열무 한 단에 이백오십 원에 팔았는데, 지금은 이 많은 상추가 오백 원이라니…. 시장에서 엄마한테 돈을 받아 신발을 사면서 얼마나 행복했다고…. 그리고 신발도 엄청 조심히 신었거덩, 이런 맘 니가 알아?”

딸 : “엄마 알았어.”

아내 : “니가 뭘 알아. 니가 사달라면 다 사주려는데, 넌 너무 요구가 너무 많아. 아빠한테 다 사준다고 소리 듣잖아. 엄마는 옛날 할머니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 이 오백 원의 가치에 대해 너한테 알려주려고 이 상추 산거야.”

딸 : “알았다니깐!” 

 

길어질 것 같았던 모녀의 실랑이는 딸의 짜증 섞인 날카로운 말투에 끝이 났다.

 

아내 : “이 많은 상추를 오백 원 주고 샀지만 1/3은 버리겠네.”
나 : “버린들 어때. 그렇잖아도 쌈이 생각났는데. 당신 잘 샀어.”

 

씻던 상추 중 짓물러 버린 게 1/3이었다. 그렇지만 버린 건 상추뿐 아니었다.

아내는 어머니에 대한 쓰라린 추억과 미안함에 애타는 속을 함께 들어 낸 것이었다.
그랬는데, 딸은 너무 천연덕스럽게 부모로서 뭘 사주는 게 당연하다는 듯 이것저것 사 달라 조른다. 용돈 모아 사라고 지겹도록 말해도.

너무 많은 걸 원하나?
그래, 이제 중학교 1학년 딸에게 더 바란다면 아빠가 나쁜 놈이지.
아빠도 너희들 낳고도 철이 아직 덜 들었는데….

여하튼 속이나 알고 살자꾸나!!! 사랑한다~,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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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1.08 18:12

복고풍 유행, 위는 펑퍼짐 아래는 쫄 혹은 롱
구두는 통굽, 핸드백은 고급스레 보이는 취향
옷 가게에서 남편은 쪽박, 아내는 대박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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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밖에서 먹어요. 당신과 꼭 같이 가고픈 식당이 있거든요.”

아내의 요구라 곧바로 받아 들였다. 아내는 식당에서 “1층 식당, 2층 옷 가게 컨셉도 괜찮다.”며 “이런 곳은 당신도 좀 봐야 컨설팅이 가능하다.”고 권했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옷 가게에 갔다. 그러다 아내에게 옷을 선물하고 나왔으니, 결론적으로 완전 말려든(?) 셈이었다. 옷 가게 주인의 상술(?)은 이렇게 시작됐다.  

“안 사셔도 돼요. 그냥 한 번 입어나 보세요.”
“남자 분이 같이 오면 빨리 가자고 난린데 잘 견디시는 걸 보니 좋은 남편인가 봐요. 부부 금슬도 좋은 것 같구요. ”

하는 수 없이 취재로 무료함을 달랬다. ‘올 가을에 유행할 패션’을 주제로 삼았다.


아내와 쇼핑하며 알아본 가을 유행 패션 팁

“경제가 어려울 땐 복고풍이 유행이죠. 윗옷은 펑퍼짐하게, 아래는 쫄 바지 혹은 짧은 치마를 걸친 스타일이 많아요. 거기에 롱스커트도 유행이죠.”

패션을 전공한 주인장 마효민(35) 씨가 말하는 올 가을 패션 동향이었다. 아내는 쫄 바지를 눈여겨보더니 이것저것 걸치고 있었다. 가금 패션 훈수까지 들어야 했다.

“그건 엉덩이와 허벅지 살이 미어터지겠다.”

본 대로 느낀 대로 말했다. 아내가 눈을 흘겼다. 그러면서도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미소는 옷 하나 건지겠다는 숨겨진 여우(?)의 몸짓이었다.

“요즘엔 흔하지 않는 옷을 많이 찾아요. 색다른 디자인과 특이한 옷으로 자신을 표현하려는 경향이죠. 가을에는 어두운 색을 주로 입고, 빨간색은 늘 선호하는 색이죠.”



구두는 통굽, 핸드백은 고급스러워 보이는 취향으로 변해

“구두요? 지난해는 칼 힐이 유행이었는데 올해는 힐이 뭉툭하거나 통굽이 유행이죠. 구두도 1970년대 말 느낌이 나는 것으로 바뀌었고요.”

그러고 보니 구두 앞 색깔만 보고 예쁘다 했었는데, 뒤를 보니 진열된 구두마다 죄다 통굽이거나 뭉툭하다. 역시 알고 봐야 눈에 들어오나 보다.

“핸드백은 명품 로고가 밖으로 나왔던 것이 요즘엔 안으로 많이 숨었어요. 너 나 없이 명품 핸드백을 들고 다니니까, 이니셜을 강조하는 것에서 고급스러워 보이는 걸로 취향이 바뀐 거죠.”

그래서 유행하는 패션을 알아야 하나 보다. 옷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내가 말을 건다.

“여보 나 어때?”
“예뻐, 어울리는데. 한 벌 사. 내가 오랜만에 옷 하나 사 줄게.”
“아냐. 있는 옷도 제대로 다 못 입는데 뭐하게….”

아내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이다. 그래서 몇 년 만에 독박 쓰고 말았다. 전원 식당 2층에 옷 가게가 있으면 남편들은 쪽박(?), 아내는 대박(?)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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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눈물의 운동화를 다시 사고
[알콩달콩 부부이야기 12] 운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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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여자에겐 이것도 자식과 남편에 대한 사랑일 것입니다.

