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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뭘 하고 먹고 살까? 걱정이 ‘태산’
연탄불의 추억 “워매~, 살살 녹네!”

“아~이고, 추워.”

추운 겨울, 밖에서 달달 떨고 들어와 이불 밑에 손을 쑤~욱 넣으면 “워매~, 살살 녹네 녹아!”란 소리가 절로 터졌죠. 그러다 이불 속으로 들어가 바닥에 몸을 눕히면 깜빡 잠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겸연쩍게 일어나며 내뱉던 말,

“얼마나 뜨거운지 살이 데겠네, 데. 허리 잘 지졌다!”

설설 끓던 연탄방의 추억입니다. 그 시절을 회상하며, 난생 처음 연탄 공장을 찾았습니다. 한창일 때, 여수에는 5개 공장이 성업 중이었습니다. 이젠 달랑 하나 남았습니다. 폐업한 다른 연탄공장의 녹슨 간판이 지난 세월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연탄불의 추억.

물 좋았던 연탄공장, 간판에도 녹이 슬어 있습니다.


“천불이 나 죽겠소. 다음 주에 공장 문 닫소!”

쌓인 무연탄. 쉴 새 없이 무연탄 가루를 옮기는 중장비 소리가 납니다. 사무실 앞 한쪽에 연탄들이 무리지어 마중 나왔습니다. 연탄집게도 꽂아져 있습니다. 옛날 연탄 한 장 집어 올리던 집게 생각이 납니다.

잠시 추억을 더듬는 사이, 인기척이 납니다. 굳은 표정으로 “사진은 쩌리 가보쇼. 저그가 공장잉께” 한 마디 남기고 사라집니다. 다른 이가 옵니다. “거 사진 찍지 마쇼.” 사나운(?) 인심입니다.

"무슨 일 있으세요?"
“무슨 일 있으나 마나, 낼 모래 공장 문 닫게 생겼는데 기분이 좋겠소?”

가만 있자~, 짱구를 돌립니다. 경제가 어려워 겨울 난방용 기름 대신 연탄으로 많이 바뀌었다는데 무슨 일일까?

“천불이 나 죽겠소. 다음 주에 공장 문 닫소. 그러니 뭐가 반갑겠소. 다들 심기가 불편해요.”

작업 중인 중장비

연탄과 집게 오랜만에 대합니다.



“억지로 폐업해라 하니, 폐업할 수밖에”

‘폐업…’. 사나운 인심 뒤에는 머리를 곧추세운 독사 대가리처럼 폐업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서민들의 얼었던 가슴을 따뜻이 녹여주던 연탄공장이 싸늘히 식어 가는 중이었습니다.

경영이 어려워 다른 공장이 쓰러져 가도 겨우겨우 살아남았습니다. 50년이 넘도록 연탄공장을 지켜왔습니다. 이제는 삶의 뒤안길로 사라지나 봅니다.

"폐업하면 일하는 사람들은요?"
“일하는 사람들? 이제 직장 잃은 실업자 신세지 뭐. 또 뭘 하고 먹고 살까, 걱정이 태산인데 무슨 신이 나겠소. 다들 한숨에 인상만 쓰고 있지.”

"무슨 일로 폐업하죠?"
“억지로 폐업해라 하니 폐업할 수밖에. 억지로 폐업시켜 놓고, 이제 뭘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해요. 여기가 박람회 예정지라니 어쩌겠소?”

아뿔사! 오동도가 바로 눈앞에 있는, 연탄공장이 자리한 여수시 덕충동 일대는 2012여수세계박람회 예정지입니다. 국가가 진행하는 국책사업입니다. 국책사업에서 개인은 하찮은 무연탄 가루일 뿐입니다.

오동도 앞에서 열릴 2012여수세계박람회를 위해 연탄공장 자리에는 '바다의 공간'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아직 토지 감정과 협의가 끝나지 않아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답답한 마음이 더 쌓인 것이겠죠. 이렇게 문명 개발의 뒤안길과 마주칩니다.

자기 몸을 불태워 따스함을 전해주던 연탄. 다 탄 후, 쓸쓸히 한 덩이 연탄재 되어 사람 발길에 채이고 놀이감이 되듯, 연탄공장 노동자들은 또 어떤 일거리를 찾아 뿔뿔이 흩어질지 걱정이 앞섭니다. ‘연탄재=노동자?’

