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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고해성사, 친구 앞서 전한 ‘엽기 순정만화’
아래꽃섬에서 놓치지 않고 꼭 먹어야 할 ‘부추’
[섬에서 놀다] 여수시 화정면 아래꽃섬, ‘하화도’





꽃섬에는...

섬...

개망초 속에는...





꽃섬에 갔습니다. 아래꽃섬, 여수시 화정면 하화도입니다. 지난 5월엔 웃꽃섬. 상화도에 갔었습니다. 당시, 웃꽃섬을 걷는 내게, 아래꽃섬이 손짓하며 계속 물었었습니다. 눈치 없이 아내가 곁에 있는데도 애교 가득한 코맹맹이 목소리로.



‘건너편에서 보니 저 참 예쁘죠? 저에게 올 거죠?’



아래꽃섬의 유혹에 아내에게 오해받을까 안절부절 했지요. 그러면서도 혼자 설레었나 봅니다. 아래꽃섬이 눈에 밟히데요. 알고 보니 남자만 유혹한 게 아니었더군요. 부부, 아래꽃섬의 유혹에 못 이겨 길을 나섰습니다. 아내의 여고 동창 등과 함께. 아래꽃섬, 하화도.



그 섬에 가는 이유인 것 같은,

임호상 시인의 신작시집 <조금새끼로 운다>에 수록된 ‘그냥’ 한 수 읊지요.



아래꽃섬 하화도에 도착...

노란 괭이밥...

해학적 벽화에 웃고...




        그  냥


                             임호상


    아내가 물었다 왜?
    그냥


    딸이 물었다 아빠 왜?
    그냥


    건성으로 대답한 것 같지만
    가장 깊고 정다운 말
    그냥


    그냥 좋다 그 말이

    당신처럼


    이유 없이 그냥 좋다



산책 가는 길...

꽃섬의 유혹...

물고기 색이 상상을 발휘합니다...

꽃섬의 추억...




결혼 19년 만에 처음 아내 여고 동창생을 만나다!



아래꽃섬, 하화도는 드나듦이 여유롭습니다. 웃꽃섬 상화도와 달리 배편이 더 있어서지요. 지난 6일, 아래꽃섬에 내렸습니다. 일행을 반기는 벽화가 반갑습니다. 돌담에 그려진 뒷일과 물고기 그림이 재밌어 피식 웃음 짓습니다. 물고기 색, 참 예쁘게 칠했습니다. 아마, 화가 머릿속에 자신만이 상상하는 물고기가 있나 봅니다.



“오늘은 등산이 아니라 산책입니다.”



뭐에 쫓긴 듯 앞만 보고 죽어라 걷는 ‘등산’은 사양입니다.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자연과 소통하는 ‘산책’이 좋습니다. 아래꽃섬 탐방로로 올라드니 발전소가 있습니다. 하화도 태양광 발전시스템이라네요. “공해 없고 고갈되지 않는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도서 주민의 쾌적하고 안정된 전기 공급을 위해 1988년 국내 최초로 설치된 발전시스템”이랍니다.



“얘, 여고 다닐 때 어쩐지 알아요?”


“오늘, 결혼 19년 만에 처음으로 아내의 여고 동창생을 만났어요.

그러니 평이 어쩐지 알 턱이 없죠.”



“대학 때까지 자주 만났답니다. 졸업 후 연락이 끊겼지요.

다른 친구는 다 찾았는데, 얘만 못 찾았어요.

얘가 작년에 고등학교 담임선생님께 연락했나 봐요. 덕분에 만났지요.”


“아내의 여고시절 이야기나 함 들어봅시다.”




제가 아는 아내의 추억담 속에는 과일 서리, 미꾸라지 잡기, 나무에서 떨어지기, 소꼴 먹이기 등 생각지도 못한, 건강한 장난 꾸리기 ‘쟁 맞은 여자’가 들어 있습니다. 그래, 더 들어보나 마나지요. 아내가 말 틈을 비집고 훅 들어왔습니다.



“우리가 하도 떠들어 실장이었던 얘가 선생님께 대표로 많이 맞았어.

그래도 우리한테 화풀이 않고 혼자 울던 착한 친구였지.”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아래꽃섬에 들어선 태양광 발전시스템입니다.

아내 벗...

꽃섬은 동화입니다...




아내의 고해성사, 친구 앞서 전한 ‘엽기 순정만화’



아내의 여고 친구와 함께 섬 산책 속에서 나누는 이야기는 한편의 ‘엽기 순정만화’였습니다. 만화에 반전 하나 없으면 심심하니 인기 없지요.



“우리 담임선생님은 대학 졸업 후 막 부임한 국어 샘이었어요. 여고에 온 아주 잘생긴 남자 샘, 인기 ‘짱’이었지요. 그때부터 다들 국어 공불 열심히 했어요. 그 샘이 하루는 친구들과 가정방문을 한다지 뭐예요. 난 친구와 자취하고 있었죠. 근데 집에 오는 선생님께 뭘 드릴까? 엄청 고민되데요. 당시엔 몰랐던 샐러드를 드리기로 하고 정성껏 만들었어요. 귀한 마요네즈까지 얹어서.



근데, 요리하다가 그걸 땅에 엎었지 뭐예요. 시간은 없지. 자취생이 새로 재료 살 돈도 없지. 땅에 엎은 걸 주워 씻어서 다시 해 드시라고 내놨어요. 근데, 그것도 모르고 선생님과 친구들이 엄청 맛있게 먹데요. ㅋㅋ~. 자취했던 친구랑 이 이야길 무덤까지 갖고 가자했어요. 저번에 친구들 만났을 때 이 이야길 했더니 난리대요.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더런 년, 나쁜 년이라고. ㅎㅎ~^^”



아내의 고해성사는 귀여운 엽기 이야기였습니다. 어쨌거나, 여고 친구 만난 여인들은 웃음꽃 만발입니다. 이미 과거 청초했던 여고 시절로 돌아간 거죠. 그 모습을 보며 한 가지 다짐했습니다. 그건 부부가 함께 가꿔야 할 부부의 미래였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후, 과거를 생각하며 행복한 웃음 지을 추억거리를 성심성의껏 만들어야겠다는.



추억 만들기...

며느리밑씻개. 이름 바꿔야겠어용~^^

어쭈구리...




아래꽃섬에서 놓치지 않고 꼭 먹어야 할 ‘부추’



느릿느릿 느림보 산책하다 보니 점심시간이 넘었습니다. 아래꽃섬에 올 때 아무것도 사지 않았습니다. 특별히 노린 게 있었지요. 아래꽃섬 특산물로 전국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남자들의 보양식이자 피를 맑게 한다는 ‘부추’였습니다. 아래꽃섬에서 부추 요리와 막걸리 마실 희망에 부풀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출발 전, 백야도 손 두부를 샀을 겁니다.