“100원에 붕어빵 10개 사 먹고 덤으로 1개 더 얻어먹던 여중 시절, 그때는 단발머리에 하얀 칼라 옷에 까만 플레어스커트, 그리고 하얀 목양말에 청 빛나는 일명 맹꽁이 운동화를 신고 다녔죠. 그런데 열 명에 두어 명 정도는 까만 구두를 신었는데 하얀 목양말에 구두가 얼마나 예뻐 보이던지….

그 구두 신어보는 게 소원이라 엄마를 막 졸랐죠. 그때 운동화는 1,300원인가 했는데 구두는 2,500원이었으니 두 배가 비싼 셈이었죠. 하루는, 부스럭 부스럭 새벽 내내 부산하더니만 장에 나가시며 ‘열무 팔면 구두 사 줄 테니 학교 가기 전에 시장에 들러라’ 하는 거예요.

드디어 나도 검정 구두를 신는다는 부푼 기대를 안고 시장에 들렀죠. 저만치서 1단에 300원 하는 열무, 마지막 남은 2단을 팔려고 쪼그리고 앉아 있대요. 6백 원 밖에 안하는데…. 구두를 사 신어야 하나 엄청 망설였죠. 엄마에게 참 미안하데요.”

새로 산 운동화를 앞에 두고 아내가 그 옛날 풋풋했던 중학시절 이야기를 꺼냅니다. 별 어려움 없이 자랐던 나에 비해 아내는 추억이 정말 많습니다. 장흥이 고향이라 시골에 산 덕분이기도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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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헌 운동화. 아이들이 검정 구두약을 칠해 아직 쌩쌩합니다. 그렇죠?

“배드민턴, 누구랑 칠거야?”

각설하고, 초등학교 3, 4학년인 아이들은 지금껏 책상 대신 앉은뱅이 상에 앉아 공부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군말 없던 터라 그냥 지나치게 되었죠. 근데, 책상 들여야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마침 지난 3월, 아이들 방에 있던 책을 몽땅 거실로 빼고 공간을 남겨두었던 참이라 이때다 싶어 대형 마트에 들렀죠. 책상이 없대요. 대신 배드민턴 채와 셔틀콕, 줄넘기를 샀지요.

그리고 지난 해 발목이 부러져 접합 수술과 지난 달 부목 제거 수술을 받은 아내는 6월부터는 운동이 가능하다며 배드민턴 채를 샀습니다. 아내에게 “누구랑 칠꺼야?” 물었더니 다른 사람 이름이 불쑥 튀어 나왔습니다. 괜스레 서운합디다.

“어이, 누구랑 칠거야 하면 ‘당신’ 그럴 줄 알았는데 아니데?”
“그랬어요? 당연히 당신이랑 치려는데 갑자기 물어봐서 저도 순간 당황했어요. 나랑 배드민턴 치기 싫다는 건가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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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새 운동화. 눈물의 그 운동화를 샀다나요?

여자의 마음은 이런 건가?…미안해지고

그리고 딸 샌들을 보았습니다. 구두 같기도, 운동화 같기도, 샌들 같기도 한 신기한(?) 신발이 있대요. 공주표인 딸이 그걸 살 줄 알았는데 편한 샌들을 사 약간 놀랐습니다. 그런 후 아내의 말,

“여보! 저, 운동화 하나 살게요?”
“그러소.”

“운동화가 오래돼 사야겠어요. 등산할 때도 신게. 당신 옷을 사야 하는데 미안해요.”
“이 사람아! 필요 없는 옷은 왜 사. 당신 살 것 사소. 어여 골라.”

듣고 보니 무심했더군요. 미안하대요. 필요한 것 사면서 왜 남편에게 미안해야 하는지….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 이게 여자인가 봅니다. 결혼 10년간 내 운동화는 두어 번 산 것 같은데 아내 운동화 산 기억이 도통 나질 않아요. ‘아~’ 정말 무심했구나 싶대요.

지금껏 신었던 아내의 까만 운동화는 아이들이 용돈 벌이한다며 검은 구두약을 듬뿍듬뿍 발라 닦아 검은 색이 그대로 남아 있지요. 검은 색이었기에 망정이지 녹색이나 분홍색이었으면 어땠을까,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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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마음은 아직 연꽃입니다.

“내 것 사려다가도 아이와 남편 것에 손이 가고”

운동화를 고르다 말고 아내가 운을 뗍니다.

“처녀 적에 어느 어머니가 그러대요. 처녀 때는 비싼 운동화와 구두만 신고 다녔는데 결혼하고 아이 낳다보니 그게 안된다고. 하나 사면 그만인데 왜 그게 안될까 싶다구요. 결혼하고 살아보니 내가 그 짝이데요. 그 마음 이해 하겠더라구요. 내 것 사려다가도 아이 것, 남편 것에 손이 더 가더라구요.”

집에 돌아와 아내는 운동화를 신고 소녀처럼 앉아 있더군요. 감개무량 했나 봐요. “어이, 그렇게 좋아?” 했더니, 다른 말을 꺼내더라고요. 여중 시절 엄마에게 참 미안했던 그 눈물의 구두를 오늘 다시 얻은 기분이라고요.

참, 철딱서니 없는 남편이죠. 밤, 아내를 안으면서 “어이, 미안하네. 운동화 산단 사람이 ‘당신 옷을 사야 하는데 미안해요’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되더라고. 미안하네!” 그랬죠. 그랬더니 가슴을 파고 들대요.

알다가도 모르는 게 부부라더니 알다가도 모를 여자네요. 어머니도 그랬을 것을. 근데, 참 무심했죠? 이제야 철이 들려는지, 나 원 참!

처녀 적, 아내는 엄마에게 구두를 사주는데 옛날의 구두와 엄마 생각에 눈물을 훔쳤다고 합니다. 여자는 추억을 먹고 사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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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이 헛되지는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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