애꿎게 연탄재가 자꾸 밟힙니다.

연탄공장 내부

버려진 연탄재 신세로 전락할 연탄공장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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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장담할 수 없고 열심히 벌어야죠!”
“○서방. 자네는 처가에 잠자러 오는가?”


“쉬는 날? 자는 게 일이다.”

어느 교대근무 노동자의 쉬는 날 주된 모습입니다.
가끔 가족 나들이도 하지만, 대개 잠이 모자라 잠자는데 시간을 보낸다 합니다.

“다른 집은 주말이면 놀러간다고 난리인데 우리 집은 그게 없죠. 아빠가 주말에도 밤새 일하고 들어와 자고 있으면, 가족들은 쥐 죽은 듯이 지내야 하죠. 주말에 놀러 못가는 것 보다, 아빠 잔다고 숨죽이며 지내는 가족들이 더 미안하죠. 그 맘 아세요?”

교대 노동자들이 쌓인 피로 푸느라, 놀러 못가고 자면서 가족에게 미안해 할 것이라는 건 익히 짐작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쥐 죽은 듯 지내야 하는 가족에게 더 미안하다는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관련 기사 “그래 느그들끼리 잘 갔다 와라!”)

힘든 노동에 지친 아버지들의 마음을 이해해야겠지요.

"자더라도 밥은 먹고 자라"?

한번은 처가에서 장인이 술 한 잔 따르면서 그러더랍니다.

“‘○서방. 자네는 처가에 잠자러 오는가? 처가에 오면 맨 날 잠만 자’ 그러시데요. ‘이야기도 좀 하고 그러지 잠만 잔다’고. 막상 그 소릴 들으니 미안한데도 또 자요. 잠에는 장사 없다고 어쩔 수 없는 거죠.”

그런데도 장인은 "밥 먹을 때면 자더라도 밥은 먹고 자라"며 꼭 깨운다 합니다. 처가에 가면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하는데, 한 번은 열일곱 시간을 줄곧 잠만 잤다 합니다. 그러니 더 말해 뭐하겠습니까.

교대근무 이유, 불확실한 고용과 노후 준비

- 잠이 그렇게 부족한가?
“교대근무 하느라 생체리듬이 깨져 피곤한 것 같다. 쉬는 날에는 못다 한 일 보고 들어와 잔다. 피곤은 잠으로 풀 수밖에 없다. 잠이 최고다.”

- 잠 자는데 대한 가족들 반응은?
“쉬는 날 가족과 못 놀고 조합일이나 취미생활 한다고 나가도 아무 말 안한다. 틈틈이 아이들 가고 싶어 하는 놀이동산도 가고, 여기저기 다니긴 한다. 그게 성에 차겠냐? 그래 미안하다. 그저 믿어줘 고맙다. 내가 쉬는 날과 가족들이 쉬는 날인 주말이 다르니 어쩔 수 없는 구석도 있다. 다 고생이다.” 

- 그렇게 피곤한데 왜 일근으로 바꾸지 않아요?
“우리는 퇴직금으로 노후 준비가 안 된다. 교대근무와 일근의 급여 차가 그것도 일 년이면 오륙백이나 된다. 그러니 교대근무를 안할 수가 없다. 또 고용을 장담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벌 수 있을 때 열심히 벌 수 밖에 없다.”


없는 데 가면 없는 게 없고…

그는 걷기와 마라톤 등의 운동으로 건강관리를 한다 합니다. 요즘, 부부가 같이 즐길 공통의 취미를 찾는 중이랍니다. 그래야 소원한 아내에게 덜 미안할 것 같다는 겁니다.

아이들과도 좀 더 같이 놀고 안아줘야 하는데 마음 뿐, 그게 잘 안된다 합니다. 신통한 건 “아이들이 잘 크는 것 같다.”“사람의 기본 도리는 가르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냅니다.

교대근무 노동자만 이런 생각 갖겠습니까. 세상 아버지들 모두, 사람의 기본 도리를 가르치려는 마음에서 고생하는 것이겠지요.