“우선 막걸리 두통 주시고요. 부추 전 두개, 부추 오징어무침 하나. 그리고 밥 주세요.”



하화도 명물 부추전과 막걸리...

부추전에 또 부추를 얹어 한 입...

푸짐한 시골 밥상입니다...

 

부추 오징어무침입니다...




마을 입구, 내시는 음식점에 들었습니다. 경로당 할머니들의 수고와 맛을 아는 지라 팍팍 시켰지요. 눈 깜짝할 사이, 막걸리와 부추전이 사라졌습니다. 부추무침, 돌산 갓김치, 미역무침, 총각김치, 열무김치에 된장국이 나왔습니다. 이어 부추 오징어무침, 다시 부추전 하나가 나왔습니다. 푸짐하대요. 진수성찬 앞에서 추억이 빠질 리 없지요.



“우리 학교 다닐 때 잔디 씨 갖고 와라 많이 했잖아. 그걸 열심히 훑어 모아 학교로 가져가다, 어쩐지 알아? 하필 풀밭에 넘어져 잔디 씨가 다 흩어졌지 뭐야. 그걸 어떻게 주워. 그래, 다른 놈들도 넘어지라고 풀을 꽉꽉 묶었지, 크크.”



요, 잔디씨에 얽힌 아내의 추억이 재밌습니다...




음식에 이야기 양념이 추가 되니 막걸리 맛이 더욱 납디다. 암튼, 아내 친구를 만난 후 없었던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습니다. 지인 왈, 이렇게 겁을 줍니다.



“여자들이 나이 들어 친구 만나다 보면 남편에게 잔소리가 많아진다. 열심히 이것저것 봉사하는 남편이 깔끔히 옷을 입어도 왜 이 옷 입었냐? 저 옷 입어라 하고 참견에 까칠해진다. 좀 기다려 봐라.”



에이~ 설마~~~. 설마가 사람 잡을까요?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제 아내는 안 그러길 바랄 뿐! 꽃섬이 방긋 웃었습니다.




아래꽃섬 하화도 선창서 본 웃꽃섬 상화도.

아래꽃섬 마을...

태양광 발전시스템...

붉은 괭이밥...

정자에서 본 웃꽃섬...

엉겅퀴...

꽃섬이 맞네용~^^

시원한 전망대...

꽃섬에서 꽃처럼...

바닷가의 해학...

은은한 인동초꽃 향이 아직도...

바닷가에서 웃꽃섬을 보며...

그래 괜히 꽃섬이 아니랑께~~~

여인을 유혹하고...

아래꽃섬의 명물 부추입니다.

요게 뭔 꽃이더라?

그림입니다...

추억의 다알리아...

산책 후 정리정돈?

벽화가 예술입니다...

맛있는 요리를 해주신 경로당 할머니들입니다.

금낭화...

부추는 정력제이면서 피를 맑게 한답니다...

돌산갓김치가 삭큼...

누굴 잊지 못하는 걸까?

막걸리 한 사발의 추억...

별꽃 속으로의 섬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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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lmovxad2m.tistory.com BlogIcon 졍여샤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목만 보고 너무 로맨틱해서 들어왔어요ㅎㅎㅎ 즐거운 여행분위기가 사진에서도 물씬 풍기는 것 같아요. 저도 빨리 가족과 함께 여름휴가 떠나고 싶네요ㅎㅎ!

    2016.06.13 12:19 신고

섬에게 바람맞은 부부, 기어코 승부수를 던지다!
신혼 아닌 부부, 섬에 같이 가면 무슨 흥이 날까?
꽃섬 숲속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전투, 누가 이길까?
꽃섬 상화도, 관광 전략상 ‘찔레꽃’으로 특화 필요





웃꽃섬에서 보는 여수 바다 경관이 압권입니다.



돌담에 지붕을 고정하는 줄까지, 섬 답습니다.



웃꽃섬 상화도 마을입니다.





“당신 낼 뭐해?”



아내의 물음. 뜸을 들였습니다. 같이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는 깊은 바람 앞에. 아내는 연구대상입니다. 올해 결혼 19년차인 남편이랑 아직도 같이 하고픈 게 있을까?


안 그러더니 갑자기 부쩍 같이 뭘 하려고 안달입니다. 대체, 뭐가 찔리는 걸까. 하여튼, 아내가 고맙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백야도 선착장에 차와 사람이 뒤엉켰습니다.



웃꽃섬 상화도 산책로 걷기 두 말하면 잔소립니다다.






섬에게 바람맞은 부부, 기어코 승부수를 던지다!



“지난주에 우리 섬에게 바람 맞았잖아. 낼 만나러 갈까?”



섬에게 바람 맞았다니, 참 멋진 표현입니다. 이렇게 멋스런 여인의 제안을 어찌 마다하리오! 밀당 자체가 필요 없지요. 실은 섬이 아닌 배에게 바람 맞았지요. 배표가 없어 승선 자체를 못했으니.


임호상 시인의 신작 시집 『조금새끼로 운다』에 실린 ‘섬’ 한 수 읊지요.



          섬
                       임호상


    조물주가 실수로 깨트린
    파편 같은 것
    우연히 이곳에 박힌 거야


    아니, 파도처럼 뛰는 당신의 심장에
    승부수를 던진 거야
    한번 허락하면
    평생을 그렇게
    발목 잡혀 살 줄 알면서
    내 모든 걸 단단하게 다짐하고 던진 거야



임호상 시인의 시어(詩語) ‘실수’, ‘우연히’, ‘허락’에 주목합니다. 이걸 ‘운명’으로 읽습니다. 그래선지, 섬은 마음의 고향입니다. 어머니 같이 보듬어 주는 포근한 곳입니다.


또한 내게 ‘발목 잡힌’ 아내처럼 아낌없이 몸을 내어주는 성(性)스런 곳이기도 합니다. 지난 5일, 아내와 함께 간 곳이 여수 화정면 상화도, 일명 ‘꽃섬’입니다.




괭이밥입니다.



봄이 나무에 내려 앉았습니다.





신혼 아닌 부부, 섬에 같이 가면 무슨 흥이 날까?



오전 8시, 여수시 화정면 백야도. 선착장에는 사람과 차가 뒤죽박죽. 이곳은 돌산 신기항과 마찬가지로 대형 주차장 마련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주말과 연휴에는 언제나 붐비기 때문입니다.



이는 금오도 방면과 하화도, 사도 등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이지요. 이를 뻔히 알면서도 늦장을 부렸더니 표는 벌써 마감. 에구 에구, 배는 이미 저만치 가고 있습니다.



