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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 선생님'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5.08.15 광복절 연휴, 어느 화물노동자의 고달픈 삶

우리 같은 사람은 쉬는 날도 죽어라 일해야 하는데...
“바쁠 텐데 왜 가지 않는 거죠. 무슨 일 있으세요?”

 

 

 

 

 

 

“네 소원이 무엇이냐?”

 

요즘 이를 물으면 “부자”, “건강”, “행복”이란 답변이 대부분이라 합니다. 아시다시피 일제 강점기 때, 김구 선생의 소원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대한민국 독립”이었습니다. 나아가 김구 선생님은 “우리나라가 독립 된다면 독립된 나라의 문지기가 되어도 좋다”면서 해방의 절절함을 강조했습니다. 이게 어디 김구 선생님만의 소원이었을까!

 

 

우리 민족이 그토록 염원했던 8ㆍ15 광복절. 올해는 광복 70주년입니다. 이를 기념해 국가에서 14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 연휴에 해방의 기쁨을 만끽하도록 했습니다. 전국에서 무료 이벤트가 진행 중입니다. 이 여파로 고속도로는 이용객이 몰려 정체가 심하다고 합니다.

 

 

삶은 언제나 양면이 있는 법. 그러나 한편에선 연휴로 인해 속 타는 분들도 있습니다. A씨(60)는 연휴가 달갑지 않습니다. 그는 “자영업 사장도 해봤고, 직장도 다녔고 안 해본 게 없다”면서 그런데도 “삶은 언제나 팍팍했다”고 울먹였습니다. 그는 지금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화물차를 운전” 중입니다.

 

화물노동자 5년차인 그에게 연휴란 어떤 의미일까.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 세수 좀 하고 가면 안 됩니까?”

 

 

바쁘게 움직여서 먹고 사는 화물업의 특성 상, 대개 화물 싣고 나가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그는 씻고 나가도 되는데 “다시 들어와서 세수”를 하겠다는 거였습니다. 다소 억지스러운 요청에도 흔쾌히 “그러세요!” 허락한 건, 그의 얼굴에 흥건한 땀방울과 더불어 뭔가 하소연하고픈 표정 때문이었습니다.

 

 

그가 정문 입구 한쪽에 차를 댔습니다. “고맙다”며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1분여가 지난 후 그는 밖으로 나갔습니다. 담배 피우며 왔다 갔다 서성이길 몇 차례. 그는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뒤늦게 짐을 실은 다른 화물차가 다 빠져 나간 뒤에도 여전히 그대로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압축 공기로 차 청소까지 해댔습니다. 그제야 그가 궁금했습니다.

 

 

그의 화물차 번호는 ‘경북 86바-’로 시작됩니다. 경북에서 전남 여수까지 물건을 싣고 와 가던 길에 화물을 실은 겁니다. 화물의 최종 배달지는 충북 청주였습니다. 다시 말해, 청주로 돌아서 집에 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요즘같이 어렵다는 시절에, 이게 어딥니까. 그에게 다가갔습니다. 말을 걸었습니다.

 

 

- 바쁠 텐데 왜 가지 않는 거죠. 무슨 일 있으세요?
“갈 힘이 나지 않습니다.”

 

 

힘이 나지 않는 이유, ‘왜?’를 묻기 전, 그의 말에는 울림이 있었습니다. 염소처럼 동그란 눈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은 일촉즉발의 분위기였습니다. 그 속에는 ‘누구 하나 내 말을 들어줘야 억울한 게 풀리겠다’는 하소연이 담겨 있는 듯했습니다. 말을 들어주는 건 그에게 베푸는 최소한의 기본 예의로 느껴졌습니다.

 

 

 

- 무슨 일인데 그러세요?
“회사에서 뒤늦게 연락이 왔습니다. 청주 가는 짐이 토요일 오전까지 배달해라 해서 실었는데, 월요일 아침까지 내리라 합니다.”

 

- 그게 문제가 되나요?
“짐 싣기 전에 말했으면 이 짐 싣지 않고 그냥 갔을 겁니다.”

 

- 왜요?
“평상시 같으면 내일(금요일) 짐 푸고 집에 가면 됩니다. 그런데 14일이 쉰다고 월요일 오전까지 짐 내리라 합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그렇다고 다 실은 짐을 다시 내릴 수도 없고.”

 

 

결론은 짐을 괜히 실었다는 거였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찮았습니다. 자기 상황에 맞지 않아 짐 내려 달란다고 힘들게 실은 짐 다시 내려 줄 리 없습니다. 또 우여곡절 끝에 짐을 내렸다 칩시다. 이 업을 계속하는 한 다음에 연결될 화물 감소 위험을 감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가 미적거린 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 때문이었습니다.

 

 

 

 

 

- 손해가 어느 정도 되나요?
“월요일에 짐 퍼라는 건 월요일까지 움직일 수 없다는 거죠. 거의 100km를 돌아가는 거라 여기에 들어가는 기름 값도 그렇고, 따로 들어가는 시간도 그렇고 장난 아닙니다. 이럴 때가 제일 싫습니다.”

 

- 하차가 왜 월요일로 늦춰진 거죠?
“금요일이 임시 공휴일이라 짐 내릴 곳에서 금, 토, 일 내리 다 쉰답니다. 14일 날 쉬어서 생긴 일입니다. 우리 같은 사람은 쉬는 날도 죽어라 일해야 하는데, 그들은 우리 처지랑 상관없습니다.”

 

 

뼈 빠지게 일해야 먹고 사는 삶의 고단함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이게 어디 그만의 삶이던가요. 서민들이 다 그렇지요. 그러니까 그는 우리의 민낯인 셈입니다. 우리의 민낯이 부끄럽지 않는 그날이 오길 바랄 뿐입니다.

 

 

김구 선생님께서 그토록 열망하셨던 광복 후는 어떤 생활이었을까?

모르긴 몰라도 이런 생활이 아니었을 겁니다. 지금 다시 김구 선생님께 소원을 묻는다면, 아마 답은 ‘더불어 잘 사는 만인 평등의 세상’이지 않을까?

 

어쨌든, 그에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아니, 하나 있었습니다.

 

“그래도 힘내시고 사는 수밖에요. 가시는 길 힘내시고 운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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