하여간 경제가 어렵다 합니다. 어쩌겠습니까. 각자 최선을 다할 밖에…. 이렇게 생각하고 살면 좋겠습니다.

“없는 데 가면 없는 게 없고, 있는 데 가면 없는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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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선암사. 서민의 마음을 알고 있겠지?




노동자 아내가 전하는 ‘짠한 남편’
선암사에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나 놔두고 그래 느그들끼리 잘 갔다 와라!”

그녀는 아이들과 바람 쐬러 나오는데 남편이 뒤통수에 대고 서글프게 한 마디 던졌다며 안쓰러워했다. 그것도 떠지지 않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 말했다며.

그녀의 남편은 4조 3교대 노동자. 4조 3교대는 8시간씩 오전ㆍ오후ㆍ야간으로 근무가 바뀐다. 4일간은 오전 근무, 4일은 오후 일하고 하루 쉰다. 그리고 4일은 야간에 일하고 3일 쉬는, 16일 근무 형태가 계속 반복된다. 그녀의 남편은 지금 4일간 이어지는 야간 근무 중이다. 

이런 판에 몇 가족이 나들이에 나섰으니, 그만 쏙 빠질 밖에. 교대 근무자와 어딜 가려면 날 잡기가 쉽지 않다. 밤새도록 일하고 들어와 잠자는 그에게 모두들 미안한 마음 뿐.

갈대처럼 흔들리던 날 많았단다.

노동자의 아내가 전하는 야간근무 시 가정 풍경

노동자의 아내가 전하는 4조 3교대 야간근무 시 펼쳐지는 가정 풍경이다.(이것도 어떤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행복한 것이겠지만)

“남편이 밤 10시에 나가 오전 8시까지 야간 근무하고 들어오는 날은 ‘쥐 죽은 듯’ 지낸다. 아침에 자면 오후 서너 시 경 깬다. 그리고 밥을 먹고, 볼일 본 다음, 운동 후 저녁 먹고, 다시 두어 시간 자다 출근한다.

주말이나 노는 날 아침에 아이들이 시끄럽게 하면 ‘잠을 푹 못 잤다’며 피곤해 한다. 그래 ‘아빠 주무시게 조용하라’고 아이들을 닦달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아빠가 일어날 때까지 TV도 못보고, 놀지도 못한다. 커튼을 쳐 빛을 차단하지만 생체리듬이 깨진 상태라 마지막 날 제일 힘들어 한다.” 

그런 그녀가 아픈 가슴 부여잡고 우리들과 단풍 구경에 나섰다. 몇 달간 꼼짝 않고 지냈던 자신과 아이들에게도 여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남편도 나들이 필요성(?)을 알게다.

그녀의 남편이 남들처럼 일근을 하지 않고 교대근무를 택한 이유가 있다. 그녀는 “일근은 월급이 적어 가정 경제가 쪼들려 아이들 키우기가 벅차다.”며 “교대근무 하는 지금도 마이너스 통장 신세라 마음 편히 일근을 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선암사 입구에서 한 사람이 쪽잠을 자고 있다. 그도 잠이 부족했을까?

“그래 느그들끼리 잘 갔다 와라!”

단풍 구경에 나설 옷 갈아입으면서 아이들이 시끄럽게 굴었단다. 그 소리에 깬 남편이 “그래 느그들끼리 잘 갔다 와라!” 했나보다. 그녀는 미안해하면서도 아이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여줄 거란다. 또 가을 단풍 사진도 보여줄 참이란다.

그러면서 하는 말,

“가족 전체가 찍은 사진이 없다. 얘들 유치원에서 가족사진 보내달라는데 남편이 빠져 남편 사진을 합성해 보냈다.”

그녀도, 남편도, 아이들도, 집안도, 사회도, 국가도 어려운 지금이다. 어찌하랴! 각자 최선을 다할 밖에…. 지난 주말, 선암사에는 단풍 구경 온 사람들로 넘쳐났다.

“없는 데 가면 없는 게 없고, 있는 데 가면 없는 게 있다!”

이제 또 노동자도 담쟁이덩쿨처럼 질긴 삶을 살아야 한다.

천진한 아이들. 삶의 의미?

선암사 들어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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