하화도 가는 배는 30분 간격으로 있어 괜찮습니다. 하지만 제도, 개도, 상화도, 사도, 낭도 등에 가려면 3시간 30분을 기다려야 합니다. 섬 여행은 배 놓치면 젬병입니다.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고, 시간 때우는 최상의 방법이 있지요.


그것은 화정면 백야도 등대 일대 산책과 함께 화양면 장등 부근 ‘장수만’에서 푸짐하고 맛있는 ‘바지락 칼국수’를 먹는 겁니다. 아점이지요.




철부선입니다.





11시 30분, 철부선에 올랐습니다. 배에 오르니 기분 째집니다. 신혼도 아닌 볼 장 다 본 부부가 섬에 같이 가면 무슨 흥이 나냐고요? 뭘 모르는 말씀. 남자든 여자든 삶은 마음먹기 나름.


여행갈 땐 호랑이 같은 아내가 아니라, 애교 넘치는 애인이거니 생각하면 최고지요. 아내인들 다 늙은 남편과 같이 움직이는 게 좋겠습니까! 같이 움직여 주는 각시라도 감지덕지지요.



배는 제도, 개도, 하화도, 상화도, 사도를 거쳐 낭도에 닿습니다. 목적지인 상화도는 관광객이 몰리는 하화도, 사도와 달리 아주 한산합니다.


실제로 이날 하화도 등은 사람이 무더기로 내리는데 반해 상화도는 8명이 내렸습니다. 그만큼 여유롭습니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산책로가 나옵니다. 어디부터 돌까? 마음 가는대로 움직입니다.




바다와 어울린 집...



바다와 조화 이룬 생활 도구들...





꽃다운 19세에 꽃섬으로 시집 온 이유, 척 알겠네!



상화도는 “지형이 소 머리 같이 생겼다” 하여, 한 때 ‘소섬’으로 불렀답니다. 지금은 ‘꽃섬’이라 부릅니다. 꽃섬은 두 개입니다.


상화도가 ‘웃꽃섬’. 하화도가 ‘아래 꽃섬’이지요. 꽃섬으로 부른 이유는 “동백꽃과 섬모초, 진달래꽃이 섬 전체에 만발했기 때문”이랍니다.


그래 설까, 온통 들꽃 천지입니다. 별꽃, 괭이밥, 염주괴불주머니, 고들빼기, 쥐오줌풀, 보리딸기 등 봄꽃이 만발합니다.



처음부터 섬을 빙 돌면 재미없을 것 같습니다. 하여, 동네를 가로질러 절반씩 팔자 형태로 돌기로 합니다. 동네로 들어서자 돌담이 눈에 확 띱니다. 찔레와 아카시나무의 은은한 꽃향기가 섬을 휘감습니다.


꽃과 바다, 돌담과 바다, 섬과 바다, 집과 섬, 보이는 모든 것이 그림입니다. 아내, “눈이 즐겁다”“원 없이 안구 정화한다!”고 반깁니다. 역시 여인은 여인입니다.



해풍쑥을 캐는 정경엽 할머니입니다.



“팔라고 쑥 캐요. 멍허니 집에 있느니 몸을 놀리는 게 건강에 좋아요.”



정경엽(87) 할머니께서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시며 건강 탓을 합니다. 변명하는 모습에서 자식들이 힘든데 일 그만하시라고 많이 잡았음을 봅니다. 정 할머니는 “19살에 개도에서 웃꽃섬으로 시집”왔답니다.


대개 섬사람들은 육지로의 탈출을 꿈꾸기에 섬으로의 이동을 꺼립니다. 그럼에도 웃꽃섬으로 시집오신 걸 보면 젊은 날 남편 분이 꽤나 멋졌나 봅니다. ‘사랑’은 뭐든 눈멀게 하지요.


그랬는데 “남편이 6년 전, 딸 셋과 아들 둘을 남기고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할머니께서 밭일에 열심인 것은 아마 기댈 남편이 없는 쓸쓸함이 한 몫 거드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쑥이 많네요.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해풍 쑥‘입니다. 웃꽃섬은 ’쑥‘, 아래 꽃섬은 ‘부추’로 특화되어 있습니다.




꽃섬에서의 이런 모습은 자연스런 풍경입니다.



나무를 오르는 덩쿨식물, 이 모습의 연속입니다.





꽃섬 숲속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전투, 누가 이길까?



마을 언덕에서 야영장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흙길을 따라 걷습니다. 덩굴식물들이 소나무 등의 나무를 타고 오르고 있습니다. 그 풍경에서 우거진 여름 속 녹음을 떠올렸습니다. 새소리가 귀를 간질거립니다.


숲 속의 신선한 공기와 은은한 향이 몸에 찌든 스트레스를 앗아갑니다. 어느 새 데크 길이 나옵니다. 우거진 숲 속 낭떠러지 길을 걷기 위한 호구지책입니다.



무심코 걸었는데, 놀라운 풍경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장난 아닙니다. 목숨을 건, 소리 없는 치열한 전쟁 중입니다. 숲 속에서 벌어지는 생각지 못했던 싸움에 어안이 벙벙합니다.


왜? 숲은 상생의 현장이어야만 한다고 여겼을까, 싶었습니다. 정신 차려야 했습니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살폈습니다. 승패는 이미 기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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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쿨식물 천지입니다. 이건 소리없는 전쟁입니다.



덩쿨식물과 나무의 싸움 끝에 덩쿨식물이 이겼습니다! 그러나 같이 죽어가더군요.



눈으로 보기에는 예쁘기만 한데 속으로는 치열한 전투 중, 자연 학습장입니다.



김지어 콩란까지 나무를 기어오르더군요...





한 눈에 봐도 마삭 줄, 담쟁이, 겨우살이 등 덩굴식물들 승리였습니다. 먹이를 낚아 챈 뱀이 먹잇감을 칭칭 감아 질식사 시키듯 나무를 타고 기어오른 덩굴식물들이 소나무를 뚤뚤 말아 꼼짝 못하게 합니다.


죽음을 피하기 위해 살아 보겠다고 작은 키를 크게 키웠는데도 덩달아 덩치를 키운 덩굴나무가 더욱 의기양양합니다. 점령군이 따로 없습니다. 콩란까지 점령군에 가세한 모양새입니다.



어떤 소나무는 이미 말라 비틀어졌습니다. 더 이상 버디지 못하고 아예 죽은 겁니다. 그런데 소나무를 감쌌던 덩굴식물까지 함께 죽었습니다. 나무 수액을 빼먹고 사는 만큼, 본 나무를 살렸어야 하는데, 혼자 살려다보니 자기도 몰래 같이 죽은 겁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광경입니다. 혼자 돈 벌겠다고 환경을 파괴하는 아둔한 중생을 보는 느낌이랄까.



숲의 생성 및 소멸과 연관된, 나무 사이의 싸움은 한편으로 사람에겐 이익입니다. 나무끼리 싸움에서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서로 내뿜는 항균 독가스가 우리네 인간에겐 ‘피톤치드’이기 때문입니다.


나무들의 전쟁에서 소나무가 일방적으로 지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나 봅니다. 야영장을 돌아 나오면서 소나무에 패한 덩굴식물을 보고 쾌재를 불렀지요. 웃꽃섬, 상화도는 완전 자연학습 체험장이었습니다.




소나무가 이겼습니다. 쾌재를 불렀지요...



싱그러움이 넘쳐납니다.



소나무도 한창 꽃을 피우는 중입니다.






꽃섬 상화도, 관광 전략상 ‘찔레꽃’으로 특화 필요



슬슬 허기가 집니다. 백야도에서 사온 손 두부와 어울릴 막걸리를 얻을 속셈에 가게를 찾았습니다. 어라~, 가게가 없다네. 가게가 없는 건 “부부끼리 하는 고기잡이 벌이가 넉넉하기에 다른 걸 엄두내지 못하기 때문”이랍니다.


필요한 물건은 개인적으로 배타고 육지로 나가 사온답니다. 어쨌든, 다음에는 여수 막걸리를 꼭 사와야겠다는 생각을 위안 삼아 두부만 꾸역꾸역 씹어 삼킵니다. 그 헛헛함이란….



또 걷습니다. 이번에는 선착장~정강산 정상~마을 언덕~마을을 돌아 나오는 산책길입니다. 막걸리 마셨으면 술김에, 파고라~미로공원~약수터를 끼고 걸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사실, 조만간 또 올 생각에 미뤘지요. 정강산 오르는 길 풍광은 아주 빼어납니다.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화양면은 물론이고, 백야도, 제도, 개도, 하화도, 사도, 하계도, 추도, 낭도 등을 한 눈에 다 볼 수 있습니다.




왜 꽃섬이라 하는지 이곳에 오르니 확실히 알겠더군요.



정자와 철쭉, 그리고 섬과 바다...



가만 앉아 있으면 섬의 동화가 흘러 나옵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섬은 마음의 고향입니다.




뿐만 아니라 조망이 여수 화양면과 고흥 적금리를 잇는 다리 공사 진척 상황까지 파악할 수 있을 만큼 어마어마합니다. 십여 년 전 동네만 들렀을 때하곤 완전 다릅니다.


요즘 대세인 ‘섬 관광’에 대비해 새롭게 조망권을 강조한 덕분입니다. 정강산 정상에 흐드러지게 핀 철쭉은 왜 ‘꽃섬’이라 하는지 증명하고 남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손정금(83)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나 고향은 저기 앞에 뵈는 화양면 세포여. 내 나이 열 야덜에 나보다 한 살 더 무근 열아홉 남편과 결혼했어. 남편은 2년 전 저 세상으로 갔어.. 아들만 내리 야섯(6)을 났어. 지금 아덜은 다 부산서 살어. 부산 와서 살어라는디 깝깝허고, 동무도 업고 못 살아. 소일거리로 이 밭만 갈아묵는 재미로 살어.”



보고 싶은 자식들과도 떨어져 옴싹달싹 못하고 섬에 눌러 사시는 손정금 할머니. 이 할머니가 마치 임호상 시인의 시집 『조금새끼로 운다』 에 실린 ‘섬 2’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을 안 쉼터...



선창에는 젊은 부부들이 그물을 손질하고...



바닷가에 팬지 등을 심었더군요.

상화도에 많은 철쭉, 고들빼기, 여수 돌산갓 등을 심으면 좋겠습니다.




        섬 2
                 임호상


    바다에 갇혀 사네
    아니, 바다의 사랑 다 받고 사네
    때로는 은빛 굴레에 속아
    어머니처럼 누이처럼
    마음 다 받아주는 여자
    그냥 그렇게 묻어두고
    못 이기는 척
    알면서도 그냥 그렇게 사네



선창에 서서 바다를 봅니다. 네 쌍의 부부들이 그물 손질 중입니다. 바닷가에 인위적으로 심은 팬지며, 철쭉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왕 심을 거면 찔레나 해당화 등을 심었으면 좋으련만.


웃꽃섬 상화도는 관광 전략상 고들빼기와 찔레꽃이 많은 만큼 바닷가에 고들빼기찔레 및 여수 특산품인 돌산갓을 집중적으로 심어 특화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럼, 해당화는? 뭐든 심사숙고하는 깊은 생각이 필요합니다.





그냥 그립입니다.



문을 재밌게 달았더군요. 자물쇠 대신 숟가락을 달았대요...



아, 꽃섬에 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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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물의 소중함을 알어?”

해수 담수화시설을 손꼽아 기다리는 ‘꽃섬’
[꽃섬, 상화도 2]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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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섬, 상화도의 물을 얻기 위한 놀라운 노력입니다.

꽃섬, 상화도 노인당에 어르신들이 모여 있습니다. 베이징 올림픽 경기 관전 중입니다. 올림픽에 대한 관심은 낙도 꽃섬이라고 예외일 수 없겠죠.

“올림픽 경기 보고 계시네요. 재미있으세요?”
“그럼, 재밌지. 선수들이 나라 명예를 걸고 경기를 하는데 우리도 열심히 응원해야지.”

바다에서 보면 물이 지천인데도 섬에 물이 귀하다니 아이러니입니다.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물의 양은 13억 8천5백만㎦ 정도로 추정된다 합니다. 지구상의 물은 바닷물이 97.5%, 민물이 2.5%를 차지합니다. 바닷물은 비중만 높을 뿐 이용가치는 떨어집니다. 아시다시피 염분 때문입니다.

민물도 모두를 그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민물 중 68.9%는 남극과 북극의 빙하와 고산지대 만년설이고, 29.9%는 지하수입니다. 또 0.9%는 토양 및 대기 중에, 0.3% 만이 하천이나 호수에 담수 자원으로 있다 합니다.

그러나 이중에서도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물은 지구에 있는 총 물량의 0.0075% 뿐이라 합니다. 그만큼 낭비되는 물 자원이 많다는 뜻일 것입니다. 앞으로는 물을 얻기 위한 전쟁까지 예상된다 하니, 물 관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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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은 꽃섬도 예외일 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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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는 육지에서 허비되는 빗물도 소중한 자원

겨우겨우 오기 힘든 꽃섬, 상화도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 없는 일. 섬에서 물이 귀한 사정 등을 알아봐야겠지요. 올림픽 경기 응원을 뒤로하고 김보성(62) 이장과 현장을 둘러보았습니다.

- 상화도는 어떻게 물을 사용하나요?
“허드레 물은 주로 빗물을 받아서 쓰고, 식수로는 지하수 집수조와 자연 샘물을 같이 쓰고 있어.”

그러고 보니 집집마다 물탱크가 자리합니다. 처마는 빗물을 받아 사용할 수 있게 물받이를 받쳐 물을 모으고 있습니다. 귀한 물을 얻기 위한 눈물겨운 현장입니다. 육지에서 허비되는 빗물이 섬에서는 소중한 자원으로 이용되는 것이죠. 물 관리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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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통에도 물을 담아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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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 밑으로 흐르는 물을 모으는 장치와 물 탱크.

염기 땜에 어른들이 혈압이 높아 문제

- 물 사정은 어때요?
“다른 데는 비가 많이 와 난리라던데 우리 상화도는 여름 가뭄 땜에 난리여. 옛날에는 자연 샘물로 70가구 400여명이 다 사용하고 김 양식 물까지 사용해도 남았어. 그런데 지금은 35가구 53명밖에 살지 않고 김 생산도 안하는데 물이 부족해. 이거 재밌지?”

- 그러네요. 지금은 왜 물이 부족한 거죠?
“집안에 세면장을 들이고 나서부터 그래. 수도꼭지 틀기만 하면 물이 펑펑 나오니 마구 써서 그렇지, 뭐. 세탁기 등도 물 많이 잡아먹잖아. 여기는 물 양도 양이지만 수질이 더 문제여. 그러나 더 문제는 마구잡이로 지하수를 뚫다 보니 자연수가 부족하다는 거여. 아무데나 지하수 파는 거 조심해야 돼!”

- 수질이 문제되는 이유는 뭐죠?
“식수 검사를 하는데 간기가 있다는구먼. 노인들만 사는 섬에서 철분과 염기 땜에 어른들이 혈압이 높아 그게 문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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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수조.

“귀한 물이 뭐하는데 이리 흐른다냐?”

상하도 8부 능선에 위치한 물 저장 탱크를 보러 나섭니다. 가는 길에 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물이 골목으로 흘러내리자 이장님이 가만있질 않습니다. 물이 흐르는 집을 찾아 한 마디 던집니다.

“이 물이 시방 뭐시다냐? 귀한 물이 뭐하는데 이리 흐른다냐? 물을 버린 겨.”
“아니에요? 쓰고 있어서 그래요.”
“니들이 물의 소중함을 알어? 물 안 넘치게 해! 이 귀한 물을 흘리면 쓰겠어.”

김보성 이장님, 야채 씻는 중 흐르는 물 한 방울에도 신경이 곤두 서 있습니다. 물 사정이 정도라면 계절과 날씨에 상관 않고, 바다 물의 염분을 제거해 식용수로 이용하는 ‘해수 담수화시설’도 고려할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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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는데 물이 흐른다냐? 다니러 온 자식들은 가끔 실수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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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과 집수 탱크를 보러가는 중입니다.

“해수 담수화시설 내년에 꼭 됐으면 좋겠어!”

- 다른 섬은 담수화시설로 물 문제를 해결하던데 여긴 그거 안하나요?
“몇 년 전에 담수화시설을 하려다 전기요금 땜에 포기하고 반납했어. 모터를 돌려야 하는데 노인들만 사는 섬에서 비용이 무서워 어쩔 수 없었어.”

- 전기 요금이 얼마나 드는데요?
“안해 봤으니 알 수야 없지. 지금 집수 탱크에 물을 끌어 올리는데 모터 4개를 돌려. 이 전기세만도 월 10만 원이야. 이것도 부담인데 바닷물을 식수로 바꾸려면 전기세가 얼마나 많이 들겠어.”

- 다른 방법이 있을 텐데요?
“공공기관에서 전기요금을 부담하는 방법이 있다고 해서 다시 추진 중이야. 시에다 요청 했는데 어찌될지 기다리고 있어. 해수 담수화시설 내년에 꼭 됐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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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40t 규모의 집수 탱크를 설치하였습니다.

“이 샘물은 제일 중요한 생명수야 생명수!”

언덕을 오르니 다도해가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냅니다. 지난해 11월 설치한 40T의 집수탱크가 햇빛에 반짝이고 있습니다. 그나마 이 집수탱크가 들어서 물 사정이 조금 나아졌다 합니다.

집수조에는 80%의 물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물 비상이 걸린 상태니 관리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 알 것 같습니다. 내친김에 샘물 사정은 어떤지 살펴봐야겠죠?

“이 샘은 그냥 샘물이 아니여. 상화도 사람에게 제일 중요한 생명수야 생명수!”

물은 많이 차 있습니다. 꽃섬, 상화도 사람들의 생명수를 마셔봐야겠죠? “어, 물맛이 좋은데요.” 소금기가 비친다더니 간기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골목에 놓인 물통이 물 관리의 경지를 일깨우게 합니다.

늘 말로만 듣던 물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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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샘에 선 김보성 이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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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은 야채 씻은 물도 어김없이 재활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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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섬, 상화도를 아시나요?

장보고 성공의 열쇠, 차별화된 보부행상
[꽃섬, 상화도 1] 보부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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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광복절입니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은 기쁨과 환희의 날에 꽃 이야기를 해야겠지요?

‘꽃섬’은 무궁화는 물론 동백꽃ㆍ선모초(구절초)ㆍ진달래꽃ㆍ제비꽃 등이 섬 전체에 만발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섬에 피어나는 꽃 비린내를 맡길 원하신다면 봄ㆍ가을에 맞춰 여행지로 선택하면 좋을 듯합니다.

꽃섬은 배편이 불편해 사람의 접근을 쉽게 허용하지 않은 원시적인 섬입니다. 여수시 화정면 백야도에서 배를 타고 20여분 가야 만날 수 있는 섬입니다.

이 꽃섬을 하나로 아시면 오산입니다. 배를 타고 가면 양쪽으로 꽃섬을 볼 수 있습니다. 가는 길 오른쪽에는 ‘웃 꽃섬’ 상화도(上花島)가, 왼편에는 ‘아래 꽃섬’ 하화도(下花島)가 자리합니다.

같은 꽃섬인데도 웃꽃섬과 아래 꽃섬 지형은 차이가 납니다. 웃꽃섬이 소머리를 닮았다면, 아래 꽃섬은 복조리 형상입니다. 이를 바다 아래 지형까지 연결해 상상하면 머리를 들고 앉아 있는 소 등에 복조리를 얹은 형상일 것이라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소의 머리와 등에 놓인 복조리에 꽃이 피는 형국이지요. 하여, 풍수지리학 상 꽃과 나비, 곤충이 노니는 길지로 봐도 무방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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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고 성공의 열쇠, 차별화된 보부행상

지난 13일 오후, 어렵사리 바다 물살을 가르며 웃꽃섬, 상화도로 향했습니다. 한가로운 바다가 ‘어서 오시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상화도도 여느 섬과 마찬가지로 노령화되어 있습니다. 한 때 70가구 400여명이 거주했으나 현재 35 가구 50여명 살고 있습니다. 7ㆍ80년대에는 김 양식으로 유명했으나 지금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김보성(62) 이장은 그 원인을 “해수 온도의 상승”으로 꼽습니다. 지구 온난화가 급기야 연안 환경변화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지요. 하여, 상화도는 김 대신 통발, 자망 등 연안어업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습니다.

과거 상화도의 생계방식에 대해 김진모(61) 어촌계장은 “섬이라 미역, 톳, 해삼, 전복, 소라, 고동 등이 많아 부지런하기만 하면 먹고 살기는 어렵지 않았다”며 “부지런한 사람들은 수산물과 해초 등을 들고 육지로 나가 보부 행상을 해 자식 공부시키고 육지에 집도 마련하고 살았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김진모 어촌계장은 “해상왕 장보고도 이렇게 시작해 여기저기를 가보다 보니 배우게 되어 큰 것이다.”며 “단지 장보고가 보부행상을 다른 사람과는 차별화된 방식을 적용했기에 바다를 주름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는 해석을 달았습니다.

뜻하지 않게 장보고를 만났습니다. 육지 보부상으로 살았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 소리라 귀가 솔깃합니다. 차별화된 전략이 성공의 열쇠였다는 것에 공감합니다. 그런데 더 이상의 정보가 없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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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섬에는 해삼, 멍게, 개불도 꽃으로 피어난다?

남녘 여수의 다도해와 딱 어울리는 시가 있습니다. 제가 가진 이미지와 어쩜 이렇게 비슷한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하여, <꽃섬, 가다>란 시 한수 소개할까 합니다.

꽃섬, 가다

                                     서동인

오라는 말 없어도 달려갑니다.
바다가 피우는 꽃, 뚝뚝 떨어지는
붉은 섬을 보러갑니다.
꽃소식에 놀란 종착역 기차가 바다로 도망칩니다.
파도가 기적을 울립니다.
꽃섬의 동백은 꽃으로만 피지 않습니다.
횟집의 해삼, 멍게, 개불도 꽃으로 피어납니다.
피고지는 일이 어디 꽃뿐이겠습니까.
저녁에 피어난 방파제 가로등도 아침에는 동백으로
떨어집니다.
먼 바다 불빛 가물거릴 때 그대 입속에 피어난 꽃 한 송이
제 아랫도리에서 떨어집니다.
꽃섬 입구 여인숙은 온통 꽃 비린내로
몸살을 앓습니다.
밤새도록 뚝, 뚝, 떨어지는
비명소리에 서울행 첫차가 바다를 출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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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아낙의 쓰린 삶을 보듬은 ‘꽃섬’

상처 입은 여인의 쓸쓸한 여행 무대 <꽃섬>
[꽃섬, 하화도 7] 바다 아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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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긴긴밤 바다 아낙의 독수공방

“같이 살려고 결혼했는디 같이 잘라허믄 신랑이 배 타러 간다고 가 불고. 긴긴 밤 얼마나 원망했다고. 그게 바다 사람들 삶이지. 남편은 10여 년 전에 먼저 하늘나라로 먼저 가 불고, 남편 생각허믄 눈물만 나지….”

바다 사나이와 결혼한 바다 아낙 김귀엽(72) 할머니의 아쉬움입니다. 옥수수를 까며 말하는 폼에 남편을 향한 원망(?)이 서려있습니다. 바다 아낙의 독수공방을 무슨 말로 위로하겠습니까?

“배 타러 안가는 날은 술 묵고 밤늦게 들어와 욕 묵고 바깥에서 잤지. 부석(부엌)에서 자는 남편이 왜 그리 우스웠는지….”

김귀엽 할머니의 남편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은 추억으로 묻어 있습니다. 그리운 남편에 대한 추억이 이것 밖에 없겠습니까? 김 할머니는 먼저 간 남편 생각을 떨치듯 자리를 옮겨 애궂은 콩 타작을 합니다. 탁딱탁딱~ 타다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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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공방에 몸을 떠는 김귀엽 할머니.

# 2. 죽은 아이를 품은 바다 아낙

“얘기 다섯을 낳았어. 그란디 둘째가 세 살 때 죽었지. 변변히 무덤도 못쓰고 바닷가에 묻었어. 살았스믄 고생만 실컷 했을 것인디…. 지금 생각허면 그때 잘 죽었어. 편헌 세상으로 간 거지….”

바다 아낙 정도진(71) 할머니의 가슴 쓰린 사연입니다. 자식 먼저 앞세우고 마음 편할 부모 어디 있을까요?

“둘째는 아프다가 죽었는디, 아이가 아플 때 육지서 친언니가 왔어. 친언닌가 왔는디도 하나도 안반가워. 못 살고 쪼들리는 생활에다 얘까지 아픈 께로 하나도 반갑지가 않더라고. 모질게 살아야 했어…”

둘째가 아파서야 섬으로 시집 간 동생 집을 처음 방문했다는 언니. 그런 언니마저 반갑지 않았다는 동생. 자매간에 구구절절 무슨 말이 필요했겠습니까? 손잡고 “잘 살아라!”하며 뒤돌아섰겠지요. 그리고 몰래 눈물을 훔쳤겠지요.

보건소에서 탔던 약값 외상 1000원을 갚으러 와선 천연덕스레 침대에 누워 말하는 정도진 할머니의 눈가에 눈물이 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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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먼저 보낸 슬픔에 눈시울을 적시는 정도진 할머니.

# 3. 상처 입은 세 여자의 여행지 <꽃섬>

“열여섯 어린 나이에 아기 낳아 화장실에 버리는 여자. 후두암으로 아름다운 목소리를 잃게 된 뮤지컬 가수. 남편 몰래 몸을 파는 여자. 이렇게 상처 입은 세 여자가 떠나는 여행. 슬픔과 불행을 잊을 수 있다며 찾아간 꽃섬…”

송일곤 감독에게 베니스영화제 신인감독상, 도쿄필름엑스영화제 그랑프리를 안겨준 영화 <꽃섬>의 내용입니다. 상처 입은 세 여자가 떠나는 쓸쓸한 여행의 무대가 바로 여수 하화도 ‘꽃섬’입니다.

“희망과 슬픔 사이 그곳엔 신비한 힘이 있다…. 꽃섬은 마지막 마음의 안식처다. 정말로 꽃섬은 모든 슬픔이 사라지고 향기만이 그윽한 지상 낙원…. 신비와 희망의 섬, 꽃섬. 그곳은…”

영화 <꽃섬>이 그린 세 여자의 상처와 실제 ‘꽃섬’ 바다 아낙의 상처가 닮아 있음을 봅니다. 삶은 상처를 낳고, 그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일 것입니다. “꽃섬에 가면 모든 슬픔과 불행을 잊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게 사실일까?

꽃섬은 봄과 가을에 가장 아름답다 합니다. 동백꽃, 선모초(구절초), 진달래, 제비꽃 등이 만발해 불행과 슬픔을 날려버린다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꽃섬에는 걱정거리가 있습니다.

“우리가 죽으면 사람이 살지 않는 텅빈 섬이 될까 그것이 걱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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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꽃섬>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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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일을 찾아온 텃새화 된 ‘철새’

절망에서 희망과 행복 찾은 김태수 씨
[꽃섬, 하화도 5] 텃새와 철새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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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뱃일로 적은 돈벌이로 사람이 떠나가는 섬. 그런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섬이라고 빗겨갈 순 없다. 오랫동안 섬에서 둥지를 틀었던 텃새들도 떠나는 판이다. 이런 마당에 ‘철새’가 날아들어 둥지를 틀다니….

그 현장은 전남 여수시 화정면 ‘아래 꽃섬’ 하화도(下花島). 한 때 40여 가구 100여명의 텃새가 살았다. 지금은 24가구 30여명의 텃새만 남았다. 남은 텃새들의 정착 기간은 60년 이상. 노쇠한 텃새들만 둥지를 떠나지 못하고 남은 걸까?

철새화한 텃새 2세들은 어미 텃새의 둥지를 간혹 살핀다. 텃새 3세의 울음소리가 끊긴지는 20년이 넘었다. 이로 인해 둥지는 적막과 고요 속에 묻혀 있다. 간혹 외로운 어미 텃새의 흐느낌만이 정적을 깨트릴 뿐.

이런 하화도에 철새가 날아든 것이다. 막무가내로 들어온 철새는 아니다. 텃새가 물어온 철새다. 이 철새들은 왜 섬으로 날아들었을까? 그 이유를 짚어보자. 첫 번째로 <바다 일을 찾아 날아든 텃새화 된 ‘철새’>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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껓섬을 찾아 들어온 김태수 씨.

# 1. 바다 일을 찾아온 텃새화 된 ‘철새’

김태수(72) 씨. 그가 둥지를 튼 건 2005년. 내리막길을 걷던 사업을 정리하고 빚 1억7천만 원을 청산한 게 계기였다. 마땅한 일을 찾았지만 쉽지 않았다. 하화도의 텃새가 바다 일을 권했다.

마침 자녀 결혼 비용 마련에 애태우던 어부에게 빌려줬던 15,00만원을 현물인 배로 대신 받았다. 통발 허가가 난 배여서 바다 일을 할 수 있었다. 바다 일을 권했던 텃새의 알선으로 둥지까지 마련했다.

텃새의 권유가 없었다면 바닷가 ‘텃세’로 인해 어장 일을 못할 수도 있었다. 가족을 육지에 남겨둔 채 혼자 일거리를 찾아 들어왔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가족을 만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배는 혼자 움직일 수 없었다. 2인 1조로 일할 사람을 구해야 했다. 그러나 비용을 주고 사람을 고용할 정도는 아니었다. 때마침 일손을 찾는 텃새가 있었다. 행운이었다. 그와 동업에 나섰다. <힘든 고기잡이 보다 더 힘든 건 ‘기름 값’ 기사 참조 http://blog.daum.net/limhyunc/1112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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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런히 손을 놀리는 김태수 씨.

절망에서 희망과 행복 찾은 김태수 씨

이렇게 철새는 “나이 들어 자식에게 손 벌리지 않고, 스스로 노력해 살 수 있는” 안정적인 둥지를 틀 수 있었다.

“육지에서 노인당을 나가더라도 가욋돈이 필요한데 섬에서는 공기 좋지, 환경 좋지, 움직여 건강 좋지, 돈 쓸 곳 없지 일석사조(一夕四鳥)의 효과까지 덤으로 얻었다.”

철새 김태수 씨의 섬 예찬론이다. 육지생활에서 찌들고 지쳐 절망했던 그는 새로운 희망과 행복을 섬에서 찾게 되었다. 덤으로 “살아 있음에 감사”할 줄 아는 여유까지 누리고 있다. 그리고 삶의 철학도 생겼다.

“과거에 잘사는 것은 다 필요 없다. 현재에 잘살아야 한다. 그러려면 현재에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김태수 씨는 이것을 알기 위해 그토록 먼 길을 돌아, 결국 ‘아래 꽃섬’에 날아들어 둥지를 튼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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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섬’을 아시나요? 꽃 섬 가다!

‘사람 꽃’보다 아름다운 게 있을까?
[꽃섬, 하화도 1] 사람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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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지나는 바람에 산들 거립니다. 진달래꽃ㆍ선모초(구절초)ㆍ제비꽃ㆍ패랭이꽃ㆍ분꽃도 만발해 있습니다. 한 여인이 꽃신을 신은 채 꽃 위를 폴짝폴짝 뛰고 있습니다. 나비도 옆에서 너풀너풀 춤을 춥니다.…

땀이 흥건히 젖어 있었습니다. 꽃구경 나서는 꿈이었습니다. 이렇게 꽃과 나비, 그리고 여인을 만나러 길을 나서야 했습니다. 꿈에 나왔던 꽃 섬은 지금 해무에 잠겨 있습니다.

여수시 화정면 ‘아래 꽃섬’, 하화도(下花島). 아래 꽃섬은 동백꽃과 선모초, 진달래꽃이 섬 전체에 만발하여 꽃섬이라 불렀습니다. 마을 앞에 똑같은 꽃섬이 있습니다. 이 꽃섬은 ‘위 꽃섬’ 상화도(上花島)라 부릅니다. 임진왜란 때 난을 피해 뗏목에 식량과 가족을 싣고 지나다가 동백꽃과 선모초가 우거져 은신이 좋을 것 같아 정착했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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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시 화정면 '꽃섬', 하화도. 해무에 싸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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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섬, 가다

                                              서동인

              오라는 말 없어도 달려갑니다.
              바다가 피우는 꽃, 뚝뚝 떨어지는
              붉은 섬을 보러갑니다.
              꽃소식에 놀란 종착역 기차가 바다로 도망칩니다.
              파도가 기적을 울립니다.
              꽃섬의 동백은 꽃으로만 피지 않습니다.
              횟집의 해삼, 멍게, 개불도 꽃으로 피어납니다.
              피고지는 일이 어디 꽃뿐이겠습니까.
              저녁에 피어난 방파제 가로등도 아침에는 동백으로
              떨어집니다.
              먼 바다 불빛 가물거릴 때 그대 입속에 피어난 꽃한송이
              제 아랫도리에서 떨어집니다.
              꽃섬 입구 여인숙은 온통 꽃비린내로
              몸살을 앓습니다.
              밤새도록 뚝, 뚝, 떨어지는
              비명소리에 서울행 첫차가 바다를 출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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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꽃.

‘꽃섬’, 밤새도록 뚝, 뚝, 다 떨어졌는지 꽃은 없고…

밤새도록 뚝, 뚝, 다 떨어졌는지 꽃은 보이지 않습니다. 꿈속에서 기대했던 꽃은 포기해야 할 판입니다. 아주머니들 옹기종기 그늘진 골목에 모여 옥수수 알맹이를 까고 있습니다.

“시방 그거 머 허는 거시다요?”
“요거? 차로 무글라고 이라고 까고 안 있소.”
“차요? 아~, 옥수수차? 근디 꽃섬에 꼿구경 왔는디 꼿은 업꼬 아줌니들만 있네?”

꽃섬, 할머니의 머리에도 하얀 서리꽃이 피었습니다. 골목에는 지천으로 옥수수가 피어났습니다. 할머니들 옥수수 알맹이를 까면서 볶은 옥수수를 간식으로 먹고 있습니다. 입 안 가득 옥수수 꽃을 씹으며 향을 맡는 것이겠지요.

“나가 헐 말이 만쏘. 이걸 글로 쓰믄 맻 달이고, 맻 년이고 써야 헐꺼요. 이 가심에 있는 한을 써서 자석들에게 배겨 줘야겄는디…. 연필 들고 쓸라고 혀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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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눈에 핀 ‘울음 꽃’, 가슴에 핀 ‘멍울 꽃’

스물한 살에 내가 베 짜는 걸 본 서방 시숙이 중신을 섰지. 육지에서 꽃섬으로 시집을 왔지. 나무 하러 다니고, 바다에서도 죽어라 일하는데도 밥은 조금 밖에 안줘. 이렇게 꽃섬에서 3년인가 살다가 배 타러 가는 서방 따라 부산으로 이사를 갔지. 부산에서 잘 살았지. 그러다 우리 아범이 상어 잡으러 간다고 배타고 나갔지.

“올치. 니가 인자 지대로 된 이야길 헌다!” 옆에서 추임새를 넣습니다.

대만에서 그만 배에 불이 난거야. 에어 탱크가 터져 불이 났다대. 다들 불을 피해 나오는데 우리 아범만 밖에 있다가 불 끈다고 기관실로 들어 간 거야. 얘들 아부지가 기관장이라 책임자다운 행동을 한다고 그랬다대. 죽으려고 불 속으로 뛰어 들어 간 거지. 어찌 해보려고 해도 안 되겠더래. 그래, 나오려는데 문이 안 열리더래.

“아이고, 인자 나 죽을랑 갑따” 했대. 그러다 어찌어찌 밖으로 나왔대. 그때 화상치료를 바로 했으면 얼굴에 저리 흉터가 남지 않았을 건대. 1주일간이나 바다를 떠 다녔대. 한국 경비선에다 무선 연락을 해도 안 받아, 일본 경비선에 연락을 했대. 1주일 후에 일본 경비선에 구출돼, 제주도립병원에서 화상치료를 받았지.

죽을 거라는 소리도 들렸어. 그때 피부 이식을 어찌 알았겠어? 지금이니까 그걸 알지. 옛날에는 그런 거 있는지도 몰랐거든. 신랑이 정신을 논거여. 저 아범을 믿고 어찌 살까? 아무리 생각해도 못 살겠어. 세 살짜리와 갓난 얘기를 꽃섬 집에 두고 나오는데 담 너머로 얘기들 울음소리가 들려. 내 가슴이 어쨌겠어? 찢어져. 그 마음 아무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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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울 꽃을 풀어내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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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비는 어머니의 '멍울 꽃'에 앉았을까?

꽃신을 닳아질 때까지 신고 다녔지… ‘사람 꽃’

하루는 친정집에 있는데 꽃섬 사람들이 배를 타고 횃불 들고 집으로 몰려 온 거여. “젖먹이 애기랑, 저런 신랑은 어쩌코롬 살라고 그란다냐?” 그러는 겨. 없던 복에, 미남인 서방 만나 살았는데 앞으로 얼굴 보고 살면 뭐하겠냐? 저 아범 불쌍한 건 둘째 치고, 새끼들 보고 독한 맘 먹고 살자 그랬지. 할 수 없이 꽃섬으로 다시 왔지.

마을회관에서 사년이나 살았어. 서방은 얼굴 화상 땜에 일할 생각을 못했어. 꽃섬 사람들이 쌀도 주고, 밥도 주고, 반찬도 주고 그랬지. 그리고 술도 팔고, 과자도 팔고, 바다 일도 하고, 돼지 밥도 구하러 다니고 그랬지. 사람 행세 못 하고 살았어. 그러다 어느 날 주위에서 일가자고 하는 겨. 아범이 일하고 칠천 원을 타왔는데 얼마나 오졌겠어? 

내가 그걸 한쪽 눈 찔끔 감고, 여수 육지에 나가 꽃신을 샀지. 그 꽃신을 동네에서 닳아질 때까지 신고 다녔어. 동네 사람들이 속으로 “아이구~, 저년이 지금 제정신이 아닌갑따?” 했을 거여. 그때 그 기분은 아무도 몰라. 지금은 형편도 나아지고 서방 얼굴도 좋아졌지만…. 그래도 우리 서방이 최고여!

맞습니다. 산에 들에 피어나는 꽃만이 꽃의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섬에서 모진 풍상 겪으며 꽃다운 청춘을 바친, 할머니들 이야기 중 눈에 핀 ‘눈물 꽃’도 꽃이겠지요. 자식 키우며 온갖 고초 겪은 가슴에 피어난 ‘멍울 꽃’도 꽃이겠죠. 아니, 이 보다 더 아름다운 꽃이 어디 있겠습니까?

꽃섬은 이렇게 ‘사람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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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개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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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철의 알콩달콩 섬 이야기
각자의 인생사가 다 '섬'의 삶일 것입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알콩달콩 풀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때론 진짜 섬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요.
by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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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철의 알콩달콩 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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